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든 가방에 벨트가 달려 있는 이유


 본 기사에 실린 제품은 에디터가 독립적으로 선택했으며, 본 기사를 통해 제품 구매 시 당사는 판매 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받습니다.

1983년, 에르메스의 회장 장 루이 뒤마는 런던행 비행기에서 제인 버킨을 만납니다.
그녀는 보기에 예쁘면서도 수납력이 좋고 튼튼한 가죽 가방을 도통 찾을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죠. 장 루이 뒤마는 곧바로 비행기 위생 봉투에 스케치를 하기 시작합니다.
패션 피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버킨 백은 그렇게 탄생했죠.



제인 버킨의 버킨 백. Getty Images

버킨은 모든 럭셔리 백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벨트 모양 플랩이 달린 백을 보는 즉시 버킨을 떠올리죠. 에르메스와 경쟁 관계인 럭셔리 하우스들은 버킨만큼 파급력 있는 백을 만들기 위해 40년이 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그간 수많은 ‘잇 백’이 탄생했지만, 왕좌에는 여전히 버킨이 꼿꼿이 앉아 있습니다.


Prada 2024 S/S RTW


Moschino 2025 S/S RTW

최근 브랜드들이 전략을 완전히 바꾼 이유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의 백을 제안하기보다 버킨의 영향을 받았음을 공표하고 있죠. 버킨의 상징과도 같은 플랩 디테일을 차용한 벨트 백을 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작은 프라다였습니다.
2024 S/S 쇼 중 벨트를 길게 늘어뜨린 듯한 디자인의 ‘버클 백’이 등장했거든요. 이 백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있었던 두 번의 여성복 컬렉션과 두 번의 남성복 컬렉션에도 버클 백이 등장했죠. 아드리안 아피올라자의 모스키노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최근 얇은 벨트를 칭칭 감아놓은 모습의 ‘타이 미(Tie Me)’ 백을 선보였죠. 토템, 톰 포드 역시 비슷한 디자인의 백을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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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요? 평생 버킨만 멜 것 같았던 ‘열혈 버킨주의자’들도 서서히 마음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인 버킨의 ‘가방 꾸미기’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화제를 모았던 두아 리파는 최근 프라다 버클 백을 들고 거리로 나섰죠. 생 로랑은 2019년 선보인 ‘맨해튼 백’을 부활시켰습니다.
캠페인의 얼굴로 나선 인물은 ‘버킨 사랑’으로 유명한 케이트 모스였고요. 헤일리 비버 역시 한동안 맨해튼 백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Getty Images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들 역시 이 흐름에 탑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십 개의 버킨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엘사 호스크는 최근 마누 아틀리에(Manu Atelier)의 르 캄봉 40 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케이티 홈즈는 셰이프부터 디자인까지 버킨을 쏙 빼닮은 르 캄봉 35를 애용하며 ‘매진 행렬’을 주도했고요. 마누 아틀리에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베스트 마나스티르 바그다틀리(Beste Manastir Bağdatli)와 메르브 마나스티르(Merve Manastir) 자매는 르 캄봉 백의 인기를 두고 “헤리티지가 느껴지는 가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습니다.

버킨과 흡사한 디자인의 벨트 백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버킨을 갖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버킨을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버킨은 희소가치가 높은 백입니다.
구매 이력이 쌓인 고객에게만 버킨을 구매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도시 전설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최근에는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버킨을 구매하고 싶다면, 매장에 들어간 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아무나 버킨을 구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도 했고요. 가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르 캄봉 35가 745달러라는 ‘착한’ 가격을 자랑하는 데 비해, 버킨은 날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죠.

일종의 유행이 되어버린 ‘버킨 따라잡기’ 전략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입니다.
럭셔리 하우스는 물론, 마누 아틀리에 같은 소규모 브랜드 역시 성공을 맛보고 있죠.



