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 끝나고 살 오른 8월, 진짜 전어 철은 바로 지금


홍신애의 이달의 식재료 전어
난류성 어종…늦여름 상품성 최고
‘가을 전어’ 선호로 9월엔 비싸져
기름기 고소한 ‘직화구이’ 추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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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을 보면 한강 다리에 올라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에게 전어 굽는 냄새를 피워 다시 내려오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그 냄새가 그렇게 좋을까? 죽을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도로 식욕이 돋게 할 정도로? 항간에는 며느리의 귀가를 다르게 해석하는 설도 있다.
전어의 단백질과 지방이 불에 타는 냄새와 연기가 마치 사람이 타는 것과 비슷해서 며느리는 사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고 돌아온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전어라는 이름에 쓰인 ‘전’자는 돈을 뜻한다.
맛있고 인기가 많아서 돈처럼 거래된다고도 하고,
돈이 많은 사람도 돈이 없는 사람도 모두 찾아 먹는 생선이라 그렇게 불리는 것도 같다.
사실 전어는 도미나 고등어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생선은 아니었다.
모두 가난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동물성 지방 섭취를 위해 근해에서 잘 잡히는 생선 위주로 섭취했는데 그중 하나가 전어였다.
흔해서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특별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몸집에 기름기가 적당히 도는 전어는 싼값에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며느리 얘기 말고도 ‘가을 전어’ 맛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소리가 있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 정확히는 가을철 기름기가 오른 전어 머리를 먹었을 때 마치 참깨를 씹은 것처럼 고소하다는 뜻인데 생선 머리에서 참깨 맛이 날 리가 있나. 이런 말들은 언뜻 속담처럼 오래된 진리를 품은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다.

전어도 금어기가 있다.
전어가 산란하는 5월부터 7월 중순까지는 잡을 수 없다.
이 시기 전어들은 충분한 먹이활동을 하며 살을 찌운다.
전어는 난류성 어종이기 때문에 바닷물 수온이 적당한 늦여름,
금어기 이후에 최상의 컨디션과 연한 뼈,
그리고 오동통한 살집까지 최고의 상품성을 완성한다.
게다가 지금은 가격도 저렴하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가을 전어’를 선호하기 때문에 9월 중순 이후로 전어는 부르는 게 값인 그야말로 돈값 제대로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맛있으면서 값도 싼 진짜 전어 철은 바로 지금이다.
수온이 내려가고 전어가 따뜻한 바다로 도망가는 쌀쌀한 날씨가 되면 이미 늦다는 소리다.
국내 최대 전어 산지인 경남 삼천포에서 20여년 전부터 열리는 전어축제 역시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중순에 열린다.

전어는 불에 구워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8월 전어는 뼈가 연해 다들 세꼬시나 회무침 등을 선호하지만 나는 무조건 직화구이를 추천한다.
금어기 이후 통통히 오른 살과 불이 만나면 진짜 깨를 볶는 듯 고소한 기름내가 타다닥 소리와 함께 퍼진다.
전어 껍질이 거뭇하게 바삭해지면 굵은 소금을 팍 뿌리고 젓가락으로 가운데 살을 찌른다.
껍질과 살 사이에서 배어 나오는 육즙과 기름이 합쳐져 슬쩍 녹아든 소금기와 함께 어우러진 전어살을 입에 넣으면 정말 씹기도 전에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전어처럼 기름진 생선은 무조건 아가미 아래쪽의 ‘배받이살’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
내장이 꽉 차있던 이 살은 쇠고기로 따지면 갈빗살,
돼지고기로 따지면 삼겹살 부위다.
깨가 서 말이라는 고소함은 머리가 아닌 이 배받이살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전어를 발라 먹일 때 다른 쪽 살을 왕창 주고 이 배받이살은 사수한 채 천천히 가시를 발라먹었다.
잔가시가 세로로 박혀있는 배받이살을 힘겹게 발라먹는 내 모습에 아이들은 “엄마도 흰 살 먹어!”라며 안타까워했지만 사실 딱히 엄마의 마음으로만 그런 건 아니었다.
(얘들아 미안해….) 이제는 맛집 전문가가 된 가수 성시경씨의 에스엔에스(SNS)에서 최근 이런 글을 읽었다.
“곧 전어 철이 다가오겠죠?” 내 친구 시경아,
전어 철 이미 왔어. 8월 가기 전에 전어 먹자!

홍신애 요리연구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제철음식 '전어' 요리

 

전어는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맛이 훌륭한 생선이다.
특히 가을 전어는 여름철 충분한 먹이를 먹고 성장해 가을 즈음이면 통통하게 살과 기름이 올라 맛이 절정에 이른다.
고소하니 쫄깃한 가을 전어는 그 맛이 뛰어나 사계절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놓칠 수 없는 가을 별미 전어. 그 매력에 빠져보자.

[전어 손질법 및 보관법]

 

가을 전어는 살이 올라 몸이 통통하고 크다.
비늘이 많이 붙어있고 윤기가 나며,
배 부분이 은백색을 등은 초록빛을 띠고 있는 것이 좋다.
전어는 주로 뼈를 발라내지 않고 통째로 요리해 먹는다.
먼저 전어는 깨끗이 씻은 후 비늘을 벗겨낸다.
비늘 잘 벗기려면 비늘 반대 방향인 꼬리에서부터 머리 쪽으로 긁어낸다.
손질해서 먹을 경우 비늘을 벗기고 머리,
꼬리,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다.
이때 뱃살 쪽에 있는 검은 막과 피를 완벽히 제거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손질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요리에 이용하면 된다.

