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사이코패스’가 조직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최고야 기자

직장인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범죄자’ 인식 오해… 사회 적응 성공한 사이코패스 많아
평범한 듯 사람 괴롭히는 이중성… 심리학에선 ‘정장 입은 뱀’ 설명
냉정함이 ‘리더십’으로 칭찬받기도

Chat GPT-ODRI GRAPHIC

Chat GPT-ODRI GRAPHIC

8년 차 직장인 김나라(가명) 씨는 최근 건강 악화로 휴직했다.
같은 부서 A 상사가 자신이 불성실하다며 모함하고,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이다.
퇴근 10분 전 업무 지시로 야근하는 날도 많았다.
A 상사의 괴롭힘은 몇 개월 전 자기 업무를 억지로 맡기려다 나라 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웃는 얼굴로 윗선의 비위를 맞추다가도 돌아서면 부하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
휴직 뒤에도 A 상사는 다른 직원들에게 “불성실한 직원 뒤치다꺼리하는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라 씨에게 “뭘 잘했다고 휴직하느냐”란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전히 나라 씨를 괴롭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끔찍한 연쇄살인마를 떠올린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같은 잔학무도한 이미지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란 생각은 완전 오해다.
A 상사처럼 평범한 얼굴로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전과자도 아니고,
살인을 즐기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성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사이코패스 성향이란 매우 낮은 수준부터 중증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사회에 잘 적응한 ‘성공적 사이코패스’ 성향인 이들은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전체에서 사이코패스 비율은 1% 미만이지만 기업 경영진에서는 4%로 크게 증가한다.
확률적으로 임원 25명 가운데 1명은 주변 사람에게 지독하게 구는 성향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목표를 위해 사람을 도구처럼 쓰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거나 집요하게 누군가를 괴롭힌다.
고통은 그를 상사로 둔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다.
이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으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 방법은 없을까.

● 우리 곁의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사실 사이코패스는 정식 진단명이 아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반복적 범법 행위 △충동성 △기만(거짓말,
가명 사용) △분노·공격성 △무책임 △죄책감 결여 등이 특징이다.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소시오패스’도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 성격이 상당히 비슷해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사이코패스는 뇌 결함 등 선천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소시오패스는 양육 환경 등 후천적 영향이 크다.
일부 학자는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이코패스적 성격’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본기사에서도 이들 특성을 아울러 사이코패스로 칭하기로 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약간의 차이점은 있다.
이 둘은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Psychopathy Checklist-Revised·PCL-R)’ 검사를 통해 가려낼 수 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인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이분법으로 나누기는 어려우나,
어떤 경향이 더 두드러지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사 항목 중 충동성이나 반사회성(폭력성) 항목이 두드러지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범죄형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반사회성은 낮으면서 인간관계나 감정 항목에서 사이코패스 점수가 두드러지면 ‘기업형’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자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 ‘정장 입은 뱀’ 당신 옆에도 있나요?