@demellierlondon

럭셔리 백화점 또한 버킨을 연상시키는 벨트 백 열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욕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백화점의 액세서리 & 뷰티 디렉터, 마리사 갈란테 프랭크(Marissa Galante Frank)는 “벨트가 달린 가방, 특히 토트백과 사첼 백 디자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합니다.
트렌드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데 피로를 느낀 소비자가 클래식한 디자인을 찾으면서, 벨트 백 수요가 치솟았다고 설명하죠.

프랭크는 다양한 가격대의 벨트 백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최근 드멜리어(Demellier)의 ‘뉴욕’ 토트백을 찾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는데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뉴욕 백 역시 리테일 가격이 약 100만원입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억만장자부터 패셔너블한 삶을 즐기는 중산층까지 열망하는 버킨. 하지만 피에르 알렉시 뒤마가 말했듯, 버킨을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애타는 마음을 비슷한 디자인의 (그리고 훨씬 저렴한) 벨트 백이 잠시 달래줄 수는 있겠지만, 버킨의 위상은 영원할 겁니다.
잇 백계의 잇 백이 되었으니까요.

신경과학자가 말하는 남 신경 안 쓰는 법



@kaiagerber


@kendalljenner

2025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새해가 되면 ‘IDGAF(I Don’t Give a F**k, 상관없어)’ 마인드를 장착하겠노라 마음먹었습니다.
자의식이 강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늘 다른 사람 생각을 신경 쓰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성격이 저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었죠. 예를 들어 큰 그룹에 속해 있을 때면 조용히 잠자코 있거나, 의견을 공유하거나 피력하지 않는 거죠. 저 스스로를 우선시할 때 다른 사람이 짜증 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요. 하지만 이런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유용하지도 즐겁지도 않으니 이제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건, 어느 날 갑자기 결심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미 시도해본 결과 실패했고요(얼마 전에는 피곤해서 약속을 취소하고는 죄책감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냉정해지거나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그저 도움이 되지 않는 ‘잡음’을 제거하고 싶을 뿐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의 미적 감각을 헤아리거나 2018년에 잡지 발행을 포기한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떠올리지 않을 테니까요.

신경생물학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오랫동안 글을 써온 유명 신경과학자 다니엘 글레이저(Daniel Glaser)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제가 잘못된 관점으로 바라본다고 말했죠. 제가 다른 사람 생각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일은 남들이 어떻게 여기는지 ‘추측’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었다고요. “머릿속에는 ‘비평가’나 ‘편집장’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고, 최악의 순간에는 가능한 한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판단하는 사치를 누립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정도로 진화했어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믿고 현실로 만들며, 그런 것들이 우리의 행동 방식과 결과를 바꾸게 만듭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kendalljenner


@kendalljenner

문제는 내면의 비평가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느냐입니다.
글레이저 박사는 인간의 뇌가 매우 암시적이며 투과성이 높다고 얘기합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따라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긍정적인 목소리로 바꿔야 합니다.
“비결은 다른 사람 생각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것입니다.
” 그는 코끼리를 연상하지 않으려고 하면 코끼리만 연상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코끼리를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시작할 때, 특정인이 정말 멋진 말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요령은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한 일에 기뻐하는 사람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곳에 앉아 내면의 비판이 더 정확할 거라 간주하고 있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겁니다(여러분이 지속적으로 비열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2018년 미국 심리과학협회(APS,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를 ‘호감도 차이’, ‘호감 격차’라고 부르는데,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앞머리가 이상해 보이거나 7주 전 회의에서 이상하게 웃었기 때문에 여러분을 혐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충격적이지만 여러분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만 글레이저 박사는 위에 언급한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생각을 염두에 두는 것은 인간에게 유익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른 사람이 주목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유익합니다(아무도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혹여 지난밤 저녁 시간에 했던 모든 창피한 말을 되새기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망상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떠올리세요. 당신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꽤 멋진 말을 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모두가 재밌어했다는 것을요. 그 기쁨에 겨운 얼굴과 웃음소리를 상기하세요.

오래 행복한 커플의 공통점, 5:1 법칙!

