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갈등 겪으면 남을 이해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문학작품을 읽으면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한 등장인물의 복잡한 내적 갈등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고 이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하고 또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한 생각과 느낌이 충돌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 타인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흔히 인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꿈을 함께 꾸는 모순된 존재라고 이야기하지만 멀리 갈 것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많은 목표와 가치관들이 서로 충돌하며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

시험 공부를 해야 하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변화와 재미를 따라가고 싶기도 하다.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동시에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되고 과감하게 도전할 줄 알아야 하지만 실패는 너무 두렵다.

이렇게 늘 정답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사는 게 쉽지 않은가 보다.
최대한 이런 내적 갈등 없이 평탄한 삶을 살고 싶은데 또 그러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데에도 어떤 즐거움(?)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그것이 삶의 묘미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라면 이러한 내적 갈등에도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서로 충돌되는 목표를 떠올리게 하거나(공부 vs.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무언가 달리 했다면 어떤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 지 따져보게 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견의 극단적인 버전에 노출되도록 하는 등 (예를 들어 낙태를 반대하는 편이지만 모든 종류의 낙태를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같은 질문 던지기) 상반되는 생각들로 내적 갈등을 겪게 하면 자기와 다른 타인, 외집단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한 쪽으로 치우친 사고방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내적 갈등을 거치면서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반되는 가치관, 삶의 방식에 대해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은 사람들도 사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고민과 선택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뿐 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는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까이서 보면 서로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같은 인간으로서의 공통점이 더 많은 것도 같다.
나의 내면과 삶이 복잡한 것 만큼 타인의 내면과 삶 또한 복잡하며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서로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Sassenberg, K., & Winter, K. (2024). Intraindividual conflicts reduce the polarization of attitude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3(3), 190-197.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나'는 일을 미루는 사람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많은 사람들은 미루기 천재다.
금방 할 수 있을 거라는 둥 다양한 이유를 붙여가며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데드라인 직전에 고통을 맛보며 심지어 우는 일을 많이 겪어봤을 것이다.
필자 역시 미루기에 대한 원고를 미루면서 작성했음을 밝힌다.
뻔히 더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 우리는 왜 자꾸 미루는 걸까. 어떻게 하면 일을 미루지 않을 수 있을까.

우선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일이 지루하거나, 전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거나,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미루기가 나타난다.
주로 하기 싫은 일을 미룬다는 것이다.
캘거리대의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에 의하면 그 외에 미루기와 관련이 있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① 부정적 정서 신경증
미루기는 기본적으로 '지금'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현재 직면해야 할 괴로움을 내일로 토스하는 행위다.
미루기를 뜻하는 영단어 procrastination에서 'pro'는 라틴어로 '앞으로'라는 의미이고 'crastinus'는 '내일'을 뜻한다고 한다.
'(오늘 일을) 내일로'라는 뜻이다.

이렇게 미루기는 눈 앞의 괴로움으로부터 도피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미 잔뜩 괴로운 상태인 경우 부정적 정서가 넘칠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일을 많이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몇몇 학자들은 미루기가 기본적으로 기분을 낫게 만들기 위한 또는 적어도 더 힘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정서 조절' 전략이라고 본다.
'도피' 같은 부적응적인 스트레스 대처법들이 그러하듯 미루기 또한 내 마음이 나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다보니 생긴 부작용 같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미루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도록 하자). 이는 한편 평소 삶이 행복하고 마음이 괴롭지 않아야 미루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관련해서 성격 특징 중 신경증(Neuroticism)은 부정적 정서성, 정서적 불안정성이라고도 불리는 특성으로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늘 걱정이 많고 불안하며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성격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할수록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많은 편이고 따라서 미루기를 많이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부정적 정서를 피하기 위해서 일을 미루는데 미루는 행위 자체가 미래의 더 큰 부정적 정서의 원천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기분이 언짢고 스트레스가 많음 -> 미룬다 ->더 기분이 언짢아지고 더 스트레스 받음 -> 또 다시 미룬 결과 일이 망함으로써 더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발생하곤 한다.

