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스님의 김장…세계인이 모여 ‘치유의 맛’ 한입


박미향의 요즘 뭐 먹어사찰김치
‘요리 철학자’ 정관 스님의 김장
제자·외국인들,
일 도우며 체험
“자신 내려놓는 음식명상이 치유

지난달 20일 전남 장성군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이 담근 김치. 박미향 기자

지난달 20일 전남 장성군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이 담근 김치. 박미향 기자

“아픈 마음,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알고 식재료와 내가 하나 되는 과정에 빠져들면 다른 데 신경 쓸 일이 없어지죠. 온전히 그 행위에 자신을 넣는 겁니다.
즐기게 되고,
그러면 치유가 됩니다.
음식을 만들 때마다 변화를 겪으면서 자기 성취,
만족이 생깁니다.
이런 경험이 많아지면 자유로워지죠. 견주는 마음이 없어야 마음의 병이 안 생기는데,
음식 만드는 과정과 나,
수행하는 마음을 하나로 만들다 보면 자신을 내려놓는 법,
(그동안 자신을)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해 깨닫게 되죠. 비교 대상이 없는 상태,
마음의 병을 고치는 방법입니다.
‘음식명상’이 담고자 하는 거죠.

특별한 체험 위해 백양사 천진암으로

지난달 19일 전남 장성군에 있는 백양사 부속 암자 천진암에서 만난 정관 스님이 한 말이다.
‘마음이 아픈 이들이 느는 한국사회에 사찰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기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가 한 답이다.
과연 사찰음식은 저마다 극도의 불안을 안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명약이 될 수 있을까. 지난달 20~21일 스님이 특별한 사찰 음식을 만든다고 해서 천진암을 찾았다.

정관 스님의 팬이라고 밝힌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온 외국인들이 지난달 20일 전남 장성군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정관 스님의 팬이라고 밝힌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온 외국인들이 지난달 20일 전남 장성군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정관 스님은 18살에 출가해 대구,
전남 영암 등 여러 사찰에서 수행하며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체득한 한국 사찰음식의 대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 시즌3(2017)에 출연해 세계적인 인물로 주목받았고 ‘뉴욕타임스’ 등 외국 여러 언론이 ‘요리하는 철학자’로 소개한 바 있다.
지난 5~6년간 천진암을 다녀간 세계적인 요리사와 미식가 수만 해도 수천명이 넘는다.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요즘 그는 케이팝 스타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뉴욕,
파리,
브뤼셀 등 전세계 초청 행사에 ‘등판’해 “기후위기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찰음식 수행을 알리고 있다.

그가 만들겠다고 한 음식은 사찰김치다.
천진암 마당에는 절인 배추 150포기와 무 50다발,
갓 30다발이 커다란 플라스틱 함지박에 담겨 있었다.
사찰김치에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채식김치라고 부르는 이유다.
매년 담그는 김치지만 정관 스님 김치 맛은 매번 다르다.
정해진 레시피가 없어서다.

정관 스님. 박미향 기자

정관 스님. 박미향 기자

“간이 싱거워! 이건 안 돼! 표고버섯은 더 불리고! “누가 제피 가루를 이렇게 갈아! 낮 12시. 스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렸다.
일반 레스토랑이면 주방 스태프들이 공포에 가까운 긴장을 할 만한 타박인데,
서울에서 온 제자들부터 천진암에 머무는 요리사들까지 “네네! 답하며 눈과 손이 빨라질 뿐이다.
활달하게 움직이다가 스님과 제자들은 그저 웃고야 만다.
이맘때가 되면 찾아오는 손님이 더 많아진다.
그들의 공양 준비도 정관 스님의 몫이다.
커리를 섞은 콩나물무침,
메밀가루를 묻혀 지진 무전,
표고버섯 조청 조림,
흑임자 알토란 들깨탕 등이 손님상으로 차려졌다.

이 중 표고버섯 조청 조림에는 사연이 있다.
그가 출가한 지 7년째 되는 해 부친이 찾아왔다.
부친은 노스님들에게 막말해가며 산에서 내려가자고 했다.
“아버지는 ‘절에는 고기도 없고,
생선도 없고,
어찌 살겠느냐 가자’하시는데,
아버지를 모시고 계곡에 가 표고버섯 조청 조림을 해드렸지요. 아버지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느냐’고 하시면 내려가자는 말씀을 거두고 스님들에게도 사과하셨어요. 딸이지만 제게 삼배를 하시고 마지막으로 제 이름을 부르셨죠. 그해 돌아가셨어요. 수행자답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관 스님이 제자들과 음식을 만들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정관 스님이 제자들과 음식을 만들고 있다.
박미향 기자

한차례 손님들이 다녀가고 햇살에 늙은 호박색이 입혀질 때쯤 ‘두수공방’ 오경순 대표를 비롯해 제자 10여명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무를 다듬고 갓은 물에 담갔다.
생강과 당근 껍질을 벗겼다.
김치 양념 재료다.
정관 스님은 암자 한쪽에 있는 부뚜막에 가 가마솥에 말린 표고버섯,
톳,
연잎,
다시마 등 여러 가지를 한데 섞어 끓이기 시작했다.
양념에 쓸 채수를 만드는 것이다.
이날 저녁상에는 콩나물과 깻잎순나물을 “덖은 것이 차려졌다.
이른바 ‘스태프 밀’(식당 종사자들의 식사)이다.
그는 “사람들이 다 볶는데,
그러면 거칠어져요. 물 넣고 찻잎 덖듯이 덖어야 새 밥처럼 되고 부드러워지지요. 종일 노동한 모든 이들이 모여 소박한 공양을 했다.
공양엔 성취감이 배어 있었다.

