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가르치는 학교에서 ‘마음 건강’도 배우는 학교로


자살률 1위 대한민국 탈출을 위한 혁신의 출발점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한강 다리의 자살 방지 펜스를 높이고 신고·상담 전화를 늘리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런 사후약방문식 대처만으로는 1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없다.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특히 심각한 건 2020년대 들면서 유독 청년·청소년 자살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10~19세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20대 자살률은 2017년 인구 10만 명당 14.2명이었는데 2021년엔 22.5명으로 5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자살률은 20.6명에서 23.1명으로 늘었다.
OECD회원국 평균 자살률(10.8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우울·자살 등 청소년 마음 건강 심각학교 교육으로 회복 탄력성 높여야‘사회정서 역량 교육’은 세계적 추세부모들 인식 변해야 실질적 교육 돼

자살·중독·학교폭력·은둔형 외톨이등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루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등 의료계와 교육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의 사후 대응이나 선별적·개별적 처방을 벗어나 모든 학생이 어릴 때부터 마음건강에 대한 보편적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키우고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이겨내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줘야 자존감 있는 학교·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
북미·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런 ‘사회 정서 역량’(socialandemotionalcompetencies)을 높이는 쪽으로 교육 목표의 과녁을 옮기고 있다.
우리 아이의 마음 건강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짜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응급실 오는 자살 시도 절반이 청년”젊은 세대의 자살률 증가가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지만 한국은 그 증가율과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응급실에 실려 오는 자살 시도 환자의 절반이 청년” 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2년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7%가 우울감을 경험했고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14.3%로 나타났다.
같은 해 교육 관련NGO‘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한 조사에서도
▶학생 2명 중 1명은 학업이나 성적으로 인한 불안·우울을 경험했고
▶4명 중 1명은 과도한 학업 경쟁 부담으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처하는 학교의 현실은 어떤가. 여지까지는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통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고위험군)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것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둬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과 부모가 상담·치유기관으로 보내지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편견과 무지로, 또는 자녀의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거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실무자들의 얘기다.
또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를 3년 마다(초1·4, 중1,고1) 하도록 돼 있어 그 사이에 위기 징후가 발생할 경우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확보된 자료도 인권침해 논란을 이유로 바로 폐기되기 때문에, 상급 학년이나 상급학교로 갈 때 전달되지 못해 지속적 관리가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음건강 상담 등 도움이 필요한 학생의 10% 정도만 서비스를 받는다.

한 명의 위기 학생이 학교 전체 흔들어강윤형 학교정신건강의학회장은 “교사들은 고위험군 학생을 조기 인지하고 지도할 실질적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다 학생·학부모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동료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로 고통받는다”며 “현재의 시스템에선 자살이나 자해·중독·학교폭력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생·교사·학교 모두 ‘멘붕’에 빠지며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 과정에서 교사가 심리적 압박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립의료원 이소희 교수는 “학생의 위험·일탈 문제가 생길 때 그 책임이 교사 한 사람에게 전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교사가 말 한마디 잘못해도 아동학대로 고발되거나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게 되니 교사의 효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요즘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대개 학생을 전학시키기는 것으로 해결한다.
근원적 처방 없는 폭탄 돌리기식 임시방편 대처다.
그렇다 보니 위험-위기 학생은 점점 보호·치료의 사각지대인 ‘학교 밖 청소년’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 교수는 “자살 시도, 자해 같은 고위험군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껴안을 역량이 안돼 학교 밖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 전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회정서 역량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학교에서 우울·섭식 장애 등 가르쳐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우울증을 느끼거나 불안 등 감정적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일생을 통해 배운 적이 없다.
“사춘기니까”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라며 흘려보낸다.
그러나 미국·영국·일본 등에선 학교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가르치는 ‘사회 정서 교육’ 체계를 마련,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 정신건강위원회(멘탈 헬스 코리아)’라는 청소년 단체가 지난해 발표한 ‘2023 청소년 정신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22년 중·고교에서 의무적으로 정신건강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 시행중이다.
우울증, 자살 충동 및 행동, 섭식 장애 등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하게 한다.
버지니아·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선 학생이 원할 경우 ‘정신건강 휴식(mentalhealthdays)’을 갖도록 하고 있다.
스스로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 연방 정부는 2011년 낮은 학업 성취도와 중도탈락, 자살, 폭력과 총기에 의한 사고 등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 해결을 위해 ‘학업적·사회적·정서적 능력 함양을 위한 학습법’을 제정했다.
효과성이 검증된 ‘사회 정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사회·정서적 욕구 개발과 학업 성취를 동시에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든 정신과적 증상의 절반은 14세부터 시작된다”고 발표했듯이 청소년기 마음 교육이 인생행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2003년부터 정부 주도로 사회 정서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도 감정 조절, 동기부여, 공감의 기술 등을 학교에서 가르친다.
1990년 중반 이래 ‘살아가는 능력’ 확보를 교육 목표로 표방한 일본은 ‘풍성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 교육을 내용에 명시했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정규 교육과정인 ‘종합적 학습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생활방식이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수업을 받는다.
조현병·우울 장애 등 정신건강, 섭식장애에 대한 지식과 올바른 대처 등을 배울 수 있다.

