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 대신 유튜브만 찾아봤더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아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봉축법회가 열리는 광명전으로 향하고 있다.<BR>/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아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봉축법회가 열리는 광명전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음모론에 세상 현혹되면
강성 유튜버만 돈 벌더라
김어준식 "카더라" 확산범
제대로 제동·처벌할 때 됐다

대통령이 체포 직전에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날이었다.
‘유튜브에 잘 정리된 정보’가 어떤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검색창에 ‘부정 거 증거’라는 여섯 글자를 넣어봤다.
순식간에 영상 수천 개가 화면에 떠올랐다.
이 중에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레거시 미디어, 즉 기성 언론사가 편집하고 만든 영상을 제외하고, 개인 유튜버들의 자기주장을 담은 것만 계속 클릭해 봤다.
이윽고 깨달았다.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을.

이날 이후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은 완전히 달라졌다.
‘잠 잘 오는 음악’ ‘허리 아플 때 하는 운동’ ‘간헐적 단식’ 등으로 채워졌던 내 유튜브 계정에 붉은 글씨, 노란 글씨가 울부짖는 영상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헌재에서 받아들인 부정선거 증거! 중국인 명단 줄줄’ ‘탄핵 찬성 집회를 메운 중국인들!’ ‘트럼프가 직접 경고! ‘윤통 체포는 미국에 대한 도전!’’

반대파들 주장도 보였다.
‘공수처는 윤통 편이다!’ ‘일본에 사업 특혜 준 김건희’ ‘김건희가 수척해졌다고? 배달 음식 매일 시킨다던데’ 같은 영상들이 대표적이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클릭할수록 다음 날엔 더 극단적인 주장을 전파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매운맛을 한번 봤더니 더 매운 맛만 보여주는 식이었다.

한국 정치 유튜버들이 음모론을 퍼뜨리는 데 얼마나 열심인지도 이번에 알았다.
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선동적인 주장을 펼수록 ‘수퍼챗(유튜브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채팅창으로 송금하는 돈)’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관위에서 잡힌 중국 스파이가 미군 기지로 이송됐다”고 했고, “요즘 집회 시위를 막는 경찰 대부분은 외국에서 고용된 용역 알바”라고도 했다.
반대파들은 한편 “탄핵 반대 집회엔 돈 받은 노인들만 온다”고 했고, “윤 대통령의 외가엔 일본 신흥 종교 ‘남묘호렌게쿄’의 액자가 걸려있고, 이는 윤통 집안이 골수 친일파인 것을 입증한다”고 했다.

19일 서울서부지법 유리창을 깨고 청사로 난입했던 시위대가 왜 그토록 흥분 상태였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붉은 자막 노란 자막의 반복된 선동은 전두엽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선동에 앞장섰던 유튜버들은 그래도 돈을 벌었다.
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연행된 한 유튜버는 잠깐의 방송만으로 수퍼챗 850여 만원어치를 벌었다고 한다.

찾아보니 음모론자 유튜버 중엔 ‘원조’도 따로 있었다.
2012년 ‘K값 의혹’을 내세우며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18대 대선 결과를 걸고 넘어졌던 친민주당 유튜버 김어준씨다.
당시 김씨는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를 제대로 못 해 수개표한 표 중 박근혜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의 표보다 1.5배 많은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부정선거 의혹은 이때 그가 뿌린 씨앗에서 튼 싹이 넝쿨처럼 자라 양쪽 진영의 담을 타고 덮은 모양새가 됐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을 퍼뜨린 이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처벌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은 그러나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의 앨릭스 존스란 사람은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를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가 2022년 코네티컷주 법원에서 약 9억6500만달러를 배상하란 판결을 받았고 유튜브 계정도 차단됐다.
독일에선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주장을 확산시키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우리도 이젠 음모론을 양산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제동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냥 이들 어법으로 말해보겠다.
“경고! ‘카더라’로 돈 번 놈들, 이젠 다 감방 가자!”

아이리시 커피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 1942년 아일랜드 섀넌공항(Shannon Airport)의 식당 겸 카페 셰프였던 조 셰리던(Joe Sheridan)이 날씨 때문에 자주 회항하던 비행기 승객들을 위해서 따듯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타주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BR>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 1942년 아일랜드 섀넌공항(Shannon Airport)의 식당 겸 카페 셰프였던 조 셰리던(Joe Sheridan)이 날씨 때문에 자주 회항하던 비행기 승객들을 위해서 따듯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타주기 시작한데서 유래했다.

