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기둥뿌리 뽑는 '간병지옥'…"건강보험 적용해야"



국내 간병비 부담 연 10조원간병비 건보급여 시범사업 개시전면 실시하면 연 15조원 필요

'노년3고'의 첫째로 꼽히는 질병이 닥치면 간병이 가장 큰 부담이다.
치료비 자체는 국민건강보험이 상당히 보장해 주지만, 장기 투병하는 노인의 간병은 노력과 비용 문제가 겹쳐서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린다.

집안 기둥뿌리 뽑는 '간병지옥'…"건강보험 적용해야"[노인 1000만 시대]③

18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간병비 부담은 연간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지난해 기준 월평균 370만원이 들어간다.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 월 224만원의 1.6배이다.
간병인 고용 능력이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 간병을 직접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인구감소는 2042년 77조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이른바 '간병 지옥'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전국 요양병원 20곳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환자 1명당 최대 77만원을 지원해서 환자와 가족 부담을 줄이는 사업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초고령화 시대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더 나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 1월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본 사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여야 모두 22대 총선 과정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발표한 만큼 국회가 구성되면 정쟁과 상관없이 입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엔 물음표가 뒤따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국민건강보험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 전면 급여화 시 매년 15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들어간다.
현재도 정부 지원으로 적자를 메꾸는 건보 재정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모두 총선 공약 발표에 재원 조달 방안은 넣지 않았다.

집안 기둥뿌리 뽑는 '간병지옥'…"건강보험 적용해야"[노인 1000만 시대]③

이와 함께, 정부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정책은 취지와 현실에 엇박자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본래 '중환자 간병 부담 감소'를 위해 시작한 정책이지만, 정작 의료기관은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 대신 경증 환자를 간호·간병 통합병동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합병동 611곳에 입원한 환자 중 중환자는 13%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을 목표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중환자 위주로 개편하고 있다.
핵심은 중환자 전담 통합병실 도입이다.
중증 수술환자, 치매·섬망 환자 등 중증도와 간병 요구도가 높은 환자만 입원할 수 있는 통합병실을 우선 전국 75개 병원에 도입할 예정이다.

[노인 1000만 시대]①늙은 대한민국, 노인예산 늘었지만 비중은 그대로

올해 노인 보건복지 예산 25조6483억원10년 전보다 총액은 4배 늘어"노인 일자리·복지 예산 더 필요해"

편집자주대한민국이 노인 인구 비율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한국은 기대수명 83.6세인 세계 3대 장수국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령기를 살아가는 한국 노년층의 세 가지 어려움은 ‘질병, 빈곤, 고독’이다.
오늘날 한국 노년의 삶의 질을 살펴보고, '노년3고'를 덜어줄 보건복지정책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3일 용인시 노인복지주택인 스프링카운티자이에서 입주민이 산책을 하고 있다.<BR>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3일 용인시 노인복지주택인 스프링카운티자이에서 입주민이 산책을 하고 있다.

[노인 1000만 시대]①늙은 대한민국, 노인예산 늘었지만 비중은 그대로

우리나라 인구는 빠르게 늙고 있다.
1970년 3%이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은 2008년 10%를 넘었고, 17년만인 내년 20%를 돌파해 1000만명을 넘어선다.
2036년에는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노인 보건·복지 예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4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총예산 중 노인 예산 비율은 5년째 3%대에 멈춰 있어서 가속도가 붙는 고령화 대응에 빠듯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인 예산 10.4% 증액…'준비 없는 노후' 대비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6조3848억원이던 노인 보건·복지 예산이 2021년에는 18조8723억원, 올해는 25조6483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긴축재정 속에서도 질병·빈곤·고독 등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23조2289억원에서 2조4194억원(10.4%) 증액해 노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노인 예산은 연평균 2조2500억원가량씩 늘었는데 올해는 이 평균을 소폭 상회한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노인 인구 증가만큼 노인 관련 예산도 늘려야 한다"며 "노인 돌봄 체계, 인력 충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계속 다양해지는 노년층의 심리·사회·문화적 욕구에 맞춰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노인 1000만 시대]①늙은 대한민국, 노인예산 늘었지만 비중은 그대로

