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경험'이 자신 전부를 설명하지 않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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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즈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기관이나 온라인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편’ 심리 상담 또는 정신 질환에 관한 정보들이 사람들을더 우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현상이 관찰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을 보다 쉽게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들이 되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자인 다비 삭스베는 특히 요즘 십대들 사이에서 정신질환과 관련 없는 일상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 스트레스 등을 정신 질환인 것처럼 성급하게 판단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시험이 다가오니까 불안한 마음이 들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나는 시험에 대한 불안증이 심해’라고 하는 등 일반적인 상태도 정신 질환으로 진단내리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10대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시는 전문가 선생님들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 가정이나 학교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한 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이런저런 힘들었던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자신은 무슨무슨 ‘트라우마’가 있다고 구체적인 진단명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했다.

물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볼 줄 알고 그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간혹 어떤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내린 진단명을 곧 자신의 정체성이자 존재론적 한계로 설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내면의 불안을 직면해 보는 등 다소 불편함을 동반할 수 있는 치료적인 개입을 할 때, 과거의 상처 때문에 긴장되고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처럼 ㅁ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믿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이라는 사람을 정의할 때 자신의 진단명을 결코 바뀔 수 없는 자신을 정의하는 핵심적 요소로 여기는 아이들의 경우 과거의 경험에 의해 현재의 선택을 지배당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잘 하지 않으며 따라서 치료의 목적 또한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보다는 스스로 내린 진단명을 재확인받고 위로받는 데 그치는 편이라고 했다. 이러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고민이라는 이야기였다.

관련해서 트라우마 이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서도 잘 회복하고 되려 이를 통해 더 ‘성장’했다고 하는 사람들의특징에 대한 연구를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요인은 끔찍한 경험에서도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 삶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는 것, 또 이 사건 하나만 가지고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 것이었다.

예컨대 자연 재해나 범죄,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규정하기보다 ‘생존자’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더 적응적인 모습을 보이는 편이다.

또한 자신에게는 특정 사건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모습들이 있지만 이것이 자신의 전부는 아님을 아는 사람들이 더 일상생활을 잘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관련해서 암 생존자이지만 암을 이겨낸 사건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암이 큰 사건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은 암 투병보다 더 다양한 경험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암과 관련된 기억들은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데에는 자기예언적 효과가 따른다. 스스로 만든 자기개념에 따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필터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고 단단한 것보다는 크고 말랑말랑한 자기개념을 갖는 것이 더 적응적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만들어온 수많은 경험들 중에서 어떤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면 혹시 그 때문에 새로운 나를 만날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포만감 왜 드나 했더니…'과식 막는 신경세포' 찾았다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이 들도록 조절하는 신경세포 원리가 확인됐다. Doucefleur/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이 들도록 조절하는 신경세포 원리가 확인됐다. Doucefleur/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음식을 먹다가 배가 부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과식을 막는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신경세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연구 결과는 섭식장애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쯔엉 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원 연구팀이 ‘고립로핵 꼬리(cNTS)’라고 불리는 뇌 영역에 있는 특정한 신경세포들이 식사 중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힌 논문을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선행 연구를 통해 cNTS에 있는 두 가지 신경세포가 음식 섭취 중단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하나는 PRLH 신경세포로 섭식 행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하나는 GCG 신경세포로 위고비와 같은 다이어트약이 모방하는 식욕억제호르몬인 글루카톤 유사 펩타이드1을 생성한다.

선행 연구자들은 마취한 동물의 위 속에서 풍선을 부풀리거나 직접 음식을 주입해 배를 채워 이 두 가지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강압적으로 배를 채운 것이다.

이번에 연구팀은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했다.쥐가 깨어있는 동안 뇌의 cNTS에 있는 신경세포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이를 통해 쥐가 다양한 고체나 액체 음식을 먹을 때 신경세포들이 언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연구팀은 쥐가 음식을 먹기 시작한 뒤 몇 분 내에 GCG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신경세포들이 위가 확장된 정도를 감지해 음식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추적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이 신경세포를 인공적으로 자극했을 때도 쥐는 배가 부르다고 느끼며 이전보다 훨씬 적게 먹는 경향을 보였다.