‘천진암 김장하는 날’에 방문한 손님들이 먹은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인 배추전(왼쪽)과 흑임자 알토란 들깨탕.

‘천진암 김장하는 날’에 방문한 손님들이 먹은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인 배추전(왼쪽)과 흑임자 알토란 들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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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하되 마음 열어놓으시라

헝가리 음식작가 조피아 마우트네르,
벨기에 금용인 로이 피어송 등도 암자를 찾았다.
모두 정관 스님의 김치가 궁금해서 온 이들이었다.
산사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하지만 밤의 적막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님의 제자 5명이 더 왔다.
김장을 돕기 위해서다.
10명 넘는 ‘일본 손님’도 찾아왔다.
이들과 동행한 겐조 킴(김건삼)은 3살 때 일본에 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요리사다.
“거의 10년간 왔다.
다른 분들은 15년째다.
제대로 된 한식을 일본에 알리고 싶어서 여길 온다고 말한다.

다음날인 20일 김장하는 날엔 손님이 더 모여들었다.
스님의 팬이라는 70대 이탈리아·프랑스 노부부 두 커플과 그들 안내에 나선 기업인 박대진씨 부부,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비건 투어 코리아 2023’ 행사 참여차 한국을 방문한 25명의 미주·유럽 기자들도 함께 김장에 나섰다.
박씨는 “이들 외국인은 25년 지기인데,
스님을 직접 뵙고 싶다고 간청해서 암자로 연락해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찰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나간 사찰 밥상. 박미향 기자

사찰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나간 사찰 밥상. 박미향 기자

이쯤 되면 스님의 김치가 궁금해진다.
“찹쌀풀에 곱게 간 고춧가루,
소금,
청각 우린 물 정도 섞어 만든 양념을 사용해 담백하고 만드는 게 사찰김치죠. 소금이 매우 중요합니다.
20~30년 수행한 연장자 스님이 간해요. 저는 양념용 배추와 각종 채소,
청각,
표고버섯,
다시마 등을 함께 우려요. 양념은 묽게 해야 합니다.
농도 진하면 스님들 속이 불편해져요. 수행에 방해가 되죠. 바를 때도 슬쩍 양념에 담갔다가 빼는 식이여하죠. 스님의 설명을 들어도 당최 이해되진 않는다.
오후 2시께 묽은 양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김치 양념으로 쓴 재료들을 보여주기 위해 차린 상. 박미향 기자

이날 김치 양념으로 쓴 재료들을 보여주기 위해 차린 상. 박미향 기자

암자 마당엔 절인 배추 등을 버무리기 좋은 너른 상 여러 개가 차려졌다.
모두가 모여 스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올해 김치의 특이한 점은 탱자청을 넣는 겁니다.
7년 된 복분자청,
오미자청도 넣고요. 예전에 조청을 넣기도 했는데 올해는 탱자청! 발효음식(김치)에 발효된 것(탱자청 등)을 한 번 더 넣어주는 것이지요. 이 맛이 어떤 결과를 낼지 저도 모릅니다.
7년 간수를 뺀 신안천일염 썼고요. (삶아 찧은) 갓은 알싸해서 양념 맛을 더하죠. 토종 갓입니다.
스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찹쌀죽에 전날부터 끓인 채수를 붓는다.
여기에 다진 생강·청각·피망·홍고추·당근,
절 간장,
고춧가루,
소금,
복분자청,
오미자청,
탱자청,
갓 등을 섞어 양념을 만들었다.
절인 배춧잎을 한 장씩 얇게 펴서 살살 아기 뺨 어루만지듯이 바르기 시작했다.
“양념 많이 넣으면 안 됩니다.
켜켜이 넣지 마세요. 스님의 당부가 이어졌다.

정관 스님이 김치 바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정관 스님이 김치 바르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미향 기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스님과 함께 김장했다.
조피아 마우트네르가 말했다.
“헝가리인들은 김치에 열광합니다.
매우 신선하고 맵지만 복잡한 풍미가 느껴져요. 놀라운 경험입니다.
샐러드처럼 아삭아삭한 식감,
그리 맵지 않은 새큼한 맛. 곳곳에서 맛본 외국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직접 만들어서,
함께 만들어서 더 뿌듯한 성취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은 김장하는 날이 아니라 세계인의 김치 축제의 장이었다.
그들의 손에 들인 김장김치에는 뿌듯함이,
기분 좋은 매콤함이 배어 있었다.
세상 만물과 공존하려는 사찰음식에선 스님 말대로 치유의 가능성이 내재돼 보였다.
그의 마지막 당부가 천진암 하늘에 펴졌다.
“‘비건’한다면서 ‘이것은 안 돼! 저것도 안 돼!’ 하지 마시라. 나를 알아가는 데 있어서 마음이 좁아지고,
자기의 삶을 좁게 만들고 옭아맵니다.
‘비건’을 하되 마음을 열어놓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이 나에게 옵니다.