② 미루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
부정적 정서를 피하기 위해서 미루기를 한다는 사실과 관련해서 미루고 나면 일단 마음이 엄청 편해질 것이라거나 엄청 즐거워질 것이라며미루기가 가져올 '긍정적 정서'의 크기를 과대평가할수록 더 자주 미루는 모습이 나타난다.

미루고 나면 이후 괴로움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보다 미뤄도 생각보다 별로 '즐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미루기를 줄여줬다는 발견이 있다[2]. 미루는 행위 자체를 삶의 낙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③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 자기 의식, 평가에 대한 두려움
기본적으로 일을 잘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이 심하고 다른 사람이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무엇을 하든 부담감이 큰 편이다.

이로 인해 일을 하기 '전'부터 일을 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결과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는 다 받으면서) 일을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든가 조금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크면 일을 더 일찌감치 착착 해낼 것같지만 의외로 일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해서 손도 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④ 자신에 대한 의심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제 능력 수준은 비슷해도 어차피 해도 안 될 거라며 포기가 빠른 경향을 보인다.

못 할 거라고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할 것같지만 반대로 노력해도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노력을 '덜' 들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한 달 동안 준비해도 모자랄 일을 (어차피 안 될 거) 하는 시늉만 하자며 대충대충 벼락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⑤ 자기 핸디캐핑(Self-handicapping)
하루 이틀 벼락치기하고도 이 정도 성적을 받은 건 꽤 잘 한 거라고 생각하기 위해 계속 공부를 안 하다가 마지막에 벼락치기를 하는 학생을 상상해 보자. 미리미리 열심히 해놓고도 실패했다는 사실을 직면하면 '내가',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존감에 직격탄을 맞으므로 스스로 자신의 앞길에 장애물을 가져다 놓고서는 내가 못 한 게 아니라 장애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자존감을 수호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자신의 앞길을 망쳐가며 자존감을 수호하는 것인지 인간은 참으로 슬픈 동물이다.

벼락치기로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음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마지막까지 사람들과 약속을 만들고 술을 진탕 마시는 등 '약속 때문에, 술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 흔한 예다.

⑥ 우울, 낮은 에너지 수준, 학습된 무기력, 비관주의
무엇을 하든 즐거움을 찾기 어렵고 기력도 없고 집중하기도 어려운 경우다.
동기 부여가 어렵고 버틸 에너지도 부족해서 일을 시작하기도 어렵고 시작해도 '완성'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우울증을 측정하는 문항 중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미룬다'는 문항이 있을 정도이다.
위에서 살펴본 부정적 정서와도 큰 관련을 보인다.

⑦ 원만하지 않은 반항적인 성격
이 경우는 조금 다른데 반항적이고 속박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우 외부에서 정한 스케줄과 데드라인에 불쾌함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정해진 스케줄을 거부하고 마음대로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거꾸로 일을 '최대한 늦게' 하라고 압박을 주면 청개구리처럼 일찍 해낸다는 발견이 있었다.

⑧ 충동성이 높고 지루함을 잘 참지 못하는 경우
이 경우 미래나 장기적인 결과 책임 같은 걸 별로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만 사는 경향을 보인다.
주의 집중도 잘 못해서 하던 일을 까먹고 다른 일을 하다가 정작 급한 일을 못 마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자극(스마트폰과 같은)이 많은 환경은 피하는 것이 좋다.

⑨ 자극 추구성
자극 추구성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조금 다른 이유로 미루는 행동을 보인다.
이들은 일을 마지막 한 두 시간 남겨놓고 후달리면서 하는 스릴을 즐기는 또는 중독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긴장해서 빠짝하면 평소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릴은 짧지만 후회는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서 한 연구에 의하면 상습적으로 벼락치기를 하는 학생들은 벼락치기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지만 학기말 건강 상태나 성적, 삶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자들에 의하면 “미루기의 이득은 짧고 비용은 오래간다”고 한다.

⑩ 체계성
일을 계획하고 목표를 수립하며 목표 달성까지의 상황이 순조로운지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의도치 않게 미루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떤 일을 언제 해야 적절한지에 대한 청사진을 짜지 못하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한 달 걸릴 일을 일주일이면 할 수 있겠지~ 하다가 나중에 울고 만다.
미루려고 미룬 게 아니고 일 하는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해서 미루게 되는 경우다.

