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등 보강 인력이 배치되는 4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공백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4일응급실에 군의관을 긴급 투입했다.
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날부터 매주 수요일 야간에는 신규 환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주대병원은 5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하는 등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다.
여의도성모병원도 추석 연휴야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원들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는 오늘부터 군의관 추가 배치에 나섰다.
응급실 운영이 제한적인 병원들에 군의관을 파견했다.
병원별로는 강원대병원 5명, 아주대병원 3명, 이대목동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등 15명이 배치됐다.
충주의료원에는 공중보건의사 2명이 파견됐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중 5명이 지난달 말 사직하면서 이번달 1일부터 단축 진료에 들어갔다.
대신 충주의료원이경증과 중등증 환자를 추가 수용하면서 진료에 어려움이 생겼다.
정부는 응급실 정상화가 어려운 건국대 충주병원 대신주변병원인 충주의료원에 공보의 인력을 투입했다.
9일부터는 군의관, 공보의 등235명을 응급실 운영 위기에 놓인 의료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응급실 파행 운영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 붕괴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재차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극복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중 의식 불명에 빠진 2살 여아 사건과 관련해서는 “소아의 경우 일반적으로 열이 나는 건 경증이지만일반화해 말하기 어렵다”며 “소아는 별도의 응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대형병원을 찾기보다는 119 상담을 통해 열을 내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면서 의료기관을 찾으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가의료개혁 반대 세력으로 발생한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같은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대 정원을 증원했다고 필수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사례는 세계에 유래가 없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위기는 의료개혁 반대 세력의 영향이 상당 부분 있지만 국민들이 힘들어진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밝혔다.
오는 11일부터 추석 명절 전후 2주간은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당직 병의원 4000여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추석 연휴부터 경증 및 비응급 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때 본인부담금 90%를 내야 한다.
정부는 응급실 경증 환자 내원으로 인한 과밀화를 막기 위해 현행 50~60%에서 90%로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는 동안 수면 방해 없이 무호흡·혈압 체크한다
김원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가 8월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스카이랩스 제공.
국내 연구진이 환자가 자는 동안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수면무호흡과 혈압을 함께 감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원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서 스마트반지가 수면무호흡 진단 과정에서 선별검사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수면무호흡은 잠을 자는 동안 숨쉬기를 멈추는 증상으로 심혈관질환과 동반될 확률이 높다.
김 교수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80%, 울혈성 심부전 환자의 50%, 심방세동 환자의 50%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갖고 있다”며 “수면무호흡은 혈관 손상, 혈전 생성 등을 유발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수면 중 무호흡이 발생하면 높은 혈압과 저산소증으로 심장과 혈관에 큰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야간 고혈압을 초래할 수 있고 심뇌혈관질환이나 사망 위험을 높인다.
수면무호흡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여러 기능의 센서들을 이용해 수면 패턴을 상세히 분석하고 호흡 상태를 함께 체크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혈압을 동시에 측정하려면 커프형 혈압계를 착용해야 한다.
혈압을 재려면 팔을 감싸는 커프를 착용하고 압박을 가해야 하는데 이는 수면장애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면 도중 혈압을 재기는 어렵다.
반면 스마트 반지는 커프 압박과 같은 외부 자극 없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수면다원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웨어러블 기술은 표준 수면다원검사의 단점을 보완한다”며 “수면무호흡 환자의 심혈관 건강을 보다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의료기기기업 스카이랩스의 스마트 반지형 혈압계인 ‘카트 비피’가 사용됐다.
카트 비피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의료행위 수가를 적용 받았다.
손가락에 착용하면 반지에 탑재된 빛 센서 광용적맥파측정법(PPG) 기술로혈압, 산소포화도, 맥박수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외부 자극이나 고통이 수반되지 않아 표준 수면다원검사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월 과학기술인상에 이성중 교수…신경교세포 관점에서 사회성 연구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이성중 서울대 치의과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과기정통부 제공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이성중 서울대 치의과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교세포'에 의한 정서 및 사회성 행동 조절의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뇌과학 연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이 교수를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100여 년간 뇌의 작동원리는 신경세포 및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뇌기능 및 뇌작동 원리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사회적 동물의 특징인 ‘경쟁심’과 ‘우월행동’은 진화론적으로 뇌기능에 보존돼 있지만 어떻게 뇌가 이같은 행동과 감정을조절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우월행동은 동물이 무리 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이 교수는 그 원인을 뇌 속에 신경세포(뉴런)보다 훨씬 많이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신경교세포의 생리적 기능을 연구했다.
