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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5년에는 어떤 과학 프로젝트와 연구 성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과학 분야에서 새해 주목할 만한 동향 몇가지를 소개했다.
우선 ‘기적의 비만치료제’란 별칭까지 얻으며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에 이어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제약대기업 일라이릴리가 먹는 비만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상 3상은 신약 승인 신청에 앞서 실시하는 마지막 단계다.
현재 시판 중인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주 1회 주사제다.
알약 형태의 오르포글리프론이 나오게 되면 약물 투여에 대한 거부감이 한결 덜어지게 된다.
네이처는 오르포글리프론이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생산 방법도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일라이릴리는 GLP-1을 포함한 세가지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로 구성된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 리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도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임상 2상 시험에서 11개월 동안 24.2%라는 놀라운 체중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현재 시판중인 비만치료제가 비슷한 기간에 보인 체중 감소율 15~20%를 훨씬 뛰어넘는다.
일라이릴리는 2025년에도 임상시험을 계속한다.
또 다른 제약기업 암젠은 월 1회로 주사 간격이 더 길고 혈당 조절과 대사에 관여하는 두가지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마리타이드(maritide)의 임상 3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적용 범위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처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중독 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말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를 수면 무호흡증 치료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마약 성분 없는 진통제 나오나
둘째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새로운 통증 치료제의 등장이다.
버텍스 파머슈티컬이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 수제트리진(suzetrigine)이 주인공이다.
네이처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1월 중 이 약물을 승인할지에 대한 검토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약 승인을 받게 되면 20년 만에 처음으로 급성 통증을 치료하는 새로운 종류의 진통제가 된다.
셋째는 스웨덴 룬드에 있는 유럽파쇄중성자원(ESS=European Spallation Source)의 가동이다.
13개국이 참여해 2014년 9월 건설 공사에 들어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입자물리학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 거대 시설은 중금속 표적에 거의 빛의 속도로 가속된 양성자 빔을 발사해 중성자를 생성한다.
이런 파쇄 방식은 전통적인 핵분열 방식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원자로가 필요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중성자를 이용하면 물질의 구조를 원자 수준까지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칭화대 제공
뇌 이식 칩에서도 미-중 대결
넷째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에서의 미-중 대결이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행동이나 말과 관련한 뇌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다리를 작동시키거나 음성이나 문자로 전환해 줌으로써 사지 마비 환자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장치를 말한다.
지난해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가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이 올해 이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다.
중국의 산업정보화부는 의료 재활에서 가상현실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뇌 이식 칩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뇌의 감각운동피질 위에 8개의 전극을 심는 무선 뇌 이식 칩 NEO다.
마비 환자의 생각을 읽어 손 움직임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3년에 시작된 임상시험에서 척수가 손상된 실험 참가자가 집에서 이 장치를 9개월 동안 훈련한 후, 먹고 마시고 물건을 잡는 데 성공했다.
NEO 연구진은 2025년에 임상시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NEO 칩은 두개골과 대뇌 피질 사이의 경막을 덮어 신경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배터리가 필요 없는 근거리 무선 전원 공급 및 신호 전송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뉴럴링크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밝혔다.
올해 달 탐사 주인공은 민간 기업
다섯째 우주 분야에선 달과 태양 탐사가 줄을 잇는다.
지난해 미국의 인튜이티브 머신스란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민간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의 달 탐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미국과 일본의 민간 달 착륙선 2대가 1월 중순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에 실려 함께 발사된다.
출발은 동시에 하지만 달에 도착하는 시가는 다르다.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첫번째 달 착륙선 블루고스트는 45일 후, 일본 아이스페이스의 두번째 달 착륙선 레질리언스는 4개월 반 후 달 착륙을 시도한다.
그 뒤를 이어 인튜이티브 머신스도 달 남극으로 두번째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 우주선에 얼음 굴착기와 질량 분석기를 태워 보내, 달 표면 아래의 물질을 조사할 계획이다.
새해엔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이 극대기를 맞는다.
이에 맞춰 태양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인 태양풍을 연구하는 위성 2개가 잇따라 발사된다.
하나는 유럽우주국과 중국과학원이 공동으로 띄우는 스마일(SMILE) 위성이다.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이 위성의 임무다.
