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은 3분, 티백은 1분?이븐하게 우려낸 홍차 마시는 법
글, 티 크리에이터 세레나
필진 소개: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기획하는 ‘차 문화 기획자’ 세레나입니다.
차 여행, 찻자리,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고 현재는 서울시 서촌 라운지에서 계절 차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숨겨진 찻집을 소개하고 한국차를 알리는 티-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도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를 출간했습니다.
11월의 시작, 물감처럼 물들어 있는 거리를 보니 오후 반차를 내고 홀연히 미술관으로 떠나고 싶은 날씨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 덕분에 차 마시기도 안성맞춤이죠. 일부러 좋아하는 컵을 골라 티백을 넣고 진하게 우려 한 입 마셨는데, 아뿔싸! 너무 떫어서 재빨리 맹물을 마시며 까끌거리는 입 안을 헹궈내신 적이
있으시다면 오늘 제가 알려드리는 이야기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차가 떫고 쓰다고만 느꼈던 분들의 편견을 깨드리기 위해, 차를 맛있게 우리는 법부터 내게 맞는 차 도구까지, 다양한 다구를 소개해 드릴게요.
영국에서는 3분, 우리나라에서는 1분?유럽에도 삼다수가 있었더라면
평소 회사에서 흔하게 보는 동서 현미녹차나, 해외여행 중에 유명하다고 해서 사 왔거나 선물 받은 홍차 티백이 주위에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보통 티백 차를 마실 때 컵에 티백을 넣고 바로 끓는 물을 부어 먹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차가 맛 없어질 확률이 100%랍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릴게요.
ⓒ 세레나
첫째, 우리나라의 물 성분이 유럽과 달라요
우리나라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영국에서는 3분, 우리나라에서는 1분’이에요.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컵라면 이야기가 아닌, 차를 우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물은 비교적 부드럽고 미네랄 성분이 적은 연수에 가까워요. 반면 영국 등 홍차를 즐겨 마시는 나라들은 경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경수로 차를 우릴 경우에는 연수보다 차 성분이 우러나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영국에서 티백을 우릴 때 3분이 필요하다면 한국은 1분이면 충분하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티백 뒷면에 적혀있는 설명서만 보고 무조건 3분을 기다리죠. 가끔 깜빡해서 5분씩 우리기도 하고요. 그러면 맛이 어떤가요? 아주 쓰고 떫게 느껴져요.
티백을 이용해 차를 마실 때는 한국 물의 특징에 맞게 1분 정도 우려서 먼저 맛을 보고, 입맛에 맞게 시간을 조절하면 좋답니다.
둘째, 티백을 넣는 순서가 잘못되었어요
우리는 보통 티백을 먼저 넣고 물을 붓죠. 하지만 사실은 반대로 해야 해요. 따뜻한 물을 머그잔에 먼저 따르고 그 위에 티백을 살살 얹어 보세요. 겨우 이 과정 하나 때문에 맛이 정말 달라지냐고요? 네, 아주 큰 차이가 있답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립톤’, ‘트와이닝’, ‘아마드’ 등 대부분의 홍차는 영국 브랜드들이 많고, 주로 인도와 스리랑카산 원료를 사용해요. 이 차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찻잎보다 크고 떫은 맛이 나기 때문에 설탕과 우유를 섞어 마시는 밀크티가 발달한 거예요. 요즘은 온전한 찻잎이 들어간 고급 티백도 많지만,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대부분 저품질의 잎차를 가루 형태로 만든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런 차는 떫은 맛이 아주 잘 우러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잔에 먼저 넣고 티백을 아기 다루듯 물 위쪽으로 살살 넣어주는 방법을 써야 해요. 이 과정을 ‘상투법’이라고 해요. 그러면 맛이 부드럽고 차 본연의 맛이
잘 우러난답니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맛이 달라진다니 신기하죠?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티 타임!
알아두면 쓸모있는 ‘다구’ 이야기
주말 아침, 나만의 티타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로망 가져본 적 없으신가요? 티백도 좋지만, 다구를 이용해 차를 우려 마시는 과정은 그 자체로 특별한 가치가 있답니다.