신경교세포는 신경세포와 함께 뇌 속 신경계를 구성하는 조직으로 뇌 속에 가장 많이 분포한 세포이다.
이 교수는 생쥐의 뇌를 연구했다.
그 결과 전전두엽의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인 '성상교세포'의 활동성 정도에 따라 우월행동의 크기와 양상이 조절되고 이에 따라 생쥐의 사회적 서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경교세포의 한 종류로 별 모양인 성상교세포는 신경세포에 영양공급, 이온농도 조절, 노폐물 제거 등 역할을 한다.
생쥐의 성상교세포 내 칼슘 활동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도 만들었다.
우월행동을 하는 생쥐의 뇌영역을 모니터링하고 경쟁 과정에서 전전두엽 성상교세포의 칼슘 활동성이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불안한 환경에서 뇌 속 해마영역의 성상교세포 활성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성상교세포 활성이 항불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의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023년 9월과 2022년 11월각각 게재됐다.
교수는 “그간 신경세포 관점에서만 이해되던 ‘불안감’이나 ‘경쟁심’과 같은 고위뇌기능이 뇌의 신경교세포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연구의의가 있다면서 근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불안장애’나 ‘사회성 장애’ 등 고위뇌기능 이상을 신경교세포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기 발전 대체할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 성능 시험 성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임계 이산화탄소(CO2) 발전 시스템 구축 현황.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이산화탄소(CO2)를 활용해 높은 열효율과 경제성을 지닌 발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증기 발전 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발전 시스템으로 주목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차세대 고효율 발전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초임계 이산화탄소발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초임계 CO2 압축기와 터빈을 이용한 100킬로와트(kWe) 전력 생산 성능 시험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초임계 상태인 CO2로 압축기와 터빈을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압축기는 유체(CO2)를 저압에서 고압으로 압축하고 유체가 시스템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만든다.
고압의 유체는 터빈으로 흘러 들어가 내부 날개를 회전시키고 그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터빈은 회전축과 축의 끝에 결합해 에너지를 만드는 회전체(날개), 축을 지지하는 베어링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양흡입 양배출 터빈 시스템을 고안했다.
CO2가 오가는 터빈의 입구와 출구를 대칭 형태로 두 개씩 만들고 회전체를 축의 양 끝에 배치해 한쪽으로 힘이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다.
그 결과4만 분당회전수(RPM)의 고속 회전 상태에서도 축과 회전체의 제어가 용이해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순수 물질이 초임계 상태에 이르면 액체와 기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초임계 CO2는 초임계의 시작인 임계점 부근에서 액체처럼 밀도가 높아 압축에 용이하다.
고온의 초임계 상태에서는 기체처럼 점성이 낮아 마찰이 적고기계 내부에서 팽창이 자유로워 발전 시스템에서 매우 효율적인 유체로 평가받는다.
CO2의 임계점은 31도(℃), 7.38메가파스칼(MPa)이다.
물의 임계점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하며 비용이 저렴하고 구하기가 쉽다.
또한 기체 특성상 기계 부식이 덜한 장점이 있어 초임계 발전 시스템에 적합하다.
초임계 CO2 발전 시스템은 기존 발전 시스템 대비 고온에서 높은 열효율을 가진다.