노인 예산을 '질병, 빈곤, 고독' 대책으로 나눠 보면, '질병'에선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 예산이 지난해보다 11.3% 늘었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예산이 9% 증가했다.
이 예산을 사용하는 노인 전담 사회복지사는 2149명에서 2292명으로, 생활지원사는 3만4375명에서 3만6667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43명과 2292명을 증원했다.
노인성 질환 지원도 강화한다.
복지부는 치매 노인이 거주지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치매 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오는 7월 시작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무릎 인공관절 수 도 지원한다.
백내장·녹내장 등 눈 수술도 작년 5645안에서 6605안으로 960안 추가 지원하고 올 상반기 중에는 4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요실금 수술비와 의료기기 등 요실금 치료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

'빈곤'에선 노인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 2조264억원을 쓴다.
증가폭(31.6%)은 노인 예산 항목 중 가장 높다.
작년 88만3000개인 노인 일자리 수를 올해는 103만개로 14만7000개 추가 확대하고, 보수도 인상하기로 했다.
보육시설 봉사 등을 하는 공익활동형 보수는 월 27만원에서 29만원으로 올리고, 공공행정 지원 업무 등을 하는 사회서비스형은 월 71만3000원에서 76만1000원으로 올린다.

노인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인 기초연금 예산은 9% 늘었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작년 665만명에서 올해 700만6000명으로 35만6000명 증가했는데, 고령화 진행으로 수급 대상이 계속 늘 전망이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2027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고독'(삶의 질) 문제 해결을 위해 경로당 사업 등도 강화한다.
노인단체 지원 예산은 8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다.
이중 95%가 자치단체를 통해 전국의 경로당에 지원하는 비용이다.
복지부는 현재 
경로당 중 42%만이 식사를 제공하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2만8000곳 경로당에서 하는 식사 제공을 향후 6만8000곳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은 노인 인구가 10%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 차관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기간이 영국은 50년, 일본은 10년이었는데 우리는 겨우 7년"이라며 "기존 선진국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늙고 있어서 대책도 더욱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전체 노인의 10%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노인 일자리 수를 120만개로 늘리고 노인이 주말에도 경로당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한 예산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5명 중 1명 노인인데, 예산 비중은 3%대 제자리

노인 예산 액수 자체는 늘고 있지만, 전체 예산에서 노인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5년간 3%대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이후 3.2~3.6%를 오르내리다가 올해 3.9%로 미세하게 올랐다.

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등과 관련한 예산은 증액됐으나 노인 건강관리, 노인요양시설 확충 등의 예산은 감액됐다.
노인 1000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고령 친화 서비스 연구개발' 예산은 100% 삭감됐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4.3세(남자 81.4세, 여자 87.1세)로 세계 3위권이다.
이처럼 초장수국가로 진행하는데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이 고루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 10년간 노인 예산을 분석하면 노인 인구 증가분과 물가·인건비 상승 등만 반영된 보수적 증액으로 보인다"며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노인복지 예산을 늘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노인 예산이 예산 총액의 3%에 불과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체로 복지 예산에 인색하기 때문"이라며 "복지예산을 '퍼주기'로 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OECD 1위인 상황을 해결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된 보편적 노인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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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시대]②공공요양원 턱없이 부족… 입소 대기하다가 세상 뜬다

건보공단 운영 서울요양원 르포민간과 달리 중증 등급 위주 운영"정부가 국공립요양시설 확충해야"

윤원갑(60)씨는 치매로 고생하는 아흔 살 어머니를 재작년 서울요양원에 입소시켰다.
서울요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울 강남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요양원이다.
7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윤씨 어머니는 5년 만에 시설급여를 받고 다시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윤씨는 "서울요양원 같은 국공립요양원이 너무 부족해서 입소 대기하다 사망하는 노인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서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BR>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9일 서울 강남구 서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서울요양원은 건보공단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전국 유일한 요양원이다.
입소 요양과 함께 재가 서비스인 주야간보호센터 이용과 가정방문 급여 서비스도 운영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9일, 입소자를 대상으로 강아지와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주야간보호센터에서는 인지 학습을 위한 색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입소자 생활실은 목련마을, 행복마을과 같이 ‘마을'이라고 이름 붙이고 독립 주거시설처럼 조성됐다.
개방형 주방, 공동 식탁,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가 침대에 누워 볕을 쬘 수 있는 거실 등이 마련돼 있다.
입소 여성 정순덕(86)씨는 "민간요양원에 있다가 옮겨왔는데 생활 환경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요양원은 국공립요양원과 민간요양원으로 나눈다.
국공립요양원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 중 중증도 등에 따라 시설급여 필요를 인정받으면 입소 자격이 생긴다.
국공립요양원은 입소 희망자가 너무 많아 신청 순서대로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국공립요양원의 '표준 모델'인 서울요양원은 입소 정원이 150명이나 올해 2월 기준 입소 대기자가 1379명에 달한다.
4년 정도는 기다려야 입소할 수 있다.
고치범 서울요양원 원장은 "민간 요양원은 낮은 등급 위주로 입소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우리는 1~2등급 비율이 높고 치매 환자가 전체 입소자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중증 요양 대상자 위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노인 1000만 시대]②공공요양원 턱없이 부족… 입소 대기하다가 세상 뜬다