⑪ 낮은 성취욕(achievement motivation)
별로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없고 일의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일을 너무 잘 하고 싶어하는 것도 문제지만 조금도 잘 할 마음이 없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원인들 중 몇 가지나 해당되는 것 같은가. 원인을 알면 해결책이 보이는 법이다.
미루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어 행복도를 높이고 부정적 정서, 스트레스, 불안, 우울을 줄일 것, 잘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 놓을 것,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을 청하고 알게 될 때까지 연습 또 연습하기, 할 수 있는 부분은 정확하게 인식함으로써 자신감 높이기, 충동성이 높다면 유혹이 많은 환경은 피하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원전 300년 전에도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태의 사악함을 강조하는 글들이 쓰여졌다고 한다.
애초에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로써 에너지 보존을 위해서라도 때때로 일을 미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벅찬 일이라서 모든 일을 제 때 처리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따라서 또 일을 미루는 나를 보았을 때 자꾸 미룬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 이유를 찾아 내가 나의 힘듦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자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일 '미루기' 만큼 좋지 않은 '서두르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루기(procrastination)”도 문제지만 의외로 찬찬히 처리해도 되는 일을 지나치게 빨리 처리해버리는 경향(procrastination) 때문에 피곤하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지인은 이메일이 오면 밤이든 낮이든 주말이든 무조건 답장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 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메일에 얽매여 산다.
또 다른 지인은 일이 갑자기 밀려올 경우 기한을 조정해서 적정 근로 시간을 유지하기보다 자신이 무리해서라도 모두 빨리 끝내버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초과 근무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빨리빨리 처리한다고 서두르다가 되려 중요한 일을 까먹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급적 나중에 일을 몰아서 하는 것 못지 않게가급적 빨리 일을 몰아서 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미루기의 반대로 서두르기(procrastination)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바움(David Rosenbaum)은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목적지까지 바구니를 옮겨서 나르게 한다.
이 때 바구니가 놓인 위치에 따라 두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A 코스는 바구니가 출발점에서 가까운 경우이고 B 코스는 바구니가 도착지에 가까이 놓여져 있는 경우였다.

연구자들은 당연히 사람들이 바구니를 조금만 옮겨도 되는 B 코스를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정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긴 거리에 걸쳐 바구니를 옮겨야 하는 A 코스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자 사람들은 그저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답했다.

하지만 출발점에서 도착지까지의 거리는 A 코스와 B 코스가 동일했기 때문에 걷는 속도가 같다면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과제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았을 것이다.
되려 도착 지점 근처에서 바구니를 옮기면 되는 B코스보다, 처음부터 계속해서 바구니를 들고 움직여야 하는 A 코스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바구니 대신 물건을 두 개 집어서 반환점을 찍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실험을 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가장 적은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선택은 빈 손으로 갔다가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물건 두 개를 하나씩 집어 오는 것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출발하는 길에 물건을 집는 것을 선택했다.

언뜻 보면 비합리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인지적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할 일이 쌓여 있는 상황은 인지적 자원을 소모한다.
해야 하는 일들의 목록이 길 때 이들을 전부 기억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단한 것부터 빨리 처리해서 해야 할 일 목록을 줄이고자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인 한 명도 머리 속에서 해야 할일 A, B, C… 를 계속해서 외고 있는 것이 너무 싫어서 무리하더라도 가급적 빨리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 여전히 지나치게 무리하는 것보다는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지만,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을 때 얼른 치워버리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서두르다가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무리해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무리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해야할 일 미루는 사람들의 특성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렸을 때 학교에서 참 많이 혼났었다.
주로 과제를 제 때 하지 않아서, 준비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제출해야 하는 문서를 제 때 제출하지 않고 계속 미뤄서 같은 이유들이었다.
매번 늦다보니 (지각도 많이 했었다) 나중에는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다가 늦지 않으면 되려 놀라는 반응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쩌면 태어나서부터 계속해서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살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꽤 멀쩡하게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습관적인 미루기는 좋지 않은 결과들을 낳기 때문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한 편이고 스트레스 수준도 높으며, 금전적인 문제를 더 많이 겪는 편이다.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 또한 비교적 낮다.
물론 거꾸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덜 건강하고 좋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미루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미루는 행동으로 인해 하루 전 벼락치기 같이 식은땀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등의 경험을 우리는 이미 많이 해 보았다.