내년부터 초·중·고 사회정서 교육 시행한국도 공감·소통능력 등 사회정서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부 내에 사회정서성장과를 신설, 사회 정서 역량 강화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민혜영 사회정서성장지원 과장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위기 정서, 스트레스 예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만났을 때 해석·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초·중등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사회정서 역량’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현재 34개 초·중·고에서 1차 파일럿 학습이 진행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면 효용성 검증을 거쳐 내년부터는 전국의 1만1000개 학교에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어떤 커리큘럼을 담을 것인지,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여 어떻게 성공적인 교육이 되도록 할 것인지도 숙제지만, 무엇보다 입시·성적을 중시하는 경쟁적 풍토에서 학생·학부모·학교가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자습시간으로 전락, 형식적인 겉치레로 끝날 수 있다.
서완석 영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식을 가르치고 시험을 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조사하고 사례 연구를 통해 토론·공유하는 참여 유도 수업이 돼야 실질적 교육이 될 수 있다”며 “지도·교수 방법의 혁신과 함께 학부모들도 아이가 스스로 생각·판단하는 기회를 주는 게 좋은 교육이란 걸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윤형 회장도 “결국 공동체가 힘을 합쳐 건강한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이 문제가 풀린다”며 “학교가 공부뿐 아니라 마음 건강을 학습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학교는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아이뿐 아니라 장애와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다양성을 배우는 곳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정서 교육=개인의 생각·감정·행동을 인지, 관리하며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내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조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지식·태도·기술을 갖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 교육.

이정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다이어트엔 칼로리보다 식사 시간 계산이 우선…비만치료제엔 회의적

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

사치다난다 판다 교수.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26일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서 열린기자 간담회에서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가 말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암은 세포가 너무 '빠르게' 분화해서, 당뇨는 높은 혈당이 '오랫동안' 지속돼서 생기는 질병입니다.
많은 질병이 시간과 관련이 깊어요. 시간에 질병 치료의 답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6일 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가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의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판다 교수는 시간을 이용해 각종 질병 해결법을 찾는 생체리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판다 교수는 이날 대회에서 기조강연했다.