10분의 1 크기의 간단한 구성으로 기기의 소형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태양열, 고온 연료 전지, 핵융합, 차세대 원자로, 엔진 배기열, 가스 터빈 배기열, 석탄 화력 등과 같은 다양한 열원으로 장치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조진영 선진원자로연구소장은 “이번 초임계 CO2 발전 시스템을 이용한 전력 생산의 성공은 향후 차세대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의 동력변환계통 적용을 위한 초석을 다진 것”이라며 “본 연구의 최종 목표인 총 전기 출력 500kW 생산을 올해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인력 양성해 수소폭발 위험 낮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소차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수소 폭발에 대한 우려다.
onurdongel/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소차 등 수소 관련 산업 생태계가 안전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이 양성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4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안전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수소는 대표적인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취급 과정에서 산소와 혼합되면 불이 붙거나 폭발하는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안전한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술개발 외에도 관련 기업 및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생기원과 가스안전공사는 이날 MOU 체결을 통해 안전교육 등에 힘쓰기로 했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과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수소기업에 대한 안전교육 및 기술지원, 시험·인증 및 해외진출 지원, 전문인력 교류 및 기술 확산 등 국내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협력체계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가스안전공사는 국내 유일의 가스안전 관리 전문기관으로 국가 수소 안전을 책임지는 전담기관으로도 지정됐다.
지난 8월에는 충분 음성군에 수소충전소, 수소용품, 튜빙(고압 수소가 흐르는 금속 배관) 실습장 등을 갖춘 수소 전용 교육시설인 ‘수소안전아카데미’를 개설하기도 했다.
생기원은 수소안전아카데미의 안전교육 지원에 협력하고 수소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한 기술개발및 실용화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수소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저장·운송·사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안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이번 협약으로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수소 기업에 대한 기술지원과 전문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폭염에 달궈지는 교량 부품…극한기후로 교량 붕괴 '경고음'
미국 뉴욕시의 3번가 다리. 지난 7월 브롱크스와 맨해튼을 회전하며 연결하는 3번가 다리가 폭염으로 인해 몇 시간 동안 멈췄다.
Arnoldius/위키미디어 제공
폭염, 극한호우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극한 현상이 교량을 빠르게 손상시켜 교량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극심한 더위와 홍수의 영향으로 교량이 빠르게 손상되고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브롱크스와 맨해튼을 회전하며 연결하는 미국 뉴욕시의 3번가 다리가 폭염으로 인해 몇 시간 동안 멈췄다.
6월에는 당시 극한호우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아이오와 주와 사우스다코타 주를 연결하는 열차 교량은 밀려오는 물살에 무너졌다.
같은 달 메인 주 루이스턴에서는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며 포장 도로가 손상돼 도로에 연결돼 있던 다리가 폐쇄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교량구성요소끼리 연결하는 '관절' 역할을 하는 이음새 부품이 부풀게 만든다.
이음새가부풀면 교량이 버틸 수 있는 하중이 줄어든다.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부드럽게 이음새가설계돼 있지만부풀면서 딱딱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교량의 기본 구조물인 강철이 뒤틀리고 갈라지며부식이 발생하는 등 변형된다.
폴 치노스키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교수는 극한 기후변화와 관련해 교량에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기후 상황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교량손상과 붕괴가 전례없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어 콘크리트와 강철처럼 다리를 지탱하는 부분들이 너무 달궈져 교량이조립식 장난감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도
했다.
2019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린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 때문에 2050년까지 미국의 철교 4개 중 1개가 붕괴될 수 있다.
지난해 오클라호마대 등 공동연구팀은 학술지 '건설시설 성능저널(Journal of Performance of Constructed Facilities)'에 폭염이 미국 교량의 포장을 손상시키고 폭우가 교량 주변에 있는 토양 퇴적물을 침식시킨다면서 이는 교량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교량이 손상되면 산업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교량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공급망이 무너지고 상품 비용이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 연구소에 따르면 교량이 폐쇄될 때마다 배송시간 지연과 추가 연료비 지출로 인해 하루에 약 250만 달러의 운송 비용이 추가된다.
엔지니어들은 교량 폐쇄가 향후 10년가 미국 전역에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댄 머레이 미국 교통 연구소의 수석 부사장은 교량이 폐쇄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상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그 책임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도로, 교량 및 기타 주요 교통 프로젝트의 수리 및 건설에 약 1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시설과 고속도로를 극한의 날씨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수리하도록 일부 주에 약 73억 달러를 나눠주는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 덕분에 폭우와 더위로 약 100개의 다리가 손상된 미국 버몬트 주에서는 다리를 튼튼한 기초재료로 재건했다.