전어를 바로 먹을 수 없다면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하면 된다.
냉장 보관할 경우 1~2일 정도 보관하는 것이 적당하다.
장기 보관하려면 소금에 살짝 절여 30분간 둔 후,
흐르는 물에 소금기를 살짝 헹궈준다.
그다음 물기를 닦고 비닐에 한 마리씩 싸서 냉동 보관한다.
손질한 전어는 소금을 뿌리지 않고 한 마리씩 비닐에 싸서 냉동 보관한다.

[전어 요리]

1. 전어구이

전어는 가을이 되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이 절정에 이른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있듯이,
노릇하게 구운 전어구이는 고소하니 가을 생선 중에서 으뜸이다.
먼저 깨끗이 씻은 전어는 비늘 반대 방향으로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긁어낸다.
머리와 내장을 그대로 둔 채 몸통에 칼집을 넣는다.
앞뒤로 굵은 소금을 뿌린다.
뜨겁게 달군 팬 또는 달군 석쇠에 전어를 올린다.
앞뒤로 바삭하게 구워주면 고소한 향이 일품이 전어구이가 완성된다.

2. 전어회

제철 맞은 생선은 회로 즐겨야 가장 맛있는 법. 가을 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기름이 적당히 올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먼저 깨끗이 씻은 전어의 비늘을 제거한다.
머리,
등,
지느러미,
내장 부분을 제거한다.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검은 막과 피를 깔끔하게 제거한다.
손질한 전어는 적당한 두께로 썰어준다.
이때 전어를 사선으로 썰어주면 더욱 고소하고 맛있는 전어회를 즐길 수 있다.

3. 전어회무침

고소한 전어를 채소와 곁들여 양념장에 버무려 먹으면 새콤하니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먼저 깨끗이 손질한 전어는 전어회와 동일하게 꼬리에서 머리 쪽으로 비늘 벗겨낸다.
머리,
등,
지느러미,
내장 부분을 제거하고,
검은 막과 피를 깔끔하게 제거한다.
사선 방향으로 일정하게 썰어준다.
양파는 채를 썰고,
오이와 당근은 어슷 썰어 준비한다.
양념장 재료는 고춧가루 2큰술,
고추장 1큰술 반,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식초 3큰술,
설탕 약간 넣고 섞는다.
볼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고 양념장에 버무린다.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4. 전어찜

사진 출처 : KBS1 <한국인의 밥상>

구워 먹어도 맛있고,
회로 즐겨도 맛있는 전어는 찜으로 즐겨도 맛이 좋다.
깨끗이 씻은 전어는 비늘을 제거하고,
잔 칼집을 넣는다.
손질한 전어는 굵은 소금을 뿌려 10분 정도 재운다.
전어의 물기를 제거한다.
찜통에 전어를 올려 10분 정도 찐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돌려도 좋다.
양념장은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통깨 약간,
후춧가루 약간 넣고 섞는다.
찐 전어를 그릇에 담고 양념장을 고루 뿌린다.
마지막으로 가늘게 대파 채를 썰어 실고추와 함께 고명으로 올려 마무리한다.

5. 전어조림

사진 출처 : MBC <그린실버 고향이 좋다>

매콤하니 촉촉한 속살이 부드러운 전어조림. 먼저 전어를 깨끗이 씻고,
비늘을 제거한다.
손질한 전어에 칼집을 넣는다.
무는 큼직하게 썰고,
대파와 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양념장은 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설탕 약간,
후춧가루 약간 넣고 섞는다.
냄비에 무를 깔고 그 위에 전어를 올린다.
양념장을 반만 넣고 끓으면 나머지 양념장을 넣고 물 1컵을 부어 끓인다.
국물을 끼얹어가며 끓이다가 대파와 홍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6. 전어뼈튀김

사진: 방방콕콕 '남해수산횟집'

생선 속뼈에도 다량의 칼슘과 영양분이 들어있듯이,
전어의 뼈에도 영양분이 풍부하다.
전어회를 뜨고 남은 전어 등뼈를 발라낸다.
전분을 앞뒤로 골고루 묻혀 뭉친 가루들을 잘 털어낸다.
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달궈지면 앞뒤로 노릇하게 튀기듯이 굽는다.
바삭하고 오도독 씹히는 등뼈 식감이 은근 별미다.

7. 전어매운탕

얼큰하니 칼칼한 매운탕. 제철 맞은 가을 전어를 넣은 매운탕은 그 맛이 또 다르다.
먼저 전어의 비늘과 머리,
꼬리,
지느러미,
내장 등을 제거해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무는 나박 썰고,
고추는 채를 썰어 준비한다.
양파,
호박,
당근,
미나리 등 기호에 따라 준비한 채소를 먹기 좋게 썬다.
냄비에 물을 붓고 멸치를 넣어 육수를 낸다.
멸치 육수에 된장 1큰술,
고추장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풀어 저어준다.
전어를 넣고 끓이다가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낸다.
나머지 채소를 모두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인다.
마지막에 미나리를 넣어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전어를 통째로 넣어도 좋고,
먹고 남은 전어회를 넣어도 좋다.

8. 전어전

사진 출처 : KBS1 <한국인의 밥상>

남은 전어회로 전어전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먼저 전에 들어갈 채소를 준비한다.
양파와 호박을 썰어주고,
고추는 채를 썰어 준비한다.
볼에 전어회와 준비한 채소 그리고 부침가루와 달걀 1개,
물을 넣고 잘 섞어 반죽을 만든다.
반죽은 소금으로 간한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른 뒤 반죽을 한입 크기로 부친다.
반죽은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황현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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