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국정농단이냐…여권 갈등의 뿌리, 김 여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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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냐, 국정농단이냐…여권 갈등의 뿌리, 김 여사 의혹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및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만찬 뒤 분수 공원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24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 저녁을 함께 먹었다. 덕담만 주고받았다고 한다.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민감함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윤-한 '맹탕 만찬'으로 성난 여론 가라앉힐 수 있겠나”“밥만 먹고 헤어질 만큼 한가로운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외교 성과 자랑하고 싶은데, 재를 뿌리나?

이날 저녁은 지난 30일로 예정됐다가 미뤄진 것이다. 그것도 9월 8일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을 뺀 일부 최고위원만 불러 저녁을 먹은 이후 뒷말이 무성하자 일정을 잡았다.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한 이견으로 추석 이후로 미뤘다. 이런 곡절 끝에 7월 24일 이후 꼭 두 달만에 여당 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도 갈등을 빚었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친윤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한다’고 공격했다. 한 대표 쪽은 ‘대통령과 대표가 만나는 게 이상한가’, ‘그게 보도되면 안 되는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기왕 회동이 잡힌 상황에서 잠시 시간을 내 독대를 하면 어떻고, 또 독대 요청한 게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옥신각신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국민일보)는 반응이다.

여론이 매우 나쁘다. “여당 지지율은 바닥이고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이라는데 신문들의 의견이 같다. 한국일보는 “민심 이반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나 의정 갈등 같은 국정 현안을 대화에 올리는 걸 싫어한다. 한 대표의 독대를 거부한 것도 그 문제를 꺼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성과 공유와 정기국회에서의 당정 협력에 무게를 둔 반면,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김 여사 문제를 풀어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분위기도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성과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했고, 여당 지도부는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친윤계는 독대 논란으로 체코 방문 성과를 가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니 조용히 이야기할 두 사람만의 자리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더구나 체코 방문 성과를 아무리 얘기해도 국민의 눈과 귀는 다른 곳에 가 있다.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김 여사 문제, 국민이 답답해 하는 의정 갈등과 민생 문제를 뒷전에 놓은 여권에 부아가 날뿐이다.

눈을 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집권 세력은 스스로 문제를 만든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불가피한 충돌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갈등의 지점은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정 갈등이다. 집권세력이 깊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다. 눈을 감는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현안에 대한 해법에 의견이 늘 같을 수도 없다. 그럴수록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권력은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힘이 있다. 자리에 앉은 사람은 내려올 때까지 자기 힘을 과신한다. 잘 가고 있다고 낙관한다. 이인자와의 갈등은 언제가 거기에 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대통령 탓이 큰데 남 탓하고, 대통령이 바뀌면 되는데 남이 바뀌길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누군가는 통 크게 양보했고, 누군가는 2인자의 설움을 감내”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돌아보라고 주문했다.

문제의 뿌리는 김 여사

결국은 김건희 여사다. 윤·한 갈등의 뿌리도 김 여사다. 윤 대통령이 부딪치는 문제들도 대부분 김 여사가 걸려 있다. 특검법들도 김 여사다. 민주당이 김 여사를 집중 공격하는 탓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 같이 김 여사가 연루돼 있다.

이런 공세 속에서도 김 여사는 사과 요구를 외면하고, 꿋꿋하게 공개 행보를 한다. ‘김 여사가 대통령보다 더 세다’는 말이 당연한 듯이 통용된다. 권력은 내려올 때까지는 무섭다고 한다. 그렇지만 ‘뽑지 않은 권력’이 무섭기만 하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김 여사 의혹이 계속 부풀어오른다. 김영선 전 의원에 이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으로 번졌다. 23일 서울의소리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음을 공개했다. 김 여사가 이 전 비서관을 용인 갑에 전략공천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비서관 부인은 민간인 대통령 전용기 탑승으로 논란이 됐었다.

도이치모터서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에 이종호 전 대표와 40여 차례 통화한 내용이 JTBC보도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또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의혹에 연루돼 있다.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부분이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부인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다면 야당의 ‘국정농단’ 프레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며 ‘ 공정한 수사 또는 진정성 있는 해명’만이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사랑을 위해 왕관을 버렸다. 그렇지만 심슨 부인은 이를 말렸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을 버리란 말입니까”고 사랑꾼이 됐다. 그러나 장인의 문제였다. 사적 관계가 공적 직분을 해치면, 사랑으로 해결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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