장성/박미향 기자mh@hani.co.kr


김치·갈비·불고기…한식 대표주자에 쏠린 세계적 관심 [ESC]

박미향의 요즘 뭐 먹어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와 발효학교
국내외 음식 전문가·셰프 모여
요리법과 관련 문화 강의 경청
담양선 기순도 명인 ‘메주’ 전수

‘벽제갈비’ 박영근 상무가 ‘한우 워크숍’에 참석한 외국 요리사들과 식음료 관계자들에게 한우 부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벽제갈비’ 박영근 상무가 ‘한우 워크숍’에 참석한 외국 요리사들과 식음료 관계자들에게 한우 부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 조는 지난 8월 초 냉동 김밥을 출시하자마자 2주 만에 560여개 전 매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고 밝혔다.
한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뉴욕의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권위 있는 미식 행사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8위로 이름을 올렸다.
한식의 영향력이 세계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 의미 있는 한식 행사와 장 문화를 배우는 ‘발효학교’가 문을 열었다.

“불고기 뜻이 뭐죠? 뜨거운 학구열

“새우젓이 중요합니다.
배추절임용 소금물 농도도 중요하고요. 지난달 24일 ‘박광희 김치’의 박광희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김치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22년째 김치 연구에 매달려온 장인이다.
이날 수강생들은 스페인·방콕·미국 등에서 온 12명의 외국인과 아토믹스의 박정현 요리사,
박정은 매니저였다.
이들은 이틀 뒤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주최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콘퍼런스에 앞서 김치 강좌를 비롯해 ‘온지음’의 한식,
우관 스님의 사찰음식,
‘벽제갈비’의 한우 정형 등으로 짜인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이날 민들레김치,
곰취김치 등 20여가지 김치를 맛본 홍콩의 ‘미쉐린 가이드’ 원스타 요리사 비키 쳉은 “김치는 훌륭한 채식 음식인데,
종류도 많다고 반겼다.

아토믹스 박정현 요리사(사진 왼쪽)가 박광희 김치 장인에게서 조리법을 듣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아토믹스 박정현 요리사(사진 왼쪽)가 박광희 김치 장인에게서 조리법을 듣고 있다.
박미향 기자

다음날 ‘벽제갈비 더청담’에서는 신기한 풍경이 연출됐다.
1t짜리 소 한 마리가 해체되어 전시돼 있었다.
‘불고기,
한국 고기구이의 문화사’의 공동저자인 전 경남대 교수 이규진 박사가 “지역마다 불고기의 형태가 달랐는데,
(울산의) 언양불고기는 소의 여러 부위를 결대로 찢어서 양념해 굽고,
봉계 지역은 설도를 저면서 석쇠에 굽는다고 강의했다.
이어 “불고기는 긴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양성을 지켜왔고 지금도 여러 음식으로 응용되는 한국인의 ‘솔(soul)푸드’라고 말했다.
이어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불고기를 먹었나요? “불고기 뜻이 정확히 뭐죠? 등 외국인들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 박사는 오징어불고기,
돼지불고기 등을 설명하며 한국인에게 불고기는 여러 변주가 가능한 ‘문화’란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에 참가한 외국 요리사 등이 박광희 김치 명인의 ‘김치 워크숍’ 강연을 듣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지난달 24일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에 참가한 외국 요리사 등이 박광희 김치 명인의 ‘김치 워크숍’ 강연을 듣고 있다.
박미향 기자

이어 ‘벽제갈비’ 박영근 상무가 나섰다.
“갈비는 8가지로 분류하는데,
우리는 6~8번까지를 꽃갈비,
9~13번째 갈비를 참갈비라 합니다.
제비추리는 모양이 제비가 날아가는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죠. 강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박 상무는 “우리처럼 소 한마리를 다 쓰는 나라는 흔치 않고,
새끼를 2~3마리 낳은 암소가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요리사 카일 코너턴은 한우 수출에 대해 궁금해 했다.
자신의 나라 미국에서 한우로 요리 창작을 희망한 것이다.

현재 한우는 홍콩·말레이시아·몽골·캄보디아 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19일 기준 올해 이들 나라에 팔린 한우의 양은 50.2t이다.
축산물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입국과 검역협상을 해야 하는데,
구제역 발생국은 아예 협상조차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가장 깐깐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구제역 발병 때문에 한우 수출은 벽에 부딪혔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부여받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한우 농가에 퍼진 럼피스킨병 등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요리사들과 식음료 관계자들이 ‘벽제갈비 한우 워크숍’에 참여해 해체된 한우를 보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지난달 25일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요리사들과 식음료 관계자들이 ‘벽제갈비 한우 워크숍’에 참여해 해체된 한우를 보고 있다.
박미향 기자

이날 시작된 콘퍼런스에는 박진선 샘표 사장,
김은조 ‘블루리본’ 편집장,
한식 대가 조희숙 선생,
홍신애 요리연구가,
‘코리아 그랜마’로 알려진 유튜버 박막례씨,
이종임 요리연구가 등 식음료계의 200여명이 참석했다.

