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고도 또 덫에 걸린 대통령실…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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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고도 또 덫에 걸린 대통령실…무엇이 문제인가

[성남=뉴시스] 조수정 기자 = 체코를 공식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김대남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한 유튜버에게 한동훈 대표 공격을 주문한 사실이 폭로됐다. 김건희 여사와의 7시간 전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이 됐던 서울의소리 이명수 씨가 공개했다. 한 대표는 김 씨에 대해 당무감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일면식도 없다”며 차단했다.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은 끝이 없다.

누가 김대남을 사주했나

이명수 씨가 폭로한 녹음에서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 한다. 너희가 잘 기획해 (한동훈을) 치면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사주 배후에 김 여사가 있다고 추측하게 만드는 말이다. 이 폭로 직후 김 전 행정관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러면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본인은 애초에 김건희 여사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씨가 단독으로 한 일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김 씨가 유튜버에게 전달한 자료는 총선백서를 만든 국민의힘 내부 일부만 아는 내용이다. 전당대회 때 친윤 후보들이 한 대표를 공격할 때도 이 내용을 이용했다. 더구나 김 씨는 전당대회 직후 SGI서울보증 상임감사으로 갔다. 연봉 3억 원에 임기 3년이 보장되고, 기사 딸린 승용차까지 제공되는 ‘꿀보직’이다. 건설업에 종사해 금융 관련 경력도 없다. 누군가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폭로 사주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도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났다. 용인에 출마하려던 그가 김건희 여사가 친윤계 핵심 의원을 통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공천에 개입했다는 말을 해 파문이 일었다. 보수단체인 새민연에 특정 언론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고 이 유튜버에게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 정도면 대통령실이 먼저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서야 할 사안”라고 지적했다. 영부인을 팔고 다니며, 한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사고를 쳤다. 가뜩이나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야당은 특검법까지 반복해서 추진하는 처지 아닌가. ‘국민적 오해’를 불식하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칼을 빼 들어야 할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진상조사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은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김 전 행정관이 한 대표의 영역인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꿀보직’은 포기하지 않는 것도 말뿐인 사과로 비친다.

당하면서도 네 번씩 함정에 빠진 이유는?

더욱 궁금한 것은 김 전 행정관이 왜 이명수 씨에게 공격을 사주했느냐 하는 점이다. 같은 지역 출신이라 친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 씨는 영부인과 악연이 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 스토커나 마찬가지인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전인 2021년 7월부터12월까지 48회에 걸쳐 김 여사와 통화한 7시간 50분 분량을 폭로했다. 김 여사가 유일하게 사과까지 한 사안이다. 최재영 목사에게 사비로 명품백을 사주며 몰래카메라로 김 여사를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김 여사가 한밤중에 산책하는 모습을 찍어 공개하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에 근무하던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통화한 내용만 5시간 분량이다. 김 여사가 당한 걸 아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어떻게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집권당 대표 경선에 영향을 미치는 공작까지 상의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상식적으로는 김 여사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그는 출마와 꿀보직을 기대한 사람 아닌가. 조선일보는 스토커 같은 유튜버에게 상습적으로 당한 사람들의 판단력과 분별력은 정상이라고 볼 수가 없다”면서 “유튜버의 김 여사와 대통령실 농락은 정말 이번이 끝인가”라고 물었다. 김 여사가 당하고도 그 유튜버와 거래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다.

최근 JTBC가 방영한 드라마 ‘굿파트너’에 폭력을 당하는 아내가 번번이 이혼 결심을 번복하며 폭력 남편을 두둔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행태가 그 아내를 떠올리게 한다.

김건희 특검법과 배우자법

서울중앙지검은 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어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빼고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 저녁을 함께 먹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할 때에 대비한 표 단속이다.

중앙일보는 사설로 “‘대통령 배우자법’ 제정론이 나오는 이유 성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배우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그 문제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더는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누가 김 여사에게 ‘불소추 특권’을 줬느냐”라고 비판했다. 관행과 상식으로 운영하던 배우자의 활동을 법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악마화하려는 야당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연일 터지는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윤 대통령이 화를 낸다는 이야기는 비밀이 아니다. 가까운 사이도 김 여사 말만 하면 틀어진다. 한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오해만 부풀린다. 속담이 아니라도 가래는커녕 불도저로도 못 막을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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