“불륜은 과학입니다” 그 길로 빠지는 대화법


📌사례1. 오랜만에 동창회에 다녀온 남편, 그날부터 남편의 외출이 잦아졌습니다. 어딜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물어도 “일 때문에 나간다”고 둘러댔어요. 오히려 의심하는 아내에게 “의부증 아니냐”며 탓을 했죠. 아내는 남편 몰래 자동차 블랙박스를 열어봅니다. 블랙박스에는 동창회에서 만난 여성과 차 안에서 진한 밀회를 즐기는 남편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는데요. 이 부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사례2. 평생을 건실하게 살아온 30대 남성 A씨,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인 그를 아내는 ‘지루한 사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당신과의 섹스는 재미없다”며 관계를 거부하기도 했죠. 그 무렵 아내는 회사 동료와 외도를 시작했고, 성적으로도 깊은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혼란스럽습니다.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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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사연은 ‘부부 관계 전문가’ 최성애(68) HD 행복연구소장이 실제 상담한 사례입니다. 부부 상담 주제의 70% 이상은 ‘외도’라고 하는데요. 불륜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원수가 되는 대화법’이 발단이 됐다는 건데요. 최 소장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다”며 “과학 공식처럼 불륜으로 가는 코스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늘 ‘더, 마음’에서는 ‘부부의 세계’를 다룹니다. 부부싸움의 진짜 원인부터 중년의 권태기, 섹스리스, 불륜에 이르기까지 부부 생활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각방을 쓰는 것은 부부 관계의 독인지 득인지, 배우자가 갑자기 황혼 이혼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40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최 소장의 ‘권태기를 극복하는 스킨십 비법’도 들어봅니다. 최 소장이 제공한 ‘로크-월러스의 결혼적응검사 테스트’를 통해 결혼 만족도도 체크해 보세요.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가족소통 전문가로 국제공인 부부치료사다. 미시간공과대학 심리학 교수, 교육부 Wee센터에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는 HD행복연구소를 열고 아동 ·청소년·부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가족소통 전문가로 국제공인 부부치료사다. 미시간공과대학 심리학 교수, 교육부 Wee센터에서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2005년부터는 HD행복연구소를 열고 아동 ·청소년·부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art1. 외도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Part2. 각방 부부, 그리고 섹스리스 부부
part3. 배우자가 황혼 이혼을 원한다면
※와이스-세로토 결혼위기 진단검사

✅Part 1. 외도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외도는 주요한 이혼 사유입니다. 어떨 때 외도를 하나요?  

마음에 드는 이성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외도에 빠지는 ‘코스’가 있어요. 1단계는 부부간 ‘멀어지는 대화’입니다. 배우자의 말에 딴소리를 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아내가 “날씨가 덥다”고 하는데, 남편은 “우리 강아지 키우자”고 답하는 거죠. 분명 싸운 건 아닌데 아내의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지겠죠. 외도의 씨앗은 이때 뿌려지게 됩니다.

서로 어긋난다고 느낄 때 관계의 균열이 생기는 거군요.    

맞아요. 2단계는 ‘부정적 대화법’입니다. 비난과 방어의 대화인데요. 한쪽에서 “당신은 맨날 왜 그래?”라고 공격하면, 다른 쪽에선 공격을 막으려고 방어를 하겠죠. “너도 화날 땐 그렇잖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며 다툼으로 이어집니다.

3단계는 상대를 업신여기는 ‘경멸의 대화법’이에요. 배우자의 말에 “주제 파악이나 해”라며 반응하는 거죠. 말투뿐 아니라 비웃는 표정도 다 경멸이에요. 4단계는 ‘담쌓기’입니다. 상대방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데요. 대꾸하지 않고 휙 나가버리거나 전화 도중 툭 끊는 거예요. 이러다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가 안 되니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는 거군요. 왜 이런 코스가 외도로 이어질까요?  

상대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정서적인 거리감·소외감·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요. 그럼 누군가는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면 지금보단 낫지 않았을까. 전 애인이나 옆집 남편 혹은 연예인이나 상상 속 이상형과 비교하게 되는 거죠.

이런 부정적 비교를 ‘배반의 싹’이라 부르는데요. 싹이 커지면 외도의 기회가 생길 때 슬그머니 받아들이게 돼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누군가 호감을 보이며 한마디 걸었다고 칩시다. ‘저 사람은 나를 매력적으로 보는데, 왜 내 배우자는 그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점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거죠. 그러다 외도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중년에 권태기 한 번은 꼭 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굉장히 잘못된 통념이에요. 신혼 때 성관계 만족도가 제일 높을 것 같잖아요. 꼭 그렇지 않아요. 중년에도 얼마든지 좋을 수 있습니다. 물론 노력이 필요한데요. 권태기를 겪지 않으려면 서로의 내면세계를 관심 있게 봐야 해요. 배우자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유심히 보세요.

