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낮은 통제감,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을 조종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있다거나 탄탄한 근거들이 존재하는 사실들도 음모이고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등 비교적 음모론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혼자서 그렇게 믿고 마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때로 음모론은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소문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확산하거나 백신에 대한 음모론처럼 공중보건을 크게 위협하기도 해서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음모론에 유독 취약한지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사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력감, 상대적 박탈감, 낮은 통제감, 높은 불확실성을 느끼는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더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켄트대 심리학자 알렉산드러 시쵸커
교수 연구에 따르면 비현실적으로 부풀려져 있는, 과도한 자존감이라고도 이야기 되는 ‘나르시시즘’이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더 큰 관련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약 1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음모론을 믿는 정도, 자존감, 나르시시즘(자기애), 사람들을 쉽게 의심하고 타인의 의도를 나쁜 방향으로 해석하는 편집증 또는 피해망상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자존감보다 나르시시즘이 피해망상 및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더 높은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나르시시즘의 효과를 제하고 자존감만의 효과를 분석했을 때, 즉 우월감 및 지나친 인정 추구와 상관 없는 건강한 자존감은 피해망상 그리고 음모론과 마이너스 상관을 보였다.
즉 건강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세상을 잘 의심하고 음모론을 잘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효과는 자존감 자체보다도 ‘세상과 인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 나르시시즘이 높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더 잘 믿을까? 연구자들은 음모론에는 자존감 부스터 기능이 있다고 본다.
내가 잘 못해서 안 된 게 아니라 항상 나를 또는 우리 집단을 방해하는 거대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잘 안 된 거라는 일종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실제보다 더 자신을 과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높은 자기 지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종류의 정신 승리가 필수일 수 있다.
또한 나르시시즘은 남들보다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평가절하하고 의심하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많은 음모론들이 ‘우매한 너희들과 다르게 나는 진리를 알고 있다’는 식의 우월감을 내포하고 속고 있는 사람들을 가르치겠다는 계몽적인 성격을 띄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일 수 있겠다.
오랜 시간 축적된 근거와 많은 전문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게 “그들이 틀렸고 별 근거는 없지만내가 옳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일 테니 말이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 하는 사람보다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 해를 끼치듯,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 역시 지나치면 세상에 득이 되기보다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음모론은 늘 있었습니다.
6·25 북침설, KAL기 폭파범 김현희 가짜설이 그렇고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참사 역시 음모론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부정선거론은 정치 이념을 가리지 않고, 2012년 대선(박근혜 당선)과 2020년·2024년 총선(더불어민주당 1당) 모두에서 뜨겁게 타올랐죠.이런 음모론, 그동안은 그냥 무시해 왔는데요. 이번 사태를 보며 음모론이 아주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게 이토록 중요한 일이라면, 음모론을 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왜 멀쩡해 보였던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나’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아봤습니다.
한국에선 올해 10월 출간된댄 애리얼리 듀크대학교 교수의 신간 ‘미스빌리프(Misbelief)’를 바탕으로 들여다봅니다.
이들은 2020년과 2024년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펼친다.
뉴스1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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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달 착륙은 NASA가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서 연출한 가짜였다.
-세계 각국 정부는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은폐한다.
-몇몇유명인의 죽음관련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마틴 루터 킹, 모차르트, 존 레넌, 존 F. 케네디 등.-기후위기는 없다. 지구온난화 관련 과학은 이념적·금전적 이유로 만들어졌다.
-비밀결사일루미나티(또는 프리메이슨, 유대인)가 전 세계를 주무르고 있다.
-코로나19는 애초에 중국(또는 미국)의 어느 실험실에서생물무기로 개발됐다.
