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소신 사이

최훈 주필

최훈 주필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헤어지자”는 이영애에게 유지태가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이 변하는 건지, 사람이 변하는 건지 정답 없을 논박은 이어져 온다.
#영화 『달콤한 인생』. 자신을 죽이려던 조폭 보스 김영철에게 총을 들고 마주 선 2인자 이병헌이 절규한다.
“저 진짜로 죽이려 그랬습니까.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 온 나를….” 보스는 나지막이 답한다.
“넌 내게 모욕감을 주었어.” 자신의 젊은 애인에게 남자가 생기자 ‘처리’하라던 명령을 거역한 부하에게의 복수였다.
그런데 누가 누구를 배신한 건지 잘 모르겠으니 참 씁쓸한 게 인생이다.

배반과 복수 점철된 정치의 세계거부된 친윤의 “배신자 한동훈”‘맹목적 충성’ 대 ‘명분 있는 소신’분별해 낼 성숙한 정치 전기 되길

가장 복잡한 감정이 배신감이다.
“사람과의 믿음·의지를 깨트리거나 약속·기대를 어겼을 때” 일어난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됐나”에 자존감이 무너진다.
좌절·우울·분노를 거쳐 복수에 이르기도 한다.
“마지막에 불협화음을 낸 교향곡”처럼 종점의 분노는 훨씬 더 길고 좋았을 지나간 기억·행복의 시간을 모두 ‘나쁜 것’으로 뒤바꿔 버린다.
무서운 후유증이다.

2000년 독일 통일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란히 앉은 콜 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2000년 독일 통일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란히 앉은 콜 전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모든 게 얽히고설킨 정치의 배신이란 훨씬 잦다.
더 복잡하다.
뛰어난 지도자 메르켈 독일 총리만큼 배신의 구설에 자주 오른 이도 없다.
콜 총리는 데메지에르 동독 총리의 천거로 눈여겨보던 35세 메르켈을 여성청소년장관에 최연소로 임명, 총리로까지 키워준 정치적 대부였다.
메르켈은 그러나 데메지에르가 슈타지(동독 국가보안부)에 부역했던 사건으로 물러날 때 그를 돕지 않았다.
“출세에 눈 먼 기회주의자” “인간적 의리에 영향받지 않는” 등의 평가가 엇갈렸다.
콜이 기민당 대표 때 불법 정당 기부금을 받았던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콜은 당에 피해를 입혔다’란 신문 칼럼으로 통렬히 비난한 건 메르켈이다.
“당은 자립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콜 없이도 미래를 마주할 자신감을 갖자”는 요지였다.
8년 뒤 콜이 세상을 뜨자 미망인은 메르켈의 장례식 참석조차 반대한다.
‘미국의 배신녀’라던 공화당의 올림피아 스노 메인주 상원의원은 54차례 투표에서 4분의 3을 당론과 다른 선택을 했다.
당원들은 “무늬만 공화당원(RINO·Republican In Name Only)인 배신자”라고 성토했다.
우리 민주당의 ‘수박’이다.
메인주는 그러나 최고 74%의 선거 득표율로 ‘나라를 위한 그의 선택’을 존중,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배신 표결’ 때마다 그는 “역사가 부른다면(When history calls…)”이라며 담대했다.
메르켈과 스노. 배신일까, 소신일까. 정치적 배신을 아예 제도화한 게 선진국의 헤쳐모여 연정(聯政)이 아닐까도 싶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과 경쟁자들은 한동훈 대표를 ‘배신자’라 규정했다.
뿌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인연일 터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박영수 특검이 뚝심 있다는 윤 검사를 부르고, 윤 검사가 일 좀 한다는 한 검사를 불렀다.
술도 안 마시며 인정사정·유도리없이(윤 대통령의 표현) 과녁을 옥죄었으니 윗분들 점수 딸 일밖엔 없었겠다.
정치적 검증도 안 된 그를 법무장관·당 비대위원장에까지 앉혀 주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과를 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감히 바른 말을 했으니…. 채 상병 특검법(제3자 추천)마저 찬동이란다.
“지금껏 생사 가르는 여정을 함께 겪어 온 동지”라며 풀어간 김건희 여사 문자에 회신조차 없다.
“인간적 배신”의 프레이밍을 만든 논리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연설중인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 일부가 연설중인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며 의자를 집어 던지려고 하자 경호원과 당직자들이 제지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민심 끌어 선거 치르라며 보내놓곤, 국민 지지 높은 이슈들에 ‘용산의 방탄’ 노릇만 시켜 공멸이면 그게 정상적 정치일까. 정치를 떠나 51세 장년에 접어든 한 인간의 영혼과 자아마저 “하라면 하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게 특수부 검사 출신들의 이성 수준인가.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다 철회한 320만여 명의 국민도 배신자일까. 그런 의문에의 답이 한 대표의 62.8% 득표율이다.
영부인과 권력 2인자의 관계 역시 흥미로운 정치의 관찰 대상이다.
유능했던 비서실장 도널드 리건은 보좌하던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여사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란-콘트라 게이트로 물러난 리건은 낸시가 해임의 막후 조종자라 여긴다.
2년 뒤 그는 회고록에서 레이건을 “아내의 치마폭에 싸여 움직이는 무능한 남자”로, 낸시는 “남편 비판하는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여자”로 그렸다.
낸시가 점성술사에게 의존, 대통령 직무를 배후 조종한 실세였다고도 했다.
격분한 낸시가 곧이어 낸 회고록의 제목은 『내 차례(My turn)』였다.
“리건이 걸핏하면 자신이 대통령인 것처럼 행세했다”고 복수했다.
다만 점성술 얘기는 부인하지 못했다.
먼 나라 일, 쓸 데 없는 걱정이길 바란다.