커플들에게 묻겠습니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싸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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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밥 먹듯이 싸운다면, 평소 파트너에게 어떤 말투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비난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상대방에게 퍼붓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부정적인 경험은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힌다

심리학자 존 M. 가트맨(John M. Gottman) 박사는 36년간 약 3,000쌍의 부부를 연구하고 실험해온 부부 상담 전문가인데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의 언행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비난이나 무시 같은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한 번 했다고 하면, 격려와 칭찬 같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가트맨 박사는 여기서 ‘부정적인 상호작용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언행과 부정적인 언행의 비율이 5:1인 마법의 법칙을 만들었죠.



@amandakarolak

가트맨 박사는 “아무리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라도 부정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상대방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오해와 싸움을 좀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다면 가트맨 박사가 제안하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라

파트너가 어떤 것에 대해 불평할 때 ‘또 시작이야’라는 생각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진 않았나요? 어떤 이유에서 불평을 하고 화가 났는지 궁금해하는 질문을 적극적으로 해보세요. 상대방이 부정적 상호작용을 했을 때 관심을 표현하는 언행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는 방법입니다.



@jannaaaeeee

갈등 속에서 신체적으로나 언어를 통해 애정을 표현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파트너의 손을 잡고 “이런 고민을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라고 말해보세요. 상대방의 흥분과 분노가 사그라들 겁니다.

#의도적으로 감사하라

파트너를 어떻게 여기는지는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칩니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과 좋은 점을 찾으려 애쓰고 이를 마음 깊이 새기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 생각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반드시 말로 표현하고 작은 칭찬을 자주 시도할수록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rachelgracewilson

#공감하고 사과하라

공감은 인간관계의 깊은 형태 중 하나입니다.
공감을 표현하면 상대방은 본인을 이해하려 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표정이나 제스처 등 비언어적으로 공감을 표현하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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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가 화를 내고 있다면 사과하는 것도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감정을 상하게 해서 미안해. 그런데 그렇게 화를 내면 너무 속상해”라고 말한다면, 서로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의적절한 농담을 던져라

대부분의 커플은 상대방의 웃음 버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데요. 파트너의 웃음을 자아낼 만한 가벼운 농담으로 그간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릴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농담은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죠. 단, 조심할 것이 있는데요, 농담이 과하거나 잘못된 타이밍에 시도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거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면서 유대감을 돈독하게 하는 농담을 시도해야 합니다.



@camillecharriere

행복한 커플이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싸우는 횟수’보다 ‘싸우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선물이나 화려한 이벤트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말 한마디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감정은 무슨 일을 하는가

새해니까. 새로이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난해 못다 한 일이나 미뤄둔 과제를 하나씩 끄집어내 완수하는 것도 괜찮겠다.
완독하지 못한 책 읽기는 어떨까. 사라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정치-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오월의봄, 2023)가 그중 하나다.
나는 감정과 정치, 그 각각의 것,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연관성 내지는 상관성을 탐색하는 작업에 오래전부터 매혹돼왔다.
유동성, 움직임, 동태(動態), 흐름, 순환, 비정형성 등의 단어, 그 말이 가리키는 상태에 관심을 둬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페미니즘, 퀴어, 현상학, 후기 식민주의, 다문화주의, 감정 연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해온 저자 사라 아메드의 시선과 관심사가 눈길을 사로잡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감정, 정치, 문화를 잇고 아우르고 교차하는 귀한 연구서로서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를 끌어와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화두를 던진다.