보건복지부의 2021~2023년 장기요양기관 신설 현황을 보면 9355개소 중 국공립은 0.3%인 20개소로, 그나마 전부 지자체가 설립했다.
나머지 99.7%는 민간이 설립했다.
민간 요양시설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입소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민간 주도의 노인 돌봄 체계는 장기요양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돌봄 공백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252만명이다.
자격증 소지자로만 따지면 의료 인력인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실제로 활동하는 인원은 자격증 소지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하는 요양원 근무 요양보호사 월평균 급여는 200만원대 초반일 정도로 저임금 직종이어서 '장롱 자격증'이 대부분이다.

현행법상 요양원은 입소자 2.3명당 요양보호사가 1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원 관계자와 요양보호사들은 저임금으로 인한 미취업, 24시간 2~3교대 근무로 인한 필요 인력 규모 등 때문에 2.3명당 1명 최소 유지도 빠듯하다고 말한다.
사정이 열악한 일부 민간요양원은 요양보호사 비율을 맞추지 못해서 입소자를 퇴소시키는 경우도 있다.

[노인 1000만 시대]②공공요양원 턱없이 부족… 입소 대기하다가 세상 뜬다

이에 따라 국공립요양원을 늘리고 민간을 포함한 요양시설 전반적인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원장은 "노인 요양시설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공립 등 공공 요양원을 더욱 확충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안 기둥뿌리 뽑는 '간병지옥'…"건강보험 적용해야"[노인 1000만 시대]③

국내 간병비 부담 연 10조원간병비 건보급여 시범사업 개시전면 실시하면 연 15조원 필요'노년3고'의 첫째로 꼽히는 질병이 닥치면 간병이 가장 큰 부담이다.
치료비 자체는 국민건강보험이 상당히 보장해 주지만, 장기 투병하는 노인의 간병은 노력과 비용 문제가 겹쳐서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린다.

18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내 간병비 부담은 연간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간병인을 고용하면 지난해 기준 월평균 370만원이 들어간다.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 월 224만원의 1.6배이다.
간병인 고용 능력이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 간병을 직접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한 생산인구감소는 2042년 77조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이른바 '간병 지옥'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전국 요양병원 20곳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환자 1명당 최대 77만원을 지원해서 환자와 가족 부담을 줄이는 사업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초고령화 시대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더 나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제도화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 1월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본 사업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여야 모두 22대 총선 과정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공약으로 발표한 만큼 국회가 구성되면 정쟁과 상관없이 입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엔 물음표가 뒤따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국민건강보험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 전면 급여화 시 매년 15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들어간다.
현재도 정부 지원으로 적자를 메꾸는 건보 재정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모두 총선 공약 발표에 재원 조달 방안은 넣지 않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정책은 취지와 현실에 엇박자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본래 '중환자 간병 부담 감소'를 위해 시작한 정책이지만, 정작 의료기관은 손이 많이 가는 중환자 대신 경증 환자를 간호·간병 통합병동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합병동 611곳에 입원한 환자 중 중환자는 13%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을 목표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중환자 위주로 개편하고 있다.
핵심은 중환자 전담 통합병실 도입이다.
중증 수술환자, 치매·섬망 환자 등 중증도와 간병 요구도가 높은 환자만 입원할 수 있는 통합병실을 우선 전국 75개 병원에 도입할 예정이다.