어떤 사람이, 왜 미루는 행동을 보일까?

물론 미루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우선 미루는 행동에는 유전적·성격적 요인이 꽤 큰 편이어서 미루는 행동은 꽤나 안정적으로 (잘 변하지 않는) 나타나는 편이다.
쌍둥이 연구 결과 미루는 행동의 약 반 정도가 유전에 의해 설명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미루는 습관은 다섯가지 주요 성격특성(성격 5요인 이론) 중 성실성, 낮은 충동성과도 큰 관련을 보여서 주로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이 미루는 행동을 많이 보이는 편이다.

또한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동기수준이 낮은 것 또한 미루는 행동을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거리대의 심리학자 피어스 스틸에 의하면 동기수준은 다음과 같은 식에 의해 결정된다.

일을 잘 처리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고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수록 동기 수준이 높아지는 반면, 충동성이 크고 주어진 기한이 여유로우면 지금 바로 일을 처리해야 겠다는 동기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예컨대 수학 숙제를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고 숙제 하나 정도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크며, 성격적으로 성실성이 낮고 집중력이 약한 데다가 숙제 마감까지 앞으로 몇 달이나 남았다면 차일 피일 과제를 미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감과 일의 중요성을 높이고 충동성과 기한을 줄이는 것이 미루는 행동을 줄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의 잘 알려진 또 다른 원인은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이다.
생각만 해도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일에 비해 미루기 쉽고 일을 할 때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부정적 정서가 가득하다면 역시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일을 미루기 십상이다.
일이 가져오는 부정적 정서, 스트레스가 클수록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지게만들기 위한 전략 (temporal mood-repair strategy)을사용하게 된다.
미루는 행동이 자기 조절의 일환인 정서 조절의 한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콜로라도 볼더대의 심리학자 아키라 미야케에 의하면 동기수준도 낮은데 여기에 더해 일을 피하고 싶은 정도가 크다면 더더욱 높은 확률로 미루는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클수록 강박적으로 딴짓을 하는, 특히 요즘에는 강박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는 행동 등이 많이 나타나고 더 많은 시간을 미루는 데 쓰는 경향이 나타난다.
즐거운 딴짓거리들이 존재하면 할수록 더 목표 달성보다 정서 조절을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한편 즐겁게 노는 시간이 끝나면 해야 할 일로 주의를 돌릴 줄 알고, 할 일을 까먹지 않고 잘 기억하며 계속 상기하는 습관이 미루기와 부적 상관을 보였다.

어떻게 하면 미루는 행동을 줄일 수 있을까?

미야케에 의하면 교육 현장의 경우 교육 자료를 열람하는 데 '기한을 둔다'든가 마감 일에 대한 '리마인더를 자주 주는 것' 등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미루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을 하게 해보고 효과가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에 대해 기록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5초 룰을 기억하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5초가 지나가기 전에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5초가 지나가면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그냥 하기'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바, 의지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아직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고 어른들의 경우에도 온전히 의지력에 기대어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이미 유혹이 강해진 후 참으라고 하기보다 유혹이 커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미아케는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며 미루는 습관의 영향과 그 원인들에 대해 학습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학교나 조직의 경우 구성원들이 함께 미루는 습관을 줄이자는 목표를 공통적으로 가져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줘서 사회적 지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마감까지 남은 시간에 따른 과제 제출 빈도′를 나타내는 그래프(Miyake & Kane, 2022)를 보면, 남은 시간 0 즉 마감 당일에 제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경향이 나타난다.<BR>    필자를 포함해 이처럼 미루기는 흔하게 나타난다.<BR> 혼자가 아닌 것이다.<BR> 함께 미루기를 줄이고 스트레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도록 하자. Miyake, A., & Kane, M. J(2022) 신경과학동향/박진영 제공