저는 배우자의 내면세계를 ‘사랑의 지도’라고 하는데요. 결혼 생활을 오래 하면 서로 다 안다고 판단해 ‘사랑의 지도’를 업데이트하지 않아요. 우린 매일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거든요. 취향, 입맛, 친구, 듣는 노래마저 나이가 들면 달라지잖아요. 한 달에 한 번, 1년에 한 번이라도 서로 물어보세요. 우리가 운동으로 몸을 가꾸듯 건강한 관계도 끊임없이 가꿔야 합니다.

최성애 소장은 많은 부부가 갈등이 생겼을 경우 이혼부터 생각하는데, 무작정 이혼을 선택하기보다는 '갈등 관리법'을 배우는 편이 부부 관계엔 훨씬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성룡 기자

최성애 소장은 많은 부부가 갈등이 생겼을 경우 이혼부터 생각하는데, 무작정 이혼을 선택하기보다는 '갈등 관리법'을 배우는 편이 부부 관계엔 훨씬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성룡 기자

✅Part 2. 각방 부부, 그리고 섹스리스 부부  

부부가 각방을 쓰는 것은 관계의 득일까요, 독일까요?

제일 중요한 건 둘의 ‘합의’입니다. 어떤 이유라도 따로 자는 걸 서로 합의했다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은 따로 자도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하게 포옹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문제는 한쪽은 각방을 원하는데, 한쪽은 원하지 않는 경우죠. 그럼 한 사람은 계속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불만이 쌓여갈 테니까요.

한쪽만 각방을 원할 땐,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요?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보는 건 필요해요. 각방 쓰는 걸 상쇄할 만한 활동을 같이하면 좋아요. 취미 활동이나 여행을 함께 하는 식으로요. 섹스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관계에 특정 문제가 있어서 각방을 쓰려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각방을 쓰다 보면 섹스 리스로 갈 것 같은데.  

그건 사람마다 다른데요. 어떤 부부는 각방 쓰다가 한 번씩 만나서 할 때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대요. 섹스 리스는 각방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상담해 보면 시험관 시술 때문에 의무감으로 성관계를 한 후 성욕이 없어졌다는 부부도 있고요. 성관계를 요구했더니 “짐승같이 왜 이러냐”는 아내의 말에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남편도 있어요. 남편의 외도가 떠올라 잠자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 실패 등 외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성관계를 점점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어요.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점이라면 부부 사이에 존중의 대화가 없다는 거죠.

한쪽은 성관계를 원하는데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잠자리 거부를 나에 대한 거부라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사람마다 성욕의 정도는 다를 수 있거든요. 배우자가 “오늘 피곤하니까 안 되겠어”라고 할 때, 받아들이는 쪽이 ‘이 사람이 날 싫어하는구나, 다른 사람 생겼나’라고 억측을 하면 좋았던 관계도 망치게 돼요. 그냥 ‘오늘 힘들었구나’라고 생각해 주세요.

섹스에도 ‘사랑의 지도’가 필요한데요. 무엇이 이 사람을 가장 흥분시키는지 물어봐 주는 거예요. 대낮에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와인 한잔하고 기분 내며 하고 싶을 수도 있죠. 반대로 안 씻고 하거나, TV를 켜 놓고 하는 게 싫을 수도 있거든요. 낯부끄럽다 생각하지 말고 서로 얘기하는 게 필요해요. 말하지 않고 딴 데 가서 성욕을 푸는 게 더 위험합니다.

평소에 스킨십도 중요할 것 같아요. 추천할 만한 방법이 있다면요?  

저희 부부가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저희는 결혼한 지 올해 40년인데 이 방법을 꽤 오래 썼거든요.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손을 20초 주물러줘요. 그리고 출근할 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하며 6초 포옹을 합니다. 6초 정도 포옹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호르몬이 분비되거든요. 집에 돌아와선 좀 더 길게 10초 안아주고, 자기 전 30초 정도 어깨를 주물러줍니다. 다 합쳐서 66초, 딱 이 시간이면 돼요. 66초 만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건 아이들에게 해줘도 좋아요.