사라 아메드의 ‘감정의 문화정치-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오월의봄, 2023)

저자는 ‘감정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의(定義) 내리는 게 아니라 ‘대체 감정은 무슨 일을 하는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감정을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나 인상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사사로운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그만큼 타인과 공유될 수 없고 공적인 것으로는 고려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메드는 감정을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것으로 다루는 방식을 비판한다.
동시에 아메드는 개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입장에도 반대한다.
감정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고 강화되고 구조화되는가, 감정이 어떤 식으로 사회적 편견과 폭력을 형성하는가를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그에 따르면 감정 또는 감정의 속성은 개인 또는 집단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 아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려면 특정한 몸이 애초부터 ‘특정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아메드는 여기에 반기를 든다.
몸 ‘안’에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은 몸의 표면을 형성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때 몸의 표면은 오랜 기간 행동이 반복됨으로써 타자를 향하거나 타자에게서 멀어지는 방향 설정을 통해 모양을 갖춘다.
즉 감정은 개별 인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타자와 세계와의 관계에 따른 것이고, 몸 안에서 밖으로, 다시 밖에서 안으로 오고 가는 관계, 다르게 말하면 순환과 교환의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감정은 사람들을 묶어내는 접착제로서 기능할 때가 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이른바 주류 공동체가 형성, 재형성된다.
이 과정은 다르게 말하면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정당화되고 사회규범이 재생산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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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즉각적인 것이 아니라 매개된 것으로 이해하는 일은 지식이 느낌과 감각으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세계와 분리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지식은 우리를 땀 흘리게 하고 떨리게 하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느낌은 무엇보다 몸의 표면에서 느껴진다.
몸의 표면은 우리가 세계를 어루만지고 세계가 우리를 어루만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366쪽)

몸과 타자 사이의 매개적, 관계적인 것으로서의 감정. 그중에서도 아메드는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같은 감정을 중요하게 살핀다.
그 각각의 감정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런 감정이 어떤 식으로 매개되는지, 그에 따라 어떻게 때론 혐오와 차별을 강화하는 방식이 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이를테면 ‘고통은 어떻게 정치적인 문제가 되는가?’ 고통 그 자체는 고통받는 당사자의 몫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그 고통을 알 것 같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통에 응답하는 윤리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고통은 그저 타인만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그 고통이 나와 무관하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이 영향을 미치도록 자신을 열어둔다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78쪽) ‘공감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없는 고통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주의 깊게 경청하는 일이 아니라 [몸, 역사, 공동체를] 다르게 살아내는 일이다.
이는 행동을 요구하고 집단적 정치를 요청한다.
고통은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초한 정치가 아니라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정치,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른 이들 곁에서 살면서도 우리가 하나가 아님을 배우는 정치를 우리에게 요청한다.
(98쪽) 타인과 함께, 타인 곁에 있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하나’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그 두 가지 상태가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 자신이 입은 상처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는 일이 상처를 물신화하는 일이라며 경계한다.
상처를 물신으로 만드는 일이 문제인 이유는 서로 다른 피해를 동등한 것으로 전제하며 모든 피해를 동등한 것으로 가정하게 되면 피해는 자격의 문제가 돼버린다고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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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이방인, 타자를 향한 혐오 감정을 느낄 때 몸이 반응하는 역겨움도 권력관계를 설명하고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감정이다.
상대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 때 경험하는 감정인 수치심도 상대에 대한 사랑이나 욕망이 선행된다는 점에서 매개적이다.
감정과 몸, 몸과 권력, 감정과 권력이 상호 관계를 맺는 방식을 좇아가다 보면 우리가 당면한 현실 사회,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사회적 변혁은 왜 이리 성취하기 어려울까? 왜 기존 지배 권력은 완고하게 계속되는 걸까?’ 여기에 대해 아메드는 투자, 끈적임, 애착이라는 또 다른 개념으로 설명해나간다.
구조적 모순을 발견하고 인식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러한 규범에 여전히 투자하고 애착을 갖고 끈적이는 감정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쓰였고 미국 사회, 특히 9·11 테러 이후 달라진 서구 사회에 대한 분석을 주요하게 다루지만, 여전히 사회적 참사와 공포가 난무하는 현실에 유의미한 분석 틀과 실천적 제언이 돼줄 것이다.
혼란과 교차성의 시대를 읽는 하나의 유용하고 흥미진진한 광학기구인 셈이다.