위 '마감까지 남은 시간에 따른 과제 제출 빈도'를 나타내는 그래프(Miyake & Kane, 2022)를 보면, 남은 시간 0 즉 마감 당일에 제출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경향이 나타난다.
필자를 포함해 이처럼 미루기는 흔하게 나타난다.
혼자가 아닌 것이다.
함께 미루기를 줄이고 스트레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지도록 하자. 신경과학동향/박진영 제공

스스로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행동′으로 연결할 수 없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BR>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행동'으로 연결할 수 없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우선 살아가는 한 해야 할 일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해야 할 일을 100% 해내고 해야 할 일 목록을 완전히 없애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이기보다 70% 정도만 해도 만족할 필요가 있다.

비슷하게 스트레스의 존재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스트레스의 존재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해야 할 일 목록이나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하는 등 기대치가 너무 높으면 매일매일 실패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해야 할 일과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문제는 우리가 불필요하게 '스스로 만들어 내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주중에 각종 업무로 시달리고 있으면서 주말까지 이런저런 약속과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채워 두고는 각종 의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 한 예다.
봉사활동, 모임, 공부 시간 등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느새 업무 시간 못지 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간은 쉽게 고장나므로 섬세하게 관리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주말에도 쉬는 시간을 조금도 갖지 못하는 경우 어느새 번아웃에 시달리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기 십상이다.

이밖에도 적당히 하면 되는 일에 지나친 성취욕을 부리면서 완벽하게 해내겠다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경우, 이미 지나간 과제나 업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며 걱정을 하는 경우, 실수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패로 인해 삶 전체가 망할 것 같다며 과대해석을 하는 경우 모두 스스로 만들어낸,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에 해당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다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시간의 압박을 받거나 평가에 대한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 잔뜩 굳어서 평소에 잘 하던 일도 못하게 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일부러 압박이 많은 환경을 찾아나서는 등 스스로를 괴롭히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몸의 리듬에서 벗어나서 지나치게 일찍 일어나려고 애쓰는 것 또한 일정 부분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문화의 영향이 있는 듯 하다.

미래로 미뤄도 되는 스트레스를 당겨서 미리 받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이나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들이지만 지금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잔뜩 받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면, 이런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
일찍 당겨서 스트레스를 받아봤자 몸과 마음만 망가질 뿐 실질적인 변화나 문제 해결을 가져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즉 '행동'으로 연결할 수 없는 걱정이나 스트레스는 가급적 미루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특정 나이대와 해야 할 일을 연결짓는 경향이 있어서 20대에는, 30대에는 꼭 무슨 일을 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나이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실제보다 우리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 또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실패를 늘이는 경우에 가깝겠다.

지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면 쭉 적어보고 혹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거나 불필요하게 당겨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우리는 왜 '미루기의 달인'이 되어가는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백하자면 필자는 미루기의 달인이다.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할 거라거나 어차피 마감이 가까워지면 글을 쓰게 되어 있다는 생각들이 삶의 신조인 것 같기도 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인지 미루기는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자기통제 실패 사례다.

이후 분명 괴로워질 것임을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미루는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있었고 다음과 같은 가능성들이 제시됐다.
우선 예상할 수 있겠지만, 기질적으로 자기통제력이 약한 경우, 즉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 지금의 행동을 조절하는 힘이 약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미루기를 더 많이 하는편이다.

그때 그때 다른 자기통제력

이렇게 사람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자기통제력에 차이가 있지만, 자기통제력은 상황과 맥락의 영향 또한 많이 받는다.
자기통제력은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의 존재(목표와 동기),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능력(장기적 시각),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아는 것(정보와 전략, 지식), 스트레스와 피로 수준(남아있는 정신력의 양)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아쉽게도 자기통제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컨대 미루기의 경우 아무리 이번에는 데드라인을 꼭 맞추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고 일을 차일피일 미뤘을 때 미래의 내가 맞이할 고통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일을 제때 마무리 하기 위한 계획 같은 것을 다 세워 놓아도 “너무 피곤해서” 또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정작 몸과 마음을 움직일 힘이 없다면 이번에도 또 미루고 마는 식이다.

