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로 사회, 노년세대에도 책임 있다


산업화·베이비붐 세대 65세 넘겨

노인 20%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
연금·복지·의료 등 젊은세대 부담
'전투복 복장'도 부정적 관념 유발
경로보다 혐로 커진 이유엔
우리 세대 책임도 적지 않아
기왕 여기까지 잘 일군 나라
끝까지 '귀감' 될 수 있도록 모범을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그것도 예상보다 1년 빨리 말이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유엔 기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를 맞이했던 대한민국이 2017년 고령 사회가 된 지 불과 7년여 만에 초고령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20년 뒤인 2045년에는 노인 비율이 37.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물론 초고령 사회를 온 국민이 박수갈채로 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수 만세’나 ‘백 세 시대’를 마냥 반기기에는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경제적 대가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당장은 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복지나 의료 비용 또한 늘어날 것이다.
반면에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 및 소비 위축에 따라 국가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의 어두운 그늘은 다른 쪽에서도 걱정이다.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시선이 너무나 부정적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난히 ‘혐로(嫌老) 사회’다.
한국형 ‘전방위 혐오 사회’의 세대판(版)인 셈이다.
노인 비하 신조어가 속출하는 가운데 표현 또한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노인네’나 ‘꼰대’는 차라리 점잖은 편,
‘노인충’ ‘틀딱충’ ‘연금충’ 등 벌레 ‘충(蟲)’ 자를 예사로 붙이는 세상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인 이미지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
세대 소통을 지향하는 사회 플랫폼 ‘G-브릿지’가 얼마 전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노인이라는 단어가 맨 먼저 연상시키는 것은 압도적으로 태극기 부대였다.
그리고 태극기부대 하면 가장 우선 떠오르는 인상은 ‘그냥 싫은 느낌의 노인들이 몰려다닌다’는 것이었다.

언뜻 이는 세대 간 이념 성향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정치적 보수화도 만만치 않은 추세라,
청년 세대가 태극기 부대를 통해 노인 세대에 대한 반감을 키우게 되는 보다 큰 이유는 딴 데 있는지 모른다.
언제부턴가 서울 도심에는 ‘전투복’ 차림의 태극기 부대가 노년 세대의 전위대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들에게는 군복과 더불어 등산복이 일종의 ‘시그니처 드레스 코드’다.
무릇 옷이란 ‘사회적 몸’이어서,
그것에 따라 사람의 심리와 행동은 사뭇 달라진다.
의관(衣冠)이 흐트러지면 행동거지도 거기에 따라가는 법이다.
또한 노인들끼리 서로 닮은 복장은 나름 ‘제복 효과(uniform effect)’를 발휘하여 내부적으로는 하나로 뭉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외부적으로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유발하기도 한다.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작금의 노년층은 대한민국을 초고령 사회로 이끈 시대사적 주역이다.
해방 및 건국기에 태어난 산업화 세대의 뒤를 이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차례차례 65세를 넘기며 지금과 같은 초고령 사회가 만들어졌다.
초고령 사회로 들어선 나라가 프랑스나 독일,
일본 등 주로 선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세대가 흘린 피와 땀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말하자면 대한민국과 동반 성장한 세대다.
실제로 태극기 집회 적극 참가자 가운데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거의 절반이었고 대졸 이상의 학력은 60%에 가까웠다(조선일보 2018년 8월 조사). 기원전 로마시대의 정치인이자 문필가인 키케로(Cicero)가 말했던가,
“노인들이 없다면 어떤 국가도 존재할 수 없었다고.

그런데 정작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경로(敬老) 아닌 혐로 사회다.
그렇다고 손자·손녀뻘을 상대로 세대 전쟁을 벌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럴 때는 필자를 포함한 노인 세대가 혐로 사회를 자초한 대목은 없는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자기 성찰에서 찾는 게 훨씬 어른스럽다.
젊은 세대를 얼마나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는지,
배려와 믿음,
대화와 경청에 인색하지 않았는지 먼저 되돌아보아야 한다.
행여 나이를 벼슬 삼아 몸가짐이나 언행에 거칠거나 지나친 점은 없었는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작금의 혐로 세태를 반전시키는 일조차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세대들’의 또 다른 역사적 책무이자 봉사,
보람일지 모른다.
기왕 여기까지 잘 일군 나라,
끝까지 미래 세대의 귀감이 되겠다는 자존심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노인의 권위란 명예롭게 보낸 지낸 세월의 마지막 결실이다 ─ 이 또한 키케로가 남긴 말이다.

