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되려고 먹더니…단백질 섭취한 노인 '놀라운 효과'


단백질 많이 먹으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알츠하이머병 유전적 소인 있는 노인,단백질 섭취량 많으면 기억력 40%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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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에게서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기억을 포함한 여러 인지기능의 저하로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증상개선제 외에 손상된 뇌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치료제가 없는 실정으로 이 때문에 치료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기능인 삽화기억이 좋다는 연구 내용이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교신저자)․금무성(제1저자)․서국희․최영민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 교수 연구팀은 ‘단백질 섭취와 삽화기억: 아포지단백 E4 유전자형의 조절 역할(Protein intake and episodic memory: the moderating role of the apolipoprotein E ε4 status)’ 연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 논문은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Alzheimer’s Research & therapy(피인용지수: 7.9)’ 8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알츠하이머 관련 코호트연구에 참여한 치매가 없는 65~90세 196명을 대상으로 노년층에서 단백질 섭취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저하, 특히 삽화기억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들 중 113명은 인지기능이 정상이었고, 83명은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다.
삽화기억은 정보를 저장하고 회상하는 능력인 기억의 종류 중에서 시간과 공간의 맥락에서의 기억으로 알츠하이머병 초기에 주로 손상이 일어난다.
먼저 단백질 섭취량의 분류는 노인의 영양상태를 평가하는 간이영양평가(Mini-Nutritional Assessment)방법으로 숙련된 연구자가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3개월간 음식 섭취를 평가했다.
단백질 섭취는 유제품(우유, 치즈, 요거트), 콩류, 계란, 육류, 생선, 가금류 섭취량을 바탕으로 낮음, 중간, 높음으로 분류했다.
또 인지기능 평가 외에도 다양한 영향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혈관질환 여부, 전반적인 신체활동, 연간소득, 영양생체지표, 혈액검사 및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검사 등도 진행했다.
이 결과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기능 점수는 83점으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인지기능 점수 67점에 비해 24%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삽화기억 점수는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이 43점으로 낮은 단백질 그룹 34점보다 27% 높았다.
영향변수들을 보정한 경우에도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서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에 비해 전체 인지기능과 삽화기억이 약 20% 더 높았다.
그러나 비기억성 인지기능(언어능력, 집행기능, 시공간능력, 주의력)에서는 그룹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교호작용 분석결과 단백질 섭취량과 알츠하이머병 유전자인 아포지단백 E4(이하 APOE4) 사이에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발견돼, APOE4가 단백질 섭취와 삽화기억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POE4가 존재하는 경우에 높은 단백질 섭취 그룹의 전체 인지기능과 삽화기억이 낮은 단백질 섭취 그룹보다 약 40% 더 높았다.
이는 APOE4가 단백질과 인체의 대사활동 간의 상호작용에 끼치는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무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 섭취가 많을수록 노년층의 삽화기억이 더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가 인지기능 유지에 특히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욱 교수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신경가소성을 촉진하고,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영양인자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높은 단백질 섭취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 인지저하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APOE4 유전자의 지질 대사 및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 기전과 상호작용해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년층에서 단백질 중심의 식단이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며 "노년층에서의 단백질 섭취가 인지저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14kg 감량' 머스크 극찬한 약…"노화까지 늦춘다" 깜짝

머스크 다이어트약 '위고비'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노화 억제하고 사망률 낮춰한국 식약처 승인 마친 위고비

일론 머스크는 체중 감량이 필요할 때 위고비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BR> /사진=연합뉴스, 한경DB