PRLH 신경세포는 입안에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반응이 일어났다. 연구팀이 지방, 설탕, 칼로리가 없는 감미료, 물을 쥐에게 먹이자 물이 아닌 나머지 세 물질이 입에 들어온 지 몇 초만에 PRLH 신경세포가 활성화됐다. 정상적인 미각 기능이 결여되도록 조작한 쥐에서는 이 신경세포의 활성화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PRLH 신경세포는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얼마나 빨리 먹는지를 살피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물이 아닌 지방, 설탕 등에 대해서는 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GCG 신경세포와 PRLH 신경세포가 각기 다른 척도를 기준으로 섭식 행동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들은 마취를 한 쥐의 배를 강압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면, 이번 연구는 깨어있는 동물이 직접 음식을 섭취할 때 일어나는 신경세포 변화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크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실험 세팅에서 신뢰할 수 있는 뇌 기록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이번 연구 결과는 과식이나 폭식 등 섭식장애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 한계도 있다. 사이먼 럭맨 영국 맨체스터대 신경학과 교수는 사이언스를 통해 “PRLH 신경세포가 왜 지방이나 설탕처럼 맛있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왔을 때 먹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입맛에 맞는 음식이 들어오면 오히려 섭취 속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아직 풀어야 할 비밀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연구팀은 맛있는 음식이 들어왔을 때 뇌는 많이 먹을 것이란 신호를 감지하고 먹는 속도의 균형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충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밝혀낸 두 신경세포 외에도 다양한 뇌 영역과 신경세포가 섭식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NTS에는 약 20가지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 제대로 그 특성이 정의되지 않았다.

한알만 먹어도 음식 섭취량 40% 줄이는 캡슐

바입스. Science Advances 제공

바입스. Science Advances 제공

하나만 먹어도 배부른 알약이 나온다면 어떨까. 한번쯤 상상해본 공상과학이 현실이 됐다. 슈리아 스리니바산 미국 하버드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조반니 트라베르소 MIT 기계공학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한 알만 먹어도 음식 섭취량을 40%나 줄일 수 있는 알약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연구는 지난해12월 22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됐다. (doi: 10.1126/sciadv.adj3003)

비만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대인의 건강 문제다. 2022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37.2%가 비만이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식욕을 조절하기 힘든 일부 초고도 비만 환자는 위 내에 풍선을 삽입하거나 위를 절제하는 수술로 비만을 치료한다. 하지만 침습적 수술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부작용 역시 피할 수 없다.

연구팀은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진동으로 가상의 포만감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인간은 위가 음식으로 채워짐에 따라 위벽이 늘어나고이를 감지한 위벽 팽창 감지 수용체(IGLES)가 활성화돼 뇌로 신호를 보내면 포만감을 느낀다. 연구팀은 IGLES가 자극을 받아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진동을 일으키는 알약, ‘바입스(VIBES墉ibrating Ingestible BioElectronic Stimulator)’를 만들었다.

바입스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과정. Science Advances 제공

바입스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과정. Science Advances 제공

연구팀은 인간과 위 구조가 비슷한 돼지에게 바입스를 먹인 후 식사량을 측정했다. 108번 식사를 하는 동안 돼지의 음식 섭취량은 약 40%나 줄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의 수준은 감소했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수준은 늘어나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 대사 반응을 보였다. 진동에 관한 스트레스나 부작용 또한 없었다. 다만 알약이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약 4시간으로, 이후에는 소화 기관을 통과해 배출된다.