동아일보DB
서기 68년 악명 높은 폭군이었던 로마 황제 네로가 사망했을 때도, 일부는 그가 여전히 살아있고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고 믿었죠. 그 뒤로 몇 년 동안 ‘내가 네로’라고 주장하는 사기꾼이 로마에 여럿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세상엔 별의별 음모론이 다 있고, 음모론은 끊임없이 탄생하죠. 음모론은 이념을 가리지 않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 모두 거짓정보를 소비하고 퍼뜨리는데요. 특히 양 진영의 극단적 집단일수록 더 심하죠. 그리고두 극단의 음모론은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한국의 부정선거론(2012년 대선엔 김어준, 2024년 총선에선 전광훈)이 그렇고요. 미국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고는현대의학을 회피하는 극진보주의자와 정부를 불신하는 극보수주의자가 모두 음모론을 펼쳤죠. 음모론은 시대나 지역, 이념까지 뛰어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간 자체의 특성(또는 취약성)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난 음모론 따윈 절대 안 믿는데?
난
음모론자들과는 다르다고!’ 과연 그럴까요.듀크대에서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가르치는 스타 교수 댄 에리얼리는 2020년 7월 자신이 ‘코로나19 사기극’의 수괴라는 음모론을 접하게 됩니다.
그가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일원이고, 빌 게이츠와 공모해서세계 지배를 위해 코로나19라는 가짜 전염병을
만들어냈단 주장이었죠. 음모론 추종자들은 그를 히틀러에 비유하며 ‘죽여야 한다’고 증오를 쏟아냅니다.
그가
적극적으로 반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죠.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행동경제학적으로 효과적인 정부의 대응 방안을 조언했고, 이것이 음모론자들 공격의 빌미가 됐다.
그는 10대 시절 실험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큰 화상을 입었고, 얼굴의 반쪽만 수염이 난다.
댄 애리얼리 홈페이지
마침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뒤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퍼지고, 급기야 이듬해 초 의회의사당 난입사건까지 벌어진 시기였습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지 알기 위해 그들에게 연락해서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죠. 그는 자신을 살인마로 묘사했던 그 음모론자들과 ‘친구 비슷하게’ 됐고요. 이를 통해 그가 다다른 결론은 이겁니다.
1.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감정적 취약성과 인지적 한계가 음모론의 배경이다.
2. 하지만 특별히 더음모론에 깊이 빠지게 만드는 성격과 상황이 있다.
3. 음모론이 판치지 않게 하려면, 음모론자를 ‘미쳤다’고조롱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해야한다.
‘이해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는데요(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가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100% 이해할 순 없지만, 그래도 ‘뭔가 그렇게 된 사정이 있겠지’라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은 있잖아요. 음모론자도 이와 비슷하게 봐달라는 게 애리얼리 교수의 주장입니다.
그리스 신화부터 어벤져스 영화까지, 악당의 존재는 세상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니까요. 실제 세상은 너무 복잡해서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으니 불안합니다.
하지만 모든 잘못된 것의 원흉인 악당이 생기는 순간, 뿌옇고 모호했던 회색빛이 걷히고 세상은 흑 또는 백으로 명확해지죠.‘이제야 이 사건의 전모를 온전하게 파악했다’며 안도하고 통제감을 되찾게 되는 것.그게 바로 음모론이 세월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 느낌은 일시적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죠.하지만 악당은 찾아도 진짜 현실의 문제(혼란·공포·불안 등)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은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그 음모론에 더 집착합니다.
관련된 동영상과 자료를 끊임없이 찾으며 점점 깊이 빠져들죠. 집착이 만드는 파괴적 순환입니다.
음모론은 안도감을 줄 뿐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능동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죠. 그저 정보를 흡수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정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악당을 제압하는 헌신적이고
중요한 존재’로 스스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DB
이런 인지적 편견과 관련한 심리학적 연구는 사실 차고 넘칩니다.
