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딥마인드는 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그래프 임포터’라는 기술이에요(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하니까 지성팍이 떠오르네요).
딥마인드에 따르면 완벽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공을 갖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딥마인드는 이 AI 개발을 위해 프리미어리그 105경기를 AI에게 학습시켰다고 합니다(논문).
그리고 선수가 TV 화면에 있을 때, 그리고 없을 때, 다시 나타났을 때 등을 분석해 선수가 화면에서 사라졌을 때의 궤적을 그려 나갑니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해 정확도를 높여 나갔다고 해요. 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러한 기술의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축구 감독들은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움직임을 직접 살펴보기보다는 AI를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여튼, 딥마인드는 과거 두 번의 논문과 함께, 이번에 ‘택틱AI’를 선보입니다. 택틱AI는 세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구축되었다고 하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어진 코너킥 전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누가 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누가 슛을 할 수 있을까.
- 전술이 시행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과거에도 유사한 전술이 잘 작동했을까.
- 특정한 결과가 나오도록 하려면 전술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가령 공격수가 슛을 시도하는 확률을 줄이려면 수비수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AI가 만든 코너킥 전술, 사람보다 낫네
코너킥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합니다만,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다릅니다. 그리고 리버풀과 함께했으니까요. 딥마인드는 선수의 위치, 공의 방향, 상대 팀의 수비 전략 등을 고려해 코너킥의 전술을 짜고 결과를 예측하는 AI를 만들어 냅니다. 또한 이전 경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프리미어 리그 시즌의 7176개 코너킥 데이터 세트를 사용하여 TacticAI를 훈련하고 테스트했습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택틱AI는 유사한 상황에서 어떤 전술이 효과적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전술을 제안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딥마인드는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택틱AI는 리버풀과 같은 축구 클럽에서 코치가 경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너킥 상황에서 어떤 선수를 배치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공을 차야 하는지 제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경기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라고 말입니다(딥마인드 홈페이지).
딥마인드는 택틱AI를 통해 얻은 전술과 실제 경기에서 찾은 전술을 섞어 리버풀 소속의 전술 전문가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전술을 평가해달라”고 합니다. ‘인간’ 축구 전문가들은 택틱AI가 만든 전술과 인간이 만든 전술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우수하다’라고 꼽은 전략의 90%는 택틱AI가 만든 전술이었습니다.
문득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리버풀이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실제로 딥마인드가 축구와 관련된 AI 논문을 세 차례 발표했는데 모두 리버풀 데이터 분석관들이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축구 전술 AI를 만들었고, 리버풀 데이터 분석관들은 이와 함께 했죠. 리버풀이 딥마인드의 AI를 전술에 활용했을 가능성. 상당히 높지 않을까요!
※다만, 지난 주 일요일 열린 영국 FA컵 8강 전에서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4대3으로 지며 패했습니다. 연장전 마지막 순간, 리버풀은 코너킥 공격에 실패했고, 그것이 역습으로 이어지면서 골을 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