세계적으로 쓰이는 사이코패스 검사인 ‘PCL-R’을 개발해 권위자로 꼽히는 로버트 헤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성공한 사이코패스를 ‘정장을 입은 뱀(snakes in suits)’이라고 칭한다.
차가운 뱀처럼 냉담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이용하는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고 어엿한 직장을 가진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국내 사이코패스 연구는 범죄자에 국한돼 사이코패스는 전부 범죄자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며 “실제론 사회에 적응해 잘 사는 ‘성공적 사이코패스’가 적지 않다”고 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그들이 직장 동료라면 특별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많다.
헤어 교수가 조직심리학 전문가인 폴 바비악 박사와 함께 쓴 저서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에 따르면,
이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호시탐탐 타인을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
만만한 대상을 택해 약점을 빠르게 파악해서 가스라이팅하고 착취한다.
기껏 남이 작성한 계획안에 자기 이름을 슬쩍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공감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에 폭언과 따돌림,
성희롱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잘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주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다.
능력을 실제보다 과장하기 위해 경력이나 실적을 대담하게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크고 작은 공금 횡령 문제도 불거진다.
손해 보는 것에 굉장히 예민해 누군가가 손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면 아주 집요하게 복수한다.
문제는 이들의 특성 가운데 일부는 기업에서 선호하는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냉담함은 압박적 상황에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아 대담하고 강인해 보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긴장 상황에서 심박수가 변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각성되지도 않는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도전적인 업무 앞에서 떨지 않고 침착하게 해낼 수 있다.
또 자아도취적이고 화려한 언변은 확신에 찬 리더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추상적 미래 비전을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의 결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결단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 내 주위엔 몇 명이나 있을까?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사나 동료가 “사이코 같다”는 험담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는 그가 정말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헤어 교수,
바비악 박사와 크레이그 노이먼 미 노스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기업 7곳의 임원 203명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실시했다.
교차 평가를 위해 이들에 대한 동료 평가 3600여 건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임원 203명 중 사이코패스 검사(40점 만점)에서 8명이 ‘확실한’ 사이코패스 점수(30점 이상)를 받았다.
이는 전체의 약 4%로,
임원 25명 중 1명꼴로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의미다.
일반인 사이코패스 비율(1%)에 비해 훨씬 높다.
참고로 감옥에 있는 미국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점수 평점은 남성 22점,
여성 19점이다.
동료 평가와 함께 따져봤더니 이들은 책임감 없고,
성과가 부진하며,
팀워크가 안 좋았고,
조직 관리 능력도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또 사이먼 크룸 미 샌디에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 고위 경영진의 12%가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앞선 연구와 편차가 크지만 적게는 25명 중 1명,
많게는 10명 중 1명일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 ‘사이코’를 피하는 방법

전문가들은 직장이나 어디서든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을 만났다면 그들과 최대한 갈등에 휘말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교활한 이들과 싸우려다가는 오히려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다음 팁을 참고해 보자.우선 이런 동료들과 일할 땐 업무 일정이나 지시 사항 등 기록을 꼼꼼하게 남기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들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거짓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업무 평가에 이를 활용해 열심히 방어해야 한다.
화가 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들과 ‘한판’ 뜨는 것은 좋지 않다.
이들을 도발하는 건 일종의 미끼를 무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평불만을 하며 일을 손에서 놓아서도 안 된다.
불성실한 직원이라는 평판을 퍼뜨릴 좋은 빌미를 주는 꼴이다.
화려한 언사에 휘말려 들지 않기 위해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좋은 대처법은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도 평판 조회를 위해 끝까지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서종한 교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이용당해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접촉 자체를 끊는 게 최선”이라며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은 결국 자기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은 물론이고 횡령 등으로 조직에도 해를 입힐 수 있기에 조직에도 위험하다”고 했다.

괴롭히고 따돌리고… 어느 조직에나 ‘성공한 사이코패스’가 있다? 

최고야 기자

 

교묘하게 업무 성과를 가로채고,<BR> 폭언이나 따돌림 문제로 불쾌하게 구는 직장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그들의 성격을 잘 관찰해보자. 일상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우리 곁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일지 모른다.<BR> 게티이미지뱅크

교묘하게 업무 성과를 가로채고,
폭언이나 따돌림 문제로 불쾌하게 구는 직장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그들의 성격을 잘 관찰해보자. 일상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우리 곁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일지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8년 차 직장인 김나라 씨(가명)는 최근 건강 악화로 휴직했다.
같은 부서 A 상사가 자신이 불성실하다며 모함하고,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이다.
퇴근 10분 전 업무 지시로 야근하는 날도 많았다.
A 상사의 괴롭힘은 몇 개월 전 자기 업무를 억지로 맡기려다 나라 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웃는 얼굴로 윗선에 비위 맞추다가도 돌아서면 부하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다.
휴직 뒤에도 A 상사는 “불성실한 직원 뒤치다꺼리하는 내가 피해자”라고 다른 직원들에게 주장하고,
나라 씨에게 “뭘 잘했다고 휴직하느냐”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전히 나라 씨를 괴롭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끔찍한 연쇄살인마를 떠올린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 같은 잔학무도한 이미지가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란 생각은 완전 오해다.
A 상사처럼 평범한 얼굴로 우리 곁에 살아가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전과자도 아니고,
살인을 즐기지도 않는다.
다만 이런 성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사이코패스 성향이란 매우 낮은 수준부터 중증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사회에 잘 적응한 ‘성공적 사이코패스’ 성향인 이들은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전체에서 사이코패스 비율은 1% 미만이지만,
기업 경영진에서는 4%로 크게 증가한다.
확률적으로 임원 25명 가운데 1명은 주변 사람에게 지독하게 구는 성향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목표를 위해 사람을 도구처럼 쓰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거나 집요하게 누군가를 괴롭힌다.
고통은 그를 상사로 둔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다.
이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으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살 방법은 없을까.