몇 가지를 꼽자면.확증편향: 사람은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 증거는 쉽게 무시해 버리고, 기존 신념을 합리화하죠. 따라서 같은 사람이어도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하면 ‘개표기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승리하면 ‘민주적 선거’라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면 되니까요.동기화된 추론: 또 사람들은 원하는 결론에 들어맞도록 현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인지과학적 용어로는 ‘동기가 부여된 추론’을 하는 건데요.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하루에도 몇번 거짓말을 했지만 지지자들은 그걸 신경 쓰지 않았죠. 왜? ‘그가 이런 거짓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그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을 밀어붙이는 데 필요한 일은 뭐든 다 할 거야’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과장과 왜곡은 상관없다는 인식이죠.더닝-크루거 효과:무식하면 용감한 법입니다.
어떤 사안을 너무 잘 알 때보다 그저 조금만 알 때, 사람들은 자신이 대단히 많이 안다고 착각하죠. 자신의 지식을 너무 과신하다 보니 위험한 짓도 서슴없이 합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거죠. 가짜뉴스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실체를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그와 관련한 가짜뉴스에 쉽게 넘어갈 뿐 아니라, 이를 SNS에서 더 많이 퍼뜨립니다.
우리가
‘가위눌림’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수면마비 현상을 외계인 납치로 착각하는 건데요.이들을 정신 감정해 보면 정상으로 나오죠.실험연구
결과,
이른바 ‘외계인 피랍자’는 뚜렷한 성격적 특징을 보였습니다.
일단 자신이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더 겪었고요(잘못된 기억). 또정신적이거나 환상적인 것에 유독 잘 끌렸습니다(예-부적 또는 저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특징이 이들을 음모론에 더 쉽게 빠져들게 하는 거죠.
그는 같은 해 12월의 18대 대선을 두고 조작된 선거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동아일보 DB
동전 던지기 같은 무작위적인 결과를 놓고도 굳이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죠. 이렇게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일들 사이에도 패턴을 찾는 것, 즉미신적인 의식에 의지한다는 건 음모론과 연관이 큽니다.
②직관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음모론자가 되곤 합니다.
트럼프는 과거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내겐 직감이 있다.
내 직감은 때때로 다른 사람의 뇌가 말해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해준다.
”③지적 겸손 수준이 낮으면위험합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남이 더 많이 알 수도 있다’라는 열린 태도가 음모론에 휩쓸리지 않게 하니까요.④나르시시스트일수록 위험한 음모론자가 되곤 합니다.
일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 때, 그들은 자기에겐 분명히 아무 잘못이 없기 때문에(나르시시스트는 원래 그렇게 생각함) 비난을 받아야 마땅할 대상을 찾죠.
참 친절하고 따뜻한
집단처럼 보이죠. ‘적을 박살 내자’는 썸네일 속 과격한 문구와는 정반대 분위기가 아닐 수 없는데요.주변 가족과 친구들은 내 얘기를 무시하고 따돌리는데, 이 집단에선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지지를 보낸다면 어떨까요.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일수록, 이 따뜻한 음모론 집단에 더 깊이 빠져듭니다.
소속감과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주장은 한층 더 과격해지죠. 진실(팩트냐 아니냐)보다는 충성심(어디 소속이냐)이 중요합니다.
정보가 좀 부정확하고 다소 황당하더라도 눈 감아버리죠. 이들이 느끼는사회적 유감은 그들을 음모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듭니다.
‘사이비종교’라는 비유가 과장이 아닌데요. 하지만 에이얼리 교수는“내가 희망을 찾는 곳은 인간”이란 낙관론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음모론의 인간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면 그 파괴적인 영향력을 줄여갈 수 있다고 말하죠. 그들의 진짜 이야기(왜 음모론에 빠졌는지)를 들어주면서 조금씩 다가가란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냉소와 무시만으론 음모론의 폭풍을 잠재울 수 없다는 건 한국과 미국 정치 모두가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하려 다가가기란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죠. 음모론자까지도 품을 수 있는 그런 열린 사회란 과연 가능할까요. By.딥다이브이 글을 읽으면서 ‘역시 나는 음모론에 빠질 위험은 없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반대로 ‘나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지적 겸손)이 음모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니까 말이죠. 지나친 과신은 금물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왜 멀쩡해보였던 사람이 음모론에 빠질까요. 음모론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나타납니다.
