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쓰지 않은 이유는?...단맛 신경세포가 쓴맛 억제
'당연히 설탕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믹스 커피가 덜 쓴 뇌과학적인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습니다.
이성규 기자입니다.
[기자]
뇌과학 실험에 자주 쓰이는 동물모델인 초파리입니다.
이 초파리는 특별한 데, 미각 신경세포가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초파리에 빛을 쪼여 단맛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자극해 봤습니다그러자 단맛 신경세포가 활성화됐는데, 특이하게도 인접한 쓴맛 신경세포의 활성이 억제됐습니다.
이번에는 쓴맛 신경세포에 빛을 쪼여
쓴맛 신경세포를 활성화했지만, 단맛 신경세포의 활성은 억제되지 않았습니다핵심은 미각 신경세포 사이의 억제 작용이 단맛 신경세포가 쓴맛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일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단맛 신경세포의 신호 개폐 채널인 HCN이 쓴맛 신경세포가 보내는 억제 신호를 차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쓴맛 신경세포의 경우엔 단맛 신경세포가 보내는 억제 신호를 차단하는 채널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강경진 /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 단맛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단맛 신경세포에서 생기는 전기장 때문에 쓴맛 신경세포의 활성이 억제되는 결과적으로 단맛과 쓴맛이 동시에 있을 때 단맛은 나타나지만, 쓴맛은 나타나지 않는….]연구진은
이런 원리로 아메리카는 쓰지만, 설탕을 첨부한 믹스 커피가 덜 쓰게 느껴지거나 과일주스의 신맛이 줄어드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또, 초파리 실험에서 미각 신경세포 사이의 억제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며 앞으로 인간을 비롯한 다른 동물의 신경 억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입니다.
전화번호는 옛말, 요즘 청소년 연락 수단은? (영상)
"인스타 해?"요즘 청소년끼리 서로 연락할 방법을 물을 때 "전화번호 뭐야?"보다 이 말을 더 많이 쓰는지도 모릅니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국내 청소년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분석한 보고서 '틴즈 다이어리'를 발간했습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맡은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한 달간 만 14~18세 청소년 3729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청소년들의 연락처 교환 방식(복수 응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응답자의 70.3%입니다.
57.5%를 기록한 '전화번호'를 멀찍이 앞섭니다.
계정을 교환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복수 응답)로는 인스타그램이 97.5%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합니다.
이어서 X(구 트위터·9.0%), 틱톡(3.8%), 페이스북(3.4%), 기타(1.4%), 텔레그램(0.8%) 순입니다.
우리은행이 최근 발간한 국내 청소년 라이프 스타일 조사·분석 보고서 '틴즈 다이어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연락처 교환 방식에서 '소셜미디어 계정'이 70.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청소년들이 전화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문자 기반 소통을 더 중시하는 것과 관련해 보고서는 "전화에
부담을 느끼는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첫 만남에서는 카카오톡보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더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인스타그램이 연락처 교환용과 더불어 소통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릴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피드와 스토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플랫폼으로서
청소년들의 이용 시간이 높은 만큼, 메신저로도 자연스럽게 활용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합니다.
연락과 소통 못지않게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건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입니다.
최신 유행과 세대별 문화의 흐름을 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이런 정보를 주로 어디서 접하는지 알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 이용 현황(복수 응답)에서는 유튜브가 85.7%를 기록해 꼭대기에 올랐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활용도가 높은 인스타그램도 80.0%라는 높은 비율을 자랑합니다.
그 뒤를 X(34.6%), 틱톡(29.8%), 페이스북(4.7%)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각
앱에서 소비하는 콘텐츠 유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취미와 학업 관련 정보를 찾는 경우가 많고, 틱톡에서는 재미있거나 화제성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유튜브로 정보를 얻고, 틱톡으로 가볍게 웃고, 인스타그램으로 소셜 네트워킹까지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디지털 루틴'이 요즘 세대 일상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합니다.
찬반으로 갈린 세상에서 중심 잡기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 향해 전진혼돈의 시대, 공감의 리더십 절실분노 가슴에 묻고 희망찾아 나서야
[서울경제]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둘로 갈린 세상의 혼란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치에 대해 함구하던 사람까지도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질문공세를 퍼부으니 더욱 사람 만나는 일이 두려워진다.
이 사회는 돌이킬 수 없이 두 쪽으로 나뉘어져 영원히 화해 불가능한 갈림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역사는 결국 민주주의와 정의의 승리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지도자는 기득권을 늘리는 데 힘을 쏟지 않고 천차만별의 차이를 지닌 국민들이 저마다 개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거대한 자율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우리는
세상이 시끄러울 때 마음의 등불이 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메리앤 버드 주교의 연설은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대화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정치적 입장과 종교적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가져야 할 선의에 호소한다.
그녀는 승리감에 도취돼 있는 트럼프에게 지도자로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자비(mercy)’였다.
그녀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녀는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 즉 우리가 먹을 농작물을 수확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 양계장과 육류포장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식당에서 음식을 서빙하고 설거지를 하는 사람들,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부디 돌아봐줄 것을 부탁했다.