1988년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의 국정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BR>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복수의 백악관 전직 인사들이 미디어에 이 사실을 확인하며 정권의 신뢰도에 상처를 남겼다.<BR> AP

1988년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의 국정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복수의 백악관 전직 인사들이 미디어에 이 사실을 확인하며 정권의 신뢰도에 상처를 남겼다.
 AP=연합뉴스

지난주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힘 모아 잘 해보자 손을 잡았다.
큰 협력 속, 용산의 선택에 때론 당이 쓴소리도 해주는 건강한 권력을 기대해 본다.
나라와 민심 향한 소신이라면 그걸 배신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참, ‘소신껏 배신’이 지금 가장 절실한 곳은 대표를 ‘아버지’로 부르는 또 다른 거대 정당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 부인의 귀신 같은 정무감각

일련의 ‘김 여사 문자 사태’를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았다.
20년 전 TV사극 ‘여인천하’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뜨거웠던 1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감히 김 여사의 문자를 읽씹 했고, 그래서 김 여사가 디올백 관련 사과를 못 했으며, 그 여파로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일인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워싱턴 D.C.=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워싱턴 D.C.=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10일 등장은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4·10총선 직후 김 여사가 전화를 걸어와 57분간 통화했다며 페이스북에 이렇게 밝힌 거다.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그 그릇된 결정은 주변 사람들의 강권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두 달 사이에 그 동네의 말이 180도로 확 바뀐 겁니다.
사과를 못 한 게 한동훈 때문이라고…. 그러니 어이가 없죠.”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생각해보니 이중 코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한동훈의 화해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한동훈한테 화를 낸 것’이 아니라 ‘한동훈이 대통령에게 화를 냈다’는 식으로 말하더라는 거다.
격노의 대왕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희한한 내러티브다.
최근 사태를 통해 내가 얻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① 김 여사는 이미 정치를 하고 있다.
② 한동훈은 김 여사가 원치 않는 국힘 당 대표다.
③ ‘대통령 부인 정치’의 제도화를 논할 때다.
● 김 여사 OK 없이 문자 공개 가능한가
이번 논란은 한동훈의 읽씹과 왜 지금 노출이냐로 나눠 보면 이해가 쉽다.
 CBS 김규완 논설실장이 4일 ‘편집’해 공개한 첫 문자가 중요하다.
‘몇 번이나 사과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CBS 김규완 논설실장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라며 편집해 공개한 내용.  출처=CBS박재홍의 한판승부