첫번째 세션에선 스페인의 미식 행사 ‘마드리드 퓨전’ 설립자 호세 카를로스 카펠이 연사로 나서 설립 과정을 설명했다.
‘마드리드 퓨전’은 2003년부터 시작된 음식문화 박람회로,
전세계 식음료 관계자들이 모여 조리 기술과 음식문화를 공유하는 행사다.
그는 한식과 관련해서는 ‘김치버스’가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며 “한식은 세계 요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채소 발효 음식은 뛰어나다고 말했다.
‘김치버스’는 2011년 요리사이자 여행작가인 류시형씨 등이 5년간 전세계 34개국을 여행하며 자신의 캠핑카에 단 이름으로,
이들은 도착지마다 한식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 한식진흥원 제공

지난달 26일 열린 ‘2023 글로벌 한식 콘퍼런스’. 한식진흥원 제공

‘스와니예’의 이준 요리사는 타이 요리사 티티드 타사나카존과의 대담에서 “해외 한식당에는 우리 식재료가 영어나 일본어로 돼있다.
요리는 그 나라 언어로 소개돼야 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한 음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리학교에서 한식 수업이 줄고 있다.
제과제빵 수업에 학생들이 몰린다.
한식 전공했을 때 졸업 후 진로가 어두워서다.
국제한식조리학교(CCIK)도 어려움이 많다고 안다며 “한식이 제대로 세계로 뻗어 나가려면 인재양성 등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주 들어올린 순간 가슴 벅차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기순도 발효학교’에서 수강생들이 만든 메주. 박미향 기자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기순도 발효학교’에서 수강생들이 만든 메주. 박미향 기자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 있는 ‘기순도 장고지’에선 특별한 발효학교 수업이 진행됐다.
다음달 2일까지 총 16회로 구성된 ‘기순도 발효학교’ 수업 중 3·4회가 이날 펼쳐졌다.
수강생들은 서울·제주도 등 각지에서 모인 10여명의 식음료업계 종사자들이었다.
발효학교를 연 이는 기순도 한국전통장보존연구회 이사장이다.
그는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의 10대 종부로 2008년에 대한민국 전통식품명인 35호로 지정됐다.
370여년간 내려온 집안의 장 담그는 법을 한평생 지켜온 그는 “사라져가는 장 (담그기) 문화가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 장은 한식의 뿌리다.
장이 안 들어가고는 한식의 맛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발효학교를 연 이유다.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기순도 발효학교’에서 기순도 명인이 삶은 콩을 메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고 있다.<BR> 박미향 기자

지난달 21일 전남 담양에서 열린 ‘기순도 발효학교’에서 기순도 명인이 삶은 콩을 메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고 있다.
박미향 기자

기 명인이 만든 이 지역 ‘지푸라기 콩나물’. 박미향 기자

기 명인이 만든 이 지역 ‘지푸라기 콩나물’. 박미향 기자

이날 기 명인은 제일 먼저 백태를 물에 씻으면서 이물질을 골라냈다.
“이렇게 떠오르는 건 성치 않은 거지요. 전날 미리 불려놓은 콩을 참나무로 불 지핀 무쇠가마솥에 넣어 삶았다.
다 삶은 콩을 돌절구에 넣어 빻았다.
수강생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덩어리들을 기 명인의 설명에 따라 네모난 모양으로 성형하고 지푸라기로 묶었다.
옛날 방식대로다.
김병오 조선호텔앤리조트 김치사업팀 파트장은 “메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가슴이 벅찼고,
한식의 자존심인 발효음식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특별한 시연도 진행됐다.
기 명인이 어린 시절부터 익힌 이 지역 ‘지푸라기콩나물’ 만드는 법은 독특했다.
그는 작은 구멍이 난 독 바닥에 깨진 그릇 조각을 깔았다.
그 위에 새까맣게 태운 지푸라기를 펼쳐놓고 그 위에 콩나물 콩을 얹었다.
몇 차례 반복하자 어느새 항아리 안이 가득 찼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시간이 완성할 차례예요.

기 명인이 차림 점심 밥상 중 일부. 박미향 기자

기 명인이 차림 점심 밥상 중 일부. 박미향 기자

기 명인이 차림 점심 밥상 중 죽순 요리. 박미향 기자

기 명인이 차림 점심 밥상 중 죽순 요리. 박미향 기자

발효학교의 백미는 기 명인이 차리는 점심 밥상이다.
이날 그는 죽순무침·방아전·보리굴비구이 등 10가지를 상에 올렸다.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슴슴하고 맛나다고 했다.
육경희 희스토리푸드 대표는 “370여년 역사가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 감동했다며 “순대 연구에 장 활용법을 고민 중이었는데,
해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해가 산등성이를 훔쳐보며 넘어갈 태세를 하자 솔바람을 타고 큼큼한 메주 향이 퍼졌다.
수강생들도 누런 메줏덩어리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겼다.

박미향 기자mh@hani.co.kr


‘세계 8위’ 뉴욕 한식당…“요리로 한국문화 전하고파 [ESC]

인터뷰‘아토믹스’ 대표 박정현·박정은 부부
메뉴판에 한글발음 영어로 표기
음식 역사·식재료도 상세 소개
2018년 개업…예약 매진 행렬

‘모던 한식당’ 아토믹스를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만든 박정현(왼쪽),<BR> 박정은 부부. 피터 애시 리 제공

‘모던 한식당’ 아토믹스를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만든 박정현(왼쪽),
박정은 부부. 피터 애시 리 제공

요리는 혼이 들어간 진검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 요리업계를 탁월한 미식론으로 한 차원 끌어올린 요리사 겸 예술가 기타오지 로산진(1883~1959)의 철학은 지금도 유효한 명제다.
하지만 세상사가 어디 고매한 이념대로만 되던가. 그가 설파한 대로 ‘제대로 만든 음식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하지만 작품을 빚어야 할 요리사가 혼을 담아 조리하기란 쉽지 않다.
격변하는 외식업계에는 수익만을 우선시하는 각종 유혹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감동을 선사하는 음식을 세상에 내놓은 요리사에게는 찬사가 쏟아진다.
미식의 격전장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박정현(39) 요리사도 그런 이 중 한명이다.