[노인 1000만 시대]④올해 치매 100만명 넘는다…"2050년엔 80대 부부 중 한명은 치매" 

정부, 치매관리 제도 확대 방침치매안심병원 전국 18개소 지정치매관리주치의 7월 시범시행치매안심센터 256개소 운영국가 초고령화와 '한 세트'처럼 심각해지는 질환이 치매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946만명 중 98만명이 치매로 추정된다.
노년층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인 셈이다.
70~74세 8.5%, 80~84세 27.1%, 85세 이상은 38%로 나이가 들면서 급상승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엔 3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50년 80세가 넘은 부부라면, 내가 치매를 앓던가 배우자가 앓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치매노인에게 그림 치료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BR>

▲치매노인에게 그림 치료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복지부 치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21년 기준 2112만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해 연간 가구 평균 소득 49.5%를 차지하는 액수이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소득의 절반을 환자 관리에 쓰는 셈이다.
이 해 연간 국가치매관리비용은 18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에 달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2060년 65세 이상 노인 중 34.3%가 치매 환자로 분류되고 사회적 비용은 한화로 2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보험연구원 자료).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미래 부담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부는 치매 급증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치매안심병원'이 대표적이다.
치매 환자 전용 병동에 치매 환자 특성을 고려한 시설·장비를 갖추고, 치매 치료·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의사 인력과 전담 간호인력을 배치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치매 진단, 치료와 요양까지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시 서북병원 등 전국 18개 의료기관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염민섭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안심병원 확대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가 시범 도입된다.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대신 자기 집에 살면서 치매 전문 의료진의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관리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 4회의 방문 진료와 교육 상담, 연 12회의 치매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치매 환자 300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내년 7월 시범사업 규모 확대를 거쳐 2026년 하반기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치매 고위험군을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관리해 중증 치매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기관인 '치매안심센터' 사업도 펴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기초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 요양보호센터 등에 수용할 만큼 중증은 아니지만 집에 혼자 있기는 어려운 경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기관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시·군·구에 256개소가 있다.
거주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하면 치매 조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진 결과 치매로 진단받고 등록하면 센터에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직접 지원하거나 외부 서비스를 연결해 준다.
치매안심센터는 복지부의 치매안심마을 조성 사업과 연동해 운영된다.
치매안심마을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치매와 치매 환자, 가족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마을로, 각 지자체에 있는 치매안심센터가 이를 위한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을 공모해 서울 광진구 등 48곳의 치매안심센터의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우수한 치매안심센터에 예산을 지원하여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치매관리사업을 개발, 시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치매안심마을의 대표적인 제도가 치매안심가맹점이다.
지역사회 소매업소를 대상으로 가맹을 받고, 해당 사업장 종사자 전원이 치매파트너 교육을 수료한 뒤 실종 치매 환자 발견시 신고 및 임시 보호 등의 역할을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지역사회 기반 치매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을 공모해 광진구 등 48개의 치매안심센터의 우수 선도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은 기획력 있는 치매안심센터에 예산을 지원하여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치매관리사업을 발굴하여 확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8곳, 부산 1곳, 광주 1곳, 울산 3곳, 경기 4곳, 강원 1곳, 충남 8곳, 전북 2곳, 전남 9곳, 경북 5곳, 경남 5곳, 제주 1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안심센터 등록현황'을 보면, 2021년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 등록자는 400만명이었다.
이 중 50만명은 치매, 15만명은 경도인지장애였다.
그러나 전체 치매 환자의 치매안심센터 등록 비율은 51.7%에 그친다.
국내 치매 환자의 절반이 정부가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 2월 의료기관에서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매안심센터를 적극 안내하도록 지방자치단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염 정책관은 "최근 치매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 치매안심센터나 장기요양보험 등록을 하지 않고 혼자서 간병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며 "치매안심센터를 활용하면 치매 환자와 가족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1000만 시대]⑤치매 복지 사각지대 메우는 '치매안심센터'… "덕분에 겨우 살만해"

