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누가 소아과 의사 하나?”...아이 볼수록 손해, 더 가혹한 현실은?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BR> 진료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원가를 맞추기는커녕 적자가 나기 일쑤다.<BR> 원가 보존(100%)에도 못미치는 79%의 원가 보존율에 머물고 있다.<BR> [사진=게티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진료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원가를 맞추기는커녕 적자가 나기 일쑤다.
원가 보존(100%)에도 못미치는 79%의 원가 보존율에 머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좋아해 소아과 의사 됐는데... 요즘엔 후회해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요. 아이 진료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신경 쓸게 너무 많아요."소아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도 있지만 진료 환경이 너무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 달래며 일하는 것은 소아과를 선택하면서 기꺼이 각오했지만, 일부 부모의 성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귀가하면 몸과 마음이 파김치가 된다.
가족들은 조심스럽게 "성인 진료 과목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힘들게 공부했던 '소아과 전문의' 타이틀을 버리고 일반의로 전환해야 할까?


소아청소년과 의원 유치 7차례 실패... 소아과 의사가 없다


최근 한 지방 자치단체가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아파트 근처에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유치하려 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이를 철회했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한 4차례 입찰이 모두 유찰됐다.
지난달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가정의학과, 내과 의원으로 범위를 확대해 3차례 추가 입찰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유찰됐다.
급기야 지자체 내의 종합병원 경영진에 연락해 소아청소년과 분원을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 병원도 소아과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환자 많이 볼수록 손해 커진다... 저수가에 신음하는 소아과


소아청소년과는 환자를 많이 볼수록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진료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원가를 맞추기는커녕 적자가 나기 일쑤다.
원가 보존(100%)에도 못 미치는 79%의 원가 보존율에 머물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 252%, 안과 139%와 차이가 크다(국민건강보험공단/김윤 국회의원실 자료). 진료 후에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돈(수가)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전문과목 별 균형이 무너진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영향이 20년 동안 쌓이면서 소아과 등 특정 과목에 대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내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 분야다.
성인 환자를 보는 것보다 힘들고 정신적으로 고되다.
다른 의사에 비해 돈은 적게 벌어도 아이를 돌보면서 보람을 느끼던 의사도 적자가 누적되면 병원 운영을 접을 수밖에 없다.
과거 소아청소년과는 의대 성적이 뛰어난 졸업생들이 지원하던 인기과였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의료 수가마저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기피과로 분류되고 있다.
의사로서 미래가 불투명하니 지원을 꺼릴 수밖에 없다.

아이 수술 전담 '소아 외과의 상황은 더 심각.. ?
우리 아이들의 고난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 외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어린이 수 은 성인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거액의 소송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하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
소아 외과계는 소아 외과·정형외과·성형외과·신경외과·흉부외과·안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마취과 등으로 구성된다.
소아 무릎 수술은 소아정형외과, 아이의 호흡 곤란 수술은 소아이비인후과 등이 전담하는 구조다.
신생아나 영아 마취는 성인보다 어렵고 위험도가 커 소아 마취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의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소아 외과의 수가는 성인 환자 수술에 비해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수가가 더 낮은 분야도 있다.
대형 병원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소아 외과를 두고 있지만 수술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곳도 있다.
많은 의료진이 동원되지만 수가가 받쳐주지 않아 수술을 할수록 병원 경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가 병원 경영 입장에선 부담스런 존재인 셈이다.

부모와의 소통 더욱 중요... "서로 처지 바꿔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과거와 달리 의사와 환자-가족 간의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진료 기술 못지않게 소통 능력이 중요한 분야가 바로 소아과다.
특히 소아과는 의사 결정권을 쥔 부모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 진료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모와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들도 미디어 등을 통해 소아과 의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네에서 소아과가 사라지면 결국 아이를 둔 부모들이 손해다.

소아과 지원 서둘러야... 막대한 저출산 예산에서 지원하면 어떨까?


