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극복
불행은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똑같은 불행을 겪었다 하더라도 어떤 이에게는 그 경험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는가 하면 어떤 이에게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라우마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존 윌리엄 고드워드, 〈신호〉, 캔버스에 유채, 66×46.4cm, 1899년
이 그림은 〈신호〉라는 작품으로, 강렬한 붉은색의 옷을 입은 여인이 눈에 띕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 법한 여인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리석 난간에 앉아 한 손으로는 햇빛을 가리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가 기다리는 것 혹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요?
붉은색은 에너지를 뜻합니다.
몸을 틀어서 적극적으로 외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변화’에대한 강렬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특히 높은 곳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행위는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곧 다가올 희망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친 사람의 결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고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두려움을 떨쳐내세요.
그런 태도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윌터 랭글리, 〈슬픔은 끝이 없고〉, 캔버스에 유채, 122×152.4cm, 1894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여인이 얼굴을 감싼 채 깊은 슬픔에 빠져서 흐느끼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으로 미루어볼 때 힘든 일들이 몇 가지 연이어 온 것 같습니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배경을 통해서도 힘겨운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일들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젊은 여인에게도 그런 모양입니다.
그 옆에서 할머니는 애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습니다.
인생의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분 같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면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끔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침묵으로 표현하는 마음의 언어가 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지요.
해가 지면 다시 뜨기 마련입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슬픔과 아픔이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동트는 새벽이 올 것입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막막한 시간 동안 조용히 옆에 앉아서 기다려주는 것,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는 것이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 참고자료
김선현,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여름의서재, 2023)
* 저자 소개
김선현은 그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와 사회를 위로하는 미술치료 최고 권위자.
연세대학교 원주의대 디지털치료 임상센터장,교수. 차의과학대학교 차병원 미술치료대학원장.
세계미술치료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 (사)대한트라우마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그림의 힘1,2’, ‘화해’,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