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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 연소마을에 있는 소나무 세 그루. 박미향 기자
거금도 연소마을에 있는 소나무 세 그루. 박미향 기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옷소매 사이로 스며드는 찬 기운이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큰 감동을 받은 경험이라도 잊히기 마련이다. 더구나 요즘 여행자들은 에스엔에스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한다. 신비로운 여행 사진은 무한한 상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향취향’이 독특한 여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몇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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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도 연소마을에 있는 소나무 세 그루. 박미향 기자
거금도 연소마을에 있는 소나무 세 그루. 박미향 기자

거금도는 전남 고흥군의 부속 섬이다. 국내 열번째로 큰 섬인 거금도는 ‘거대한 금맥이 있는 섬’이란 뜻이다. 하지만 금광은 없다. 고흥반도 남쪽 녹동항에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2011년 총 길이 2028m인 거금대교가 들어서면서 왕래가 늘어난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낙타 모양인 거금도는 섬 가장자리를 잇는 걷기 길이 조성돼 있디. 조용하고 호젓한 해변도 많다. 그중 하나가 연소해변이다. 섬 남쪽에 있는 연소해변은 소담한 해수욕장을 껴안고 있다. 해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곳에 가면 신기한 소나무 세 그루를 발견한다. 잔잔한 바다 위에 당당하게 솟아난 소나무 세 그루다. 소나무가 어떻게 바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밀물이 들이닥치면 펼쳐지는 풍경이다. 썰물 때는 땅에 뿌리내린 풍광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일까. 연소마을 김상임 부녀회장 증언에 귀가 기울어진다. “100년 전 마을 사람들이 심었다고 하더라고요. 자세한 건 (우리도) 잘 몰라요.” 소나무 세 그루를 주인공 삼고 푸른 하늘이나 노을을 배경 삼아 찍은 여행 사진은 근사하다.

남해 ‘남해군 힐링국민여가 캠핑장’에 조성된 꽃무릇 군락지. 박미향 기자
남해 ‘남해군 힐링국민여가 캠핑장’에 조성된 꽃무릇 군락지. 박미향 기자

경남 남해군 앵강만 앞에 있는 ‘남해군 힐링국민여가 캠핑장’에 가면 ‘붉은색 천국’을 만난다.

흐드러지게 핀 꽃무릇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금 한창 제철 맞은 꽃무릇의 본명은 석산이다. 수선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알뿌리식물로 꽃 색이 짙은 붉은색이다. 과거 꽃무릇은 사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꽃잎이 탱화를 그리는 데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등에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공원이나 화단 등에 조경용으로 심기도 한다. 캠핑장 일대에 이맘때 피는 꽃무릇은 주민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다. 이 일대는 캠핑을 하지 않아도 숲과 산책길을 즐기면 걷기 여행하기 좋다.

태안 ‘청산수목원’에 있는 ‘팜파스그래스’ 단지. 박미향 기자
태안 ‘청산수목원’에 있는 ‘팜파스그래스’ 단지. 박미향 기자
‘청산수목원’ 안에 조성된 구조물. 박미향 기자
‘청산수목원’ 안에 조성된 구조물. 박미향 기자
해가 지고 있는 태안 운여해변 풍광. 박미향 기자
해가 지고 있는 태안 운여해변 풍광. 박미향 기자

충남 태안에 있는 청산수목원은 ‘인스타그램용 사진’의 성지다. 울창한 ‘팜파스그래스’ 구역이나 수목원 안에 있는 작은 호수, 둑에 설치된 작은 문을 비롯한 각종 조형물 등이 여행 사진의 배경이 된다. 13만㎡ 규모의 수목원에는 앵초, 창포, 홍가시나무 등 600여종의 식물이 자란다. 이 또한 여행 사진의 근사한 재료가 된다.

지난해 무안 ‘식영정’ 앞 코스모스 꽃밭 일대 풍경. 박미향 기자
지난해 무안 ‘식영정’ 앞 코스모스 꽃밭 일대 풍경. 박미향 기자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 있는 정자 ‘식영정’ 앞에는 화려한 꽃밭이 펼쳐져 있다. 꽃밭 사이로 걷기 편한 오솔길이 나 있다. 식영정 옆엔 500년 넘은 팽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앞에는 영산강 자락인 몽탄강이 흐른다. 식영정 인근 코스모스 꽃밭은 잘 익은 가을을 알리는 전령이다.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