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마무리 감성’이 중요하다

 


12월의 ‘마무리 감성’이 중요하다

정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
예를 들면,
동영상 플랫폼에서 정치 시사 동영상을 보다 지지하는 정치 그룹이 멋지게 나오면 기분이 좋다가도 반대로 공격을 당하면 기분이 종일 나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신문과 방송의 뉴스만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궁금해 자꾸 동영상 플랫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치 관련 심리 스트레스는 선거가 다가오면 늘어난다.
3명 중 2명이 나라 걱정 등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해외 통계가 있다.
정신 건강 관련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유로는 상대방 정치 그룹에 대한 적대감 증대,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 증가,
그리고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전달되는 내용 등이 거론된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중요한 정보이지만 과장되거나 가짜인 내용을 전달하는 네거티브 콘텐츠는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유해하다.

정치 스트레스 해법을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양극화라고 하는 정치 스트레스 증대는 세계적 현상이다.
거기에 실제로 체감하는 기후 문제까지 지구 전체의 불안 스트레스 지수가 엄청난 상황이다.
개인적 스트레스도 있지만 지구인 전체의 스트레스가 증대한 상황이다.
이렇게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관점 전환을 해보면 어려운 세상에서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힘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한 한 해를 어떻게 심리적으로 잘 위로하고 마무리하는지가 내년을 위해서 중요하다.

마음 위로엔 ‘메모리’ 관리가 중요하다.
하루를 열심히 살았어도 짜증이나 분노 등 부정적 감정으로 하루를 마감하면 짜증으로 그날이 저장된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 짜증의 기억이 결국은 허무의 감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기억을 다른 말로 바꾸면 과거이고 미래는 과거의 영향을 받는다.
올 한 해를 허무하게 느끼며 마감했는데 갑자기 새해가 되었다고 힘차게 살아 보자는 긍정적 마인드가 찾아오기 어렵다.
실제 올 초에 새해가 되었는데도 기대나 힘이 나지 않는다는 호소를 많이 들었다.

하루를 마감하는 엔딩 감성이 중요하듯 1년을 보면 12월의 마무리 감성이 중요하다.
‘이젠 다 잘될 거야’식의 마인드 컨트롤은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것보다는 가치를 감정적으로 느끼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것이 역설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가치 있게 살았다는 증거라는 위로가 필요하다.

이렇게 한 해 메모리를 잘 끝내주어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생기고,
긍정적 관점은 위기 후 성장을 이루는 마음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힘이다.
잘 기억해야 잘 살 수 있다.

인구 17만 시골 도시 바젤은 전 세계를 市場으로 생각한다



일러스트=이철원

스위스 바젤의 인구는 17만 명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63만 명,
프랑크푸르트는 75만 명이다.
반면 청주 인구는 83만,
창원 107만,
울산 116만,
광주광역시 150만 명이다.
인구수로만 보면 바젤,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는 위기의 인구소멸 도시라 할 만하다.
하지만 바젤은 전 세계 아트의 수도라고 여겨지는 도시다.
인구 17만 명의 도시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디올 같은 명품 숍들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에도 없는 명품숍들이다.
명품가게가 있어야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17만 명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명품 구매 소비자가 살 정도로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도시를 보면 도시의 경쟁력은 인구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 경쟁력은 그 도시에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가? 좋은 일자리는 그 일자리가 커버하는 시장의 공간이 얼마나 크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슈투트가르트는 벤츠가 있는 도시다.
벤츠는 전 세계에서 팔리는 최고급 자동차다.
벤츠의 본사,
디자인 센터,
주요 생산 공장은 슈투트가르트에 있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의 일자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라는 작은 도시 공간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전 세계라는 공간이 슈투트가르트의 시장이다.

스위스 바젤은 인구 17만의 소도시다.
하지만 바젤에는 일 년에 한 번 ‘아트바젤’이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 페어가 열린다.
이 시기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과 세계 최고의 갤러리들이 모여서 최고가의 미술품을 구경하고 사고판다.
이때 온 소비자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평범한 호텔에서도 비싼 돈을 주고 묵는다.
바젤의 규모와 도시의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인구 17만의 시골 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남도 서산시와 같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젤은 전 세계가 다 아는 도시다.
그 이유는 바젤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은 전 세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도시의 경제적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그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시장이 얼마나 큰 공간을 겨냥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중소도시들의 꿈은 소박하다.
이들은 세계가 아니라 수도권 시장을 목표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그렇게 하면 수도권보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다.

나는 바젤에 갔을 때 도전을 받았다.
‘헤르조그 드 뮤론’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사무소가 바젤에 있다.
인구 17만 소도시에서 시작한 설계사무소가 세계적인 건축사무소가 되어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했으며,
지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일을 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도시 서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인 나도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한반도라는 공간의 한계에 갇혀서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역사상 한 번도 세계를 제패한 제국이었던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다.
영국 같은 섬나라도 산업혁명과 해군으로 세계를 제패한 적이 있었기에 무슨 일을 해도 세계무대를 생각한다.
한때 전 세계 바다를 주름잡고 상인으로 활동했던 네덜란드도 그러하다.
네덜란드의 건축가들은 한국에서 활동하지만 한국 건축가는 네덜란드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농경사회에 근거를 둔 고대 제국들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고 노예를 확보해야 했다.
21세기에는 공간을 넓히기 위해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곳이 많아지면 제국이 되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소규모 지방 도시라고 하더라도 그곳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도시는 제2의 바젤이 되고,
제2의 슈투트가르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수원,
울산,
포항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다가올 시대에 지방 균형발전은 단순히 수도권의 인구를 분산시켜 지방의 인구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인구수보다도 그 도시의 기업이 얼마나 큰 공간의 시장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세계라는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지방의 기업들이 늘어나 우리 세대에 역사상 처음으로 제국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프랑스도 고딕성당을 만들기 전에는 야만인 소리를 들었다.
언제나 그 시작은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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