우리 곁에 살아가는 ‘사이코패스 성격’의 사람들

사실 사이코패스는 정식 진단명이 아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한다.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반복적 범법 행위 △충동성 △기만(거짓말,
가명 사용) △분노·공격성 △무책임 △죄책감 결여 등이 특징이다.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소시오패스’도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속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 성격이 상당히 비슷해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사이코패스는 뇌 결함 등 선천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소시오패스는 양육 환경 등 후천적 영향이 크다.
일부 학자들은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사이코패스적 성격’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본 기사에서도 이들 특성을 아울러 사이코패스로 칭하기로 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이란 일종의 스펙트럼과 같아서 ‘O,<BR>X’처럼 명료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BR> 일반인 중에도 다양한 수준으로 사이코패스적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BR> 게티이미지뱅크

사이코패스 성향이란 일종의 스펙트럼과 같아서 ‘O,
X’처럼 명료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 중에도 다양한 수준으로 사이코패스적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약간의 차이점은 있다.
이 둘은 ‘사이코패시 체크리스트(Psychopathy Checklist-Revised·PCL-R)’ 검사를 통해 가려낼 수 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인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이분법으로 나누기는 어려우나,
어떤 경향이 더 두드러지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사 항목 중 충동성이나 반사회성(폭력성) 항목이 두드러지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범죄형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된다.
반면 반사회성은 낮으면서 인간관계나 감정 항목에서 사이코패스 점수가 두드러지면 ‘기업형’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자가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에 비해 폭력성이 덜 해,
일반인 중에 소시오패스 성향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정장 입은 뱀’

로버트 헤어 교수와 폴 바비악 박사의 공저 ‘정장을 입은 뱀(Snakes in suits)’의 표지. 뱀을 목에 두른 직장인 표지 삽화가 상당히 직관적이다.<BR> 하퍼콜린스

로버트 헤어 교수와 폴 바비악 박사의 공저 ‘정장을 입은 뱀(Snakes in suits)’의 표지. 뱀을 목에 두른 직장인 표지 삽화가 상당히 직관적이다.
하퍼콜린스

세계적으로 쓰이는 사이코패스 검사인 ‘PCL-R’을 개발해 권위자로 꼽히는 로버트 헤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성공한 사이코패스를 ‘정장을 입은 뱀(snakes in suits)’이라고 칭한다.
차가운 뱀처럼 냉담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이용하는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고 어엿한 직장을 가진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국내 사이코패스 연구는 범죄자에 국한돼 사이코패스는 전부 범죄자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며 “실제론 사회에 적응해 잘 사는 ‘성공적 사이코패스’가 적지 않다”고 했다.
●사이코패스 인격의 특성(PCL-R)

인간관계

달변가이며,
겉으로 봤을 땐 매력적

과대한 자기 가치관
병적인 허언
남을 속이고 조종함

감정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 결여
얄팍한 감정
냉담하고 공감 능력 결여
자기 행동에 책임지지 않음