"노후 돈 걱정 없다"… 서울 사는 50대 통장 들여다보니

인생 2막 삶의 질 좌우하는 현금 흐름
"황혼기엔 마르지 않는 현금이 최고"
[왕개미연구소]

“아빠,
엄마는 젊어서 뭐 했느냐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려면 얼마 정도 준비해 놔야 할까요?

“실거주 집 한 채 빼고 퇴직 때까지 10억 모으는 게 목표입니다.
물려받을 곳 없는 흙수저 맞벌이인데 충분할까요?

40~50대가 많이 모이는 중년 커뮤니티에는 노후 준비에 대한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고,
그들의 검증된 방식을 벤치마킹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본인 스스로 ‘노후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다’고 자신하며 ‘은퇴 천국’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3년)를 토대로 만든 ‘노후 준비가 탄탄한 50대 가정의 통장’을 소개한다.
통계청이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50대 가구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후 준비 설문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황혼기의 여유는 현금 흐름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묶여 있으면 소용없어요. 부동산은 마음의 평안을 주지만,
진정한 소비 여유는 현금이 매달 들어와야 가능합니다.
(70대 은퇴자 A씨)

인생 황혼기의 승패는 현금 흐름에 달려 있다.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생기는 현금 흐름은 생활비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나 예기치 않은 지출에도 대비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50대 현역 가구주 가정의 노후 준비 자신감을 5등급(최고,
우수,
보통,
미흡,
최저)으로 나눠 살펴보면,
현금 흐름의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총자산 13억4000만원을 보유한 비수도권 50대 가정의 노후 준비 자신감은 가장 높은 최고 등급이었다.
수도권에서 2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보다도 노후 준비 자신감이 더 높았다.

왜 그런 걸까. 비수도권의 노후 준비 1등급 그룹은 금융 자산이 3억4000만원 정도로 수도권 2등 그룹보다 전체 금액은 살짝 적었다.
하지만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수도권의 노후 준비 2등 그룹(20%)보다 높았다.
주거비나 생활비 등 고정 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래 불안증이 낮은 것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노후 준비 자신감은 자산 총량보다는 현재의 안정적 생활 유지 가능성에서 나온다면서 “총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율이 높을수록 유동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더 쉽게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준비 자신감이 최고인 수도권 50대 가정의 총자산은 약 32억원이었다.
이 중 부동산은 26억원이고,
금융자산이 5억원이 넘었다.
부부가 희망하는 은퇴 생활비는 월 591만원으로 높은 편이었다.
김진웅 연구위원은 “자산가들은 부동산 비중이 높다고 해도 절반 정도는 거주 외 수익형 부동산이어서 이를 활용해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노후 준비 자신감이 최저 등급인 50대 가정은 보유 중인 금융 자산이 4000만~6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퇴직 전에 현금 파이프라인 구축

50대 회사원 이모 씨는 “부모님의 노후를 옆에서 지켜보며 경제적 준비가 부족할 때 겪는 어려움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자산을 점검할수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 시점이 임박하기 전에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서 현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두라고 조언한다.

금융 전문가 신동훈씨는 “부동산 비중 조절은 전적으로 개인의 노후 계획과 생활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안전한 노후를 맞이하려면 현금 자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은퇴 후 들어올 현금이 전혀 없는데 부동산만 끼고 있다면 절반은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가령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는 5억 정도 아파트에 살면서 나머지 5억원을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국민연금까지 합해 매달 200만원 이상 현금이 들어오게 구조를 짜라는 것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은 가능한 월세 나오는 부동산으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개인 연금이나 매달 현금이 나오는 금융상품(연 5~7% 배당이 나오는 상장지수펀드) 등에 넣어서 현금이 마르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주택 다운사이징의 심리적 장벽

퇴직 후 현금 흐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집 한 채가 전부인 상황에서 유동성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주택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이라는 의사 결정은 심리적 부담이 크다.

<반은퇴>를 쓴 신동국 작가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할 때 타인의 시선이라는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평 아파트에서 18평으로 이사했다거나,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작은 주거 공간이나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자녀 결혼식이나 손주와의 관계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는 결국 비용 절감과 지출 관리를 위한 선택입니다.
이런 현실을 수용하고,
자신의 삶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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