생체리듬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일어나는 우리 몸속의 과정을 의미한다.
생체리듬은 생물공학에서 흔한 주제가 아니다.
판다 교수는 생체리듬은 미생물부터 인간 등 모든 생명이 갖고 있는 시스템이라면서 시간을 조절해 생물학적인 문제의 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판다 교수의 성과는 현대인의 최대 난제인 '비만'을 시간 개념을 이용해 해결하는 연구다.
다이어트를 시도해봤다면 한 번쯤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며 식사를 한 경험이 있다.
판다 교수는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려면 칼로리 계산보다 하루 중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판다 교수는 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똑같은 양의 고지방식을 먹이는 대신, 한 그룹에는 24시간 내내 먹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8~12시간 시간을 정해놓고 먹게 한 실험을 진행하고 분석한 결과를 2012년 발표했다.
그 결과 하루종일 먹은 쥐는 비만이 생겼고, 정해진 시간만 먹은 쥐는 비만에 걸리지 않았다.
먹는 양보다 먹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결과였다.
이 연구 결과는 발표 되자마자 학계를 놀라게 한 뒤 미국 다이어트 트렌드를 확 바꿔 놓았다.

최근 '오젬픽', '위고비' 등이 비만 치료제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판다 교수는 이에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비만 치료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예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상당하다면서 앞으로 비만 치료제와 투약 시간과의 연관성을 더 분석해 치료제의 효과를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사치다난다 판다(Satchidananda Panda) 미국 The 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 교수, 백승필 고려대학교 생명정보공학과 교수(한국생물공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26일 (왼쪽부터) 김현욱 KAIST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판다 교수, 백승필 고려대생명정보공학과 교수(한국생물공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판다 교수는 비만뿐 아니라 심장마비, 우울증, 코로나19도 적절한 식사시간, 적정한 빛의 양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판다 교수는 앞으로 생체리듬 연구를 확대해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미 '생체리듬 코드(The Circadian Code)', '생체리듬 당뇨 코드(The Circadian Diabetes Code)' 등 과학 서적을 펴내 생체시계 개념을 널리 알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오늘날 심야에 일하거나 교대 근무로 인해 생체리듬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생체리듬을 기반으로 이들이 질병에 노출될 확률과 이들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활성산소 활용한 항생제 개발…다제내성균 치료 효과 확인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화학적 반응성이 뛰어난 산소인 활성산소(ROS)를 활용해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했다.
기존 항생제로 치료하기까다로웠던 항생제 내성균 감염과 패혈증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서지원 화학과 교수와 김양미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교수 공동연구팀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촉매와 세포막을 손상시키는 항균 펩토이드(펩타이드 유도체)를 결합해 독성이 낮은 항생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활성산소를 생성하는 이른바 '항균 촉매 전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계는자연에서 유래한항균 펩타이드에 대한 연구를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생체 내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모사체가 개발되고 있다.
그중 항균 펩토이드는 높은 안정성과 광범위한 항균 활성을 바탕으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항생제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항균 펩토이드에 강력한 산화 물질인 하이드록실 라디칼을 촉매 반응을 통해 생성하는 물질을 도입해 선택성(항균 활성과 포유류 세포 독성에 대한 대비 값)과 다중 타깃 메커니즘(박테리아생존·번식에 필수적인 타깃들을 동시에 사멸시키는 원리)이 향상된 항생제를 개발했다.

항균 활성 및 독성 스크리닝을 통해 유효물질인 ‘펩토이드 22’를 발굴한 연구팀은 이 물질이 기존 펩토이드의 항균 메커니즘을 유지하며, 생성된 산화 물질이 박테리아의 DNA 산화와 세포막 지질 과산화를 유도해 박테리아에 치명적인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펩토이드 22는 기존 펩토이드와 같은 항균 활성을 보이면서도 인체 세포에 대한 독성은 현저히 감소했다.
쥐 실험에서 까다로운 다제내성균으로 꼽히는 그람 음성균에도 우수한 항패혈증 및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
간, 폐, 신장을 포함한 주요 장기에 독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 새로운 항생제의 효과도 확인됐다.
펩토이드 22를 투여한 패혈증에 걸린 쥐는 96시간 동안 60%의 생존율을 보였다.
펩토이드를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 마우스 모델은 34시간 후 전부 사망했다.