오늘은 다도의 로망을 실현해줄 동양 차 도구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왼쪽부터) 표일배, 개완으로 차를 우리는 모습, 차호 ⓒ세레나
표일배 (초보자를 위한 편리한 다구)
- 표일배는 찻잎을 선물 받았을 때 어떻게 마셔야 할지 난감해하시는 분들에게 완벽한 도구예요. 거름망과 본체가 일체형이라 따로 거르지 않고 버튼 하나로 찻잎과 찻물을 분리할 수 있죠. 강화유리 본체와 스테인리스 필터로
되어 있어 관리도 쉽고, 회사에서도 사용하기 편해 가장 추천하는 도구랍니다.
개완 (차 마니아의 필수품)
- 개완은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힙한’ 도구인데요, ‘개’는 뚜껑을, ‘완’은 잔(또는 그릇)을 뜻하죠.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원래는 찻잔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주로 차를 우리는
도구로 쓰이고 있어요. 도자기나 유리로 만들어지는데, 유리 개완은 찻물 색을 확인하기 좋답니다.
찻잎 관찰도 쉽고 설거지도 간편하지만, 우리는 법을 익히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요. 참고로, 개완으로 차를 우리면 손이 뜨겁습니다만... 저는 뜨거워도 참습니다! 차 우릴 때 조금 있어 보이거든요.
차호 (차의 맛을 결정짓는 주전자)
- 차호는 차를 우리는 주전자인데, 재질과 디자인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각각 다르게 표현돼요. 자사호, 백자 차호, 흑유 차호, 유리 차호, 분청 다관 등 종류도 다양하고, 두께에 따라 온도 유지 능력도 달라 취향대로 고를 수 있어요. 찻자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도구이기도 하죠.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고 한국 작가들의 공예품들도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찻잔 (차의 맛을 완성하는 핵심 역할)
-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술잔처럼 생긴 형태의 찻잔을 사용해요. 차의 온도와 맛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재미있게도 잔의 형태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답니다.
작고 얇은 잔은 맛과 향을 날카롭고 정확하게, 두껍고 거친 흙으로 만든 잔은 부드럽고 연하게 맛을 전달해요. 그리고 어떤 유약을 사용했는지와 굽는 온도에 따라서도 차 맛이 다르답니다.
공도배 (균일한 맛을 내고 싶다면 추천)
- 공도배(숙우)는 우린 차를 모았다가 각 잔에 고르게 나누는 도구예요. 공도배를 사용하지 않으면 처음 따른 잔은 연하고 마지막 잔은 진해질 수 있어요. 공도배 덕분에 차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맛의 차를 즐길 수 있어요.
(왼쪽부터) 다완, 습식 차판, 건식 스타일 찻자리 ⓒ세레나
다완 (역사 깊은 찻사발)
- 다완은 넓은 형태의 찻사발로, 중국 당나라, 송나라 때 시작되어 일본에 전해졌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보듬이’도 비슷한 형태랍니다.
주로 말차를 마실 때 사용하지만 다완에도 여러 차를 우려서 마셔보는 경험을 개인적으로 추천해요.
차판 (습식 스타일 다도를 즐긴다면)
- 동양식 찻자리는 건식과 습식으로 나뉘어요. 차판은 습식 다도에 사용되는 도구예요. ‘효리네 민박’에서 보이차 우리는 장면을 보셨다면 익숙하실 거예요. 습식 스타일은 차판 사용해 다구에서 나온 찻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하며, 전체적으로 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나무차판, 돌로 만든 차판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티 매트 (건식 스타일 다도의 정석)
- 티 매트는 건식 스타일에 사용되는데, 찻물이 테이블에 흘러넘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차를 준비할 수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만, 일본식의 건식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답니다.
이 외에도 거름망, 찻잎용 숟가락(차칙), 찻잎 저울, 찻잔 받침(차탁) 등 다양한 도구들이 있어요.
티백차 200% 즐기기 - 우리는 법, 물 온도 등
■ 티백차 잎차보다 나쁘다?녹차, 홍차, 국화차, 현미차 등 잎차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각종 잎차는 커피를 잇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양질의 잎차를 마시며 힐링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는 반면 바쁜 일상에서 찻잎을 우려내는 수고를 덜기 위해 티백을 마시는 사람도 있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티백차가 늘고 있고 또 그에 발맞춰 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과거 잎차가 대중화되기 전 잎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백화점을 가서 구입했어야 했습니다.