이념적 양 극단의 음모론은 서로 닮아있죠. 음모론이 인간이 누구나 가진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가진 취약성이 음모론을 만들어냅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욕구의 반영이죠.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확증편향, 대의를 위해서라면 진실의 왜곡쯤은 넘어가는 동기화된 추론이 음모론을 신뢰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유독 음모론에 잘 빠지는 위험한 성격이 있습니다.
패턴 찾기와 미신을 좋아하고, 지적 겸손 수준이 낮은 나르시시스트가 특히 그렇죠. 일단 한번 음모론에 빠지면 거기서 느끼는 사회적 유대감이 그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이끕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조롱과 무시가 아닌 이해와 공감입니다.
그들과 대립하는 게 아니라, 소통하며 서서히 스며들어야만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세상에는 '9.11 테러는 미국 정부가 계획했다'는 것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정신적으로 정부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까지 다양한 음모론들이 있고 이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왜 황당해 보이는 이런 음모론에 빠져드는 것일까?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들은 직관에 강하게 의존하고 타인에 대해 적대감과 우월감을 느끼며 주변 환경에서 위협을 감지하는 것처럼 다양한 동기와 성격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음모론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에모리대학 쇼나 보우스 연구원(박사과정)팀은 27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서 음모적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의 동기와 성격 특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영국, 폴란드에서 15만8천473명이
참가한 170개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보우스 연구원은 "음모론자들이 대중문화에서 일상적으로 그려지는 것처럼 단순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은 작다"며 "대신 많은 사람이 박탈된 동기 부여 욕구를 충족하고 고통과 장애 등을 이해하기
위해 음모론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모론자들을 움직이는 요인에 대한 과거 연구는 대체로 성격과 동기를 따로 조사했다며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통합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동기와 성격 특성을 함께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음모적 사고와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은 ▲ 위험·위협 인식 ▲ 직관에 의존하고 이상한 믿음과 경험을 갖는 것 ▲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우월감 같은 동기와 성격 특성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된 동기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우스 연구원은 "많은 음모론이 혼란스러운 사건을 명확히 설명하거나 숨겨진 진실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폐쇄성이나 통제감 욕구는 음모론을 믿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아니었다"며 "대신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을 때 특정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위협을 인지한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을 해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추상적 이론보다는 9·11 테러는 미국 정부가 계획한 것이라는 이론처럼 사건에 기반한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보우스 연구원은 "이런 결과는 사회적 정체성 동기가 음모론에 끌리게 할 수 있다는 최근의 이론적 틀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자신이) 독특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에서는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높은 수준의 편집증 같은 특정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은 불안하고
편집증적이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이고 의심이 많고 위축되고 자기중심적이고, 괴팍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보우스 연구원은 음모적 사고의 전반적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에서 음모적 사고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음모적 사고와 동기, 성격 간 관계에서 중요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itech@yna.co.kr
지구 평면설, 한국전쟁 북침설, 달 착륙 조작설, 기후 위기 허구론…. 세상엔 참 많은 음모론이 있다.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세월호 참사 같은 충격적 사건엔 어김없이 음모론이 뒤따랐다.
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란 용어가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 음모론자를 낙인찍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들어낸 것이란 음모론까지 있을 정도다.
이토록
음모론의 생명력이 강한 건 본래 인간이 음모론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확증편향). 대의를 위해서라면 약간의 사실 왜곡엔 눈감고 넘어가기도 한다(동기화된 추론). 이런 인지적 한계 때문에 똑똑하고 이성적이던 사람조차 음모론에 휩쓸릴 수 있다.
음모론을 단순히 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으로 취급하며 조롱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음모론에
취약한 성격이 있다
미국
심리학자 리처드 맥널리는 ‘외계인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수면마비(가위눌림) 현상을 외계인 납치로 굳게 믿는 음모론자인데, 정신감정을 하면 정상으로 나온다.
