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은 근육이다

 


1996년 미국 화학회사 듀폰의 공장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목장에서 집단 폐사가 일어났습니다.
목장주인은 듀폰이 근처에 엄청난 양의 PFOA(과불화옥탄산)를 매립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의 의뢰를 받은 변호사는 듀폰이 프라이팬 코팅제 테프론 속 화학물질인 PFOA를 비롯한 화학물질들을 불법적으로 방류해 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듀폰은 이 물질들이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무단 방류를 계속했고,
해당물질에 노출된 700만 명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면서 6억7100만 달러(약 8900억원)의 배상금을 판결 받았습니다.
영화 <다크워터스>의 소재가 된 이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듀폰은 내부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조직적인 암묵을 선택했고,
임직원들에게 강요했습니다.
이 사건을 포함해 수많은 위법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듀폰은 오랜 역사와 전통,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서 껍데기만 남은 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미국 리더십 컨설턴트 론 카루치는 저서 <정직한 조직(센시오 출간,
원제 TO BE HONEST)>을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왜 비교적 똑똑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 그렇게 쉽게 자기 자신과 직원,
주주에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리더들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그토록 파괴적인 선택을 하는 일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왜 그들은 서로에게 정직할 수 없었을까?

미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였던 웰스파고의 몰락도 똑같은 질문을 하게 합니다.
2011년부터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객 명의를 도용해 56만개의 신용카드 계좌를 만든 것을 비롯해 가짜 예금계좌 200만개를 개설하고는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고객들의 돈을 빼냈습니다.
40만 달러를 뜯긴 고객까지 있었습니다.
가장 모범적인 은행으로 알려졌던 웰스파고에서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조사 결과 ‘대외적으로선언된 것과 내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어긋남’과 ‘달성 불가능한 인센티브 구조가 낳은 심한 압력과 치열한 영업 문화’가 주범으로 꼽혔습니다.

카루치는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한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가 말하는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모든 조직원이 옳은 이유로,
옳은 것을 말하고,
옳은 일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을 때 정직이라는 강력한 역량이 탄생한다.

회사의 행동과 말이 다른 게 직원들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랍니다.
결함이 있는 제품이나 형편없는 서비스에 대해 고객에게 거짓으로 대응하게 할수록 직원들은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그로 인한 해악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4000여 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덴마크의 한 연구에서 조직적 불공정이 우울과 불안,
번아웃(burnout,
극도의 피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직한 조직’으로 나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너무나 흔히 ‘진정한 변화’라는 어려운 작업을 회피하고,
보기에 쉬운 해결책을 향해 손을 뻗는다.
변화의 겉모습 위에 붓질을 하려는 이런 허울뿐인 시도에는 이름이 있다.
‘목적 세탁’이다.

카루치는 우리 몸의 근육처럼 정직이라는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직은 근육이다.
당신이 힘을 키워야 하는 역량이다.
우리가 정직한 조직을 실현하고자 할 때 운동 후 근육통이 찾아오는 것처럼 목적을 방해하는 통증을 마주하게 된답니다.
정직은 특히 우리가 부족할 때 신경을 쓰고,
영양도 공급하고,
강하게 유지되도록 움직여서 연습하고 실천해야 한다.


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이학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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