스리니바산 교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입스가 전 세계 보건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운동 대신 간식' 관여하는 물질…비만 해결 실마리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운동을 할까? 간식을 먹을까?" 사람들은 두 행동 사이에서 고민한다. 스위스 연구팀이 쥐 연구를 통해 뇌에서 신체 활동과 음식 섭취 행동 결정에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을 확인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비만 문제와 대사 장애 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니스 버다코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신경행동역학과 교수팀이 뇌에서 오렉신(orex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운동과 간식을 먹는 행동 사이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80%와 성인 27%가 권고 수준만큼의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팀은 간식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운동을 하는 결정을 내릴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도파민은 뇌에서 사람의 행동 선택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지만 간식 대신 운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도파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음식을 먹을 때와 운동할 때 모두 도파민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교적 늦게 발견된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쥐가 10분 동안 8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는 행동 실험을 설계했다. 쥐가 달릴 수 있는 쳇바퀴와 딸기맛 밀크셰이크를 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포함됐다. 버다코프 교수는 "쥐도 사람처럼 설탕과 지방이 많은 밀크셰이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약물이나 유전자 변형으로 오렉신 시스템을 차단한 쥐와 정상 쥐의 행동을 비교한 결과 정상 쥐는 쳇바퀴에서 보내는 시간이 2배, 밀크셰이크를 먹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었다. 쳇바퀴나 밀크셰이크만 제공한 추가 실험에서는 두 그룹의 행동이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오렉신의 역할이 쥐가 움직이거나 먹는 양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두 선택지가 모두 있을 때 선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오렉신의 역할이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은 쥐와 인간의 뇌 기능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오렉신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뇌가 음식 섭취와 신체 활동 사이의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하면 세계적인 비만 유행과 대사 장애를 해결할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대신 간식' 관여하는 물질…비만 해결 실마리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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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할까? 간식을 먹을까?" 사람들은 두 행동 사이에서 고민한다. 스위스 연구팀이 쥐 연구를 통해 뇌에서 신체 활동과 음식 섭취 행동 결정에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을 확인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비만 문제와 대사 장애 등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니스 버다코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신경행동역학과 교수팀이 뇌에서 오렉신(orex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운동과 간식을 먹는 행동 사이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80%와 성인 27%가 권고 수준만큼의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팀은 간식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운동을 하는 결정을 내릴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도파민은 뇌에서 사람의 행동 선택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지만 간식 대신 운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도파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음식을 먹을 때와 운동할 때 모두 도파민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교적 늦게 발견된 신경전달물질인 '오렉신'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쥐가 10분 동안 8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는 행동 실험을 설계했다. 쥐가 달릴 수 있는 쳇바퀴와 딸기맛 밀크셰이크를 먹을 수 있는 선택지가 포함됐다. 버다코프 교수는 "쥐도 사람처럼 설탕과 지방이 많은 밀크셰이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약물이나 유전자 변형으로 오렉신 시스템을 차단한 쥐와 정상 쥐의 행동을 비교한 결과 정상 쥐는 쳇바퀴에서 보내는 시간이 2배, 밀크셰이크를 먹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반이었다. 쳇바퀴나 밀크셰이크만 제공한 추가 실험에서는 두 그룹의 행동이 다르지 않았다.

연구팀은 "오렉신의 역할이 쥐가 움직이거나 먹는 양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두 선택지가 모두 있을 때 선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오렉신의 역할이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연구팀은 쥐와 인간의 뇌 기능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오렉신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뇌가 음식 섭취와 신체 활동 사이의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하면 세계적인 비만 유행과 대사 장애를 해결할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전기 자극으로 식욕 억제 가능성…비만 치료 새 길 열릴까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식욕 억제 유도를 위한 전기 자극 치료 연구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전기 자극으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만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기의료기기연구단 신기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두피를 통해 대뇌 피질을 전기적으로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 신호로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용화된 전기 자극기를 이용해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에는 연구팀이 개발 중인 ‘경두개 불규칙 신호 자극(tRNS) 기술이 활용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기술은 특정 부위에 알맞은 전기 자극을 정확하게 줄 수 있으면서도 전극이 머리카락 사이 공간으로 잘 침투해 두피에 접촉할 수 있다.