CBS 김규완 논설실장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라며 편집해 공개한 내용. 출처=CBS박재홍의 한판승부이토록 애절한 문자를 한동훈이 읽씹 하다니…무례했다, 정치적으로 미숙하다, 이런 사람에게 또 당 대표를 맡길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반응을 능히 짐작할 한동훈 측에서 문자를 공개했을 리 없다.
당 대표를 정할 때마다 가만있지 못했던 대통령실에서도 7일 ‘개입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날 더욱 절절한 문자 5통이 또 공개됐다.
어떤 간 큰 친윤도 대통령 부인 허락 없이 내밀한 문자를 공개하진 못 한다.
그렇다면 ‘김 여사 측’에서 대통령실도 패싱하고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 한동훈 당 대표 등극을 막기 위해. 달랑 문자 다섯 통으로 대중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니. 정치 9단 뺨치는, 귀신같은 정무감각이 아닐 수 없다.
 공사 구분 못해 공정과 상식 무너진 것
한동훈이 왜 감히 김 여사 문자를 읽씹 했느냐에 관해선 한바닥을 써도 모자랄 터다.
사람마다 해석은 다양하겠지만 맨 처음 문자를 공개한 김규완은 “김 여사 쪽, 윤 대통령 측에서 나오는 해석인데 한동훈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선긋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부부가 한동훈에게 분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거다.
한동훈 자신은 “김 여사에게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9일 방송 토론회에서다.
무슨 소리냐, 김 여사는 사과할 뜻이 있었다고 보는 분들은 진중권 발언을 다시 봐주기 바란다.
김 여사는 사과를 거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도 주변의 반대를 탓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정해주면 하겠다”는 문자를 한동훈에게 보낸 바로 그날 김 여사가 주변에는 ‘사과 불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한동훈은 김 여사의 귀신같이 사람 홀리는 정무 감각을 너무 잘 알기에 읽씹으로 침묵했을 수 있다.
9일 토론회에서 한동훈이 “(당시 상황을)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고 발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6일 SBS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한동훈이 공사(公私) 구분을 강조한 것도 내게는 심쿵(심장 쿵!)이었다.
“공적인 의사소통과 공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에서 사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말. 맞는 말 아닌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TV조선을 통해 열린 TV토론회에 나선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9일 TV조선을 통해 열린 TV토론회에 나선 모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상상해보시라. 공인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가 잘못했음은 안다면서도 굳이 사적 친분을 찾아 구구절절 사정을 늘어놓을 때는, 자신을 좀 봐달라는 의미다.
깨끗이 사과할 작정이면 사정사정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남이가’ 싶은 그 상대가 공적 채널 건너뛰고 그냥 봐주기로, 그러니까 박절하지 못해 그들끼리 덮고 넘어간다면, 그놈의 조직이 제대로 되겠나. 그래서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듣는 것이다.
여기에 선을 긋기 위해 한동훈이 무응답한 것이라면, 나는 잘했다고 본다.
● 차라리 ‘대통령 배우자법’으로 규제하라
오해 없기 바란다.
23일 전당대회에서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되든 안 되든 나는 상관없다.
드라마라면 결말이 궁금하지만 현실은 오싹할 뿐이다.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1월 23일 문자에서 드러났듯, 김 여사에게 ‘댓글팀’이 있다면 ‘정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해보았다.
대통령 부인에게 국가 최고 결정권자의 아내로서 이에 상응하는 법적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고 책임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대는 대통령 부인 좋아하는 나라는 없다(심지어 유능한 힐러리 클린턴도 대통령 부인 때는 미운털 박혔었다). 게다가 김 여사는 대선 전 “내조에만 전념하겠다”고 국민 앞에 굳게 약속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정무 감각에 상당히 의지하는 듯한데 김 여사의 활동과 예산을 관리 감독하는 제2 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는 한사코 마다하고 있다(김 여사의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개혁신당은 총선 전 대통령 배우자의 지원과 의전의 법적 근거를 명문화한 ‘대통령 배우자법’ 제정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 부인을 고위 공직자로 간주해 공적 활동을 양성화하되 국정 개입은 견제하기 위해서다.
다분히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의식한 법안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 배우자에게 그 찬란한 지위에 맞는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은 연방법 제3편 제105조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를 대통령의 조력자로 정의하고 지원을 규정해놨다.
1978년 제랄드 포드 대통령 시절 부인의 역할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 앞으론 대통령 후보 부인도 검증하라
미국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가도를 계속 뛸지 말지를 정하는 최종 결정권자도 부인 질 박사라지 않은가. 초대 워싱턴 대통령 부인부터 42대 클린턴 대통령 부인까지 퍼스트레이디 44명의 활동을 조사한 결과 최소 31명이 대통령과 정책을 토론했고 14명은 공직자 임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통령보다 더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조력적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라는 거다.
대통령과 사적 관계인 배우자이고, 선출되지도 않은 공인에게 이 엄청난 지위와 역할과 권력이 주어지는 게 옳은지는 당연히 논란거리다.
그래서 ‘대통령 배우자법’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 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부터는 대통령 후보 배우자도 대통령 후보와 똑같이 검증받는 게 불가피하다.