이름에 ‘커피’가 붙지만 아이리시 커피는 위스키가 첨가된 칵테일로 분류된다.
그 기원에 관해서 몇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1942년 아일랜드의 서쪽에 위치한 섀넌 공항(Shannon Airport)에서의 탄생설이다.
당시 공항 식당 겸 카페의 셰프였던 조 셰리든(Joe Sheridan)은 날씨 때문에 자주 회항하던 비행기의 승객들을 위해서 따듯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타주기 시작했다.
승객이 맛이 좋다며 “이거 브라질 커피냐?”라고 묻자 “아이리시 커피다”라고 답하면서 그 명칭이 생겼다.
온몸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이 음료는 사람들이 섀넌 공항에 들를 때면 꼭 마시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여행 담당 기자로 일하던 스탠턴 델라플레인(Stanton Delaplane)이 섀넌공항에서 맛본 아이리시 커피를 샌프란시스코의 부에나 비스타 카페(Buena Vista Cafe)에 소개했다.
카페 주인은 1952년 11월 10일부터 새 메뉴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아이리시 커피를 탄생시켰던 조 셰리든이 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부에나 비스타 카페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경험한 가장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었다”는 마크 트웨인의 표현처럼 찬 바람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아이리시 커피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이후 미 전역의 호텔과 바로 유행했다.

뉴욕 스타벅스 리제르바 로스터리의 바. 스타벅스는 매장내의 바에서 커피 칵테일들 소개하면서 아이리시 커피를 대표메뉴로 포함시켰다.<BR>

뉴욕 스타벅스 리제르바 로스터리의 바. 스타벅스는 매장내의 바에서 커피 칵테일들 소개하면서 아이리시 커피를 대표메뉴로 포함시켰다.

“오로지 아이리시 커피만이 유리잔 하나에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4가지 영양 요소, 즉 알코올, 커피, 당, 그리고 지방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표현처럼 아이리시 위스키와 커피, 흑설탕과 휘핑 크림의 조합은 매우 절묘하다.
잔의 윗부분을 덮은 크림을 숟가락으로 젓지 말고 차분하게 입술로 밀어내며 그 밑에서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오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리고 입가심은 입술에 묻은 크림으로 한다.
요즈음처럼 몸이 추워서 커피, 마음이 추워서 술이 당기는 한겨울 밤엔 아이리시 커피가 정답이다.
오늘 1월 25일은 ‘아이리시 커피 데이(National Irish Coffee Day)’다.

더킷 리스트

수지 홉킨스의 책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을 읽다가 ‘더킷 리스트(duck it list)’라는 단어를 봤다.
더킷 리스트는 살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저자는 딸에게 싫어하는 일을 나열하고 가장 싫은 두 가지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한다.
자신은 ‘매일 체중 재기와 다리털 면도하기’를 삶에서 지웠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버킷 리스트가 채우기라면 더킷 리스트는 비우기에 가까운 셈이다.

문득 내가 살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미세 먼지 많은 날 외출하기, 염색하기, 배고픈데 맛집에 줄서기 같은 일도 있지만, 가장 싫은 건 ‘알고 보면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알고 보면 좋다’는 말을 뒤집으면 ‘모르고 보면 나쁘다’는 뜻인데, 시간을 들여 누군가를 들여다봐야 간신히 이해되는 무신경이나 무례함에 지쳤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직접 대면이 적어진 요즘, 좋은 사람 선택하는 법이 아닌 나르시스트나 소시오패스처럼 ‘피해야 할 사람 거르는 법’이 더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 듣고, 알아야 할 것이 넘치는 세상이다 보니 시간이 점점 더 비싼 자원이 된 것이다.

물건도 그렇다.
추억 때문에, 언젠가 쓰게 될까 봐 쌓아둔 물건을 애써 비우는 것 역시 그것을 찾느라 허비하는 지금의 시간이 과거나 미래보다 귀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서재의 확장이라고 생각하면 꼭 필요한 책만 사게 되고, 마트를 우리 집 냉장고의 확장이라 생각하면 1+1이나 세일이라는 이유로 물건을 쟁여두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부동산 공화국인 이 나라의 집에서 사실 가장 비싼 건 물건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다.
안 쓰는 물건에 공간을 빼앗긴다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있는 줄 모르고 같은 물건을 또 사는 낭비는 말할 것도 없다.

정리도 행복처럼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큰 맘 먹고 하는 대청소보다 틈날 때마다 하는 정리가 자기 효능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절대 버리기가 아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남기기’다.

슬기로운 명절 사용법

설 연휴를 앞둔 23일 iM뱅크 대구 중구청지점에서 한 여성이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BR> /뉴스1

설 연휴를 앞둔 23일 iM뱅크 대구 중구청지점에서 한 여성이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지금의 명절은 한 세대 전의 명절과는 다르다.
‘추석(설)을 없애자’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도 늘어난다.
명절은 자칫하면 세대 갈등이나 남녀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다.
아내는 20세기 며느리처럼 전을 부치고 남편은 눈치를 본다.
취업을 못 했거나 결혼을 미룬 청년은 불편한 질문을 듣게 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남들은 명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 집이 더 엄격하거나 더 느슨한 건 아닐까. ‘아무튼, 주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5일 SM C&C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명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50대 남녀 2233명이 응답했다.