“우리만의 모습 보여주는 레스토랑

그가 뉴욕 맨해튼 이스트 30번지에서 운영하는 ‘모던 한식당’ 아토믹스는 올해 상복이 터졌다.
지난 6월 중순 발표된 ‘2023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W50B) 순위에서 8위로 뽑혔다.
더블유50비는 영국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 그룹이 2002년부터 매년 전 세계 고급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발표하는 평가 순위다.
올해로 123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보다 역사는 짧지만,
발표 때마다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 고급 미식 트렌드를 주도해온 권위 있는 상이다.
과거 서양식 레스토랑 일색이었던 순위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요리사가,
그것도 한식을 기반으로 한 레스토랑이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그는 미국 시아이에이(CIA)나 프랑스 르 코르동 블뢰,
폴 포퀴즈 같은 세계적인 요리학교를 졸업한 유학파도 아니다.
앞서 그는 미국 외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에서 ‘뉴욕 최고의 셰프’로 뽑혔다.

‘2023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박정현(맨왼쪽),<BR> 박정은 부부. 박정현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2023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박정현(맨왼쪽),
박정은 부부. 박정현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198㎡(60평) 규모의 아토믹스는 2018년 문 열자마자 ‘매진 행진’이었다.
뉴욕타임스 레스토랑 평가에서 극찬을 받았고,
이듬해엔 ‘미쉐린 가이드’ 별 두 개도 땄다.
1인당 식사비가 378달러(약 5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지만,
매일 밤 레스토랑은 까다로운 뉴요커들로 만석이었다.
매달 1일부터 그 다음달치 예약을 받는데,
예약 창이 열리자마자 1시간 안에 두달치가 마감됐다.
바 포함해 좌석 수가 19석뿐이고 저녁 5시30분과 8시30분 두 번만 손님을 받는다.

그의 성공은 동갑내기 아내 박정은씨와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은 경희대 동문으로 조리과학을 전공했다.
정현씨가 요리와 전체 운영을 총괄하고 있고 정은씨는 아토믹스 서비스와 경영을 맡고 있다.

“처음 호명되었을 때 정말 멍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셰프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만도 큰 영광인데,
높은 순위에까지 오르니 큰 기쁨이었죠. 더욱 열심히 해서 우리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채로운 한식의 맛과 멋을 드러낸 아토믹스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다채로운 한식의 맛과 멋을 드러낸 아토믹스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지난달 전자우편을 통해 수상 소감을 묻자 박정현 요리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강조한 ‘우리만의 모습’은 아토믹스 메뉴판에 잘 드러난다.
간혹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죽’을 ‘코리아 수프’라고 표기하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부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글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겨 표기했다.
다시마는 ‘Dashima’로 간장은 ‘Ganjang’,
미나리는 ‘Minari’,
두부는 ‘Dubu’,
잡채는 ‘Japchae’로 기재했다.
정은씨는 “음식뿐만 아니라 의류,
그릇,
음악 등이 어우러진 공간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 싶은 것은 한국 문화고,
언어가 가진 힘을 통해 그 문화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들은 ‘메뉴 카드’도 만들었다.
카드에는 음식을 만들게 된 이야기와 메뉴의 역사,
우리 식재료에 대한 설명이 들어갔다.
정현씨는 “손님들이 음식을 소비로만 끝내지 않고 오래 기억하게 하는 (‘메뉴 카드 읽기’) 과정을 통해 천천히 (한국 문화에) 흡수됐다며 이 점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계절마다 바뀌는 10가지 한식 코스 메뉴는 재방문 요인이 됐다.
숙주와 팽이버섯을 활용해 만든 잡채와 잣 국물을 곁들인 우뭇가사리 국수 등이 영화의 시퀀스처럼 이어져 “전체적인 하나의 경험이 됐다는 것이다.
“한식의 맛과 멋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정은씨는 “청국장을 낸 적이 있는데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은 걸 보고 우리도 신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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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명인의 장으로 요리

다채로운 한식의 맛과 멋을 드러낸 아토믹스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다채로운 한식의 맛과 멋을 드러낸 아토믹스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맨 오른쪽)이 직원들과 음식을 만들고 있다.<BR>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맨 오른쪽)이 직원들과 음식을 만들고 있다.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이들은 식재료 선택에도 각별하다.
기타오지는 ‘식재료의 본 맛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요리사의 능력’이라고 했다.
능력 발휘에 앞서 갖춰야 할 조건은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는 일. 특히 장은 한식의 근간이다.
“기순도 명인의 장을 직접 받아쓰고,
특수한 식재료는 한국에서 구매해 국제특급으로 받습니다.
한식 재료를 다루는 규모 큰 온라인몰도 활용합니다.
(박정현) 기순도 명인의 장은 전남 담양의 한 종가에서 370여년 넘게 이어온 비법으로 만든 장이다.
“외국인들이 한식 하면 강하고 맵고 짠맛을 생각하다가 아토믹스에 와서 좀 더 부드럽고 슴슴한 맛을 느끼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박정은)