일론 머스크는 체중 감량이 필요할 때 위고비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경DB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유명 인사들이 체중 감량에 도움받았다고 밝힌 비만 치료제 신약 '위고비'(Wegovy)가 국내에 출시될 전망인 가운데, 위고비의 주성분이 노화를 억제하고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 주사제다.
식사를 하면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성분을 사용해 포만감을 증대시키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앞서 당뇨와 비만, 심혈관 질환 등에도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데 이어, 훨씬 더 광범위한 질병에 따른 사망률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와 하버드대 등 국제 연구진은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심혈관 질환과 비심혈관 질환을 포함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19% 줄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미국심장학회지(JACC)에 게재됐으며 유럽심장학회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면서 심혈관 질환이 있지만 당뇨병은 없는 45세 이상 참가자 1만7604명을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그룹과, 위약을 투약한 그룹으로 나눠 3년 4개월간 관찰했다.
이 기간 총 833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58%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고 42%는 감염 등 비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은 위약 그룹과 비교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5%, 비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3% 줄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은 체중 감량 여부와 관계없이 심부전 증상이 개선되고 신체의 염증 수치가 낮아졌다.
연구 주 저자인 벤자민 스키리카 하버드대 교수는 "과체중과 비만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비심혈관 사망, 특히 감염 사망의 강력한 감소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JACC의 편집장인 할란 크럼홀츠 미국 예일의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세포의 생물학적 시계를 늦추고, 사람의 신체적 나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약물들이 이제 단순한 체중 감량 보조제가 아니라, 다목적 약물이자 '건강 증진제'로 간주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앞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위고비를 사용해 14kg을 감량하며 다이어트 비결로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유명 모델인 킴 카다시안도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사용해 한 달 만에 7kg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위고비가 출시된 국가는 미국, 덴마크, 영국, 독일 등 8개국이다.
위고비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임상 실험을 거쳐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내달,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나이를 얼마나 먹어야 어른이 될까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늦더위도 물러간 이른 가을 오후, 동네 카페에서 창밖 단풍 드는 활엽수를 보다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건 놀랍고도 하찮은 기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낮과 밤이 오고 숱한 생명체들이 번성하는 이 작은 녹색 행성에서 한 생을 보낸다는 게 기적이 아니라면 무어란 말인가! 그렇지만 우리가 죽기 전 지구에서 5500만㎞ 이상 떨어진 화성에서 지구의 일몰을 바라보는 기적은 없을 테다.
그런 난망한 기대보다는 차라리 모나지 않은 인격을 가진 어른이 되려는 꿈을 갖는 게 훨씬 더 현실성이 높을 테다.

덩치만 큰 '어른 아이'들 많아

[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나이를 얼마나 먹어야 어른이 될까

서른 무렵, 이제 어른이 됐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졌다.
아이를 키우고 사업체를 꾸렸으니 나도 어른이라고 여겼을 테다.
돌이켜보니 그 시절 나는 어른이 아니었다.
어른이란 생각, 느낌, 의지가 조화로운 인격체여야 하는데, 내게는 어딘지 모자란 구석이 있었다.
그런 탓에 함부로 내뱉은 말과 행동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며, 매사 남 탓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닐 테다.
이들은 ‘어른 아이’라고 해도 좋겠다.
참어른이 드물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는 ‘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생각을 곰곰이 했다.
어린 시절, 사람은 애초 어린애는 어린애로, 어른은 어른으로 태어나는 줄만 알았다.
늦된 탓에 나이를 먹은 뒤 어린애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고 몸집이 커졌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많이 배우고 익힌 뒤 그걸 실천하고, 남의 허물을 용서하는 사람이 어른이다.
제 삶에 얹힌 짐을 지고 제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이 어른이다.
말과 실천이 다르지 않고, 제 잇속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어른이다.
말에 품격이 있고 생각에 삿됨이 없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생각을 할 줄 알아야 어른이다.
무엇보다도 철이 들어 속이 꽉 차 있는 사람이 참어른이다.

