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의 무모한 대권도전이 시사하는 의미는

깨어있는 소시민들의 국회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어느 중견 일본 여배우가 있다.
그가 배우자와 파경을 맞이한 이유가 상당히 음산하고 엽기적이다.
소설가로 활동하며 아내 못잖은 인기와 지명도를 쌓아온 여배우의 남편이 본인을 돌연히 중성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인간과 밀접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들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람이 중성화한다는 것은 내 짧은 경험과 식견으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필자가 여배우 입장이었어도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게 돼버린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미련 없이 종지부를 찍었으리라는 점이다.
남편의 행동은 내로라하는 작가들로부터 종종 발견되곤 하는 짓궂고 발랄한 치기 또는 객기의 한계를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은 소행인 탓이다.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출마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흔히 외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신청한 인물들은 “이재명 대표 지키기”를 대개 부르짖고 있다.
양측 인사들 모두 공천권자의 심기를 최우선으로 의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을 잠시 뒤로 돌려보자. 예전에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이 자신을 뽑아주면 장차 소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여당에는 현직 대통령이,
야당에서는 제왕적 총재가 버젓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음에도 총선 출마자들은 앞다투어 다음번 대선에 나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언제인가부터 그러한 짜릿하고 아슬아슬한 광경은 자취를 감췄다.
장래에 대통령을 목표로 국회에 입성하겠다는 야심가들은 사라지고,
국회의원 노릇에 만족하겠다는 소박(?)한 바람만 밝히는 소시민 아닌 소시민들로 총선 무대가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꿈도,
희망도 없는 소시민으로 자발적으로 중성화하는 현상이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의 뉴노멀로 바야흐로 자리하게 된 셈이다.

기성 주요 정당들 전체가 국회의원 너머를 바라보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축소지향의 정치인들로 꾸려지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가운데 어디가 장기적으로 더 위태로워질까?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이재명이 당내에서 별다른 도전과 맞닥뜨리지 않고 21대 대선에 출마하는 구도를 이상적 시나리오로 간주할지 모른다.
이러한 판단은 지극히 근시안적 시각의 산물일 수 있다.
왜일까?

첫째로,
뚜렷한 도전자가 당 안에 없다는 것은 권투경기에 빗대면 복서가 스파링 파트너와의 연습경기 한번 치르지 않고 곧장 링 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축구로 치자면 평가전 시합들을 모조리 생략한 채 곧바로 월드컵 무대에 서는 식이다.
실전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당한 비용 지출과 과정상의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김상현 전 의원이나 정대철 전 의원 같은 이들을 상대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렀던 까닭이다.

둘째로,
민주당이 극도로 비판하고 경계하는 검찰의 편파적인 기획 수사가,
표적 수사가. 별건 수사가 이재명 한 사람만을 오롯이 겨냥해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오직 이재명 하나만을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타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한 노릇도 없으리라.

양향자의 무모한 도전을 주목하라

이준석 전 대표가 우격다짐으로 축출된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철저히 장악된 국민의힘 사정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에서도 생물학적 의미가 아닌 정치학적 맥락의 자발적인 중성화가 부지런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3지대'로 분류되는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바꿔 용인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BR>

사진: '제3지대'로 분류되는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바꿔 용인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