연구를 이끈 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균 펩토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화 공격을 새로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 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차세대 항생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의약화학저널’에 지난달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참고 자료>

-DOI:10.1021/acs.jmedchem.4c00775

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왼쪽부터) 서지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 김양미 건국대학교 교수. GIST 제공. 광주과학기술원(GIST) 제공

겨울잠 자는 다람쥐서 백내장 치료 단서 찾았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열세줄땅다람쥐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열세줄땅다람쥐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다람쥐과에 속하는 설치류가 백내장 치료 길을 여는 데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설치류는 겨울잠을 잘 때 백내장 현상이 나타났다가 잠이깨면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웨이 리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망막신경생리학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다람쥐과 설치류인 열세줄땅다람쥐에서 백내장 치료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는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18일 발표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뿌옇게 변해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전 세계 주요 실명 원인이다.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백내장은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데 수정체 속 단백질이 열에 의해 변성이 일어나 발생한다.

연구팀은 열세줄땅다람쥐가 겨울잠을 잘 때 생기는 눈의 변화에서 백내장 치료 개발 단서를 찾았다.
열세줄땅다람쥐는 북아메리카 초원에 널리 분포한 설치류로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들어간다.
이 기간 수정체는 4℃ 전후의 온도에 노출되는데 이때 눈이 흐릿하게 변화했다가 잠에서 깨면서 체온이 오를 때 다시 빠르게 투명성을 되찾는다.

연구팀은 열세줄땅다람쥐가 겨울잠을 잘 때 수정체 내 단백질인크리스탈린이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백내장은 수정체 내 크리스탈린 변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 수정체에서 백내장과 같은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추위 스트레스에 의한 세포 반응일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이 동면기에 접어든 열세줄땅다람쥐에서 채취한 크리스탈린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RNF114라는 단백질이 확인됐다.
RNF114는 오래된 단백질을 식별하고 분해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RNF114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다람쥐의 수정체에 쌓인 크리스탈린을 분해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RNF114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백내장 쥐모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쥐모델의 수정체를4℃에 두었다가 열을 가하자 열만으로는 백내장이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수정체에 RNF114를 주입하자 쥐모델의 95% 이상에서 백내장이 빠르게 제거되는 변화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백내장을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열세줄땅다람쥐의 수정체에서 일어나는 가역적 백내장 현상의 분자적 동인이백내장 치료 전략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뻑뻑한 내 눈 현대인 고질병 안구건조증… 치료 단계는?

대도시 인구 80% 경험… 꾸준한 관리 필수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시력 저하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BR>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안구건조증을 방치하면 시력 저하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안구건조증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의 건조감 등이 주요 증상이지만 경우에 따라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6일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흔히 '건성안'이라고도 불리며 눈물막 문제로 인해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눈에 불편한 증상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대표 증상은 눈의 건조감, 이물감, 뻑뻑함, 작열감, 충혈, 피로감, 흐려 보임 등이 있다.
단순 질환으로 여길 수 있는 안구건조증을 방치할 경우 시력 저하나 각막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안구건조증은 생활 환경 및 습관, 약물 복용, 시력교정 수술 여부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 대학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도시 인구 80% 이상이 안구건조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등 눈을 뜬 채로 계속 무언가를 읽고 보는 모습도 안구건조증 발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언급된다.
안구건조증은 크게
▲수성눈물 생성 부족형
▲눈물막 증발 증가형
▲혼합형 등으로 나뉜다.
수성눈물 생성 부족형과 눈물막 증발 증가형은 각각 눈물 자체가 적게 만들어지거나 눈물이 많이 증발해 적어진 모습을 의미한다.
혼합형은 두 가지 모습이 혼재된 경우다.
안구건조증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개인 건강에 따라서도 증상이 변한다.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몇 번 치료받는다고 해서 완치되지 않는 점을 감안,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안구건조증 유형을 알고 그에 맞는 관리법을 익혀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안구건조증 치료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을 조정하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이후 안과 전문의 판단 아래 약물치료나 시술, 수술 등을 추가로 시행해야 한다.
인공눈물을 포함한 안구 윤활제 안약과 영양제 등 경구약 이외의 약물은 2단계 이상부터 치료에 포함된다.