완벽주의자는 게을러진다

미루기를 불러오는 또 다른 요소는 의외로 '완벽주의'다.
완벽주의의 경우 세 가지 경로로 미루는 행동을 불러온다.

첫 번째는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인 중 조금 지각할 것 같으면 아예 모임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시간 엄수에 대한 강박이 지나친 나머지 어쩌다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으면 아예 약속에 나가지 않음으로써 지각을 원천봉쇄하곤 했다.
이 외에도 승부욕이 큰 나머지 게임에서 질 것 같으면 아예 게임을 시작도 하지 않는 등,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결말'에 대한 과한 집착으로 인해 여기서 벗어나는 다른 결말을 받아들이느니 아예 판을 엎어버리겠다고 하는 다소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인 경우다.

두 번째는 일을 완벽하게 해낼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느라 일을 제 때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덫칠에 덫칠을 반복해서 처음 스케치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되어버렸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처음 버전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하지만 또 수정의 수정을 거치는 일을 반복하는 등 영원히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되겠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와 에너지 고갈이다.
눈치챘겠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결과에 대한 생각이 너무 확고한 탓에, 거기서 하나라도 달라지면 쉽게 좌절하고 불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아무도 모르고 본인만 느끼는 그 작은 차이를 매꾸는데 전력을 다 하고 그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모를 겪는다.

완벽주의 경향이 있는 사람들은 일상 속의 모든 경험을 '일', 즉 스트레스 거리로 변환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예컨대 독서 같은 취미 생활도 완벽주의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하면 "무엇을 하든 열심히,잘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하루에 반드시 100페이지는 읽어야 한다는 빡센 목표를 세우는 등 취미였던 것이 어느 새 일이 되고 만다.
오늘도 100페이지 읽기에 실패했다며 좌절하고, 분명 쉬려고 했는데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에게 괴로움을 주고만 책 읽기를 미워하게 되고, 취미 생활 조차 잘 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등 온갖 것에서 감정과 에너지 소모를 겪는다.
슬프게도 이런 만성적인 에너지 고갈 상태는 정작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쓸 에너지 부족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으른(게을러 보이는) 상태를 만든다.

미루기의 기쁨과 슬픔

이렇게 자기통제력을 발휘할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또는 지나친 완벽주의 때문에 미루기를 '못'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미루기를 즐기느라미루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국 셰필드대심리학자 푸시아 시루아 교수에 따르면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뤘을 때 지금 당장 느껴질 해방감과 기쁨을 크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꺼이 일을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오늘만큼은 덜 고통스럽게 보내겠다며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하겠지”하고 기쁜 마음으로 폭탄을 넘기는 것이다.

또 데드라인 직전까지 미루고 벼락치기로 일을 마무리하는 스릴과 효율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을 자극제로 삼아 업무 효율을 늘리는 경우다.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불안과 긴장을 극도로 높여 일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자신을 몰아붙이는 행위가 장기적으로도 건강과 행복에 이로울지는 의문이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다는 것

정리하면 자신을 향한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채찍질, 에너지 고갈, 내일의 나에게 고통을 토스하고 일단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욕구, 또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밀어서 효율성을 짜내는 등의 습관이 미루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미루기를 완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시루아 교수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도 인간적이고 따듯한 태도를 보일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단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을 덜 보인다.
스트레스와 부정적 정서도 덜 겪는 편이다.
자신에게 친절할 줄 아는 사람은 오늘의 고통을 내일의 자신에게 전가하는 행동이나 내일의 자신을 착취 하면서 일하는 습관 또한 덜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하는 친구나 자녀가 자신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거나 또는 미래의 자신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을 보일 때, 잘 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밀어붙이다가 아예 벼랑 끝에서 떨어져 버리라는 사람음 없다.
어제 오늘 차곡차곡 미뤄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업무에 곧 깔려 죽으라고 조언하는 사람도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돌보듯, 진정으로 자신을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나 뿐 아니라 내일의 나 또한 보살피려 할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미루기를 밥 먹듯 하는 우리들에게는 어떤 인간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과 당연히 나 또한 그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또 나를 밀어붙이고 착취해서 단기적인 성공을 노리기보다 미래의 나와 내 삶까지 돌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아그라, 새로운 '장수 약물' 될까…미국서 연구 돌입

