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대화 전파도
밸런타인 파티는 하면서, 화장실은 왜 못 찾을까?
물론 인공지능이 사람은 아니라 당혹스러운 행동을 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벤트 같은 경우에는 적절한 공간을 잘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부 아바타는 황당한 행동을 하기도 했대요. 예를 들어 몇 명이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하고 고민하는 동안, 일부는 이미 장소로 이동을 했고요.
일부 아바타는 새로운 장소에 대해 학습을 하더라도,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술집인 펍을 알게 됐다고 해볼게요. 사람이라면 당연히 펍이 저녁 시간에 여는 것을 알텐데, 아바타는 점심 때부터 몰려갔다고 합니다.
또 화장실에 이미 한 아바타가 들어갔는데요. 또 다른 아바타가 들어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는 물리적 규범에만 집착했기 때문인데요. 화장실을 1인용 화장실이라고 규정을 했더니, 그제야 화장실에 몰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미세 조정인 파인튜닝을 하면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했대요. "항상 그랬듯이 너와 이야기해서 좋았다"처럼 훈훈한 끝마무리. 개성이 상실된 것이죠.
구체적으로 이사벨라가 밸런타인데이 파티를 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셰익스피어 독서회로 꾸미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사벨라는 "그건 아닌데"라고 말을 끊지 못했대요. 우물쭈물. 그러면서 "네! 저는 문학에 매우 관심이 있어요"라는 가식적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사회학, 맞춤 서비스의 발전
이번 실험은 향후 매우 방대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이 깊었습니다. 매우 개성 넘치는 페르소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연결해 시뮬라크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오감인 멀티모달을 더할 경우 가상공간은 정말 현실처럼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 행동을 미리 이해하기 위한 수많은 사회적 심리 실험에 인공지능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어요.
또 연구진은 이런 서비스가 향후 매우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습니다. 아바타를 ‘나’처럼 설정을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고 책을 읽게 할 수 있죠. 또 이 아바타를 스몰 빌에서 살게 하면? 나에게 벌어질 사회적 일을 미리 예측?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지만 연구진은 윤리적 문제도 고민했습니다. ‘나’를 아바타로 만들어 다른 인공지능 연인 아바타랑 살게끔 한다면? 지나치게 몰입을 한다면 정말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몰라요.
이에 대해 김주호 카이스트 교수님은 현재는 활동과 행동까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세세한 사람 심리는 아직은 숙제라고 하는데요. 다만, 만약에 데이터로 표현된 심리에 대해서는 그럴듯하게 시뮬레이션 할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럼? 사람 심리를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짝사랑하는 사람에 고백하기 전에, 중요한 면접을 보기전에? 가상 공간에서 먼저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 용어: 시뮬라크르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원본이 없는 복사본 또는 표상을 가리켜 시뮬라크르라고 지칭했어요. 시뮬라크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를 지칭한다면,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의 동사적 의미, 즉 <시뮬라크르 하기>입니다.
다시 말해 시뮬라시옹은 기호나 이미지로 인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우월한 초과 실재(reality)가 산출되는 과정이고요. 시뮬라크르는 그 결과입니다. 보드리야르는 대표적인 사례로 디즈니랜드를 꼽기도 했어요. 디즈니랜드에 가면 행복하죠? 하지만 사실 캐릭터는 현실에 실존하지는 않습니다. 상상일 뿐이지만, 더 현실?
그러면서 보드리야르는 현실과 현실의 복제인 시뮬라시옹을 구분할 수 없는 상태로 하이퍼리얼리티라는 개념을 창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이퍼리얼리티 세상이 펼쳐지면 실제 현실과 가상간 괴리가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더 궁금하시다면, 블로그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