주 2회 3시간씩 두뇌 자극 수업… "악화 방지가 가장 중요"치매 환자 보호자 "도움 감사… 혼자 집에서 돌봄 불가능해"'치매안심가맹점' 등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안심마을' 조성"어! 여기 찾았다.
" "잘하셨어요. 다 찾으셨네요. 완벽한데요!"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교실은 낱말 퍼즐을 푸는 치매 노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지도하는 작업치료사들의 격려로 떠들썩했다.
정답을 못 찾는 사람에게도 "시금치 찾았고, 배추 찾았고, 깻잎이랑 옥수수는 어디 있을까요"라며 두뇌 활동을 자극했다.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기억키움쉼터' 수업에서 작업치료사가 치매 노인의 두뇌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BR>/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기억키움쉼터' 수업에서 작업치료사가 치매 노인의 두뇌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프로그램의 이름은 '치매환자기억키움쉼터'. 주 2회 3시간씩 진행되며 총 4개 반 60여명의 치매 환자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치매 노인은 모두 11명. 자전거와 오토바이, 시금치, 배추 등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간단한 단어를 찾는 퍼즐이지만 이들에겐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단어 하나를 3~4초 만에 찾기도 했지만, 오래 걸리는 경우 20초가 넘도록 간단한 단어 하나 찾지 못했다.
치매 진행 상황에 따라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참석자 모두 자신의 힘으로 퍼즐을 풀기 위해 더듬더듬 오답을 지워가며 낱말을 찾았다.
부인이 2020년부터 치매를 앓는 김우술씨(86·남)는 "아내를 더 잘 보살피기 위해 나이 80이 넘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집에서 보호자 혼자 치매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치매안심센터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내도 매주 두 번 센터에 오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이곳에서 관리받으면서 병세가 악화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교실 옆 휴게실에선 보호자를 위한 뜨개질 수업이 한창이었다.
광진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치매 가족을 데려온 보호자 10여명이 손으로 뜨개바늘을 움직이면서 가끔 서로 쳐다보고 웃기도 하고 치매 간병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한숨도 쉬었다.
송신애 광진구치매안심센터 인지가족팀장은 "치매 환자에게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두뇌 자극 활동을 제공해 치매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보호자들이 서로 정서적 지지와 정보 교류를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고 치매 간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광진구에는 치매안심센터와 연결되는 치매안심가맹점이 39곳 있다.
가맹점에 들어온 노년층 손님이 같은 물건을 여러 번 구매하거나 배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치매 의심 행동을 하면 광진구 치매안심센터, 경찰서, 관공서 등에 연락해서 인계한다.
또, 손님이나 주변 주민에게 치매안심센터를 소개하는 활동도 한다.
치매안심가맹점인 '양스커피' 대표 모양원씨는 "우리 아버지도 치매 환자여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열었다"며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가맹점 모두 광진구에서 치매 가족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나부터 광진구치매안심센터에서 아버지를 잘 돌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자세히 배웠고,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며 "우리 가게에 치매 환자가 방문하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쉴 틈도 없는 치매 보호자…'하루 1만원' 내고 휴가 보내줄도 알아야[노인 1000만 시대]⑥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 고작 0.1%치매돌봄 비극 막아야지난 6일 서울 강동구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모와 어머니를 돌보던 6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올 1월 대구에서는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해 9월에는 수원에서 80대 남편이 치매를 앓던 70대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모두 치매 환자의 간병을 가족이 떠안았다가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진 비극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나머지 식구는 하루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70.2%(중복 응답)가 동거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이렇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휴가는커녕 잠깐의 휴식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간병이 길어지면서 보호자가 우울증 등 정서 장애를 겪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치매 돌봄을 개인과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치매에서 비롯된 비극을 되풀이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관리는 최저 생존을 위한 사회보장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에게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 보호자도 치매 환자를 종일 케어해주는 서비스인 '치매가족휴가제도'를 활용하면 한숨 돌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치매가 있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단기보호기관이나 방문 요양보호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단기보호기관 이용은 기존 연간 최대 9일(하루 24시간 기준)에서 10일(2026년까지 12일로 확대 추진)로, 종일 방문 요양은 연 18회(하루 12시간 기준)에서 20회(2026년까지 24회로 확대 추진)로 이용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본인부담 비용은 하루 1만3750원이다.
 다만, 야간(22시~다음날 6시) 시간대에 이용한 경우에는 야간가산이 적용돼 최대 2750원 추가된다.

그러나 대다수 치매 보호자는 이런 제도를 모른다.
강원도 광역치매센터가 작년 12월 공개한 ‘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주·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시범사업 참여기관과 시범사업 미참여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의 ‘치매가족휴가제 인지도’는 각각 39.5%, 29.4%에 불과했다.
'치매가족휴가제 이용 경험'은 3.5%, 0.7%로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0.13~0.18%에 불과했다.
치매 보호자 1000명 중 1명이 이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치매가족휴가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제도를 몰랐다"는 응답이 36.9%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향후 치매가족휴가제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5.3%에 달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휴가 이용 일수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한달에 4~5일, 1년 중 총 1개월은 쉴 수 있도록 치매가족휴가제 적용 일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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