게티이미지뱅크

장수 약물을 찾기 위한 미국의 연구 프로그램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노화 방지 효과를 실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수명을 연장하는 데 활용하는 연구가 시작된다.
쥐 실험을 통해 비아그라를 비롯한 다양한 화합물들이노화 현상을 막는 데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수명 연장과 관련해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 과학기술이 노화까지 정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가 자금을 지원하는 노화 현상 연구 프로젝트인 '중재검사프로그램(ITP)'은연말 240마리의 실험용 쥐에게 비아그라의 성분인 구연산실데나필이 함유된 음식을 먹이는 실험을 실시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비아그라 성분이 쥐의 수명을 연장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사람에게도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살핀다는 구상이다.

실험에서는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비아그라 성분을 섭취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의 수명을 2년 동안 추적한다.
각 쥐들은 최대한 동일한 조건에서 사육된다.
쥐 실험과 함께 실시되는 예쁜꼬마선충을 사용하는 실험에선 비아그라 성분이수명 연장과 관련한 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확인하고 노화 메커니즘을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에 실험에 돌입하는 비아그라 성분인 구연산실데나필은 NIA가 연간 500만달러(약 50억원)의 자금을 5년 더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선택된8개의 새로운 후보 약물 중 하나다.
비아그라 성분 외에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캡토프릴 등이 선정됐다.
비아그라 또한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처방된다.

ITP 프로젝트 측은 쥐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가 나올시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쥐 실험에서 사용되는 쥐는 근친 교배를 통해 탄생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사용하는 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ITP 프로젝트가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이다.
앞서 ITP는 노화를 방지하거나 지연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60개 이상의 약물, 식이성분, 호르몬 및 기타 분자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수명을 연장하는 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약물을몇몇 발견했다.
이식수술에서 장기의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는 라파마이신이 대표적이다.
후속 연구에선 라파마이신을 구성하는 분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자가 사람들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라파마이신을 활용해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들인 알츠하이머병, 근육 약화, 잇몸 질환 등에 대한 효과를 살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알츠하이머 위험 낮춘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위키미디어 제공.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위키미디어 제공.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스 브라우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약학대학 연구원 연구팀은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을받은 남성에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7일 국제학술지 ‘신경학’에 발표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뚜렷한 치표법이 없다.
발병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비아그라도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하나의 치료제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발기부전 진단을 받았지만 기억이나 사고 등 뇌 문제로 진단을 받은 이력은 없는 남성 26만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이들 중 절반은 비아그라(성분명:실데나필)를 복용했고 나머지 절반은 아바나필, 바데나필, 타달라필 등의 성분이 든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했다.
모두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해 발기 상태가 지속되도록 하는 'PDE5 억제제'다.

평균 5년간 남성들을 추적한 결과 비아그라나 비아그라유사약물을 처방받은 남성들은 처방받지 않은 남성들보다 알츠하이머 발병 확률이 18%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처방을 많이 받을수록 효과는 더욱 컸다.
5년간 21~50회 처방전을 받아 발기부전약을 복용한 남성들은 알츠하이머 발병 확률이 44% 낮았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진행 중 한 광부가 비아그라 복용 후 발기를 경험했다는 부작용을 보고하며 발기부전 치료제로길이 열리게 됐다.

PDE5 억제제는 정맥과 동맥을 이완시켜 혈류의 흐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동물실험을 통해 PDE5 억제제는 뇌의 혈류를 보다 원활하게 만들어뇌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연구팀은 PDE5 억제제를 사용한 남성들이 성적·신체적 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낮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아니라는 설명이다.