박정현(왼쪽) 셰프와 박정은씨.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왼쪽) 셰프와 박정은씨.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박정현 셰프의 음식. 아토믹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부부는 아토믹스 개업 2년 전에 연 한식 기반 캐주얼 식당 아토보이의 성공이 초석이 됐다고 설명한다.
아토보이는 대략 40달러(약 5만원)를 내면 15가지 한식 반찬 중 3가지를 고를 수 있는 식당이었다.
여기에 밥과 김치가 더해졌다.
한식 특징 중 하나인 ‘반찬’을 내세운 아토보이도 뉴욕타임스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굳이 뉴욕이었을까. 정현씨는 2006년부터 4년간 영국 런던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일했다.
2010년부터 2년간은 독창적인 한식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서울 정식당 멤버로 활동했다.
그는 “미국 시아이에이 유학을 준비했는데,
런던 레스토랑에서 인턴을 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그곳에서 훌륭한 셰프,
좋은 팀들과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2012년 뉴욕 정식당 멤버로 3년 동안 일하면서 ‘뉴욕의 가능성’을 보았다.
“전 세계 문화가 용광로처럼 녹아드는 도시가 뉴욕이라며 “뉴욕만큼 한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단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0월 뉴욕 록펠러센터에 한식당 ‘나로’도 열었다.
“한식 중에 더 슴슴하고 가볍고 건강한 맛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현씨는 한식의 미래가 밝다고 강조한다.
“케이팝을 포함한 영화 등 한국 문화가 성장하는 힘을 체험하고 있다며 “지금을 한식 발전의 또 다른 시작점으로 하고,
정부,
미디어,
식음료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이 각자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미향 기자mh@hani.co.kr


메뉴가 된 ‘집밥’…정성스레 대접하는 ‘쟁반 한식’

이윤화의 길라잡이 맛집쟁반 한식

‘맛있는밥상 차림’의 코다리갈비반상.

‘맛있는밥상 차림’의 코다리갈비반상.

10여년 전에 식당에서 ‘집밥 ’을 표방하는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 여러 음식점이 집밥이라고 써 붙여 놓고 영업을 했다.
어느 날 모 신문사 기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 “여기저기 식당에서 집밥을 판다고 쓰여있는데 ,
이게 진짜 집밥 맞나요 ?라고 물었다 . 난 “그게 어떻게 집밥이에요 ? 식당에서 파는데 식당 밥이죠 라고 답했다 .

애초 ‘집밥 ’의 정의 그대로 해석하고 있던 내게는 집밥을 하나의 메뉴나 장르로 인식한 이 물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 실제로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식당에서 간이 약한 반찬을 줄줄이 내놓으며 집밥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하거나,
심지어 어떤 식당은 시답잖은 가공 반찬을 소박하게 담아놓고 ‘집밥보다 더 집밥 같은’이라는 카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기도 한다 . 이렇듯 식당의 집밥 카피는 외식으로 끼니를 이어가야 하는 현대인의 고향 집에 대한 깊은 갈구를 미끼로 잡아 끌어올리는 것이리라 .

집밥 추구형 한식집은 여러 분류로 나뉘게 됐다 . 찌개에 그날의 여러 반찬을 놓고 먹는 백반형은 스테디셀러다.
조금 더 정성스러운 스타일로는 사각 또는 원형의 쟁반에 찬과 밥 ,
국을 가지런히 담아내는 형태다 . 물 한잔을 가져다줄 때도 격식을 보태려면 쟁반을 받치기 마련인데 같은 찬과 국이라도 한 쟁반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담음새 덕인지,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한눈에 들어오는 각각의 찬들이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내 골고루 손이 가게 된다 . 나는 이를 ‘쟁반 한식’이라 이름 붙였다 .

‘고슬미담’의 비빔밥.

‘고슬미담’의 비빔밥.

쟁반 한식이 생소했던 초기에는 ‘나만의 구역’ 형태의 식사 형태가 ‘정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어느덧 쟁반 한식은 소박한 밥집부터 호텔 한식까지 보편화되고 있다 . 또한 하나의 찌개에 여러 사람의 숟가락을 꽂거나 반찬을 공유하는 식사법은 위생적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 팬데믹을 지나며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확고해졌다 .

우리 전통 상차림을 찾아보면 갑오 (1894년 ) 이전에는 외상이 기본이었다는 기록을 외국 사신의 접대나 의례 등 상류층 음식 자취를 기록한 그림이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현대에 오면서 함께 먹는 겸상 ,
혼상이 생활화 됐다.
물론 신분의 격차가 없어짐도 일조했다 .

어릴 적 가족이 많았기에 두리반(둥근 소반) 차림으로 밥을 먹었다 . 저녁 때에는 그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서로 자랑하려고 늘 시끄러웠던 밥상 시간이 생각난다 . 같이 밥을 먹던 남매는 어느새 나이를 먹고 흩어져 일 년에 밥 한번 같이 먹는 횟수를 한 손에 꼽게 됐고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며 식당 밥을 홀로 먹는 것에도 익숙한 도시 생활인이 됐다 . 더구나 1인 가구 ,
혹은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됐고 집밥을 챙겨 먹는 것이 여의치 않고 혼밥을 하는 것이 외롭기는커녕 가장 편안하다는 추세다.
그 덕분인지 혼자 먹기에도 적합하고 식당 입장에선 반찬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쟁반 한식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으며,
그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 쟁반 안에 여백을 살리면서 메인에 힘을 주는 단품 반상의 형태도 있으며 작은 백반 상차림처럼 여러 찬과 국,
밥을 조합해 옹기종기 형상을 만드는 밥상도 있다 . 소개하는 쟁반 한식의 공통점은 ‘건강한 정성’이다 .