또다리 아래의 수로가 더 많은 물을 흡수해 피해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생쥐에도 통하는 플라시보 효과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정신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술지 논문에서 언급하는 참고문헌은 대부분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고 가끔 특정 분야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한 장씩 맡아 쓴 글을 모은 편저도 보인다.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의 첫 문장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정신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에 붙은 참고문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 교양서다.
2008년 앤 해링턴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가쓴 '내면의 치유: 심신의학의 역사'로 이듬해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는 제목으로 한글판이 나왔다.
지난 주말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논문과 관련된 3장 '긍정적 사고의 힘'을 읽어봤다.
내용 가운데 긍정적인 사고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의학계가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된 논문 얘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1976년 권위 있는 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회지'에 실린 논문 '질병 해부학'의 저자가 의사가 아니라 언론인, 그것도 정치 분석가였기 때문이다.
'새터데이 리뷰'의 편집자 노먼 커즌스는 1960년대 강직성척추염이라는 치료 가능성 0.2%인 사실상 불치의 퇴행성 질환 진단을 받고 절망하는 대신 자가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그는 문헌을 조사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리학자 월터 캐넌의 발견을 읽고 긍정적인 감정... 사랑, 희망, 신뢰, 웃음, 자신감, 살고자 하는 의지는 치료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역발상을 떠올렸다.
커즌스는 주치의의 허가를 받고 퇴원해 진통제 대신 비타민C를 과량 복용하고 식단을 바꾸고 코미디 영화와 유머가 담긴 책을 읽었다.
그 결과 한때 거의 마비 상태까지 간 나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서핑을 하고 해변에서 조깅을 한 뒤 마침내 '새터데이 리뷰'에 풀타임으로 근무했다고 논문에 썼다.
정치 전문 언론인에서 의대 의료인문학 교수가 된 노먼 커즌스는 난치병인 강직성척추염을 극복한 과정에서 플라시보 효과의 힘을 높게 평가했다.
NASA 제공
만일 그가 유명 언론인이 아니었다면 '뉴잉글랜드의학회지'가 일개 환자의 회복기를 논문으로 인정해 실어줄 일은 없었겠지만 아무튼 이 논문은 환자 치료보다 본인 야망을 중시한다며 대중의 불만을 사던 당시 주류 의학계가 환자 역시 치료의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논문에서 커즌스는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언급을 했다.
내 모든 경험이 그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일 그렇다면 플라시보 효과가 어떤 특성을 지녔을지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아주 커다란 문을 여는 일일 것이고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보다 더 큰 세상이 열릴지 모른다.
커즌스의 논문이 나왔을 때만 해도 거짓말 또는 착각이라고 여겼던 플라시보 효과는 그 뒤 커즌스의 바람대로 면밀한 조사(연구) 끝에 실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정됐고 관련된 뇌과학도 꽤 밝혀졌다.
예를 들어 플라시보 진통 효과를 느낄 때 뇌의 입쪽전방대상피질(rACC)이 활성화된다.
rACC는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소위 '포유류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에 존재하므로 수긍이 가는 결과다.
그러나 관련한 뇌의 신경회로는 여전히 모르는 상태였다.
● 조건화 실험으로 플라시보 효과 유도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주축이 된 미국 공동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플라시보 진통 효과 신경회로를 밝힌 논문을 지난주 '네이처'에 발표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대상으로 믿음의 힘인 플라시보 효과를 어떻게 구현할지 의문이 들 독자도 있을 텐데, 연구자들은 기발한 실험을 설계해 이 일을가능케했다.
최근 생쥐를 대상으로 한 행동 실험을 통해 플라시보 진통 효과에 관여하는 신경회로가 밝혀졌다.
바닥 온도가 다른 두 방에서 3일을 보낸 생쥐는 30도였던 방이 48도가 돼도 여전히 선호할 뿐 아니라 고온 통증 반응도 약하다(위). 이 플라시보 진통 효과의 신경회로를 규명한 결과 변연계의 입쪽전방대상피질(rACC)과 중뇌의 교뇌핵(Pn), 소뇌(cerebellum)의 특정 영역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 과정에 오피오이드
수용체가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아래). 네이처 제공
연구자들은 각각의 바닥이 따로 난방되는 투룸 공간을 만들었다.