보다 명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성에서의약 효과를 확인하는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PDE5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면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치매 발병을 막기 위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부의 솔직함, 비아그라 폐기 막았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임상참가자의 고백 덕분이었다.<BR> Angelo D′Amico/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한 임상참가자의 고백 덕분이었다.
Angelo D'Amico/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오늘날 대표적인 비뇨생식기계 의약품이 된 사연이 공개됐다.
한 광부의 솔직함이 덕분이었다.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질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제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우연히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은 한 광부의 숨김없는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화이자 전 연구원인 데이비드 브라운 박사는 2일 가디언을 통해 “광부 한 명의 솔직한 발언이 없었다면 오늘날 비아그라는 없었을 것”이라며 “대작을 완전히 놓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유망하지 않았다.
화이자는 1993년 개발을 거의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마지막 시도로 비아그라 투여량을 늘리는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투여 용량이 늘어나면 협심증에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영국 웨일스 동남부 도시인 머서티드빌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은 탄광이 폐쇄돼 실업과 빈곤 상태에 빠진 광부들이 살고 있었다.
300파운드(약 50만 원)를 지급하는 비아그라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상 참가자들은 혈액 샘플 채취, 비아그라 투약 등을 진행했고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약 복용 후 일어난 변화를 묻는 질문을 했다.
브라운 박사에 의하면 질문을 받은 한 광부가 손을 들고 “밤새 발기가 일어난 것 같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브라운 박사와 동료들은 특이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한 결과심장 주위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를 증진시키도록 고안한 비아그라가 음경 내 동맥들에도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브라운 박사는 광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추가 조사가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이 약의 상업적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브라운 박사의 설득 등을 통해 재빨리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비아그라는 1998년 처음 출시됐고오늘날 역사상 가장 많이 처방된 약 중 하나가 됐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대동맥류 악화시킬 수도"

동맥류

[출처: 서울아산병원]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가 복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s)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대동맥류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복부를 지나가는 구간인 복대동맥의 한 부분이 탄력을 잃고 얇아지면서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동차 타이어처럼 갑자기 파열해 파국적인 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Rochester) 대학 의대 아브 심혈관 연구소(Aab Cardiovascular Research Institute) 연구팀은 비아그라가 복대동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쥐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6일 보도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은 혈관의 평활근(smooth muscle)을 수축시키는 효소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PDE5)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이것이 동맥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생쥐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일단의 생쥐에 외과적인 방법으로 작은 복대동맥류가 생기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수술 후 7일 만에 복대동맥류가 형성된 이 생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실데나필을 물에 희석해(60~100mg에 상당) 매일 4주 동안 투여했다.

4주 후 실데나필이 투여된 생쥐 그룹은 투여되지 않은 대조군 생쥐들보다 복대동맥류 부위가 평균 37% 넓어졌다.

또 복대동맥류의 탄력 섬유(elastic fiber)가 50% 약화됐다.

이는 실데나필이 혈관 평활근 세포의 혈류 조절 기능을 방해해 복대동맥류의 진행을 악화시켰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대동맥류가 있거나 대동맥류 위험이 높은 남성은 비아그라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대동맥은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중간층은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혈류를 조절하는 평활근 세포로 구성돼 있다.
혈관 평활근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대동맥류 위험이 커진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실렸다.

비아그라

[연합뉴스 TV 캡처]

광동제약 '여성용 비아그라' 국내 임상 승인…2022년 출시 목표

미국 FDA 허가받은 여성 성욕 장애 치료제 '바이리시'

광동제약은 미국에서 들여온 여성 성욕장애 치료 신약 '바이리시'(Vyleesi)의 국내 가교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25일 밝혔다.

가교임상은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거친 약이 국내 보건당국의 허가를 위해 기존 임상 결과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을 뜻한다.

바이리시는 성욕 감퇴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등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 물질 브레멜라노타이드(Bremelanotide)의 제품명이다.
일회용 펜 타입(pen type)의 피하 주사 형태로 개발돼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가 필요할 때 자가 투여한다.
성욕과 관련된 장애를 치료한다고 해서 일부에서 '여성용 비아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광동제약은 2017년 11월 바이리시의 개발사인 미국의 팰러틴 테크놀로지스(Palatin Technologies)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서울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등 12개 의료기관에서 성욕저하 장애가 있는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2022년 임상시험 종료 후 출시할 예정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국내에는 기혼여성의 약 48.9%가 성욕저하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여성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