그리하여 궁중 사극을 마무리한다면…2023년 영화 ‘나폴레옹’에서 영웅이 죽기 전 읊조린 세 마디가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었다.
윤 대통령이 영화를 남긴다면 이럴 것 같다.
“대한민국, 검찰, 건희.”

"건강하게 오래~"… 노년기 부모 건강관리 꿀팁

낙상 등 응급상황별 대처법 사전 인지119 안심콜 등 건강 지원 서비스 활용

노년기 부모 건강관리에 도움 되는 사전지식이 주목된다.<BR>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노년기 부모 건강관리에 도움 되는 사전지식이 주목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모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다양한 건강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평소에 건강을 잘 관리하고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응급상황별 대처 방법을 미리 인지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노년층 건강 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30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낙상

▲가슴 통증

▲한쪽 팔다리 마비 등 노년기 부모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대처법을 미리 알아두면 응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65세 이상 연령에서 낙상은 머리 손상이나 대퇴골 골절과 같은 심각한 손상의 주요 원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복용하는 약물이 어지럼이나 두통을 일으키는지 의사에게 확인받는 게 좋다.
낙상 사고 시 움직이기 전 심각한 출혈이나 머리·몸에 부상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부상이 없다면 손과 무릎으로 딛고 일어나 앉아 안정을 취하면 된다.
부상이나 출혈, 머리 손상이 있는 경우 119에 신고해 조치 받아야 한다.
가슴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하고 식은땀이나 호흡곤란이 함께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심근경색증의 주요 증상은 명치 주변 또는 가슴 중앙 통증이다.
가슴을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핵심이다.
통증은 왼팔, 목, 턱 등으로 퍼질 수 있고 환자는 의식 저하, 호흡곤란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의심될 때는 움직이지 말고 즉시 119에 연락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한쪽 얼굴이 마비된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심한 두통·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뇌졸중은 치료가 빠를수록 더 많은 뇌조직을 살릴 수 있다.
뇌졸중 의심 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 증상은 잠시 후 좋아질 수 있지만 재발 위험이 크다.
증상이 나아져도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게 중요하다.
응급상황 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다.
119 안심콜 서비스가 대표 사례다.
119에 신고했을 때 사전에 입력된 병력과 질환 등의 정보가 119 종합상황실 신고 접수화면에 나타나는 게 해당 서비스의 핵심이다.
출동하는 구급대원에게 관련 정보가 전달돼 신고한 현장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을 돕는다.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 자녀, 사회복지사 등 대리인도 가입할 수 있다.
가입은 인터넷 사이트 119 안전신고센터를 통해 할 수 있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도 유용하다.
해당 서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에 응급 호출기, 활동량 감지기, 화재 감지기 등을 설치해 응급상황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대상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급자 등이다.
가까운 지역센터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다.

65세 이상 1천만명 시대, 고령인구 활용 더 과감해야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눈앞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국내 총인구 5177만5000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960만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신 통계를 보면 고령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인구는 2013년 600만명대에 진입한 뒤 11년만에 400만명이 늘었다.
저출생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가 되면서 어린이(0~14세) 1명당 노인 수(고령화지수)는 1.71명까지 중가했다.
문제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05만명에 이어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명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고령화지수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55~64세 인구는 841만명으로, 조만간 고령인구로 진입하게 된다.
반면 신규 취업 핵심인구(25~29세)로 진입하게 될 15~24세 인구는 511만명으로, 이보다 330만명이 더 적다.
향후 10년간 퇴직하는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늘지만, 일터로 신규 진입하는 청년층은 매우 부족하게 된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고령인구의 급증으로 사회적 부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년층이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노동 환경을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액티브 시니어는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큰 자산이다.
적절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부터 서둘러야 한다.
일본은 65세가 정년이며 70세까지 고용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0세에 퇴직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미치지 못해 소득 절벽이 오게 된다.
일을 통해 이들의 생활이 안정되면 연금·의료 등 정부의 사회복지 비용을 줄여 재정을 더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부족에 대처하려면 고령인구와 함께 외국인 인력 활용도 병행할 팔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 총인구가 3년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도 외국인이 18만명 늘어난 데 힘입었다.
한국도 선진국들처럼 이제 젊은 외국인이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며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 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이민청 설립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검찰, 사람에 충성하지 마라 