처음 3일 동안은 두 방 모두 쾌적한 30℃로 맞춰 생쥐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그 뒤 4일차부터 3일 동안 2번 방의 바닥 온도를 48℃로 올렸다.
뜨거워서 깜짝 놀란 생쥐는 여전히 30℃인 1번 방에 주로 머물렀다.
그리고 7일차에 1번 방의 바닥도 48℃로 올린 뒤 생쥐의 행동을 관찰했다.
이제 두 방의 바닥 온도 모두 불쾌함을 느끼는 48℃로 같아졌음에도 생쥐는 여전히 1번 방에 주로 머물렀다.
여기까지는 전날의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고온으로 인한 통증에 대한 반응 행동도 달랐다.
1번 방에 머무를 때는 발바닥을 핥거나 점프하는 빈도가 2번 방에 있을 때보다 낮았다.
행동만 보면 1번 방에 있을 때 덜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고 이는 앞선 3일의 경험이 플라시보 효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최신 기법을 동원해 생쥐가 플라시보 효과를 느낄 때 입쪽전방대상피질(rACC)과 연결돼 활동이 바뀌는 부위와 뉴런을 찾았다.
그 결과 뜻밖에도 rACC에서 중뇌의 교뇌핵(Pn)으로 신호가 전달되고 Pn에서는 소뇌의 특정 영역으로 신호가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뇌는 '파충류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원초적인 생리(호흡, 체온, 수면, 식욕 등)를 조절하는 영역이고 소뇌는 운동과 자세 조율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플라시보 효과는 기대 또는 의지라는 인지 과정의 결과로 해석되기 때문에 rACC에서 신피질(소위 '인간의 뇌'라고 부르는)로 연결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면 오히려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한편 rACC와 연결된 Pn의 뉴런에서 오피오이드 수용체 유전자가 발현됐다.
오피오이드는 아편류 약물을 뜻하는 용어다.
우리 몸이 만드는(내인성) 오피오이드인 엔도르핀이나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모르핀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진통 효과가 난다.
흥미롭게도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플라시보 통증 효과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인 낼럭손을 투여하면 플라시보 진통 효과가 사라진다.
실제 생쥐의 Pn에 오피오이드 수용체 차단 약물을 투여한 뒤 행동을 분석한 결과 플라시보 진통 효과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파충류 뇌는 내용보다 형식 중시
얼핏 모순돼 보이는 이번 결과는 플라시보 효과의 특이한 측면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그럴듯할지도 모른다.
환자들이 플라시보인지 알고 약을 복용하거나 처치를 받아도 여전히 플라시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에도 그런 예가 나온다.
무릎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절반은 진짜 수술을 하고 절반은 피부 절개만 하고 바로 꿰매는 플라시보 수술을 한 결과 양쪽 모두 객관적인 기능 평가 결과 상태가 호전됐다.
더 놀라운 건 플라시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그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일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와 의지 같은 인지 영역이 크게 작용한다면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안 뒤 플라시보 효과가 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1976년 '질병 해부학' 논문으로 의학계의 유명인사가 된 커즌스는 수년 뒤 '새터데이 리뷰'를 떠나 LA 캘리포니아대 의학부 의료인문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1979년 출간한 '웃음의 치유력'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러고 보면 웃음치료 또는 웃음요가에서 주장하는 '가짜(비자발적) 웃음도 효과가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억지로 웃더라도 근육과 호흡의 변화가 진짜 웃음과 비슷해 식별력이 떨어지는 뇌간이나 소뇌 같은 뇌의 원초적인 부위가 진짜로 웃을 때처럼 해석해 생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많은 사람이 형식을 차리는 데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이런 모습을 한심하게 여겼는데 어쩌면 형식도 내용의 일부(그것도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여전히 상당한 역할을 하는 파충류 뇌는 인류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식 정보를 통해서 내용을 추측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필자소개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