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듣는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 물질’ 찾았다

(왼쪽부터) 서지원 GIST 화학과 교수, 이성수 KBSI 책임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제공.

(왼쪽부터) 서지원 GIST 화학과 교수, 이성수 KBSI 책임연구원. 한국연구재단 제공.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할 수 있는 강력한 항생제 약물이 발굴됐다.

한국연구재단은 2일 서지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와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다제내성균(4종류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병균)에 효과적이면서 독성은 낮은 항균 치료제 유효물질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는 감염시 치명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다제내성균에 의한 사망자는 2050년 연간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와 비슷한 수치다.

슈퍼박테리아를 잡으려면 다제내성균을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생명체 고유의 자기방어 면역시스템이 있는 항균 펩타이드에 주목했다.
세균의 세포막과 잘 결합하도록 설계한 항균 펩토이드(펩타이드 구조를 모사한 펩타이드 유도체 신물질)를 개발해 인체에 적용해본 결과이 물질은 인체 세포에 낮은 독성을 보이면서 다제내성균 등 다양한 박테리아 균주에 활성을 보였다.

세포막 파괴와세포 내 여러 소기관 및 유전자응집을 유도하는 다중타깃 메커니즘 작용도 밝혀냈다.
다중타깃 메커니즘은 박테리아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타깃 여러 개를 동시에 공격해 사멸시키는 원리로, 내성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팀이 합성한 80여 종의 펩토이드 라이브러리 중 펩토이드29가 세균을 죽이는 작용 시간이 가장 짧아연구팀은이를 유효물질로 발굴했다.
굴절률 기반 3차원 홀로그래피 단층촬영 현미경을 이용해 기존에 간접증명만 가능했던 항균 펩토이드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메커니즘도 직접 규명했다.

서 교수는 “이번에 발굴한 다중타킷 메커니즘 기반의 항균 펩토이드는 향후 다제내성균 치료제 개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은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6월 21일 게재됐다.


박테리아도 인간처럼 ‘생체시계’ 맞춰 산다

박테리아도 인간처럼 24시간 주기에 맞춰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R> ttsz/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박테리아도 인간처럼 24시간 주기에 맞춰 생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ttsz/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박테리아도 ‘생체시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미생물공학 등에 활용하면 인간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테리아는 생물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상에 많이 존재한다.
충치, 콜레라, 폐렴 등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박테리아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분이나 치료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박테리아의 역할이다.
박테리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박테리아가 인간에게 보다 유익하게 작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박테리아가 인간처럼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은 박테리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존 이네스 연구소, 독일 뮌헨대, 덴마크공대 공동 연구팀이 5일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박테리아는 인간처럼 24시간 주기를 자신과 동기화해 생체시계를 유지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박테리아는 생각한 것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생활을 한다.
연구팀은 토양에 널리 퍼져있는 박테리아인 '바실러스 서브틸리스'의 유전자 발현을 통해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는 근거를 발견했다.
빛을 생성하는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를 삽입하는 기술을 이용한 분석이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바실러스의 유전자에 이 효소를 삽입해 유전자 발현이 일어날 때 발광이 일어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바실러스가주변 환경에 맞춰 생체리듬을 조절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복잡한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박테리아 역시 빛과 온도 등의 조건에 맞춰 자신의 신진대사를 동기화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세포 유기체가 많은 세포를 가진 생물처럼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박테리아의 생체시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건강, 식물 및 동물 과학, 미생물의 산업적 활용 등에 보다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다.
가령 병원성 박테리아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사멸하는 항생제를 사용할 때하루 중 어떠한 시간대에 사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토양 박테리아의 생체시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작물 보호에 도움이 되는 방법, 식물의 영양분을 강화하는 방법, 유익한 토양 박테리아를 양육하는 방법 등도찾을 수 있다.

프랑스 생화학자인 자크 모노는 “대장균에게 진실인 것은 코끼리에게도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생물에게 보편적인 규칙이 적용된다는 의미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시계도 박테리아에서 인간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유기체는 빛, 온도 등 24시간 환경 변화에 맞춰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생리 작용 및 신진대사가 일어나도록 생체시계를 유지한다.
인간의 생체시계 교란은 질병 발생과 연관을 보인다는 점에서 박테리아의 생체시계 연구 또한 유해균을 없애거나 유익균을 늘리는 방안 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항균제 후보는 '혈액응고인자'

두꺼운 세포벽 뒤집어쓴 세균도 가수분해 시켜

피가 났을 때 멎게하는 혈액응고인자가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BR> 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감염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피가 났을 때 멎게하는 혈액응고인자가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감염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출혈을 멎게 하는 혈액 속 단백질 분자가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쓰촨대 연구팀은 사람의 혈액응고인자가 녹농균과 아세토박터균을 비롯해 다양한 세균을 녹여 죽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혈우병처럼 출혈이 잘 멎지 않는 환자가 폐렴이나 패혈증 등 감염질환에 취약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혈액응고와 세균 감염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고 본 것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혈액응고인자를 세균에 적용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15종 혈액응고인자를 밝혀냈으며, 관여 유전자의 크기와 염색체 부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실험 결과 혈액응고인자 VII과 IX, X 등 3종이 아세토박터균과 녹농균 같은 세균을 파괴했다.
혈액응고인자는 무거운 사슬과 가벼운 사슬, 두 종류의 단백질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가벼운 사슬이 세균을 가수분해 시켰다.
무거운 사슬은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았다.