생활방식

자극 추구
기생적 생활방식
현실적,
장기적 목표
 결여
충동적
방만한 성행동

반사회성

자기 행동 통제 못 함
유소년기 문제행동
다양한 범죄력
다수 혼인 관계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그들이 직장 동료라면 특별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많다.
헤어 교수가 조직심리학 전문가인 폴 바비악 박사와 함께 쓴 저서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에 따르면,
이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호시탐탐 타인을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
만만한 대상을 택해 약점을 빠르게 파악해서 가스라이팅하고 착취한다.
기껏 남이 작성한 계획안에 자기 이름을 슬쩍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공감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에,
폭언과 따돌림,
성희롱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잘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주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다.
능력을 실제보다 과장하기 위해 경력이나 실적을 대담하게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크고 작은 공금횡령 문제도 불거진다.
손해 보는 것에 굉장히 예민해 누군가가 손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면 아주 집요하게 복수한다.
문제는 이들의 특성 가운데 일부는 기업에서 선호하는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냉담함은 압박적 상황에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아 대담하고 강인해 보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긴장 상황에서 심박수가 변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각성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도전적인 업무 앞에서 떨지 않고 침착하게 해낼 수 있다.
또 자아도취적이고 화려한 언변은 확신에 찬 리더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더라도 추상적 미래 비전을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의 결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결단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내 주위엔 몇 명이나 있을까?

일반인 가운데 사이코패스 비율은 1% 정도지만,<BR> 기업 임원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4%의 비율로 존재한다.<BR>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인 가운데 사이코패스 비율은1% 정도지만,
기업 임원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4%의 비율로 존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사나 동료가 “사이코 같다”는 험담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를 그토록 괴롭히는 그가 정말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업 내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것은 협조를 얻기 쉽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지 않은데,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헤어 교수,
바비악 박사와 크레이그 노이만 미 노스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기업 7곳의 임원 203명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실시했다.
교차 평가를 위해 이들에 대한 동료 평가 3600여 건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임원 203명 중 사이코패스 검사(40점 만점)에서 8명이 ‘확실한’ 사이코패스 점수(30점 이상)를 받았다.
이는 전체의 약 4%로,
임원 25명 중 1명꼴로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의미다.
일반인 사이코패스 비율(1%)에 비해 훨씬 높다.
참고로 감옥에 있는 미국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점수 평점은 남성 22점,
여성 19점이다.
동료 평가와 함께 따져봤더니,
이들은 책임감 없고,
성과가 부진하며,
팀워크가 안 좋았고,
조직 관리 능력도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또 사이먼 크룸 미 샌디에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에 의하면,
기업 고위 경영진의 12%가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앞선 연구와 편차가 크지만 적게는 25명 중 1명,
많게는 10명 중 1명일 수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안타깝게도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가 ‘미래의 리더’라고 누군가를 한 번 점찍으면,
아무리 동료 평가가 안 좋아도 결정을 흔들기 어려워 보인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이유로는 “사이코패스적 성격 특성을 리더십 특성으로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윗선에 인상 관리를 잘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것이 그들이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준다고 판단하는 것일 수 있다.

“도발하지 말고 피하는 게 해결책”

거짓말로 남을 조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어쩌면 인간관계의 ‘포식자’라고도 볼 수 있다.<BR> 이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그다지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BR> 전문가들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대처”라고 말한다.<BR> 게티이미지뱅크

거짓말로 남을 조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어쩌면 인간관계의 ‘포식자’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그다지 좋은 대처법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대처”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리더 자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 30~40% 정도가 리더가 아닌 일반 직급에 속한 사이코패스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도 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나,
위협이 되는 사람을 깎아내리기 위해 죄의식 없이 거짓말하고,
사람들을 조정하려는 특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직장이나 어디서든 이런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을 만났다면 그들과 최대한 갈등에 휘말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교활한 이들과 싸우려다가는 오히려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특히 이들은 경쟁자라고 인식하거나,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판단하면 누구든 찍어서 괴롭힐 수 있다.
이들에게 업무 성과를 빼앗기고 일방적으로 업무 평판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팁을 참고해 보자.우선 이런 동료들과 일할 땐,
업무 일정이나 지시 사항 등 기록을 꼼꼼하게 남기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들에게 위협적인 언행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거짓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업무 평가에 이를 활용해 열심히 방어해야 한다.
화가 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들과 ‘한판’ 뜨는 것은 좋지 않다.
이들을 도발하는 건 일종의 미끼를 무는 것과 마찬가지다.
폴 바비악 박사는 “부당하게 공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항상 침착하고 냉정해야 한다”며 “이들과 직면해야 할 땐 공격성이 아닌 단호함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평불만 하며 일을 손에서 놓아도 안 된다.
불성실한 직원이라는 평판을 퍼트릴 좋은 빌미를 주는 꼴이다.
화려한 언사에 휘말려 들지 않기 위해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좋은 대처법은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도 평판 조회를 위해 끝까지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서종한 교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이용당해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접촉 자체를 끊는 게 최선”이라며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은 결국 자기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람은 물론 횡령 등 조직에도 해를 입힐 수 있기에 조직에도 위험하다”고 했다.


