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과학을 위해 학술지를 살피던 중 ‘ 인도의 달 탐사선 ’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인도가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착륙했다는 소식 이 이번 주 외신을 뜨겁게 달궜어요 . 미국,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여러 국가가 '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1969년 미국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 경제성 ’ 에 발목을 잡혀 한동안 찾지 않던 달에 최근 왜 그리 많은 국가 , 기업이 관심 을 두고 있는 것일까요 .
주간과학에서는 달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를 간단히 살펴보고 이번 주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실린 눈에 띄는 연구 성과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주말에 보시는 레터인 만큼 편하게 읽어주세요 !
- 달에 외계인이 있다!
- 딥임팩트... 달에 물이 있네?
- 북적거리는 달
- 말 못 하는 환자, 생각만으로 의사전달 성공
-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방법
저는 '달' 하면 1835년에 있었던 'Tha Moon Hoax('달 사기'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 사건이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 천문학자인 존 허셜이 망원경을 들고 천체 관측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습니다. '더선'지 기자가 허셜이 달을 관측해 발견한 성과를 '에든버러 과학저널'에 제출했는데, 이를 미리 입수했다며 희한한 보도를 합니다.
허셜이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했는데, 털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그리고 날개가 있는 박쥐 인간이 살고 있었으며 호수는 물론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희한한 식물이 가득했다는 내용 이었어요. 이 기사는 6회 시리즈로 게재됐는데 아침 마다 신문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해요.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말입니다.
달은 태양과 함께 지구에서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천체에요. 귀엽게도,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우리의 위성입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만큼 인류는 밤하늘의 달을 동경의 대상으로, 또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기도 했어요. 이런 생각을 항상 했겠죠. '달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류를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옛 소련과 냉전이 이어지던 상황, 인류의 첫 인공위성 발사 성공 타이틀을 옛 소련에 빼앗긴 미국은 자존심이 구겨질 때로 구겨진 상황이었어요. 반전을 위해 달에 도전합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한 연설은 '우리는 달을 선택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쉬워서 가는 게 아니라 어려워서 가는 겁니다" 라는 말이 특히 와닿아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NASA의 도전은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여전히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고요. NASA는 13년여의 세 동안 아폴로 프로젝트에 280억 달러를 쏟아붓습니다. 단순 환율 계산으로 37조원이에요. 지금 환율로 따지면 28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370조원이죠 ( 기사 ).
엄청난 돈이 투입됐는데, 달에서 외계인과 물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경제성 논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가 끝이 난 1972년 이후, 인류는 지금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달에는 토끼가 없었거든요. 달은 메마르고, 척박했으며 사람이 살기 힘든 동네였어요.
이제 우주를 떠나 지구로 돌아오겠습니다 . 이전 레터에서 뉴럴링크와 함께 ‘ 뇌 - 컴퓨터 인터페이스 ’, 즉 BCI 기술의 발전 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어요 . 뇌에 칩을 심은 뒤 , 그 칩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 거동이 힘든 환자들이 로봇팔과 로봇다리를 연결해 움직이는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럴링크는 자사가 개발한 칩을 실제 사람의 뇌에 넣는 임상을 준비하고 있고요( 뉴럴링크, 혁신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
이번 주 네이처에는 한 단계 진일보한 BCI 기술이 소개됐는데요 , 이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이번 연구진은 BCI 기술에 인공지능 (AI) 을 입혀 생각을 읽어 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 논문 1 , 논문 2 ).
먼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 루게릭병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에 걸린 67 세의 환자 팻 베넷의 머리에 칩을 삽입했습니다 . 루게릭병은 근육의 조절 능력을 상실 , 움직이고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연구진이 팻 베넷의 뇌 중에서도 언어와 관련이 있는 ‘ 언어중추 ’ 에 이 칩을 넣었어요 . 그리고 12 만 5000 개의 단어로 구성된 어휘 세트 , 50 개의 단어로 구성된 어휘 세트를 이용해 언어중추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읽었습니다( 기사 ) .
예를 들어 ‘ 스탠퍼드 ’ 라는 단어를 보고 말을 하려고 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와 , ‘ 과학 ’ 이라는 단어를 보고 말을 할 때 발생하는 뇌파에는 차이 가 있을 거예요 . 12 만 5000 개의 단어를 읽으면서 발생하는 이러한 뇌파의 차이를 뇌 속에 넣은 칩을 이용해 구별하는 거예요 .