언어 품격, 사고 유연성, 존경심…

우리 주변에 덩치는 크지만 미숙하게 행동하는 ‘어른 아이’가 많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들은 기껏해야 내면의 견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철부지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에나 ‘꼰대’들은 넘치지만 그 가운데에서 어른 찾기는 어려운 시대다.
한 인물 다큐멘터리 제목에 ‘어른’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어른 김장하’를 본 사람들은 이분이야말로 참어른이라고 감탄했다.
그 주인공은 한의사이자 한약방을 하며 평생 번 돈을 남을 위해 썼는데, 그에게서 본 것은 우리 시대에 드문 참어른의 표상이다.
2500년 전 동아시아의 현자로 이름이 높은 공자는 숱한 어록을 남겼다.
공자는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곧 만사를 안 것이 아니고, 옛것을 좋아하여 성실하게 노력하여 그것을 구한 자이다”(‘술이’편)라고 <논어>에서 말한다.
<논어>는 끝없는 공부와 수양으로 깨달은 지혜, 즉 어른으로 사는 도리를 깨친 자의 어록집이다.
공자는 배우고 익힌 바를 널리 베풀었으니, 그를 흠모하고 따르는 제자들이 많았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라는 말을, 나는 공자 어록에서 으뜸으로 꼽는다.
‘도’란 사람이 마땅히 따르고 가야 할 길이라고 받아들인다.
‘도’는 수양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총명과 덕목이고, 어른의 품격을 빚는 필요조건일 테다.
“빨리하려고만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마라. 빨리하려고 하면 달성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다 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자로편’)라는 말은 어른의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할 의젓함이 아닐까?어른은 기꺼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제 부모를 섬긴다.
겨울 새벽에 집 안팎을 돌아보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가족의 안위를 먼저 보살피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어른의 일과 그 방식을 이해하고 일을 맞춤하게 꾸리는 사람이 어른이다.
어른의 말본새를 갖추고 제 생각과 일치하는 어휘를 골라 말하는 사람, 어휘력 빈곤으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른이다.
언어의 품격이 없다면 당연히 어른의 품격도 없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람, 쩨쩨하지 않고 사리 분별이 또렷한 사람, 제 앞가림을 해내는 사람, 비속어 없이도 생각을 펼칠 수 있고 성숙한 자아를 갖춘 사람, 가까이 가면 사람다운 향기가 나는 사람, 친해질수록 배울 게 많고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사람, 그릇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참어른이다.

경륜 어울리는 선한 영향력도

해마다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지건만 좋은 어른 되기는 글렀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 일쑤다.
절망에 빠졌다.
어른이란 매사를 돌아보고 옷깃을 여미며 사는 사람이다.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제 삶을 경영하고,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데, 나는 여러모로 그 기준에 못 미쳤다.
‘서시’는 1941년 11월 20일, 윤동주가 나이 24세 때 쓴 작품이다.
윤동주는 제 몸의 보신과 영달보다도 예민한 양심에 저를 비춰보고 돌아보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노래한다.
제 말과 행동에서 부끄러움을 찾고, 제 누추함을 돌아보며 괴로워하는 이들이 사라진 시대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구절을 가만히 읽어 보시라. 잎새에 이는 바람 한 점에 양심이 찔린다는 청년 시인의 시구가 가슴에 박힌다면 당신은 참어른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
아마도 그건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갖고 산다는 뜻이다.
시인의 수사법을 빌리자면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품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으로 산다는 뜻이 아닐까?

“한국형 고령주거생태계 조성”…미래주거 전문가 포럼 개최

한국주거복지포럼 등 주최각계 전문가 모여 해법 논의

“한국형 고령주거생태계 조성”…미래주거 전문가 포럼 개최

한국주거복지포럼은 오는 10일 주거복지 및 서비스 관련 단체와 함께 편리하고 안전한 한국형 고령 주거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미래 주거 전문가 포럼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문가 포럼은 한국주거복지포럼과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주거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트리마란 등이 공동 주관하며 국토교통과학기 진흥원, 포스코이앤씨가 후원한다.
서울 강남 더샵갤러리에서 오후 1시 개회하는 이번 전문가 포럼은 강순주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 공동상임대표 개회사 이후, 주제발표, 전문가토론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전 세계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와 고령가구의 상대적 빈곤 문제를 지적하며, 고령가구 소득 보전을 위한 자산유동화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할 예정이다.