다른 하나는 나사의 펀치(PUNCH) 위성이다.
태양 대기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입체 이미지를 포착해 그 에너지가 태양계로 어떻게 흘러들어가는지 살펴보는 것이 주된 임무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양 표면 610만km 지점까지 다가간 인류 최초의 태양탐사선 파커는 올해 3월과 6월 마지막 태양 근접비행에 나선다.
지난번과 비슷한 거리에서 대기 상층부인 코로나를 통과하며 사진을 촬영하고 태양풍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과일·가공식품 속 과당, 암세포 증식 돕는다…어떻게?
곽노필의 미래창
섭취한 과당이 간에서 지질로 전환
혈관 타고 암세포로 가 세포막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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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 동물은 포도당 대사를 통해 세포의 필수적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삼인산)를 얻는다.
산소 호흡을 통해 포도당 1분자당 30여개의 ATP 분자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암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더 많은 포도당을 소비한다.
정상 세포는 산소 호흡으로 포도당을 분해(산화적 인산화)해 에너지를 얻지만, 암 세포는 발효 방식을 이용해 좀 더 빠르게 에너지를 얻는다.
이를 와버그효과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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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만이 암세포 증식의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건 아니다.
또 다른 단당류인 과당도 동물 실험에서 흑색종이나 유방암 같은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에 따르면 가공식품 섭취가 급증하면서 지난 100년 사이에 1인당 과당 소비량이 15배로 늘어났다.
또 인간의 과당 소비가 급증하는 동안 50살 미만인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과당이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기제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했다.
과당은 꿀과 과일, 꽃 등에 주로 함유돼 있는 단당류로, 포도당보다 단맛이 더 강해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과당은 옥수수 시럽이다.
포도당과 과당은 화학식(C6H12O6)은 같지만 구조가 다르다.
포도당은 탄소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고리 모양, 과당은 탄소 5개로 이루어진 오각형 고리 모양이다.
세포가 과당을 대사하려면 포도당을 대사하는 데 사용하는 효소와 다른 효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암세포에는 과당을 대사하는 효소가 없다.
따라서 암세포는 포도당처럼 과당을 직접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이 과당이 간에서 암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영양소로 바뀌는 메카니즘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 생쥐, 사람의 암세포를 대상으로 과당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봤다.
동물 실험에서는 과당을 투여받은 암세포가 체중이나 공복 혈당 수치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상 세포보다 더 잘 증식한다는 걸 발견했다.
암세포 증식 속도가 정상 세포의 2배를 넘는 경우도 확인했다.
그러나 암세포만을 따로 떼어내 실험한 결과, 암세포가 과당을 직접 대사하지는 않는 걸 발견했다.
과당을 투여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비슷했다.
암세포에는 과당 대사에 필요한 두 효소(케토헥소키나제c와 알돌라제b)가 모두 부족했다.
암에 걸렸다면 과당 섭취 피해야
그렇다면 과당은 어떻게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걸까?
비밀은 간에 있었다.
핵심은 과당을 대사하는 효소 케토헥소키나제C가 간에서 발현되면서 리소포스파티딜콜린(LPC)이란 지질을 생성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을 통해, 간 세포가 이 지질을 혈액으로 방출하고, 암세포가 이를 흡수한 뒤 포스파티딜콜린이라는 지질로 전환하는 걸 확인했다.
포스파티딜콜린은 세포막의 주요 구성 물질이다.
암세포에서 LPC가 포스파티딜콜린으로 전환되는 걸 억제하면 종양
증식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과당은 간에서 이뤄지는 대사 과정을 통해 암세포막 생성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개리 패티 교수(유전학 및 의학)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에 발생한 다양한 암세포를 살펴본 결과, 모두 같은 기제가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패티 교수는 “문제는 대부분 지질이 혈액에 녹지 않고 다소 복잡한 수송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LPC는 이런 면에서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불행히도 암에 걸렸다면 과당을 피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과당이 풍부하고 포도당은 부족한 경우, 일부 암세포가 과당을 직접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포도당이 아닌 감미료와 암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발견이 다양한 유형의 암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방법, 예컨대 질병 세포가 아닌 일반 세포를 이용한 우회로를 개척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8258-3
Dietary fructose enhances tumour growth indirectly via interorgan lipid transfer. Nature (202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