“외로움 싫지만 상처받기도 싫어” 인간관계가 어려운 ‘고슴도치딜레마’

최고야 기자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까칠한 가시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지만,<BR> 서로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 자꾸만 모여드는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상처받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BR> pixabayⓒamayaeguizabal

까칠한 가시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지만,
서로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 자꾸만 모여드는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상처받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pixabayⓒamayaeguizabal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여러 마리가 체온을 나누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런데 가시가 서로를 찔러대 도저히 가까이 있을 수 없어 금세 흩어지고 말았다.
또다시 날씨가 추워져 고슴도치들이 모여들었지만,
역시나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1851년 발표한 저서 ‘소품과 부록(Parerga und Paralipomena)’에서 인간관계의 특징을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그는 책에서 “사회의 필요가 ‘인간 고슴도치들’을 함께 몰아가지만,
그들 본성의 까칠하고 불쾌한 특성 때문에 서로 반발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상당히 냉소적이기는 하나,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혼자 있자니 외롭고,
다른 이와 함께 하자니 피곤한 내적 갈등과 끊임없이 마주한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두 상태를 모두 갈망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애초에 아무와도 엮이지 않으면 상처받거나 골치 아플 일도 없을 텐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인간관계 때문에 인생의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보내게 되는 걸까.

사는 내내 계속되는 ‘고슴도치의 딜레마’

친밀감에 대한 욕구와 상처받지 않고 싶은 욕구가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를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21년 저서 ‘집단 심리학과 자아의 분석’에서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우화를 소개한 이후 심리학에서 이와 관련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친밀감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집단에서 추방당하는 것은 외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곧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뇌에서 위기 경보가 울린다.
이를 담당하는 뇌 부위는 몸이 아플 때도 유사하게 활성화되는 곳이다.
뇌에서는 대인관계 문제를 몸이 아플 때만큼 생존에 큰 위협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진통제 ‘한 알’이 효과 있다?’ 기사 참고)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BR> pixabayⓒPexels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피우는 것만큼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pixabayⓒPexels

현대 사회에서는 대인관계의 고립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 건강에 치명타를 준다.
올해 초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마크 리어리 미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대인관계가 부족한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죄책감,
질투,
우울,
불안 등을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
더 나아가 높은 비율로 정신 병리적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면역 체계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골치 아픈 대인관계 문제를 뒤로 하고 영영 혼자 살 수만은 없는 이유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비뚤어지고 싶은 마음