이향미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 농업인 대상 사회보장 제도 구축 강화 및 확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농지연금 사업 소개와 함께 가입 농가들의 성과분석 결과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발표 이후에는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를 좌장으로 발제에 대한 각계 전문가 패널토론도 진행된다.
기획·진행을 맡은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은 “Aging In Place에서 Aging In Community로의 주거 인식 전환을 위해 개최된 전문가 포럼”이라고 소개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윤석열 정부 무릎 꿇리면 의사들이 승리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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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우리를 건드려…"가장 많이 배우고 많이 버는직역의 기득권 사수 투쟁미래 위한 구조개혁에 큰 부담생명존중 직업윤리 저버리고도돈·명예·존경 모두 얻으려 하나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윤석열 정부 무릎 꿇리면 의사들이 승리한 것인가

의료 파행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고립무원이다.
응급실 등의 의료 차질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불안과 피로감이 증폭되면서다.
언론이나 여야 정치권도 점차 정부의 미숙함과 무모함을 탓하는 분위기다.
의사들은 대통령 사과와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제 여야정 협의체까지 만들어 제발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온 사회가 촉구하고 나선 마당이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윤 정부에 남은 것은 이미 입시전형이 시작돼 되돌릴 수 없는 1500여 명 규모의 내년도 증원뿐이다.
필수·지방의료와 전공의 지원 확대, 의료 소송 부담 완화 등 의료계 요구사항은 모조리 들어줬다.
2026학년도 증원도 ‘원점 재검토’라고 물러섰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대화 조건으로 내년도 증원마저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을 넘어 면허 발급 사무를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의사 집단의 저항은 생각 이상으로 교묘하고 강력했다.
민노총처럼 대규모 조직 동원이나 세 과시를 하지도 않았다.
직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마치 사전 모의를 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공의가 먼저 의료현장을 떠나자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고 교수들이 그런 제자들을 감쌌다.
의료계 지도부에 탁월한 활동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각자 알아서 국민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를 효과적으로 타격하고 압박했다.
정부 권능이 아무리 세더라도 이렇게 개인화된 움직임 하나하나를 제어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공의들의 이탈이나 대학가의 집단 유급 사태는 충분히 자해적이었다.
본인들 경력에 최소 1년의 공백이나 진로 변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의사면허시험 응시율이 10% 남짓에 그친 것은 더 충격적이다.
자신이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윤 정부는 용서할 수 없다는 보복심리의 발로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이 대목이 일반적 노동쟁의나 파업과 다른 지점이다.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은 한계가 있다.
소득 감소나 일자리 불안에 따른 생계 우려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다르다.
의사는 여전히 모자라고 지방엔 고액 연봉을 약속하는 곳이 널려 있다.
1년쯤 늦어진다고 미래 보장된 삶의 질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변호사는 노력과 능력에 따라 소득 편차가 천양지차지만, 의사들 소득은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 가까이 의사 공급을 꽁꽁 묶어둔 덕분이다.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정부가 증원 문제를 놓고 당사자들과의 협상에 내몰린 것은 뼈아픈 실착이다.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지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의사들이 챙기는 전리품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잘사는 직역의 밥그릇 투쟁이 먹힌다는 것은 구조개혁에 저항하는 모든 기득권 세력의 발호를 조장할 게 분명하다.
앞서 우버와 타다를 물리친 택시기사들이 그랬고 로톡과 돌봄교실을 거부하는 변호사와 교사들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연금 혜택 삭감에 반대하는 중장년층은 또 어떡할 텐가.의사 집단의 승리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패배이기도 하다.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윤리와 수련적 가치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킨 의사들의 분투와 헌신도 거친 탁류에 떠내려갔다.
전공의들은 장차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환자들 곁을 떠났다.
교수와 학생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악화를 떠들면서도 막상 수업과 시험은 거부했다.
그러고선 돈 잘 벌고 존경도 받고, 수틀리면 몽니도 부릴 수 있는 지위를 꿈꾼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 희생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요구한다.
실로 나라 꼴이 우습게 됐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떠올려 본다.
국민 세금으로 원하는 보수를 아예 약정해줄 테니 의사 증원에 반대하지 말아달라….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장인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대 사사건건 행정당국의 면허발급을 방해한 미국의사협회(AMA)를 향해 던진 조롱이기도 하다.
그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직업윤리를 바로잡으려면 마땅히 지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위험한 길, '평등에의 탐닉'

저성장·양극화 시달리는 세계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별개질적 차이 무시한 평등주의가사회와 경제의 하향평준화 초래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게 '공정'하루빨리 '평등 매몰'서 벗어나야좌승희 한국제도경제학회 이사장