최성애 소장은 "비싼 반지를 주고 큰 이벤트를 해주고, 해외여행을 같이 가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서로 안아주고, 고맙다고 말해 주는 편이 부부 관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최성애 소장은 "비싼 반지를 주고 큰 이벤트를 해주고, 해외여행을 같이 가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서로 안아주고, 고맙다고 말해 주는 편이 부부 관계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Part 3. 배우자가 황혼 이혼 원한다면

202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황혼 이혼’(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의 비중이 전체 이혼 건수의 36.7%로 가장 높았어요. 황혼 이혼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변화는 일단 오래 산다는 거예요.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황혼 이혼도 늘 수밖에 없죠. 자녀 수가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는데요. 자녀가 한두 명이다 보니, 아이들 독립하고 둘만 사는 기간이 길어지잖아요. 관계에 골이 깊었다면 남은 생을 위해 이혼을 결단하는 거죠.

20년 가까이 부부 상담을 진행하셨는데요. 보통 어떤 이유로 갈등이 생기나요?

부부 싸움은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해요. 각자 절대 포기 못 하는 욕구가 있거든요. 그걸 건드리면 ‘폭발 버튼’을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혼 직전까지 갔던 60대 부부가 상담실에 찾아온 적 있어요. 남편이 사업을 하면서 은행 빚이 있었는데, 이자가 오르니 아내에게 “당신 명의로 된 송파구 아파트를 팔아 대출을 먼저 갚자”고 한 거죠. 평소 남편 뒷바라지 잘하고, 성격도 순했던 아내는 남편의 이 한마디에 폭발했어요. 그날 이후로 남편을 맹수같이 공격했어요. 35년 전 시댁에서 당한 일부터 남편은 기억도 못 하는 억울한 사연을 쏟아냈죠.

남편이 무엇을 놓친 걸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송파구 아파트’에 숨어 있는 아내의 욕구예요. 왜 그 말에 폭발했는지 봐야 해요. 맏딸인 아내는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남동생들을 챙겼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아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줬죠. 정작 남동생들은 사업한다며 가산을 탕진하고, 부모님은 오갈 데가 없어졌고요. 그걸 보며 다짐한 거죠. ‘나는 우리 부모와 다르게 내 재산을 잘 지켜야지.’ 아내에게 송파구 아파트는 서러움에 대한 보상이자 노후의 안전망이었던 거예요. 그걸 팔자고 하니 아내로선 터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결국 부부는 이혼했나요?

아니요. 상담을 통해 아내가 갖고 있던 내면의 두려움이나 욕구를 남편이 알게 됐고, 서로 화해했어요. 저는 부부 사이에 오랫동안 정신적·신체적·성적·경제적 학대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 이혼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려요. 배우자와 이별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고, 고민이 깊어진다면 이혼보다는 상담 치료를 권합니다. 전문가와 대화하다 보면 30~40년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요.

최성애 소장은 "부부싸움 잦을수록 남자가 더 빨리 죽는다"며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심박수가 급격하게 치솟는데, 남자는 여자와 달리 싸운 뒤에도 한동안 높은 심장 박동이 지속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성룡 기자

최성애 소장은 "부부싸움 잦을수록 남자가 더 빨리 죽는다"며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심박수가 급격하게 치솟는데, 남자는 여자와 달리 싸운 뒤에도 한동안 높은 심장 박동이 지속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성룡 기자

만약 배우자가 “이혼하자”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보통 이혼을 요구받으면 배신감을 제일 크게 느껴요. 그러다 보니 “네가 감히? 그래 이혼해!”하며 감정적으로 반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후회하거든요. 일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세요. 만약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판단이 선다면, 함께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쪽이 이혼 이야기를 할 땐 그 안에 이유가 있거든요. 전문가와 함께 그 이유를 찾아보며 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는 거죠.

부부가 오래 잘 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사이에 낀 찌꺼기를 닦지 않으면 충치가 생겨 심할 경우 뽑아내기도 하잖아요. 부부 관계에서도 ‘감정 찌꺼기’를 잘 닦는 게 중요합니다. 부부 관계가 썩지 않도록 하루 세 번,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세요. 조금씩 노력하면 오랜 기간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문항을 읽고 '예' '아니오'에 체크해 보자. 14가지 문항 중 4개 이상 '예'가 나오면 현재 이혼 위기로 봐야 한다. 김경진 기자

문항을 읽고 '예' '아니오'에 체크해 보자. 14가지 문항 중 4개 이상 '예'가 나오면 현재 이혼 위기로 봐야 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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