소아과 의사는 저출산-저수가-소통 문제-고위험 수술 등 3중고,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간호사도 다른 분야에 비해 힘들다.
젊은 부부들이 많은 동네에서도 소아과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의사는 더 이상 사명감 하나로 버티기 힘든 구조다.
우리 아이들,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소아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소아과의 수가 인상,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해도 걱정이다.
우리 아이를 치료할 의사가 크게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과도 산과(산부인과)와 함께 1년에 수십 조 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에서 지원하면 어떨까? 필수의료는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용어가 됐다.
우리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더 대우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

대학병원 간호사의 한숨...“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졌어요”

[김용의 헬스앤]

의대 증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BR> 신규 채용이 중단되어 기존 인력들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BR>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증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중단되어 기존 인력들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전공의들 간의 줄다리기가 7개월째 지속되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진료 예약일이 정해질 때 "그날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을까?" "수술은 가능할까?" 불안감이 여전하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행정직 등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치솟고 있다.
인력이 줄어 업무는 늘고 환자 감소로 병원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간호사, 행정직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어 생활고마저 겪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어 '안정된 직장'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명퇴에 이어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병원들이 많다.
특히 간호사 채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인력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를 일부 이어받은 지방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임금체불 위기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PA 간호사 증원?... 신분 보장-처우 개선 서둘러야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전공의 빈자리를 PA(Physician Assistant-진료지원) 간호사와 전문의로 대체해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지만, 인력난으로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간호사들은 의대 증원 사태 이전에도 이미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신해 왔다.
문제는 PA 간호사는 아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인력난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PA 간호사 증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인 387개 의료기관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30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6월 19~7월 8일)한 결과, 'PA 간호사' 호칭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8.5%에 불과했다.
병원에서 왜 떳떳하게 진료지원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부르지 않을까?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이들의 진료지원이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그동안 고소-고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병원 구성원들조차 쉬쉬하는 'PA' 업무를 떠안은 간호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

코로나 영웅'?... 병원 최일선의 '감정 노동자'


간호사들은 지난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최일선에서 감염 환자들을 살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부각되면서 '코로나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하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볼 때 간호사가 가장 길 것이다.
환자가 어려움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다.
환자가 짜증을 쉽게 내는 상대도 간호사 일 수밖에 없다.
간호사는 최일선의 '감정 노동자'인 것이다.
아직도 위계질서가 엄격한 병원 안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끼어 있는 '낀 세대'인 셈이다.
이번 의대 증원 사태에서도 병원에 불만을 가진 일부 환자들은 간호사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이 잇따르자 애꿎은 간호사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환자나 가족들도 병원 진료가 불편해진 것이 간호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성실하게 일하는 간호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이들의 불만을 달래주는 사람도 간호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다... 왜 약자만 공연히 피해를 입을까?


7개월 간의 의료 공백 사태의 여파는 지역 병원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치료를 전담했던 병원들은 이미 경영 위기가 깊어져 임금 체불까지 겪고 있다.
사립 대학병원들은 의사 부족, 환자 수 감소가 이어지자 구성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명퇴', '신규 채용 중단' 카드까지 나오자 병원 직원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위에서 부러워하던 안정된 직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이들은 "코로나와 싸워서도 이겼는데, 이번 사태는 우리로선 방법이 없다"고 허탈해 한다.
병원의 생존을 위해 밤을 꼬박 새며 일해 온 대가가 극심한 마음 고생과 생계 걱정인가 되묻고 싶어한다.
모두들 여름 휴가를 떠나지만 이들은 마음은 타들어간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무급 휴직이라 매일 매일이 괴로운 의무 휴가다.
언제 병원에 복귀할지도 모른다.
어느 지방 사립대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은 이미 터졌다"고 했다.
대충 알고 있는 의미이지만 다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힘센 것들이 싸우는 틈바구니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약자가 공연히 피해를 입게 된다'고 나와 있다.
'약자', '공연히 피해를 입게 된다'는 대목이 가슴을 울리는 시기다.