특히 혈액응고인자 VII은 세포막으로만 이뤄진 일반 세균과 달리, 리포폴리사카라이드(지방과 다당류의 복합체)으로 된 두툼한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항균제로 쉽게 죽지 않는 그람음성세균까지도 녹일 수 있었다.

이 인자들은 혈장 1dL당 0.05~1mg 정도 들었을 만큼 자연적인 농도는 매우 낮다.
하지만 이들 성분을 이용하면 세균 감염을 막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송취 쓰촨대 약대 전임연구원은 "혈액응고인자가 세균의 세포막뿐 아니라 세포벽까지도 가수분해 시킬 수 있다"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심각하게 경고한 항생제 내성균를 막을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슈퍼박테리아가 '최후의 항생제' 저항 무력화하는 방법 알아냈다

항생제 들어갈 구멍 차단

항생제 내성 폐렴간균이 갖고 있는 변형된 단백질 구조. 세포벽에 나 있는 구멍의 모양을 바꾸거나 아예 차단해 항생제 작용을 막는다.<BR> 조슈아 웡,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항생제 내성 폐렴간균이 갖고 있는 변형된 단백질 구조. 세포벽에 나 있는 구멍의 모양을 바꾸거나 아예 차단해 항생제 작용을 막는다.
조슈아 웡,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제공

'최후의 항생제'로 알려진 카바페넴에 대해 슈퍼박테리아가 저항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세균이 자기 표면에 있는 구멍을 막아 항생제 작용을 차단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일자에 발표했다.

카바페넴은 다른 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이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감염질환을 치료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카바페넴에 대해 내성을 가진 변종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카바페넴 내성균이 지난해 대비 올해 21%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그중에서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폐렴간균 변종에 대해 연구했다.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인 폐렴간균 역시 최근 항생제 내성 변종이 나타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에 비해 2015년 폐렴간균 감염사망자 수는 6배나 증가했다.

연구팀은 일반 폐렴간균과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폐렴간균 변종의 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카바페넴 내성균은 세포벽에 나 있는 구멍의 모양이 변형돼 있거나, 구멍 자체가 없음을 확인했다.
카바페넴은 세균벽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세균 안으로 들어가 죽인다.
이 구멍을 막아 항생제에 저항하도록 변종이 탄생한 셈이다.

하지만 세균에게 유리한 일만은 아니다.
세균이 이 구멍을 통해 먹이를 얻기 때문이다.
생쥐에게 일반 폐렴간균과 카바페넴 내성균을 감염시켜 비교한 결과, 카바페넴 내성균은 성장이 훨씬 더뎠다.

연구를 이끈 개드 프랭클 생명과학부 교수는 "폐렴간균 변종은 생존을 위해 항생제의 공격을 막아내고 느리게 성장하는 쪽을 택했다"면서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카바페넴 내성균을 없앨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박테리아 막을 항생제 사실상 없다" WHO 심각성 '경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고 있어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대응이 약화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 세계적으로 새항생제 개발이 늦어지면서 기존 항생제를 무력화하는슈퍼박테리아에 대한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17일 전세계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항생제 파이브라인 50개 진행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부분 약물이 기존 항생제보다 이점이 거의 없는데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치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WHO는 앞서 2017년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 12종과, 그중에서도 특히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에 대한 목록을 발표했다.
이 목록을 토대로 세계 제약사들이 슈퍼박테리아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보고서에 소개된 50개 파이프 라인 가운데32개는WHO가 앞서 2017년 내놓은 목록에 나온 우선 순위에 따라 개발되고 있다.

WHO는 이들 약물이 기존 항생제보다 이점이 거의 없는데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치료용이 없음을 꼬집었다.
이들 중 진행이 가장 앞선 것은 이제 전임상시험을 거친 수준이라 상용화하기까지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세계 제약업계에서 개발 중인 항생제 신약은 주로 그람음성균 치료용으로 나타났다.
폐렴간균과 병원성 대장균이 속한 그람음성균은 확산이 빠르고 신생아와 노인, 암 환자, 수술을 받은 환자 등 노약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WHO는"슈퍼박테리아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NDM-1)를 표적으로 하는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며, 아직 치료제가 없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대한 항생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은 면역력이 떨어진 체내에서 과다증식하면서 치명적인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이다.