반면 잎차대신
마트에서 판매되는 티백제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잎차는 고급스럽고 더 맛있는 반면 티백은 질이 떨어지고 맛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티백이라고 해서 질과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잎차로 판매되지만 가공되어 나온 티백보다 질과 맛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기도 한 반면, 잎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맛과 질이 좋은 티백 제품도 있습니다.
잎차의 경우 잎의 수확 시기와 생산 지역, 가공, 보관과 관리 등에 따라 맛과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티백 제품은 찻잎을 가루로 부수는 과정에서 유효 성분이 일정 파괴될 수는는 있지만 일정한 맛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가장 적당한 물의 온도는?
차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로는 차의 종류, 차의 보관상태, 우리는 시간, 다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적절한 물의 온도입니다.
티백제품도 잎차를 우리 듯 물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지 않게 빈 잔에 따뜻한 물을 담았다가 비워 잔을 데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찻잔을 데워주면 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잡맛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차를 우려낼 때는 끓인 물을 살짝 식혀 사용해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에 약한 찻잎의 성분이 파괴되고 카페인 성분도 더 많이 용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꽃잎으로 만든 허브티는 그보다 낮은 70도 정도의 물로 우려내는 것이 좋습니다.
■ 물 먼저 붓고 티백 넣기
티백 차를 우릴 때 보통 많이 보는 장면이
‘컵에 티백 먼저 넣고 뜨거운 물을 나중에 붓는 것’입니다.
티백을 먼저 넣고 물을 부으면 티백이 물 위로 둥둥 뜨게 됩니다.
물 위로 티백이 뜬다는 것은 차의 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데운 찻잔에 물을 붓고 티백을 찻잔 가장자리에서 슬쩍 밀어 넣듯 넣어 주시는 것이 더 맛있는 차를 우려내는 방법입니다.
■ 얼마나 우려내야 할까?
티백은 잎을 잘게 부숴 가공한 상태로 잎차에 비해 더 빨리 우러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서 짧은 시간 우려내야 합니다.
티백은 40초~1분 30초 정도 우려내는 것이 적당하며 가급적이면 최대 2~3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에 더 우리면 좋은 성분이 더 우러날 것 같아 티백을 오래 담가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 우려내면 차 특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됨은 물론 씁쓸한 맛이 더해지며 카페인 등의 좋지 않은 성분까지 진해져 맛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 티백을 우리는 동안 받침을 덮어놓자차는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차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차를 우릴 때 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해주어야 잡맛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잘 우러나도록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하기 위해서는, 티백차를 우리는 동안 작은 접시나 받침 등으로 컵을 덮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 티백은 상하로 흔들지 말자
차를 우릴 때나, 다 우려낸 티백을 꺼낼 때 상하로 마구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티백을 상하로 흔들면 공기 중에서 찻잎이 산화되어 잘 우러나지도 않고 맛도 달라집니다.
■ 티백을 눌러 찻물을 짜지 말자
티백을 꺼낼 때 아깝다며 티백을 눌러 찻물을 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티백을 눌러 찻물을 짜내면 차 맛이 날카로워지고 쓴맛만 더 짙어집니다.
40초~1분 30초 정도 우려낸 티백은 물속에서 좌우로 두세 번 가볍게 흔든 다음 그대로 꺼내 둡니다.
■ 티백 우리는 횟수
한 번 우려낸 티백은 맛이나 향이 거의 없고 쓴맛만 남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또다시 우려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차는 몇 잔 마시는 것이 적당한가?
최근에는 카페인 성분이 없는 무카페인 종류의 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카페인 성분이 없어 수시로 마셔도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만, 차는 하루에 3잔 정도 4~5시간 간격으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카페인이 함유된 차라면 1일 최대 5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보관은 어떻게?차는 냄새를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밀봉하지 않은 채 냉장고에
넣어두면 냉장고 냄새를 빨아들입니다.
티백차도 잎차와 마찬가지로 소량으로 나눠 밀폐용기에 넣어 햇볕이 들지 않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