권력의 인과응보

최훈 주필

최훈 주필

정부 수립 76년. 한국의 정치 권력이란 한시도 세상에 평안을 주지 못해 왔다.
권력을 쥔, 쥐려는 이들 간의 투쟁·증오·복수는 여전히 악순환 중이다.
권력자들 스스로에게도 이는 잔인한 업보(業報)를 불러왔다.
전임 대통령 12명 중 퇴임 뒤 큰 탈 없이 수명을 다했던 대통령은 2명(김영삼·김대중)뿐. 혁명·쿠데타로 인한 하야(사실상 강제퇴진까지)가 3명, 시해 1명, 자살 1명, 사법 수형을 겪은 이가 4명이니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법적 고행 없이 삶을 마친다면 12명 중 3명만 무탈이니 우리 국가 지도자의 불행 확률은 75% 이상이다.
실세인 대통령비서실장도 마찬가지. 박근혜·문재인 정부 비서실장 8명 중 수형이 2명,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는 이가 4명이다.
전 정권 10년의 실장 역시 75% 확률로 1인자의 불운에 수렴해 왔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렸다는 국정원장(중앙정보부·안기부 포함)도 만신창이다.
초대 김종필 부장부터 직전 정부 박지원 원장까지 35명 중 큰 탈 없던 이들은 12명뿐. 사형·사형선고, 피랍·실종부터 징역·구속·정치규제·검찰수사 겪은 이가 23명. 3분의 2(66%)가 지녔던 힘만큼의 과보(果報)가 찾아왔다.
반란부터 정적 누르려는 불법도청, 북풍·서해공무원 피살 등의 조작, 특활비 등 1인자에게 맹목적 충성 다하려다(물론 자기 영달의 심리가 섞였겠지만) 되돌아온 결과였다.
탄핵·특검, 입법 폭주와 거부권, 여야의 1인자 충성 경쟁, 고소·고발, 욕설·비난으로 날 새우는 지금 역시 불행으로의 영원한 궤도에 올라타 있다.

76년 동안 투쟁-증오-복수 악순환권력자들 불행 넘어 고해의 세상 돼‘탐욕·분노·무지’의 악업 깨우치고‘절제·관용·지혜’의 정치로 속죄를

정치인들 스스로야 업보 받으면 그만이겠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지은 정치의 공업(共業)은 국민에겐 회복하기 힘들 큰 상처를 안겼다.
“정치 이념 다른 이들과 연애나 결혼할 의향 없다”는 응답이 국민의 58.2%(보건사회연구원, ‘사회통합 실태진단’). “함께는 술도 안 마신다”가 33.2%. ‘한 지붕 두 민족’으로 갈라 온 게 정치가 빚은 대한민국의 실상(實相)이다.
오죽하면 정치 갈등이 가장 심각한 세계 1위(90%,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대상국의 중간값 50%)이겠는가. 그뿐인가.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 검찰의 이재명 대장동 수사 과정에선 각각 5,6명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지난 20년 검찰·경찰 수사를 받다 목숨 끊은 이가 163명·76명이다(인권연대 전수조사). 정말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다.
마음과 말과 행위의 업엔 그 과보(果報)가 따른다는 불교의 ‘인과응보’는 우리 정치엔 큰 각성을 줄 화두다.
모든 이의 삶에 영향 미칠 정치 지도자를 붓다는 더욱 경계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세상 이치 다 아는 듯 뽐내고, 거만하게 권세를 부린다.
남 업신여기길 손쉽게 하느니라. 자기 분수 모르니 악행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힘만 드러내 위엄을 사려 한다.
전생 얼마간의 복덕 쌓아 금생에 약간의 지위를 누리지만 금생에 악을 범해 그 복력이 다하면 악업만 남아 지옥 불가마에서 한없는 고통이다.
”(『삼세인과경』) “살아 무거운 죄인들이 최악의 아비지옥에 들어설 땐 문으로조차 들어가지 못하니 엄청난 업풍(業風)에 정신 잃고 거꾸로 휘말려 순식간에 나락”(『목련경』)이란 경고다.
꼭 다음 생의 과보만도 아니다.
“현재의 업에 즐거움 받듯(善因善果), 현재에 괴로움을 받기도 한다(惡因惡果).”(『열반경』)악업의 뿌리는 삼독심(三毒心). 탐욕(貪慾), 증오와 분노(瞋恚-진에), 어리석음(愚癡-우치)의 ‘탐·진·치’다.
죄는 대개 이 셋의 비빔밥이다.
결코 충족 못할 욕망에 집착하는 갈애(渴愛)가 셋 중 으뜸인 탐욕. 만족이 없으니 그 끝도 없다.
정치인에게야 약간의 자기 망상도 필요는 할 터다.
그러나 애초 제 소유 아닌 것에, 자질·도덕성·자격의 분수 모르는 탐함이 대부분이다.
초선 되면 재선, 당대표·지사·장관이면 대통령 되고프다.
더 큰 탐욕에의 장애물인 누군가를 제거하려는 증오·분노가 진에다.
온 세상을 분열시킨다.
인과응보를 믿지 않고, 이런 탐욕·진에가 행복을 줄 거라 믿는 미몽, 그건 바로 우치다.
자기만 진실이라 반대자 박해를 정당화한다.
어리석음이자 지적 게으름이다.
여-야, 친윤-비윤, 친명-비명, 개딸-수박, 극우-좌파 등 모든 우리 정치의 심연이다.
세상 뜨기 전 “정치는 다 허업(虛業)”이라던 김종필 전 총리는 그 본질을 깨우쳤던 걸까.권할 길은 ‘탐·진·치’의 정반대로다.
제 분수 알고 절제하라. 세상은 지혜·성품 더 훌륭한 이들이 가득하다.
권력이란 잠깐씩 나랏일 맡겨 놓은 분업(分業)일 뿐. 탐하길 그칠 줄 알아야 할 까닭이다.
권력이란 공동체를 진화시킬 자기 헌신의 수단일 뿐이 아닌가. 인격 살생의 막말, 거짓이야말로 절대 사라지지 않고 새겨질 업이다.
그 마음속 칼 씻어낼 선업, 관용·포용·이해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가장 아플 붓다의 죽비가 있다.
“인과응보는 너무나 정확해 즉시가 아니라도 머지않아 반드시 그 과보를 받고 만다.
누구도 대신 받을 순 없다.
” 선거든, 법정이든, 민심의 광장이든, 자신의 다음 생에서든 말이다.