WHO 관계자는 "글로벌 민간 기업, 연구소 등이 공동 연구해 슈퍼박테리아를 대응할 신약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국제감염병연구재단(DNDi)과 글로벌항생제연구및개발파트너십(GARDP)을 맺었다.
GARDP를 통해 20여 개국, 50개 이상 연구원, 기업과 협력해 2025년까지 슈퍼박테리아를 잡을 신약 5가지를 연구 개발할 예정이다.
효율적인 새 항생제를 개발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항생제 안듣는 '슈퍼박테리아' 잡는 토양 속 '미지의 물질' 발견

Markus Weingarth 제공

토양 세균에서 발견된 새로운 항생물질'클로비박틴'을 표현한 이미지. Markus Weingarth 제공

과학자들이 기존 기술로 배양이 불가능했던 세균에서 강력한 항생제 내성균을 죽이는 새로운 항생물질을 발견했다.
병실 입원을 제한하는 사유가 되는 항생제 내성균은 환자와 의료진의 골칫덩이다.
이번에 발견된 항생물질이 상용화되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 보균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르쿠스 와인가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전에 연구되지 않았던 세균에서 분리된 항생물질인 '클로비박틴'이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와인가스 교수는 "클로비박틴은 이전에 배양할 수 없는 박테리아에서 분리됐기 때문에 병원성 세균이 이 물질에 대한내성을 키울 시간조차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롭게 발견된 항생물질이란 의미에서클로비박틴을 '미지의물질'이라고 표현했다.

클로비박틴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모래 토양에서 발견됐다.
흙이나 물 표본 속에서 미생물을 키우는 '아이칩(iChip)'이란 배양장치가 사용됐다.
이 장치는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없는 박테리아를 배양할 수 있다.

클로비박틴은 기존 항생제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죽인다.
내성균을 둘러싼 세포벽을 구성하는 분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세포벽의 합성을 막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 클로비박틴은 세균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벽의 필수 구성 물질인 전구체 3가지를 표적으로 삼아 세균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체 핵자기공명(NMR)으로 살핀 클로비박틴은 세균 전구체에 존재하면서 변하지 않는 부분인 '피로인산염'에 결합해 박테리아를 공격했다.
연구팀은 "클로비박틴은 마치 꼭 끼는 장갑처럼 피로인산염을 감싸 결합한다"며 "이러한 메커니즘은 세균이 내성을 갖는 것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와인가스 교수는 "클로비박틴은 세균의 표면에만 존재하는 피로인산염에 결합하기 때문에 사람의 세포에 독성을 갖지 않는다"며 "낮은 위험성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죽이는 개선된 치료법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균도 경험 '기억'한다…후손까지 정보 전달

연구팀이 관찰한 박테리아 무리. 텍사스주립대 제공

연구팀이 관찰한 박테리아 무리. 텍사스주립대 제공

뇌세포가 없는 세균도 항생제로 인한 항균작용 등의 경험을 기억해두었다가 후대에 전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래시카 하시 미국 텍사스대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장 속에 살면서 장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세균인 대장균(학명 Escherichia coli)이 세포 속 철분을 통해 군집을 이루는 행동 양식을 기억하고 후대에 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21일(현지시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대장균은 떼를 지어 군집을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스워밍(swarming)이라고 부른다.
스워밍을 통해 대장균이 가지고 있던 독성이 강해진다.
이처럼 수백만마리에 이르는 대장균이 군집을 이룰 경우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선행연구를 통해 이전에 떼를 지었던 경험이 있는 대장균들이 다시 스워밍을 할 때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바 있다.
이는 일종의 학습된 기억으로 생긴 행동이지만 연구팀은 박테리아에게는 기억을 관장하는 뉴런, 시냅스, 신경계가 없다는 데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장균이 세포 속 철 성분을 통해 일종의 기억을 저장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아냈다.
연구팀이 스워밍 활동을 하는 대장균 약 1만마리 이상을 관찰한 결과, 철분을 적게 보유한 대장균일수록 다른 대장균들과 군집을 빠르게 형성했다.
독성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세포에 포함된 철분이 많을수록 군집 형성이 늦었다.
철분이 고르게 분포된 대장균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철분이 낮을 때는 주변 환경에서 철분을 찾기 위해 빠르게 무리를 형성해야한다는 기억이 남은 것"이라며 "컴퓨터가 정보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철분에 따라 특정 반응을 저장해두었다가 어떤 자극이 오면 그에 따라 즉각 스워밍 행동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대장균은 다른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세포 분열을 하며 번식하는데, 대장균을 이루는 세포 속 철 성분은 세포 분열로 생성된 후손 대장균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는 세포 분열이 거듭해서 일어난 '4세대' 대장균까지 전달되어 모체 대장균의 행동 양식을 이어받았다.
7세대에 이르러야 체내에 저장된 기억이 소멸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1저자인 수비크 바타차야 박사는 대장균 속 철분이 핵심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지구 대기권에 산소가 부족했던 시기, 박테리아들은 철분에 의존해 세포 분열을 거듭했다"며 "이를 통해 세포 속 철분이 박테리아 진화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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