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17년을 병에 시달려… 건강 검진은 무조건 빨리, 자주

 


피터 아티아 <질병 해방>건강수명, 기대수명보다 17년 짧아질병 사후 대처에서 사전 예방으로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대수명은 82.7세로 집계됐다.
하지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아픈 기간을 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강수명은 65.8세로 훨씬 짧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무려 17년 가까이 크고 작은 병을 안고 노년을 보낸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이자 노화 및 만성 질환 전문가인 피터 아티아 박사는 "죽음이 느려지고 있다"고 말한다.
100여년 전만 해도 기대수명은 50세가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 사고나 부상, 감염 등 '빠른' 원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선 대다수가 '느린' 원인으로 죽는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은 길어진 반면, 심장병이나 암, 치매, 당뇨 등 만성 질환과 함께 길어진 수명의 마지막 10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럽게 살다 죽는 '느린 죽음'이 만연해졌단 설명이다.

<질병 해방>은 아티아 박사가 건강하게 오래사는 법 즉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수십년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건강수명은 단순히 장애나 질병 없이 지내는 것뿐 아니라, 신체와 정신기능을 잘 유지하면서 더욱 향상시키는 기간이다.
아티아 박사는 질병과 노화를 바라보는 현대 의학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현대 의학은 질병 진단 후 치료라는 사후 대처법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아티아는 의학이 병에 걸리거나 인지·신체 기능이 이미 쇠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사전 대응적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에 걸린 뒤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건강수명과 장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4대 만성 질환인 심장병·암·치매·당뇨 등에 대비를 시작하는 나이는 중년도 결코 빠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 병들은 우리가 알아차리기 훨씬 이전에 징후가 시작돼 보이지 않게 누적되다가 발병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면, 이 병은 심장동맥 안에서 20년 동안 진행돼왔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고 건강해 보이는 20~30대 아니 10대부터 예방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만성 질환을 조기부터 예방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 의학이 권고하는 기준보다 빠르고 잦은 검진을 권한다.
아티아 박사는 10대부터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 검진할 것을 권한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미국암협회가 권고하는 45세보다 적어도 5년 먼저 시작해야 한다.
가족력이나 개인력을 가졌다면 더욱 일찍, 검사 간격은 기존의 2~3년에서 6개월~2년으로 줄여야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선 뇌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혈관과 대사 건강을 일찍부터 살펴야 하고, 당뇨는 식후 인슐린 수치가 얼마나 급증하느냐를 관찰하는 식으로 조기 경고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운동·영양·수면·정서 건강 등 생활습관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건강한 식단을 다루는 영양에 관한 설명이다.
저자는 모두가 따라야 하는 정답과 같은 식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먹느냐' 즉 얼마나 많은 열량을 섭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각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섭식 패턴을 찾아내 정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각 영양소 별 건강한 섭취량을 알려준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선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700쪽이 넘는 책장을 넘길 만하다.
병에 걸린 뒤 수동적으로 병원에 치료를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전에 병의 원인부터 잘라내는 것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좁히는 핵심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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