‘원뜰’의 벚꽃정식.

‘원뜰’의 벚꽃정식.

‘맛있는밥상 차림’은 손잡이가 있는 나무 사각 쟁반에 달걀찜,
샐러드,
나물,
두부 부침,
김치 등에 잡곡밥,
국 그리고 코다리 갈비구이가 나온다.
연한 간장 양념이 슴슴하게 밴 가시를 뺀 코다리를 기름에 지져 고소함이 넘쳐난다 . 국은 어릴 적 맛봤던 시골된장국 맛이다 . 달걀찜은 세상 부드럽다 . 혼신의 힘을 다하는 오너가 쟁반 한식을 차린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4길 76 2층 / 02-308-0011/코다리갈비반상 2만원)

‘고슬미담’은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 . 비빔밥에 진심을 가진 실력 셰프가 차린 깔끔한 식당이다 . 둥근 쟁반에 백색 자기의 비빔 대접과 밥 ,
물김치 ,
깍두기 등 필요한 반찬만 담았다 . 소박하지만 제대로 밥 한 끼를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홀로 외식에도 제격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14길 20 / 0507-1334-4519 / 모둠나물비빔밥 1만원부터)

‘원뜰’은 조용한 동네에 사는 지인의 집에 초대된 듯한 분위기의 식당 . 약선요리에 관심이 지대한 부부가 운영하기에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사용하는 게 없다 . 지역 정미소의 쌀 ,
약초쌈장 ,
약된장 ,
하수오 달걀찜 등 기본의 장과 소스에 정성을 담았다 . 나의 소울을 달랠 수 있는 보약 쟁반 한 상이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국사봉로 26길 18/ 043-648-6788 / 벚꽃정식 1만7000원)

글·사진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 저자


“수다 떨고 가셔요…노인들 스스로 운영하는 지역 공동체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 ③ 호주

지난 7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혼즈비 지역 쇼핑몰에서 열린 ‘빌리지 허브’ 커피 모임. 55살이 넘은 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BR> 박다해 기자

지난 7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혼즈비 지역 쇼핑몰에서 열린 ‘빌리지 허브’ 커피 모임. 55살이 넘은 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박다해 기자

지난 7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혼즈비 도심의 한 카페를 찾았다.
오전 11시가 되자 초로의 남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노인 커뮤니티 ‘빌리지 허브’ 정기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다.
이날 프로그램은 1시간30분 남짓 커피와 차를 마시며 가볍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피 캐치업’이었다.

“이 나이쯤 되면 주변 사람들이 많이 떠나요. 그래서 (노인은) 온종일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날이 잦아요. 이 모임은 과거 이력과 지금 형편에 상관없이 누구든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관계를 맺고 가까운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모임의 실질적 리더인 80대 다이앤의 말이다.
이날 카페 테이블을 채운 노인은 16명이었다.
친구나 아내 손에 이끌려 모임을 처음 찾은 이들도 인사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일을 했든 가리지 않는다.
혼즈비에서 살거나 일하고 55살(원주민은 50살) 이상이면 누구나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모임 장소가 대형 쇼핑몰 한복판에 있는 카페이다 보니 쇼핑 온 지역 주민도 분위기를 살피다 부담 없이 합류한다.

친구 소개로 이날 처음 모임을 찾았다는 김수인(73)씨는 “늙으면 외로울 줄 알았는데,
지역에 우리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하루하루가 심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 온 지 30년이 넘었다는 그는 “동네 사람들이 하는 걷기 모임에 들어갔다가 요가도 하게 되고,
친구 소개로 커피 모임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빌리지 허브는 지역 내 노인들의 ‘느슨한 연결망’을 만들어주는 친목 커뮤니티로 지방의회와 지역 병원,
비영리단체 등과 협력해 운영된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 12곳이 있고,
중앙정부의 사회서비스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
혼즈비의 빌리지 허브에선 이날 진행된 커피 모임 말고도 요가,
미술,
공예,
요리 등 다양한 체험·실습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빌리지 허브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모임의 ‘지속 가능성’이다.
혼즈비 빌리지 허브를 운영·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시드니 노스 헬스 네트워크’에서 지역사회 연결 담당자로 일하는 브룩은 빌리지 허브를 지탱하는 에이비시디(ABCD: 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자산 기반 지역사회 개발) 원칙을 이렇게 소개했다.

“에이비시디 원칙은 지역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인적·물적 자산을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게 핵심입니다.
예컨대 제 역할은 ‘빌리지 허브’ 각각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있는 지역 내 노인 당사자를 발굴하고 그들이 모임을 운영해 갈 수 있도록 장소 섭외,
비용 지원 등을 돕는 겁니다.