의사가 알려주는 ‘굿 닥터의 조건’

피부 시술을 받으러 갈 때면 후기와 혹시 모를 부작용을 검색하게 됩니다.
특히 미용이 목적인 경우 더 그렇지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후회가 밀려들 테니까요. 가장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건 의사입니다.
얼굴을 마음 놓고 맡겨도 될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죠. 건강연구재단 히메네스 디아스(Jiménez Díaz)의 미용 의학 부서 책임자인 빅토리아 트라스몬테(Victoria Trasmonte) 박사의 팁을 읽어보세요. 병원 선택에 도움이 될 겁니다.



@evarankiin

1. 첫 상담에 공들이는 의사

원하는 시술에 따라 상담 시간도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간단한 시술이라도 의사의 진단과 설명이 자세할수록 좋습니다.
피부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모공이나 주름 등 안면을 전체적으로 진단한 후 그에 맞는 피부 시술을 권하는 의사여야겠죠.

2.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의사

의사는 환자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시술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도 솔직한 의사소통이 수반돼야 하죠. 일반적이지 않은 특정 사례도 언급해야 합니다.
예외는 늘 있는 법이니까요.

3. 필요할 땐 ‘No’라고 말하는 의사

트라스몬테 박사는 때때로 지나친 요구를 하는 환자가 있다고 말합니다.
의사로서 시술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객관적으로 시술이 아예 불필요한 경우라면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환자를 설득하는 태도가 중요하죠. 후회할 일이 없도록요.



@naomigenes

4. 사후 관리가 철저한 의사

비용을 지불하고 시술을 받았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 후 관리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트라스몬테 박사가 속한 히메네스 디아스 재단에서는 늘 시술 다음 날 환자에게 연락해 상태를 체크하고, 2주 후 재검사를 진행합니다.
시술 부위 감염이나 피부 괴사, 혈종 등 부작용과 후유증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사후 관리를 하는 거죠.

5. 상세한 진단서를 제공하는 의사

신뢰할 만한 병원, 실력 있는 의사라면 진단서를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주사제를 투여했을 경우 최대 1~2년까지 염증성 결절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혹시 모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추적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6. 고객이 아니라 환자로 바라보는 의사

뷰티 시술이 성행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었습니다.
선택지는 늘었고 문턱도 낮아졌죠. 분명 좋은 점이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위험해졌습니다.
병원을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어느새 환자를 고객으로만 대하는 의사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미용 의학이라도 시술은 의료 행위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환자를 고객으로 보고 시술을 그저 판매라고 여긴다면, 위험한 일이 발생해도 무책임하게 회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 때 양말 신으면 좋을까?

오디언스 여러분은 잘 때 양말을 신는 편인가요? 잘 때 양말 신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맨발로 자야 잠이 온다는 사람도 있죠. 과연 잘 때 양말을 착용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Pexels

양말을 신고 자면, 실제로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수면과학 박사 마이크 그라디사(Mike Gradisar)는 “우리 피부의 특정 부위는 저녁부터 열을 발산해 체내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우리가 잠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몸은 저녁과 이른 밤에 발을 통해 열을 내보내는데, 이때 양말을 신은 상태인 게 좋다는 겁니다.



Pexels

손과 발은 특히 체온 조절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 양말을 신고 자면 체온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죠. 피부 온도 변화는 수면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는데, 이때 양말을 신으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발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신체 온도도 낮출 수 있으며, 더 깊이 잠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수족냉증이 심한 경우나 폐경기에 추위와 더위를 오가며 널뛰는 체온의 격차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잘 때 신는 양말은 통기성이 좋고 땀을 잘 흡수하는 면이나 양모 소재가 좋습니다.
또 발에 너무 딱 맞는 것보다는 살짝 헐렁해 착용감이 편안한 양말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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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말을 신었을 때 갑갑하거나 발에서 땀이 난다고 느껴진다면, 굳이 신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자기 전 컨디션을 체크해보고 양말을 신을지 선택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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