BCI와 AI가 만나 이룬 성과
그리고 AI 를 이용해 학습시킵니다 .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팻 베넷이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 이 뇌파를 읽은 컴퓨터가 말을 해 주는 거요. 기존에도 비슷한 기술은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과거 대비 정확도와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 50 단어 세트의 경우 단어 오류율은 9.1%, 12 만 5000 단어 세트의 경우 오류율은 23.8% 였다고 해요 .
스탠퍼드대의 음성 해독 기술은 각각 분당 62 단어 , 분당 78 단어 속도로 음성을 해독했다고 합니다 .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화 속도는 분당 160 단어라고 하는데요 . 이 정도면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 어려움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
또 다른 논문은 UCSF 연구진의 성과에요 . 이들은 18 년 전 뇌졸중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은 47 세의 여성 환자 ‘ 앤 ’ 의 뇌에 칩을 삽입했습니다 . 정확히 말하면 많은 전극이 붙어있는 얇은 종이 모양의 전극을 넣었어요 . 이어 1024 단어로 이루어진 어휘를 이용해 249 개의 문장을 말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인식한 뒤 이를 AI 로 훈련시켰습니다 . 분당 78 개의 단어 생성 , 오류율은 25.5% 였다고 해요 .
나아가 연구진은 앤의 과거 결혼식 동영상에서 추출한 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아바타를 만들었어요 . 앤이 말하고 싶은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앤의 과거 목소리로 말해주는 아바타를 만든 거죠 . 아래 동영상입니다 .
지난번 레터에서 BCI 의 한계로 ‘ 두개골 ’ 을 열고 뇌에 전극을 직접 심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 이번 연구자들 역시 “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무선 ” 이라고 이야기합니다(위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머리에 꽂은 '선'이 보입니다) .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며 ,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 하다고 해요 . 또한 이번 연구는 ‘ 개념의 증명 (proof of concept)’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산업계 (industry) 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 제품 ’ 으로 바꿔보려는 ‘ 동기 ’ 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
주디 일레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 “ 우아하고 정교한 데이터가 있더라도 우리는 신중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 일반화 가능성을 많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약속하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 저자 스스로 아직 이루지 못하고 , 증명되지 않았고 , 넘어야 할 것이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네이처 역시 연구 성과를 과대 포장하지 않고 한계를 보도 했어요 . 이런 과학자와 이런 보도 자세 , 참 부럽습니다 .
'치매'와 관련 레터에서 치매를 늦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뇌'를 많이 쓰는 일이라고 말씀드렸어요( 당신의 뇌는 치매로부터 안전한가요 ). 이번에 소개해 드릴 연구 성과는 최근 발표된 일본 도호쿠대학의 논문이에요( 논문 ).
'성인' 교육, 즉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공부'를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짐을 통계를 기반으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인 교육 수업을 들은 사람은 5년 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약 50만명의 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40~69세에 해당하는 282421명을 비교한 건데요, 7년가량 쌓인 데이터를 추적했다고 해요.
표본의 약 1.1%가 치매에 걸렸는데 '성인교육'에 참가한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치매에 걸릴 위험이 19%가량 낮아졌다고 합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죠. 연구진은 "지적 활동에 참여할 경우 신경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이것이 치매 예방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합니다. 다만, 이번 논문의 연구자들은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제2외국어 공부, 치매 예방에 도움
제2외국어를 비롯해 뇌를 자극하는 다양한 일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문득 떠올라 관련 연구를 찾아보다 '주의할 점'을 발견했어요.
뇌를 쓰는 건 좋은데, 특정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게 인지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맞다"라고 답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하면 ' 낱말 맞추기와 같은 게임을 하면 뇌를 자극해 치매 예방에 좋다' 라는 말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런데 이러한 게임을 반복하다 보면, 낱말 맞추기는 잘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인지기능 개선으로까지 반드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거죠( 논문 ).
그나마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은 제2외국어를 공부 하는 거예요. 제2 외국어 공부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고 복잡한 일에 대한 처리도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낫다고 해요( 기사 ). 다만,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뇌를 많이 쓰다 보니 뇌가 건강해졌다,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해요.
이번 주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는 원격으로 심해 탐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소개됐습니다( 논문 ).
코로나19 기간 원격 조종을 위해 MIT를 비롯한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SHARC( Shared Autonomy for Remote Collaboration)'라는 프레임워크가 있는데 이를 심해 연구에 적용한 거예요.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다 깊은 곳에 로봇을 가져다 놓은 뒤 사무실에 앉아 고글을 쓰고 간단한 손짓으로 로봇을 움직여 해저 샘플 채취에 성공 했다고 합니다.
해저 탐사가 기존보다 쉬워진 만큼 앞으로 심해에 대한 인간의 이해 역시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로는 우주로, 아래는 바다로. 인류는 점점 이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어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