‘빌리지 허브’ 모임을 안내하는 배너가 쇼핑몰에 설치돼 있다.<BR> 박다해 기자

‘빌리지 허브’ 모임을 안내하는 배너가 쇼핑몰에 설치돼 있다.
박다해 기자

에이비시디 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모임이 계속 유지될 수 있게 하려는 데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기획과 개발,
실행을 공동체 스스로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이앤도 처음엔 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사교성과 적극성을 바탕으로 커피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 경우다.
구성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뿐 아니라,
일을 통해 노인 참여자의 효능감과 자존감을 함께 높인다.
브룩은 “은퇴한 뒤에 모임을 찾아오는 분들은 ‘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직업을 그만뒀다고 (그들이 쌓아온) 여러 기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임 참가자들 모두 각자의 고유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그 재능을 일깨워 자신감과 적극성을 북돋우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다이앤은 번화한 도심의 쇼핑몰에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연결감’을 유지하는 일이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혼즈비에서 지역사회 개발 공무원으로 일하는 마크는 “코로나19 때 사람들이 다른 외출은 다 멈춰도 식료품을 사거나 병원 진료를 받으러 도심 쇼핑몰에 나오는 것을 보고 일부러 이곳에서 모임이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이런 모임이 노인들의 고립감,
우울감을 낮춰 의료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이앤은 이날 모임이 진행되는 틈틈이 쇼핑몰을 찾은 주민들에게 모임을 소개하고,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모임에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였다.
“괜찮으면 함께 수다 좀 떨고 가지 않으실래요?

1인가구는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사회 일각에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10명 중 3.5명이 1인가구인 시대에,
혼자 살아가기조차 버거운 사회는 저출생에도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인가구 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한편,
한국의 1인가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었다.
1인가구 정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스웨덴의 정책 사례도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시드니/박다해 기자doall@hani.co.kr


사적인 영역,선 넘지 않기의 중요성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외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에 따라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벌써 함께 5년 이상 매주 회의를 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 선생님의 사적인 정보(나이,
가족 구성,
집안 사정,
재산 상태,
최근의 고민 거리 등)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일에 대해서라면 작은 고민도 서슴없이 상담할 수 있지만 일 외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입이나 귀에 담지 않아도 되는 프로페셔널한 관계다.

물론 일터에서 만났지만 사적으로 친해져서 일상적인 고민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선생님도 있지만 굳이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나의 아무 사적 정보도 오픈하지 않아도 되는,
또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을 억지로 귀에 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비교적 많이 존재한다.

때로는 내가 상대방의 기준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를 오픈했을 경우 ‘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 나한테 이런 얘기해도 괜찮겠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기분 나빠 했던 적은 없다.
사람이 당황하면 할 말 안 할말을 다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듯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도 최대한 지켜주고 존중해주는 것에 가깝달까.
한국에서는 일부러 과한 음주와 함께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까발리고 ‘바닥’을 드러내면서 서로를 존중하기보다는 떳떳치 못한 일을 함께 벌인 ‘공범’으로서의 관계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지만 관계마다 원하는 만큼의 선을 개인이 설정할 수 있는 사회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바운더리들을 가진 관계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직장에서 난데없이 ‘가족’과 같은 끈끈함을 찾는 데서 오는 각종 오지랖과 요청하지 않은 조언,
알고 싶지 않은 사생활 이야기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경계를 흐리는 일 없이 일은 일로,
사적인 영역은 사적인 채로 간직할 수 있어서 괜히 혼자 착각하고 상처 입거나 서운해 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관계에서 얻길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또한 이 선이 지켜지는지의 여부가 우리의 행복과 관계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

프로스트와 동료들은 연인관계에 있는 약 17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2년간의 추적조사 끝에 관계에서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친밀하지 못한 것도 행복과 관계의 질,
관계의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행복과 정신건강(우울,
좌절 등),
관계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Frost&Forrester,
2013).
무조건 끈끈할수록 좋을 것 같은 연인 관계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이 ‘나’ 또 다른 원이 ‘연인’이라고 했을 때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친밀도와 실제 친밀도가 다르면(원하는 것보다 멀거나 또는 원하는 것보다 가까움) 행복도와 정신건강이 비교적 좋지 않으며 더 빨리 헤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서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밀도보다 실제 친밀도가 더 높거나 낮으면,
다시 말해 상대가 자신이 설정한 바람직한 관계의 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자신의 관계 만족도 뿐 아니라 상대방의 관계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상대가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의 차이(예,
상대는 최대 10에서 9의 친밀도를 원하지만 나는 7을 원하는 등)보다 상대방이 자신의 내적 바운더리를 넘어서고 있는지 여부가 더 관계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또는 다소 쿨한 관계를 원하는지는 그 자체로 크게 중요치 않지만 실제로 상대가 자신이 정한 선을 침범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 때부터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것은 괜찮지만 상대가 원하는 바를 무시하거나 위반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나 친구,
가족,
연인 사이의 관계 모두 우리는 서로 다른 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

친구와는 한 없는 끈끈함을 원하지만 직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는 남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체로 모든 관계에서 막역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마다 다 성격이 다르듯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것 또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타인과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은 '존중'임을 잊지 말자. 관계를 통해 내가 나의 필요와 욕구가 채워지길 바라듯 타인 또한 그러하다.

서로가 바라는 바를 최대한 존중하고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나도 상대도 비로소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약 딱히 나쁜 일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드는 관계가 있다면 자신이 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고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누군가의 바운더리가 침해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타인에게 지나친 끈끈함을 강요한 적은 없는지 반대로 부담스러운데 자꾸 선을 넘어서 다가오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필요하다면 터놓고 대화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Frost,
D.M.,
&LeBlanc,
A.J. (2022).Thecomplicatedconnectionbetweenclosenessandthequalityofromanticrelationships.JournalofSocialandPersonalRelationships,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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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st,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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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2013).Closenessdiscrepanciesinromanticrelationships:Implicationsforrelational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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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456-469.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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