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행' 요구까지 나왔다…김건희 리스크, 엿새 뒤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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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행' 요구까지 나왔다…김건희 리스크, 엿새 뒤면 더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권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4·10 총선 공천을 앞둔 2월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됐다. 명씨가 "김해에서 5선 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됩니다"라고 하자, 김 여사는 "단수(공천)는 나 역시 좋지"라며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명씨는 자신이 돕던 김영선 전 의원이 4·10 총선에서 경남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야 하는 처지가 되자 단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는 '경선이 원칙'이란 원론적 답변을 한 것"이라고 공천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 여사가 친분있는 명씨와 공천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자체가 오해를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 김 여사 주변에 명씨 같은 문제적 인사들이 많은 데 대해 국민은 의문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은 두번이나 독대 요청을 뿌리쳤다. 2일엔 한 대표만 빼고 여당 지도부를 불러 만찬을 하며 '우리는 하나'를 외쳤다. 그러자 한 대표는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공기관 감사 김대남씨가 7·23 전당대회 당시 좌파 유튜브에 자신을 공격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공개 제기해 여권의 자중지란은 가중됐다. 급기야 검사 출신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김 여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에 정치적 책임을 두 배, 세 배 져야 한다"며 "직접 사과 뿐 아니라 장기간 소록도 봉사 같은 걸 해야 한다"고 했다. 4일 아침 신문들은 "김 여사 리스크와 이를 둘러싼 여권 내분이 이렇게 오랫동안 국정을 발목 잡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비판 사설을 쏟아냈다.

사설들을 보면

한국일보는"영부인의 공천 의견 교환, 상식적이지 않다"에서 "김 여사가 선거판에 몸 담은 명씨와 공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해명은 '명씨는 허장성세가 있는 인물'이란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명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인물이었다면, 김 여사는 대선 이후 거리를 두어야 했다"며 "여당에서도 (김 여사에게) 대국민 사과뿐 아니라 장기간 소록도 봉사 요구가 나오는 것도 싸늘한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김 여사가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용산만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 아침 신문 사설들중 가장 수위가 높지만, 민심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은 것도 사실이다.

국민일보도"김 여사 둘러싼 여권 내분, 언제까지 이럴 건가"에서 "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여당 공천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민간인인) 김 여사는 이를 알 위치에 있지 않으며 설사 알았다 해도 누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늘어날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번은 여당이 용산을 도와줬어도 다음은 아닐수도 있다는 거다.

동아일보도"험악한 민심 전달 않고 “우리는 하나” 외치고 끝난 용산 만찬" 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이 2일 원내지도부 만찬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 등 악재들은 쏙 뺀 채 야당 비판과 흔들림 없는 의료 개혁만 강조했다니 민심이 왜 험악해졌는지 관심조차 없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대표는 (5일 재투표될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이 맞다”면서도 ‘특검법이 한 번 더 넘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엔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며 추후 상황에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불통 독주를 이어가면 다음번엔 여당이 특검을 통과시켜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세계일보도"한동훈 빠진 용산 만찬의 '우리는 하나다' 구호 공허하다"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친한계에서 ‘반란표’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정도로 양측 간 감정의 골은 깊다"고 지적했다. 이어 "10·16 재보선을 앞두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양측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빨리 만나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과 '헤어질 결심' 용산, 10.10 이후가 변수다

오늘 아침 신문 사설들은 단순한 '김건희 리스크' 비판을 넘어서 김 여사의 '소록도행'이나 여권의 '행동'을 촉구하는 수준으로 논조가 격화됐다.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윤-한 갈등이 정권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초대형 악재가 됐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과∙의대증원 유예∙채 상병 제3자 추천 특검' 등 3가지를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셋 다 들어줄 뜻이 전혀 없다고 한다. 요즘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한동훈에 대해 강한 분노를 토로하면서 "그 친구로는 이재명 못 이긴다"고 말한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내년 9월까지가 임기인 한 대표의 '조기 퇴진'을 유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다. 시나리오는 성적이 신통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 10.16 재보선이다.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한편 "취임 반년이 다 되도록 한 일이 없다"고 비판해 한 대표가 연말 안에 물러나게 하고 당은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만 빼고 나머지 여당 지도부는 전원을 초청한 2일 만찬은 그런 포석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한다.

이런 관측이 설득력 있게 나오는 것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선 한 대표 등 여권의 요구를 워낙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대표 등 여당 입장에선 김 여사는 메가톤급 시한폭탄이다. 문자나 통화한 의원들이 수십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진석 비서실장 등 정무라인은 무력화됐고 공천은 물론 인사에도 '여사 라인'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여사가 만난 사람들도 예측불허인 인물들이 많아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을 압박한다고 섣불리 '김건희 특검'같은 야당발 공격에 가세하기도 어렵다. 그랬다간 윤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대권이 이재명 대표에게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한 대표가 3일 "김건희 특검은 부결이 적절"이라고 공언한 건 본인도 그런 우려를 하고있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다간 윤 대통령이 탄핵은 아니더라도 탄핵에 준하는 수준으로 남은 임기 내내 몰릴 것이 뻔하다는 게 한 대표와 비윤계의 딜레머다. 하지만 민심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는 법이다. 신문 사설들이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비판을 넘어 '행동'을 촉구하기 시작한 10월4일은 윤·한 갈등 당사자들에게 상징적인 날이 될 것이다. 엿새 뒤인 10일이면 22대 국회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시한이 완료된다. '용산 검찰'의 칼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여당 의원들은 지지율이 20%선에 불과한데다 다음 총선 공천권도 없는 대통령 눈치를 살필 이유가 없어진다. 한 대표가 3일 "특검법이 또 국회로 넘어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미리 얘기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10.10 이후'를 의식한 발언일 공산이 높다. 용산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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