이런 갈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대인관계에서 상처받고 배척당했을 때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쓰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호감을 사려고 노력해야 아무래도 관계를 잘 이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이럴 때 오히려 정반대로 더 공격적이고 이기적으로 굴게 되는 특이한 구석이 있다.
마치 “나에게 상처 줬으니 난 더 비뚤어지겠다”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모다.
네이선 드월 미 켄터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인관계에서 상처받았을 때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관찰했다.
서로 초면인 실험 참가자들을 5인 1조로 나눠 서로 인사하고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줬다.
그리고 각자 조원 중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2명씩 이름을 써서 내라고 했다.
일종의 인기 투표 같은 것이었다.
잠시 뒤 각자에게 결과가 통보됐다.
누군가는 나머지 조원 4명 모두에게 선택받았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고,
또 다른 이들은 각각 3명,
2명,
1명에게 선택받았다는 결과를 전해 들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중에는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 한 사람도 있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주지 않는다면? 마음이 위축되기도 하겠지만,<BR> 남들에게 화풀이하는 공격성 또한 두드러지게 늘어난다.<BR>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주지 않는다면? 마음이 위축되기도 하겠지만,
남들에게 화풀이하는 공격성 또한 두드러지게 늘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이들이 통보받은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소외당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연구팀이 임의로 아무 결과나 통보해준 것이었다.
가짜 인기 투표인지 알 리 없는 참가자 중 ‘0표’를 받은 이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꽤 불쾌하고 감정 상하지 않았을까.이런 상태에서 연구팀은 앞서 같은 조가 아니었던 다른 사람과 2인 1조로 짝을 이루고 간단한 게임을 하도록 했다.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벌칙으로 듣기 싫은 소음 버튼을 눌러 응징하는 규칙이 적용됐다.
소음의 강도와 지속 시간도 이긴 사람 마음대로 정하게 했다.
그리고 앞서 가짜 인기 투표 결과와 응징의 가혹함 수준을 비교해봤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앞서 ‘0표’를 받았던 사람들이 벌칙을 가장 세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기분 상한 마음을 제삼자인 게임 파트너에게 화풀이한 셈이다.
이와 비슷한 조건으로 꾸민 다른 실험에서도 역시 대인관계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은 제삼자에게까지 공격성을 드러냈다.
따돌림 상황을 겪은 실험 참가자에게 다른 사람이 먹을 음식에 원하는 만큼 매운 소스를 뿌릴 기회를 줬더니,
마구 뿌려댄 그 양이 엄청났다.
심지어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
연구팀은 “누군가가 나를 거부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일종의 공격으로 받아들여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두루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묻지마’ 흉기 난동범이나 총기난사범 같은 범죄자 일부는 외톨이 생활로 강화된 공격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연이은 ‘묻지마 칼부림’ 그들은 도대체 왜 세상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나’ 참고)

날 지지해주는 사람 딱 ‘한 명’만 있어도···

‘삐딱선’ 타는 마음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고,
소속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좌절됐을 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 너무 크기 때문 아닐까. 심술을 많이 부릴수록 더 마음이 아프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계속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으로 굴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기회는 더 줄어든다.
어쩔 수 없이 소외가 또 다른 소외를 낳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에서 말하려는 것은 이게 다가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실험 모두 1명이라도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공격성이 훨씬 덜 나타났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 한 사람들보다 1명에게라도 선택받은 사람은 공격성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즉,
1명이라도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상처받고 비뚤어지려는 마음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 한 사람들은 가장 높은 공격성을 드러냈지만(빨간색 사각형),<BR> 1명에게라도 선택받은 경우엔 공격성 수준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노란색 사각형).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 한 사람들은 가장 높은 공격성을 드러냈지만(빨간색 사각형),
1명에게라도 선택받은 경우엔 공격성 수준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노란색 사각형).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물론 지지해주는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수준이 줄어들었다.
주변 인간관계가 얼마나 ‘지지적’인지에 따라 온화하고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지자의 수가 한 명씩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공격성 수준의 폭은 그다지 극적이진 않았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주변에 단 한 명,<BR> 최소한의 지지와 수용만으로도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다.<BR> 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 단 한 명,
최소한의 지지와 수용만으로도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시에 또 찔려도…우리는 새로운 인연을 갈망한다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아무에게나 심술부리고 비뚤어질 수 있는 인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도 여전히 갖고 있다.
한 번 외톨이가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오면 굉장히 열린 마음이 된다고 한다.
미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앞서 소개한 실험에서처럼 인위적으로 따돌림 상황을 겪게 한 실험 참가자들을 관찰했다.
이들은 외톨이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은 실험 참가자들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환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사교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하거나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협업하는 일을 선택하거나 △실험 파트너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자기 이익(현금)을 포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공격적이고 이기적으로 구는 대신 수용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러 경험상 또다시 가시에 찔려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체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는 사회적 존재다.<BR> pixabayⓒAlexas_Fotos

우리는 여러 경험상 또다시 가시에 찔려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체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는 사회적 존재다.
pixabayⓒAlexas_Fotos

앞서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머리만 맞대 가시에 찔리지 않고 적당한 온기를 나눌 뿐”이라고 부연했다.
가시가 무서워 추위에 얼어 죽지 않을 정도만 서로에게 가까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관계에서는 언젠가 또 가시에 찔리는 것을 감수하고 온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더 커 보인다.
심지어 따뜻함을 나눌 대상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비뚤어지고 모났던 마음도 너그럽게 바뀐다.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수용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나는 지금 외로운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한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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