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혼란하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언론학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언론이 더 우려스럽다.
저널리즘이 죽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 변화로 인해 언론이 위기에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기성 언론은 스스로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길을 자처하는 듯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주류 언론이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뢰도 하락으로 유능한 젊은 기자들이
언론계를 떠나고 있고,
기성 언론을 외면하는 이탈자의 증가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라 할 만하다.
복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의 언론 신뢰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1%에 그쳤다.
이는 미국,
일본,
핀란드 등 조사 대상 47개국 중 38위에 그친 순위이다.
언론,
갈등 증폭·국가 불안정 심화 보도정치와 국민 매개 역할 불신·외면 자초사실·의견 분리 않으면 신뢰 회복 요원
미국 여론 조사업체 갤럽은 지난해 10월 미국인의 3분의 1 미만만이 언론을 신뢰한다고 발표하였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12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4명 가운데 3명이 미국 언론의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응답자의 77%가 미국 언론사가 사회 문제와 정치 보도에서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미국인 대다수가 뉴스 매체를 불신하고 있어서 정치적 분열 속에서 언론의 신뢰 회복이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언론 신뢰도 하락의 주요 원인은
주류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에 있다.
실제로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를 포함한 주류 신문이나ABC,
NBC,
CNN등의 주요 방송 매체들이 친민주당 성향이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이들은 좌파 진영의 기관지가 되었다는 노골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앞서 소개한 미국의 갤럽 조사는 정당별 언론 신뢰도를 발표하였는데,
공화당 지지층 중 언론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12%에 그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54%가 언론을 신뢰한다고 답하여 양당 지지층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조사 결과는 미국의 불균형적 언론 지형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기성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정보를 찾아 팟캐스트,
유튜브,
블로그,
틱톡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 대선 기간 중 소셜 미디어 엑스(X)는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대안적 정보 취득 경로가 되면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뉴스 이용에 있어서 유튜브의 점유율이 47개국 평균 31%를 훨씬 웃도는 51%로 기록됐다.
정치 이슈를 다루는 국내 유튜버들은 사회적인 파장이 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영향력을 넓혀 왔는데,
이는 여러 이유 중에서도 기성 언론의 편향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작용에 기인하기도 한다.
기성 언론들이 자기편만 바라보는 태도에서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유튜버들을 극우나 극좌로 명명하는 프레임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을
향할 수 있음을 잠시 멈추어 서서 돌아보아야 할 때다.
기성 언론이 회생하는 길은 무엇보다도 저널리즘 원칙을 사수하는 데에 있다.
그것의 핵심은 사실과 의견의 분리 원칙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이 보도의 출발점이어야 하며,
의견은 반드시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개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할 때 기자나 언론사들이 추종 세력을 확보할 수는 있을지언정 기성 언론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요원하다.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의 근간인 사실과 의견의 분리라는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게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이를 외면하고 진영 추종적 편향을 보이는 언론들이 서로 상대 언론을 향하여 공정과 불공정을 논하며 대결하는 것은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옛말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최근 정치와 국민 사이를 매개하는 언론의 태도를 보면 흡사 ‘말리는 시누이’ 같아 씁쓸하다.
혹여 기성 언론이 국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가의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난장판인 정치판 못지않게,
이를 매개하는 언론을 보며 국민은 망연자실해진다.
언론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은 죽어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