수사 불신 키운 김 여사 대면 조사대통령에 충성해 검찰 망가뜨리나독립성·공정성 원칙 다시 세워야

김건희 여사가 미국 방문 중인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진행된 북한인권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BR> 김 여사는 20일 검찰 대면조사를 받았다.<BR>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미국 방문 중인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진행된 북한인권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여사는 20일 검찰 대면조사를 받았다.
대통령실 제공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검사들이 억울해했다.
이원석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거부와 다름없는 연기 요청을 했고, 김경목 검사는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다니 화가 난다'며 사표를 냈다가 돌아왔다.
이런 반발에 놀랐다.
특혜와 예외로 가득한 조사절차가 수사의 공정성을 흐린 건 안 보이는 걸까. 김 여사를 기소한다면 모를까, 면죄부 주고 끝낼 거라는 예상이 벌써 파다한 건 어쩔 셈인가.김 여사가 성역이냐는 비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항소심 판결을 앞둔 상황에도 검찰이 한 번도 소환하지 않은 선택적 수사에서 비롯했다.
총장의 소환조사 원칙을 묵살하고 검사들이 대통령경호처 청사로 찾아가 휴대폰을 맡긴 채 실시한 저자세 대면조사는 성역을 재확인한 꼴이 됐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고발 후 4년을 뭉개다 하루 조사로 끝낼 만큼 가볍지 않다.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고 있는 듯 보이는 통화 녹취록이 여러 개다.
검찰이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종합의견서에선 김 여사 모녀가 시세 차익으로 번 수익이 23억 원에 달한다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수익 실현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김 여사 관련 혐의는 구체적 판단 없이 넘어간 게 많다.
제대로 조사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23억 원 수익의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그만큼 개미들이 피해를 봤다는 뜻이다.
선의의 투자자로부터 약탈한 범죄수익이다.
공범들 재판에서 “(주가조작은)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한 검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수사팀의 ‘하극상 수사’를 두둔하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건 더 당혹스럽다.
여러 기사에 인용된 검사들 발언을 보자. “김 여사 측이 원칙대로 하면 ‘안 나오겠다’고 버티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 (…) 절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 “오랫동안 대면조사를 이끌어내지 못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사건을 어떻게든 매듭지으려다 나온 결과일 수도 있다.
” “총장이 잘못은 짚되 포용할 부분은 포용하고 넘어가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 그러니까, 눈치껏 대통령 부부의 심기를 살펴서 제3의 장소로 절충한 조사를 포용하고 무혐의로 매듭지으라는 말이 아닌가. 은밀한 속내를 버젓이 드러내는 게 민망할 지경이다.
검찰은 공정하게 보이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검찰총장이 임기 중 정치에 직행해 대통령이 된 여파가 이런 것이다.
총장 패싱 인사가 반복되고 검사들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검찰은 독립적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의 부속기관이 돼 버렸다.
검찰이 언제는 정치적이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르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권력에 굴종하는 건 다른 문제다.
검찰 직할체제를 구축한 대통령과, 섣불리 검찰을 개혁한다는 야당 사이에서 제도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

자긍심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여전히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검사들이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검찰의 독립성, 공정성은 우습게 버려지기엔 너무 중요한 거라고 목소리 내기를 바란다.
검사들이 항의의 사표를 던질 때 그 대상은 원칙적 수사를 지시한 총장이 아니라 수사를 방해하는 권력이어야 한다.
검사들이 나서지 않으면 거악은 누가 척결할 것이며, 선량한 시민들의 범죄 피해는 누가 구제할 것이며,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믿음은 누가 지킬 것인가. 제도에 충성해 검찰을 구해야 한다.
검사들은 사람에 충성하지 마라.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