60명의 여성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선 2주간 2~3일 간격으로 6회 전기 자극이 실시됐다. 전기 자극은 1회당 20분씩 사람이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인 2밀리암페어(mA)의 전류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전기 자극을 받은 참가자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식욕, 먹고자 하는 의향, 배고픔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또 tRNS가 감정적 섭식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 기쁨 등 감정을 처리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경향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라며 “임상이 2주만 진행돼 장기간 체중 감소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식욕 억제 효과가 컸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신 연구원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서 추가 연구와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은 전기 자극 치료 장비가 상용화돼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사용 가능해진다면 매일 식욕 억제 관리를 쉽고 간단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먹는데 전기 자극 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도입하면 건강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개발 기술을 검증하고기업체 기술이전을추진할 계획이다.

많이 먹을 몸이 아니다 그런데 많이 먹는다 

삼계탕 918kcal간짜장 825kcal돼지고기수육 1206kcal감자탕 960kcal돼지등갈비찜 961kcal해물크림소스스파게티 918kcal소머리국밥 904kcal돼지국밥 911 kcal닭죽 1128kcal소양념갈비구이 989kcal떡라면 743kcal제육덮밥 782kcal출처/ 식약청 외식영양성분자료집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기다보면 하루 섭취 권장 칼로리인 2000~2500kcal는 금세 넘습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의 몸은 이처럼 엄청난 ‘먹이 활동’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메가이터’가 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다양한 동식물을 자주, 많이 먹을 수 있었을까요?

인간은 잡식동물입니다. 모든 치아가 대체로 잘 발달해 있고, 음식을 먹을 때에도 모든 치아를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그 증거죠. 전분과 지방 일부를 분해하는 효소를 가진 인간의 침도 또다른 증거입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침에는 이 효소가 아예 없거나 소화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잡식동물이 가진 소화생리학적 특성 덕분에 고기와 채소의 섬유소, 전분 위주의 곡물까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을 먹어 치우게 된 것입니다.

인간은 삼시 세끼에 후식과 야식도 먹을 정도로 자주 먹습니다. 이 또한 잡식동물의 특성으로 자주 배고픔을 느끼는 건 전분의 영향입니다.

전분이 포도당으로 분해돼 흡수되면 췌장에서는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은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아미노산을 체단백질로 합성하는 것을 촉진시킵니다. 시간이 지나 포도당 수치가 낮아지면, 글루카곤 호르몬이 나와 체지방과 체단백질을 케톤체와 포도당으로 분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부름이나 배고픔을 느끼는 호르몬들이 추가로 분비됩니다.

전분을 많이 먹는 잡식동물은, 음식 섭취에 따라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분비량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에 따라 배부름 혹은 배고픔 호르몬 분비가 반복되면서 음식을 자주 먹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과 다른 잡식동물 사이에 소화생리학적 유사함을 뛰어넘는 큰 차이점은 바로 인간의 ‘의지’입니다. 배불러도 맛있는 음식을 더 먹을 수 있는 건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탐식)이지요. 탐식 때문에 자주 먹더라도 섭취량이 적으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과식’입니다. 과식하는 식습관은 비만이나 성인병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몸에 필요없는 아미노산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암모니아는 요소로 바뀌어 오줌으로 배출됩니다. 이 과정이 너무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면 간과 콩팥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곡류를 너무 많이 먹으면?포도당이 급격히 많이 흡수돼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살이 급하게 찌게 됩니다. 인슐린이 잘 작동하지 않는 당뇨병 환자라면 혈액 속 과다한 포도당이 혈관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섬유소(채소류)를 너무 많이 먹으면?가용성 섬유소를 좋아하는 장내 미생물이 과도하게 발효를 일으켜 장 안에 메탄 가스가 급격히 많아집니다. 배가 꽉 찬 듯한 불쾌한 느낌과 메스꺼움이 동반됩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신가요? 그러나 우리의 몸은 지금의 엄청난 포식량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음식은 다다익선이 아닙니다.

