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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지 않으려고, 여론을 바로 전하지 못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홍철호 대통령 정무수석이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부산일보 기자가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서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 여기에 대해 보충설명을 해달라”고 한 질문이다. 홍 수석은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 같은 건 없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 같은 건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로 비판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왕조시대인가”라고 따졌고, 한겨레는 “불편한 질문에 ‘무례’라는 대통령실, 국민에 대한 무례다”라고 반박했다. 20일자 석간에 문화일보가 “그 질문은 전혀 무례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칙에 충실한 좋은 질문이었다”면서 “언론관을 의심하게 하는 황당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질문을 한 기자의 소속사인 부산일보도 사설에서 “이런 구시대적 인식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무례요 모독”이라고 질타했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이 세상에 없다”라는 말은 헬렌 토머스 전 UPI통신 기자가 은퇴하면서 말해 유명해졌다. 50년 간 백악관을 출입하며, 존 F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날카롭고 공격적인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 기자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묻는 것”이다. 무례하다 싶어도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꼭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의문, 소통 부족으로 생기는 오해도 해소될 수 있다. 취재원의 심기를 헤아려 듣기 좋은 질문만 한다면 국민의 의심은 그대로 남고, 취재원은 해명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기자의 질문은 검사의 질문과 다르다. 검사가 질문하지 않으면 판사가 선고할 때 고려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법정에서 논란이 되고, 제시된 증거로 재판을 하기 때문이다. 검사처럼 기자가 눈감고 넘어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자가 질문하지 않는다고 국민의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문은 더 커진다. 기자회견을 한 목적마저 사라진다. 무례함을 넘어선 분명한 질문 국민을 대신한 질문은 분명해야 한다. 취재원은 물론 국민도 “맞아,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라고 맞장구칠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사과한다니 무엇을 사과했는지 국민이 궁금해할 것 같다”라는 말이다. 그 긴 시간을 회견하고, 핵심인 그런 의문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 중앙일보가 “회견의 가려운 곳을 가장 잘 긁어줬다”고 말했고, 한겨레도 “빠져서는 안 될 필수적이고, 정중한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오늘 신문 사설들이 열거한 사례만 봐도 비교가 된다. 1998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한 클린턴 대통령을 향해 미국 기자가 “르윈스키 드레스에 묻은 액체는 대통령 것입니까”라고 물어 옆에 있던 김대중 대통령이 민망해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건강이상설이 나온 바이든 대통령을 행해 ‘인지력’ 관련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선 후보에서 왜 사퇴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날렸다. 그렇다고 그 질문을 무례하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국민에 대해 무례한 답변”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올바른 정무적 판단을 하도록 보좌하는 자리다. 그런 “정무수석이 이 정도이니 다른 참모들은 오죽하겠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의 지적처럼 “과연 대통령에게 진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 기자의 질문에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주시면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 사과해 줄게”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는 회견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생각인가. 한겨레는 “기자가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례한 답변이었다”라고 질타했다. 이런 인식은 ‘대통령 골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오늘 여러 신문 사설이 이 부분도 언급했다. 대통령 골프를 취재하던 기자가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경찰 조사도 받았다. 경호처는 발설자를 조사한다고 한다. 또 같은 상황이면 다시 사진을 빼앗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사과 기자회견 이틀 뒤 골프를 친 사실을 기자가 취재하자, 대통령실이 골프 외교를 위한 것이라는 희한한 답변을 하면서 벌어졌다. 미국 대선 이전에도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이 무인기가 평양을 침투했다며 긴장을 고조시킨 다음 날 군에는 골프를 금지한 때도 윤 대통령은 골프를 쳤다고 확인됐다. ‘트럼프 대비용’이라는 군색한 해명으로 불거진 ‘거짓말’ 논란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국민에 대해 무례한 답변” KBS 박장범 사장 후보 청문회에서도 ‘쪼만한 파우치’라는 질문이 논란이다.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린 듯한 질문이 오히려 여론에 불을 질렀다. 아부성 질문이 당장은 대통령에게 위안이 되고, 과분한 자리를 얻어 서로 좋은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적절한 질문은 아니다. 홍 수석이 굳이 들춰내 분란을 일으킨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무례하게 들릴까 걱정이 돼 대통령에게 민심을 바로 전하지 못하는가. 정무수석의 인식이 이 정도이니 윤 대통령의 생각이 정말 바뀌기 어렵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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