명절마다 차례를 지낸다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지 묻자 ‘오래전부터 안 지낸다’는 응답이 33.5%로 1위. ‘예전부터 지낸다’(30.5%) ‘최근 몇 년 사이 안 지내기로 했다’(26.5%) ‘추석과 설 중 하루만 지내기로 했다’(9.6%) 등이었다.

명절은 노동인가 휴식인가. ‘휴식이다’가 31.6%, ‘둘 다다’가 28.9%, ‘노동이다’가 25.1%로 나타났다.
‘휴식이다’라는 응답은 20대 여성에서, ‘노동이다’라는 응답은 50대 여성에서 가장 높았다.
10년 전과 견주면 무게중심은 노동과 휴식 중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휴식이 강해졌다’가 43.5%, ‘별 차이 없다’가 33.6%, ‘노동이 강해졌다’는 22.8%로 조사됐다.

명절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경제적 부담’(30.4%)이었다.
‘명절에만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16.6%) ‘이동에 따른 부담’(15.7%)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것’(15.1%) ‘눈치를 봐야 하는 것’(12.3%) 등이 스트레스 유발자로 꼽혔다.
심리적인 요인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심도 지나치면 간섭이다.

다음 세대에도 명절이 존재할까. 47.1%는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형식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36.9%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16%는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형식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50대 남성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이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는 30대 여성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전망은 희망의 반영일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은 왜 실패하는가?

누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팀 전체가 비난 없이 해결 나서나
마음의 상처 없이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모일 수 있나
'심리적 안전감' 없으면 리더의 극단적 결정 방치
다른 목소리 '배신자'라 잠재우면 해법보다 갈등·분열 심화돼

심장 수술 중 작은 실수가 생겼다고 하자. 의사나 간호사는 그 사실을 즉시 공개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까, 아니면 두려움에 숨길 수밖에 없을까?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직심리학자 에이미 에드먼슨이 진행한 연구는 이 질문에 놀라운 답을 제시했다.
미국 전역의 심장 수술팀을 비교 분석했더니 어떤 병원 팀은 신기술을 빠르게 익혀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반면, 다른 팀은 같은 기술로도 실패를 반복했다.
두 팀의 결정적 차이는 “팀원들이 실수나 문제를 자유롭게 제기해도 비난받지 않는 안전한 환경”이 존재하느냐 없느냐였다.
즉, 누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곧바로 팀 전체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팀의 학습 속도와 성과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에드먼슨의 이 연구는 ‘심리적 안전감’이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그것은 “팀원들이 질문, 문제 제기, 실수, 다른 관점을 자유롭게 드러냈을 때 팀 내부에서 비난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서로 편안히 대하는’ 끈끈한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에 깔린 ‘안전한 의사소통 문화’를 의미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은 토론이 환영받고 반론이 포용되는 환경이기에 팀원들이 의견 차이가 있어도 마음의 상처 없이 다음 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조직은 실패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오류를 수정해 나가며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보자.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계엄령을 선포했고 국회가 이를 즉시 해제했으며 곧이어 대통령 탄핵안도 가결했다.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구속됐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을 심판 중이며, 급기야 일부 극단 세력은 시위를 넘어 법원을 습격하는 폭도로 돌변하기까지 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최대 위기 속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두려움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 한 사람의 독선’만으로 설명되는 상황일까? 아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위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대통령실, 국무위원회, 여당 지도부 등 권력의 중추가 서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할 중대한 순간에 침묵하거나 동조만 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라는 말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분위기, 즉 심리적 안전감이 전무한 조직 문화가 대통령의 극단적 결정을 방치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 벌어진 ‘배신자’ 논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부 의원이 탄핵 표결에 찬성했다고 해서 이들을 과격하게 비난하고 고립시키는 모습은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잠재우는 문화에서는 최선의 해법 도출보다는 오히려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다.

어디 여당뿐이겠는가? 어떤 조직이든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 때 구성원들은 오판을 막을 수 있고 더 나은 선택지를 고민하며 실수마저도 배우는 기회로 삼는다.
애초에 내부의 비난이 두려워 침묵하는 심리가 자리 잡으면 결국 조직 전체는 공멸할 위험에 처한다.
이번 내란 정국이 보여준 정치적 혼란은 조직이 심리적 안전감 없이 운영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구글은 2016년에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자사의 180개 팀을 해부해본 후에 팀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심리적 안전감을 꼽았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일수록 실수를 징계가 아닌 학습의 기회로 삼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런 사실들은 혁신 동력이 떨어져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기업 문화에도 분명한 경종을 울린다.
옛 방식을 고수하거나 위계에 눌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면 심리적 안전감이 뿌리내린 조직에서는 실패조차 발전의 자양분이 된다.
결국 국가든 기업이든 ‘권위와 침묵’이 아니라 ‘신뢰와 대화’가 살아 숨 쉬는 환경을 만들 때, 위기와 혼란을 넘어 진정한 성장과 혁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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