과식 방지에 도움…쉽게 포만감 느끼는 식습관은

미국 캔자스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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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감량에서 음식물 조절은 필수다. 하지만 무심코 음식을 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상당량의 음식을 섭취하기도 한다. 쉽게 포만감을 일으켜 음식물 섭취량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습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케빈 홀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원 연구팀은 음식물을 섭취할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식습관과 포만감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물을밝힌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시의성 있는 연구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브리프 커뮤니케이션’ 코너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과식을 유발하는 식습관 요소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 음식을 빠르게 먹는 것,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먹는 것 등 3가지를 꼽았다.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먹을수록과식하기 쉽다는 것이다.1g당 칼로리량을 의미하는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 채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포만감을 느끼는 데 특히 효과가 있는 음식물도확인했다. 안정적으로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18~50세 성인 35명을 대상으로 56일 동안 4가지 식단에 따른 음식물 섭취량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4개 식단을 2주씩 제공하며 이들의 음식물 섭취량을 관찰했다. 4가지 식단은 저지방 식단, 저탄수화물 식단, 비가공식품 위주 식단, 가공식품 위주 식단 등이다. 참가자들은 체중의 변화를 신경쓰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했다.

분석 결과 음식물에 함유된 영양소는포만감 유도와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비가공식품 위주 식단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물은 영양분과 포만감을 모두 챙기는 데 도움이 됐다. 저지방 식단이나 저탄수화물 식단은 음식물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한 포만감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의식적인 과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음식물로는 에너지 밀도가 특히 높은 쿠키, 치즈가 꼽혔다. 쉽게 포만감을 느끼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물에는 시금치, 당근, 사과가 해당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테라 파지노 미국 캔자스대 교수는 “사람들은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기 위해 과식을 유도하는 식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며 “이번 연구에선 음식물 섭취량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인 요인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배 터지게’ 먹어도 배 안 터지는 이유 밝혀졌다

서성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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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배가 터지도록’ 먹어도 실제로는 배가 터질 수 없는 생물학적인 이유가 밝혀졌다.

서성배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오양균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의대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원과 공동으로 인간이 ‘DH44’라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과잉 섭취를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초파리 실험을 통해 DH44가 체내 당분 농도를 감지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선택하도록 행동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DH44 신경세포가 활성화하면 초파리의 식사량이 늘지만, 배가 불러 체내에 당 함량이 높은 상태에서는 DH44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신호를 통해 음식물 과잉 섭취를 막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영양분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의 생물학적 기능을 처음 밝혀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연구진은 DH44의 활성화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알아내기 위해 초파리의 여러 말단 장기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DH44의 조절에 관여하는 부위를 찾았다. 그 결과 초파리의 위에 해당하는 내장 부위와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 신경중추에서 DH44 억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 신호가 발생하는 과정을 분석한 결과 기계적 자극에 관여하는 피에조 채널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에조 채널은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전기신호를 발생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호흡이나 혈액 조절 등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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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DH44 신경세포에서두 가지 억제 신호가 일어나는모식도. 이를 통해 과식을 예방한다. 서성배 KAIST 교수 제공

연구진은 DH44 신경세포가 내장 기관에 신경 가지를 뻗고, 해당 기관에 음식물이 들어차 팽창하면 피에조 채널에 의해 물리적인 팽창을 감지하고 그 결과 식욕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음식을 더 먹지 않게 되고 위와 같은 내장 기관이 터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초파리의 복부 신경중추에 있는 ‘후긴’ 신경세포도 체내 영양분 농도가 높으면 이를 감지해 DH44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과식 억제는 독립적으로 인지되는 물리적, 화학적 척도를 종합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만큼 동물 생존에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인간의 식이장애 및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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