[다산칼럼] 위험한 길, '평등에의 탐닉'

오늘날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경제 성적표를 보면 온전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모두가 정치권 분열은 물론 저성장·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는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가?경제학은 아직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정치는 이념의 세계인 반면 경제학은 소위 이념을 사상(捨象)한 과학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 이념이 경제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 경제학은 판단하기를 거부한 셈이다.
다행히 경제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정치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답을 시사한다.
이 법칙은 금화와 은화, 동화를 같이 쓰면 금화는 사라지고 은화와 동화만 사용되다가 더 나아가 은화도 사라져 동화만 사용된다는 법칙이다.
값어치가 나가는 양화(금화)는 사장되고 값어치가 떨어지는 악화(은화와 동화)만 사용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법칙은 통화당국이 세 가지 금속화폐에 동일한 교환가치를 부여할 때만 작동한다.
금속의 실제 사용 가치에 따라 그 교환가치가 결정되도록 허용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진다.
질적 차이를 무시한 평등주의적 정책은 질적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는 경고다.
이 법칙은 실력이나 이룬 성과가 서로 다른 국민을 정치적 이념인 평등주의 때문에 모두 같게 취급해 평등하게 직(職)을 나누거나 지원과 보상을 획일화하면 사회에도 악화가 넘쳐 결국 체제 자체가 붕괴된다는 의미다.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북한의 처참한 현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오늘날 저성장과 양극화를 겪는 이유도 바로 정치가 복지국가를 위한 재분배 정책에 매몰돼 열심히 노력하는 성공한 국민과 기업은 폄훼하고 표가 많은 다수의 그렇지 못한 국민만 우대한 탓이다.
성공한 기업과 국민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절대평등의 상징인 1인 1표의 보통선거 제도를 채택한다.
이런 제도에서는 표가 많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펴야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정치는 소수인 양화를 홀대하고 그렇지 못한 다수를 우대하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무차별적인 평등주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와 경제의 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제헌헌법은 당시 세계를 풍미한 사회주의적 평등주의 이념인 ‘사회정의와 균형발전’을 경제 질서로 수용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개발연대에는 다소 잠잠하던 이 기조가 소위 민주화 이후 본격적으로 되살아났다.
오늘날 한국 정치권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평등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 경제·사회적 차이를 원인 불문하고 용인하지 못하는 성향이 국민과 정치권에 만연하다.
행정부도 이를 추종해 국민을 부자와 빈자로 나눠 전자를 차별하는 평등주의적 제도와 정책 성향이 보편화됐다.
예컨대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와 획일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기업 성장이 정체되고, 정부의 과세권을 부와 소득의 평준화를 위한 수단으로 남용했다.
학교에서는 평준화 교육 이념과 성과를 경시하는 보상체계로 선생과 학생의 수월성이 훼손됐다.
수도권 규제와 획일적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국토 이용의 비효율과 지방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
오늘날 경제·사회적 평등은 모든 사회가 원하지만 실현하지 못하는 난제다.
그동안 사회주의 사상은 결과의 평등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한 후 기회의 평등을 내걸고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제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기회의 평등’을 태업을 피하면서 경제적 평등을 이룰 수 있는 묘안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성과에 따른 차별적 선택 기능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기회’야 말로 ‘결과’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노력의 대가로 시장으로부터 보상받는 경제재(經濟財)이지 정부가 무슨 공공재(公共財)처럼 나눠줄 수 있는 게 아님을 직감할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하루빨리 평등 탐닉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엄격하게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사회에 기여한 만큼 시장으로부터는 물론 국가로부터 공정하게 대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제도화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제2의 도약도 가능하다.

