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K-파시즘'의 탄생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BR> ⓒ연합뉴스

[박세열 칼럼] 윤석열의 주장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해야만 해소 가능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Do you here the people sing?)'를 윤석열은 평소에 즐겨듣는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2023년 3월 8일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내쫓고 치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국민의힘 1호 당원' 윤석열이 입장하자 '민중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민중의 노래가 들리나. 분노한 자들의 노래.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민중의 음악이네. 심장 박동 소리가 북소리와 공명할 때 내일이 오면 시작될 새로운 삶이 있네."사람들은 이 이질적인 퍼포먼스에 압도당해 할 말을 잊었다.
이 노래에 맞춰 위풍당당 입장한 윤석열은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축사에 앞서 크게 어퍼컷을 날렸다.
그 어퍼컷이 2년 후 국민을 향해 날아올 줄은 당시 추호도 몰랐다.
윤석열은 용산에서 비서관들과 오찬할 때도 이 노래를 튼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유에 관한 곡이며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건 뭔가 하면, 전두환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어놓고 감상에 젖어 '애절한 사랑에 관한 곡이며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는 꼴이다.
'민중의 노래'는 1832년 프랑스 파리에서 군주제 폐지를 내걸고 일어난 '6월 봉기'를 배경으로 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의 주제곡이다.
6월 5일 라마르크 장군의 시민 장례 행렬에서 군중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강렬하다.
공화주의자들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을 외치며 왕정 폐지를 위해 깃발을 흔든다.
그리고 파리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왕당파 군대에 맞섰다.
윤석열은 체포되기 전 관저에서 시민에 대항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스스로를 가뒀다.
의회 해산을 시도한 이 '손바닥 왕'은 갑자기 저항군에 빙의하더니, 체포된 후에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도그 휘슬'을 불었다.
성난 윤석열 지지자들은 '국민 저항권 ' 운운하며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을 시민이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법원에 난입해 미증유의 폭동을 일으켰다.
윤석열은 지금 스스로를 성난 민중의 지도자이자 체제를 뒤집어 엎을 순수한 혁명가로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지금은 극우 파시스트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하기 좋은 시기다.
극우는 그간 그럴듯한 옷이라도 걸치고 있었다.
지금은 아예 발가벗었다.
김문수는 광주의 자동차 공장에 방문해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라고 점잖게 말했지만, 지금 극우 시위대는 '빨갱이 노조를 때려잡자'고 외치며 광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윤석열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을 '민중의 지도자'의 위치에 놓고 있는 윤석열의 전복적 세계관. 그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런 척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좌파와 야당과 선관위의 '부정선거 공모'를 주장하고 '북한과 중국인이 나라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극우 세력의 언어를 받아들인 윤석열은 거침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윤석열의 언어와 그 안에 깃든 의지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해야만 해소 가능한 것들이다.
윤석열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 불만이 외국인으로부터 유래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파시즘은 아래로부터 작동하지만 위로부터 정당화된다.
" 윤석열의 목적은 민주주의의 파괴다.
과한 상상일 뿐일까?역사학자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은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에서 "거짓말은 다른 정치 전통에서는 볼 수 없는 파시즘만의 특징이다.
(정치가의) 거짓말은 자유주의에서는 부수적이지만, 파시즘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거짓말로 정치적 폭력을 방치하고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건 파시스트들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윤석열의 행동은 이 요건에 꼭 들어맞는다.
히틀러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진실과 거짓 사이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 투쟁은 진실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라고 했고, 베니토 무솔리니는 "나는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진실을 말한다"고 역설했다.
파시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창조한 거짓말을 스스로 믿는단 사실이다.
괴벨스는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날조한 후 이를 뉴스로 내보내게 한 후, 자신의 일기장에 사실인 것처럼 적어두었다.
파시스트들에게 지식과 현상은 단지 '믿음'의 문제였을 뿐이다.
히틀러는 유대인과 이민족이 아리아인을 말살하려 한다는 '대안적 사실' 제시하고 그것을 진실이라 우겼다.
히틀러에게는 자신이 말한 '진실'(거짓말)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져야 할 필요가 없었다.
'대안적 사실'을 믿는 사람들 안에서만 거짓말이 진실로 통용되면 그만이다.
괴벨스는 선전을 "거짓말이나 왜곡을 일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윤석열은 지금 극우 세력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 '부정 선거'와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부정선거'라는 대안적 사실을 내놓고 이를 진실이라 우긴다.
윤석열 변호인은 법정에서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이라는 가짜뉴스를 사실처럼 읊어대고, 내란 가담자를 변호하고 있는 한 법률가는 헌법재판관들이 모두 "빨갱이"라고 주장한다.
핀첼스타인은 "반복적인 거짓말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흔든다.
포퓰리스트들은 대의민주제의 힘을 약화하려는 것일 뿐이지만 파시스트들은 아예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실'을 '거짓말에 대항하는 반대 의견' 정도로 격하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한 사회 혼란이 그들의 목표다.
이제 우린 윤석열과 그의 지지자들의 행위를 '파시즘'이라 규정해야 마땅하다.
윤석열은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형법 87조 1항이 규정한 내란 우두머리 죄의 형량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다.
그도 직감했으리라. 죄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어차피 무죄 아니면 최하 무기징역이라는 걸. 형량의 예측 가능성은 지금 윤석열이 보여주고 있는 많은 행동들을 설명해준다.
그리하여 윤석열은 지지자(물론 그들이 정말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를 선동하고 폭동을 유도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며 극우 세력의 마음 한편에 본인의 성채를 조그마하게나마 구축하려 한다.
윤석열의 파시즘이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다.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고 사법적 단죄가 이뤄지면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극우 세력은 또 다른 '대안적 사실'을 찾아 유목민처럼 이동할 것이다.
윤석열은 보수의 뿌리에 허약하게 박혀 연명하는 작은 잔가지다.
'민중의 노래'를 즐겨듣는다는 윤석열은 전복적 은유를 즐기며 박정희와 같은 '민중 친화적 독재자'를 꿈꾸는 것 같지만, 그는 박정희가 아니라 극우 세력에 기댄 초라한 파시스트일 뿐이다.▲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BR>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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