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무너트린 '이재명 알리바이'

 

이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한 것은
검찰도, 정권도 아니다…
경기도 7급 별정직
성남시 과장·팀장
고인의 유족 등이
정치 권력자에 맞서
유죄 판결을 끌어냈다

이재명 대표가 15일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BR> /뉴스1

이재명 대표가 15일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선거운동 식사비를 불법 결제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자 일부에선 “고작 10만4000원 갖고...”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부터 펼쳐질 ‘법카 스캔들’의 시작일 뿐이다.
검찰이 선거법 시효에 쫓겨 10만원짜리 사건부터 급하게 기소했을 뿐, 이 대표 부부가 식비·생활비 등에 경기도 법인카드를 썼다는 의혹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대표 집 근처 복집에서만 318만원, 단골 과일 가게에선 1000만원 가까이 결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의심받는 유용액을 합치면 수천만원에 달한다.
‘겨우 10만원’이 아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법카 의혹을 폭로한 것은 43세 조명현씨였다.
경기지사실 7급 별정직으로 근무한 그는 업무의 90%가 이 지사 부부 수발 드는 일이었다고 했다.
출근하면 샌드위치 세트를 사다 공관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 지사가 입을 속옷·셔츠 등을 준비해 옷장을 채우는 일로 일과를 시작했다.
김혜경씨 식사며 생일 케이크까지 챙겼다.
모든 경비는 법카로 결제했다.
이 지사가 즐겨 쓰는 일제 샴푸며 초밥·한우, 제사상 차림, 명절 선물, 심지어 개인 차 수리비까지 법카를 긁었다.
주말엔 일단 개인 카드를 쓴 뒤 평일에 다시 가서 취소하고 법카로 재결제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조씨는 자신이 “공노비 같았다”고 했다.
그런데 피해자는 자기 한 사람이 아니었다.
세금으로 이 지사 부부 먹고 쓰는 돈 대주고, 개인 수발 드는 공무원 월급까지 주는 국민 모두가 피해자였다.
그는 부조리를 기록해 세상에 알렸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원래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것은 책임감 때문이었다.
조씨는 침묵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세금 도둑’이 대한민국을 이끌게 될 테니 덮어둘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김혜경씨 재판에도 나가 “김씨가 간장이냐, 초장이냐, 회덮밥 소스까지 일일이 정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결국 1심 유죄 선고를 받아냈다.

그다음 날엔 이재명 대표의 공직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징역 1년형의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백현동 용도 변경이 국토부 협박 때문”이라는 이 대표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임을 뒷받침한 것 역시 지자체의 전직 공무원들이었다.
성남시 주거환경과장을 지낸 전모씨는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압박은 없었다”고 밝혔다.
압박은커녕 국토부가 ‘성남시가 임의로 판단할 사항’이란 공문을 보내왔고 이를 당시 이재명 시장에게 “대면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피고인석에 있던 이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직접 신문에 나섰지만 전씨는 “오로지 시장님 지시 사항만 따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씨뿐 아니었다.
성남시 도시계획과 팀장을 지낸 김모씨, 도시계획과 주무관을 지낸 장모씨도 ‘압박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백현동 개발 담당자들이 일관되게 이 대표 발언의 근거를 부정한 것이다.
이들로선 한때 상관이었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권 후보와 맞서는 것에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을 “몰랐다”고 했던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선 고인의 아들이 증언대에 서서 이 대표에게 맞섰다.
이들이 국회 권력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용기가 유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자신의 모든 혐의가 “검찰의 창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검찰이 정적(政敵)을 죽이려 ‘수사 아닌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를 궁지로 몬 것은 검찰도, 정권도 아니다.
단군 이래 최대 비리라는 대장동 스캔들은 지방 인터넷 매체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됐다.
수원 소재 경기경제신문의 박종명 대표 기자가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고 묻는 칼럼을 써 비리 의혹을 처음 고발했다.

위증 교사 사건에선 성남시장 수행비서 출신 김모씨가 이 대표를 외통수로 몰았다.
김씨는 과거 자신이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위증했음을 인정하며 “이 대표가 시키지 않았다면 거짓 증언할 이유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위증을 요구한 적 없다는 이 대표 주장을 정면 부인한 것이다.
이 사건의 1심 판결도 열흘 뒤 나온다.

이 대표는 사법 시스템을 정치로 오염시키려 했다.
거대 야당을 앞세워 국회 상임위를 범죄 방탄의 무대로 만들고, 수사 검사들을 탄핵 소추로 보복하는 폭주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혐의를 뒷받침한 것은 경기도 7급 별정직, 성남시 전직 과장·팀장, 극단적 선택을 한 고인의 유족 같은 이들이었다.
권력과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들이 이 대표의 ‘알리바이’를 하나둘씩 무너트렸다.
정치로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려는 이 대표의 방탄 전략이 핀트도 맞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보였던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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