낭만이라는 악의 씨앗

르포 문학 걸작 '카탈로니아 찬가'사회주의의 환상과 위선을 고발낭만적 세계관이 잉태한 것은'가짜 혁명'과 수다한 '전체주의'낭만을 사실보다 우선하면위선자와 노예의 득세로 이어져이응준 시인·소설가

[이응준의 시선] 낭만이라는 악의 씨앗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함께 세계 3대 르포문학의 하나인 <카탈로니아 찬가>는 스페인내전 종전 한 해 전인 1938년 4월 25일 발행됐다.
작가 조지 오웰은 종군기자로서, 공화파 민병대로서 체험한 스페인내전을 이 책에 썼다.
스페인내전은 복잡한 성격과 혼란한 구성을 지닌 전쟁이었다.
만약 인류가 거기서 뭔가를 제대로 배웠다면 제2차 세계대전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거기서 뭔가를 제대로 배운 오웰 같은 사람이 극소수라는 게 인류의 비극이었다.
이 비극은 표면적으로는 1991년 12월 26일 소련이 68년11개월26일 만에 망하기까지 지속됐고 내면적으로는 2024년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군부 세력과 싸우는 공화파 안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러 좌익 분파들이 뒤섞여 있었다.
POUM(통합마르크스주의노동자당) 소속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 초반에서 회고하는 ‘혁명가들의 해방구’는 마치 공산주의적 이상이 ‘낭만적으로’ 실현된 모습이다.
그러나 이 환상은 소련의 꼭두각시인 스탈린주의자들이 다른 사회주의자들을 감금, 고문, 학살하면서 박살이 난다.
와중에 목에 총상을 입은 오웰은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로 탈출한다.
이게 전형적인 ‘공포소설의 플롯’이어서 씁쓸한 까닭은, 이렇게라도 진실을 깨닫고 마약 같은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럴 때 ‘뽀록난’ 이념 속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살인자와 위선자와 노예로 남게 되는데, 사실 이 세 부류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 몸이다.
영국으로 귀환한 오웰은 정치를 몰랐다고 고백하고, 이 고백은 모든 혁명은 타락한다는 고발로 업그레이드된다.
스페인내전의 승리자는 프랑코만이 아니었다.
뛰어난 정치꾼이자 타락한 혁명가 스탈린은 6·25전쟁으로 미국과 자유세계 동맹들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힘을 소진시키고 그사이 동유럽 등지를 장악했듯 스페인 공화파 내부의 온갖 반소주의(反蘇主義) 세력들을 척결해버렸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까지 800부 정도 팔렸고, 1950년 1월 21일 오웰이 사망한 뒤인 1951년 재판을 찍을 때까지도 초판 1500부가 전부 소진되지 못했더랬다.
이런 책을 작가 조지 오웰은 죽기 직전까지 기를 쓰고 수정하며 재판을 내려 했다고 한다.
왜였을까?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낭만주의’였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의 기록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전쟁의 모든 선전물, 악다구니와 거짓말과 증오가 언제나 싸우지 않는 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이다.
” 이러한 <카탈로니아 찬가>의 한 대목은 스페인내전에 대해 ‘낭만적’ 개소리들을 지껄이는 언론과 지식인들을 향한 환멸임과 동시에 1991년 12월 26일에까지도 소련을 찬양하고 심지어는 2024년 오늘에도 여전히 인간의 내부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짜 혁명과 온갖 전체주의에 대한 예언이기도 하다.
좌익 파시즘을 고발한 오웰이었지만,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사회주의자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사회주의는 양심적, ‘소년적(낭만적)’ 사회주의였기 때문이다.
하이에크처럼 좌익 전체주의를 해체하는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의 이론과 이치를 장착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짓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작가 조지 오웰은 자신을 홀렸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인간의 감성 안에서 악의 씨앗 노릇을 할 ‘혁명가들의 해방구’ 같은 ‘낭만’을 극복했다.
<카탈로니아 찬가>가 없었다면 <동물농장>과 <1984>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낭만스러운 것들’을 정의롭다고 믿고 허깨비를 실체로 여겨 밀어붙이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조종하는 스탈린 같은 악마가 너무 많다.
낭만이 팩트보다 득세하는 사회의 인간은 살인자 같은 위선자와 노예가 된다.
세계 3대 르포문학에서 <세계를 뒤흔든 열흘> <중국의 붉은 별>은 삭제돼야 한다.
‘낭만으로 포장된 거짓’이기 때문이다.
소련에는 <동물농장>이, 북한에는 <1984>가, 지금 남한에는 <카탈로니아 찬가>가 어울린다.