대신 심리 평가 결과 이들은 비전통적인 인과관계를 강하게 믿고 환상적인 것에 끌린다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점괘나 부적, 저주와 예언이 실제 힘이 있다는 믿음은 음모론과 맞닿아 있다.
유럽 연구팀의 실험 결과도 비슷하다.
동전 던지기처럼 무작위적인 결과에서도 굳이 패턴을 찾아내는 사람일수록 음모론을 더 쉽게 믿었다.
있지도 않은 패턴을 발견하는 사람, 즉 미신 신봉자는 음모론에 취약하다.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에 따르면 지적 겸손 수준과 나르시시즘은 음모론과 관련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지적 겸손이 부족하면 음모론적 사고에 끌리기
쉽다.
특히 자신이 대단한 존재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나르시시스트는 위험하다.
상황이 뭔가 잘못됐을 때, 분명히 자기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며 비난 대상을 찾느라 음모론 수렁에 빠지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국가 지도자가 음모론에 휩쓸리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줬다.
다시 이런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음모론자의 성격적 특징을 제대로 알아둬야겠다.
앞으로 리더를 뽑을 땐 꼭 검증하자. 미신에 현혹되진 않는지, ‘나만 옳다’는 독불장군은 아닌지, 나르시시즘이 지나치진 않은지.가까운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다면정치 지도자라면 음모론자와 거리가 먼 인물로 잘 골라 뽑는 방법으로 걱정을 좀 덜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음모론자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거리 두며 모른 척하고 싶기도 하다.
말해 봤자 듣지도 않을 게 뻔하니 말이다.
그런데 무서운 건 사회적 고립감이 이들을 음모론에 아주 깊이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는 점이다.
주변에선 따돌리고 배척할 때, 음모론 집단은 자기 말에 귀 기울이고 지지를 보내준다.
소속감과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주장은 한층 과격해진다.
진실이냐 아니냐보다는 그 집단 소속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
끈끈한 유대감은 이를 끊고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사이비
종교 집단과 유사하다.
결국 무시와 배척으로는 음모론을 잠재울 수 없다.
오히려 필요한 건 관심과 경청이다.
너무 깊숙이 빠지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음모론에 빠지게 된 진짜 이유에 귀 기울여 주자. 내면의 결핍과 불안, 스트레스를 일깨워 준다면 생각은 조금씩이나마 바뀔 수 있다.
어렵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펙셀즈 제공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은 거짓이라던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는 히틀러가 비밀 기지를 구축해놨다든가 하는 식이다.
요즘은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SNS나 온라인을 통해 더 빠르게 확산한다.
인지 능력이나 판단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어린 시절에는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지만 판단력을 갖추고 세상 물정을 안다는 성인들도 음모론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뭘까.미국 에모리대 심리학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캐나다 레지나대 심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대부분의 사람이 직관에 강하게 의존하고 심리적으로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우월감을 느끼고 주변 환경에 대해 과도한 민감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모론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1일 밝혔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가 수학 문제의 정답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 학
지
‘심리학 회보’ 6월 27일자에 실렸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를 찾아 나선 이전 연구들은 대부분 음모론자들의 성격과 동기를 분리해서 분석했지만 이번에는 보다 통일된 이유를 찾아 나섰다.
170건의 연구 대상자는 약 15만 8000명이다.
연구팀은 음모론적 사고와 이를 믿는 사람들의 동기와 성격 특성에 대한 공통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음모론을 믿게 되는 동기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과 공감대를 이룬 사람들이나 집단이 다른 커뮤니티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또 음모론이 복잡한 사안에 대해 명확하고
비밀스러운
진실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폐쇄성과 통제감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 대한 적대감, 높은 수준의 편집증, 심한 감정 기복, 충동적,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외향적, 개방적, 양심적, 분석적,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은 음모론적 사고에 빠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