왜 국민이 애먼 피해자가 돼야 하나

결국 피할 수 없게 된 의료대란국민 보기엔 다 같은 독선 불통혹 막판 타협에 실낱 희망 걸지만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보호자가 통화를 하고 있다.<BR> 연합뉴스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보호자가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처음부터 의료대란 아니면 입시대란이었다.
치킨게임에선 최악의 경우 플레이어의 공동 자멸로 끝나면 그만이다.
의정대립에선 애꿎은 국민이 직접피해자가 된다.
의료체계가 붕괴하면 모두가 상시 잠재적 공포에 내몰릴 것이고, 입시대란이 일면 숱한 청소년들이 삶의 첫 단계서부터 혼돈에 좌절할 것이다.
지금은 이마저도 선택의 시간이 지났다.
남은 건 의료대란이다.
이 문제 해결이 난망인 이유는 너무 큰 인식 차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지방의료와 중증필수의료 강화, 전문가 중심 병원 육성, 응급의료체계 개선 등의 개혁 시발점으로 보는 반면, 의료계는 별도의 정책행위를 통해 해결할 문제로 본다.
공공차원에서 정부가 의사 수급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의료계는 현실을 아는 자신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논의의 기반인 적정 의사규모에서도OECD통계를 반대로 해석해 절대부족과 충분함으로 갈린다.
접점이 생길 여지가 없다.
아주 단순화하면 핵심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 의사양성 시스템 붕괴다.
의사들이 항상 승리를 자신해온 이유는 의사양성에 장기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과는 비교불가다.
여기서 킹핀 역할을 하는 전공의가 빠져나가면 그에 의존해온 대형병원들은 속수무책으로 진료공백에 빠질뿐더러 중간교육도 무너져 여파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의사부족 문제가 제기됐어도 이 대체불가성 벽 앞에 매번 좌초됐다.
어느 쪽 과(過)의 경중을 따지는 것도 이젠 부질없다.
추호의 입장 변화 없는 양측에 더 이상의 타협과 조정 권유도 의미 없어졌다.
그래도 굳이 복기해보자면 이 긴 대치에서 잃은 건 의료계 쪽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평판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여서 독선과 무능을 또 더한들 애당초 별달리 잃을 것도 없었다.
반면 의료계는 제 파이 크기에만 집착하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얻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수능 상위 1%면 누려야 하는 부와 명예” 따위는 정말 해선 안 될 말이었다.
의료동료인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지독한 엘리트의식에다 힘겹게 응급실을 지키는 동료의사들을 매도하는 행위 등은 제 편에 세워야 할 국민을 도리어 등 돌리게 만드는 불필요한 악수들이었다.
최근 조사에서 의정갈등이 윤 정부 실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도 의료계에 대한 동조 의미가 아니다.
한심한 정책추진 과정에 대한 염증의 표출이다.
냉정하게 현상만으로 볼 때 시간은 갈수록 정부 편으로 흐를 것이다.
증원이 고정 입력값이 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은 종속변수로 나날이 입지가 좁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증원 발표 초기부터 축소 내지 유예 협상에 나서지 않고 과거의 승리방정식에만 기댄 걸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무조건 직진 성향의 윤 정부라면 달리 생각했어야 했는데도.이제 경험치 못한 끔찍한 의료대란이 일겠지만 이것도 점차 현실적응 단계를 밟아갈 것이다.
오히려 많은 국민은 지난 정부에서 400명 증원조차 실패했듯 이번에도 정부가 증원을 거둬들일 경우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의료계의 2027학년도 정원 논의 주장은 정권교체기로 보아 또 하지 말자는 얘기이므로.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 올해 증원 규모를 최소 충격 수준으로라도 줄여보고 이후의 증원 규모를 논의해보면 어떨까. 정부도 의대교육 여건이 감당 불가임을 인정하고 유연성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양측 분위기로 보아 지극히 자신 없는 제안이긴 하지만.

댓글 쓰기

Welcome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