콩의 종주국

칼럼 소재는 어떻게 구하느냐? 우선 독서다.
책도 보고 그 분야 연구 리포트도 본다.
현장 답사도 중요하다.
현장에 가보면 책에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발견되곤 한다.
눈으로 봐야 자신감이 생기고 어떤 느낌이 온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다.
그다음에는 전문가와 벌이는 토론이다.
토론하다 보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
넷째는 산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산책 코스가 있는 곳에 거처를 잡을 필요가 있다.
문필가는 하루에 1시간 반 정도는 산책해야 생각이 정리된다.
근래에 만난 전문가는 ‘콩 박사’ 함정희(71). 특히 국산 토종 콩에 집착이 강하다.
콩만 25년 연구하고 사업하다가 망해도 봤다.
“왜 한국이 콩의 종주국이냐?” “두만강(豆滿江)이 콩이 꽉 찬 강이라는 뜻이다.
콩의 발원지에 해당한다.
콩이 얼마나 꽉 찼으면 이런 이름을 지었겠는가. 우리나라처럼 콩 음식이 발달한 나라도 없다.
콩국수, 두부, 된장, 간장, 청국장, 인절미, 미숫가루, 콩자반 등등.”함 박사에게 그 말을 듣고 보니 한자에도 ‘콩 두(豆)’가 들어간 글자가 많다.
頭腦(두뇌)에도 콩 ‘두’가 들어간다.
감옥에 들어갔을 때 먹는 밥 이름을 ‘콩밥’이라고도 불렀다.
콩밥 먹었다는 것은 감옥살이 했다는 말이다.
감옥살이를 마치고 교도소 대문 앞으로 나오면 대기하고 있던 가족, 친지들이 두부를 먹여주던 풍습도 있다.
한국인에게 콩은 감옥살이의 결핍된 영양소를 채워주는 솔 푸드였던 것일까.콩은 단백질 40%, 지방 20%, 비타민 5%, 탄수화물 35%다.
식물성 단백질이 많은 편이다.
콩의 탄수화물은 올리고당, 식이 섬 로 되어 있어서 몸에 좋다고 한다.
콩은 산과 들에서 모두 잘 자란다.
척박한 땅에 심으면 옥토로 변하게 한다.
그래서 콩을 먼저 심고 그다음에 다른 농작물을 심는다.
오염 물질도 콩깍지와 잎으로 많이 간다.
콩 알맹이로 직접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현재 콩은 100여 종류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국산 쥐눈이콩을 최고로 친다.
쥐의 눈처럼 아주 작고 까맣게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약콩으로 여겼다.
한자어로는 서목태(鼠目太)다.
여기에서 ‘태(太)’ 자는 크다는 뜻보다는 ‘콩’이라는 뜻으로 쓴 것이다.
충남 대전(大田)을 향토 사학자들은 태전(太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대전이 옛날에 콩밭이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쥐눈이콩을 삶은 물은 옻으로 생긴 독소를 해독하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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