출산장려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오준병의 정책프리즘] 출산장려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

출산율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5만 명. 1971년 정점을 찍은 102만여 명과 비교하면 50년 만에 출생아 수가 ‘반의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합계출산율(0.78)도 역대 최저치인 동시에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라지만, 저출산의 정도와 속도가 너무도 크고 빠르다.
왜 젊은이들은 아이 낳는 것을 주저하게 됐을까. 고용시장의 불확실성, 비싼 수도권 집값, 낮은 계층 이동성,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와 막대한 육아비용, 사회안전망의 부족... 많은 원인이 거론되지만,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인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공통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리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높은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노인의 상대적 소득 빈곤율 역시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다.
두 지표 모두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라는 불명예를 달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출산 장려 정책을 펴왔는데, 정부는 왜 저출산을 막는 데 실패했을까.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치는 젊은이들에게 지금도 살기 힘든데 나이 들어서도 힘들 거라고 말한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낳으면 나도 아이도 모두 망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일본의 야마다 마사히로도 <일본의 출산정책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평균 이하로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출산은 투자행위다.
출산은 가장 숭고하지만, 장기적이고 불확실하며 고비용을 수반하는, 무한책임이 따르는 고위험의 불가역적 투자행위다.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그에 맞는 ‘기대수익’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출산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긍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를 선사한다.
내수시장, 국방, 복지 문제 등과 같은 명시적인 순기능 이외에도 출산은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생동감, 역동성 등 측정할 수 없는 수많은 긍정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문제는 출산의 혜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리면서 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위험은 개인이 부담하라고 하는 점이다.
더구나 출산과 성공적인 육아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용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정부가 현재 펴고 있는 ‘출산지원금 중심 처방’도 막대한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결국 출산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가에 달려 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저출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 지향적 혁신정책(MOIP)의 틀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그리고 지속해 추진할 더욱 강력한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고용시장, 저렴한 주거비용, 역동적인 계층 이동성,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꿈꾸는 더욱 평등하고 안전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지만 어느 것 하나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저출산 관련 현재의 정부 조직은 규모와 실질적인 권한이 너무 작다.
우리 사회는 출산이 선사하는 유무형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좀 더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출산은 의무가 아니다.
출산과 육아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위해 꼭 누리고 싶은 특권이 되어야 한다.

[오준병의 정책프리즘] 출산장려 정책은 왜 실패했는가

 

의사 수급,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저소득 국가, 의사 부족 갈수록 심각해져의사 '국제적 이동' 고려해 수급 추계해야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

[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의사 수급,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봐야

의사 수 추계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사 단체는 과도한 인력 증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같은 갈등은 국내 의료 수요를 기준으로 한 의사 수 추계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더 복잡하고 국제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의사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이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의사 대부분은 고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다.
반면 아프리카와 동지중해 지역 등 저소득 국가는 심각한 의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선진국이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의료 인력을 양성할 경우 세계적인 의료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폴란드와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의 많은 의사가 더 나은 급여와 근무 조건을 찾아 서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자국 내 의료 인력 부족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유럽 환자들은 긴 대기 시간과 낮은 의료 서비스 질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의사 인력의 국제적 이동이 한 국가의 보건 시스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 글로벌 보건 문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이 단순히 국내 수요에만 맞춰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차원의 필요를 고려한 의사 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단순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넘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과거 미국 미네소타대와 협력해 서울대의 의학 교육과 병원 운영 체계를 크게 개선한 경험이 있다.
6·25전쟁 직후 1950년대에 이뤄진 이 협력은 오늘날 한국 의료 인프라의 근간이 됐다.
이제는 세계에 보답할 때다.
구체적으로 저소득 국가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로 교육할 수 있는 의과대학을 신설하거나, 수도권 의과대학에서 저소득 국가 학생을 위한 전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졸업 후 자국으로 돌아가 의료 활동에 종사하도록 장학금을 지원하고, 자국에서의 의무 근무를 전제로 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사 수급 추계를 할 때 의사들의 국제적 이동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양성된 의사가 모두 국내에 남아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의사 수급 계획은 단순히 숫자 계산을 넘어 의사들의 이동성, 국제적 역할, 그리고 글로벌 헬스케어에 대한 기여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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