버드 주교의 연설을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곳에서,
저렇게
커다란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은 무얼까. 그것은 평범한 이들의 삶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리더의 감수성이 아닐까. 권력과 자본의 편만을 드는 지도자는 결코 뛰어난 통치자가 될 수 없다.
고통받는 사람들, 최소한의 의식주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온갖 트라우마와 슬픔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뿌리가 아닐까.
안토니오
그람시는 말했다.
“나는 지성 때문에 비관주의자이지만, 의지 때문에 낙관주의자다.
” 나는 그토록 뛰어난 사상가 그람시를 비관주의자로 만드는 지성도, 낙관주의자로 만드는 의지도 사랑한다.
지성을 가지고 사회를 관찰하다 보면 끊임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에. 어떤 순간에도 폭력의 힘을 빌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하는 지도자는 결국 패배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라 공감의 리더십, 경청의 리더십을 지닌 열린 마음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는 분노를 가슴에 묻은 채, 필사적으로 희망을 찾아야만 한다.
폭도가 된 남성들의 테러, 오직 평등을 향한 투쟁으로 답해야
젠더 관점으로 역사와 문화를 읽습니다.
서한영교 작가가 격주로 글을 씁니다.
나는 극악무도함의 중심이다.
실비아 플라스 '세 여인'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공덕오거리를 지나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시몬 기자윤석열이 체포된 그날,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한 번도 안
깨고 잠이 든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뉴스 속보를 챙겨 보느라 눈을 슴벅이던 계엄의 새벽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아침이 온통 상큼했다.
이제야 새해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아침부터 손발톱을 깎고 책장 정리를 했다.
지인들에게 새해 안부 인사를 돌리고 새해 계획을 세웠다.
새벽을 조각내던 속보와 뉴스들을 '한동안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던 날, 간신히 찾은 새해의 상큼함도 산산조각이 났다.
멸공의 눈빛
윤석열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함께 흔들던 멸공-자유민주주의-애국자들은 유리창, 출입문, 외벽, 집기류 할 것 없이 모조리 작살을 냈다.
극우 유튜버들이 공동 감독한 영화를 보고 있는 줄 알았다.
참담하고, 무섭고, 슬프고, 역겨운 영화였다.
자칭 애국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를 습격해 차량 전체를 도배한 스티커 문구인 "STOP THE STEAL"은 2021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백악관을 쳐들어가 부정선거를 외치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핵심 구호였다.
한국의 애국자들이 미국 국기를 왜 흔들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K극우 장르를 제작 지원한 보수기독교-영남-노인층-극우 유튜버-보수언론-멸공 애국자들은 스스로 내란 세력으로 무대에 올랐다.
히틀러를 독재자로 만든 것이 '광신적 애국주의'(라파엘 젤리히만)였다는 점을 기억해 보자면, 독재자와 애국자 연합은 내부의 '적'을 대상으로
'광신적'으로 결합한다.
적을 향한 광신적 폭력은 '그럴 만했다'로 정당화된다.
그것이 심지어 테러일지라도.서울서부지법이라는 폭력의 무대 위로 쇠 파이프와 소화기를 들고 서성거리던 광신적 눈빛, "눈빛이 너무 정상이 아니어서 상대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법원 직원)던 그 눈빛. 당시 서울서부지법 안에 있던 직원들이 공포를 직감하게 한 건 폭도들의
광신적 눈빛이었다.
열광과 복수와 광신을 하나로 뒤섞은 폭력이 빚어낸 눈빛, 장래 희망 칸에 독재자라고 써도 이상한 것 없는 세상에서 온 것 같은 자들의 눈빛. 섬뜩한, 광신적인 그 폭도들의 눈빛이 슬프고, 무섭고, 참담했다.
군사화된 2030 남성 청년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그 눈빛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아흔 명 중 절반 이상이 2030이었고 그들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응원봉 광장에서 '천연기념물'이 돼버린 2030 남성 청년들이 어디에 있나 했더니,
극우의 현장에 있었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찬양하며 힘에 의한 지배를 영웅시하는 가부장적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여성혐오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온갖 혐오의 장르(노조, 좌파, 반공, 성소수자, 장애인)를 정주행하며, 군사주의적 문법으로 "싹 다 조져버립시다"를 입에 달고 살던 극우 청년들이었다.
이번 12·3 계엄의 무대
위로 여성혐오 이데올로기를 기본 장착한 2030 '남자들의 종족 공동체'(실라 미요시 야거) 행동대장들이 올라 "멸공"을 외치며 줄줄이 극우 동맹을 선포했다.
10대 남성들도 그중 하나였다.
그들은 어디서나 '점령하자'고 했다.
차도, 구치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점령하자고 말한다.
점령은 이들에게 '국민 저항권'으로 재해석되고 '처단하라'로 실행됐다.
사법부 테러에 이어 헌법재판소, 언론사, 국회를 점령해 불을 지르고 전부 처단하겠다는 테러 협박을 일삼는다.
이에 윤석열은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2030 남성들에게 응답했다.
미래의 희망들이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극우 유튜버들과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2030 남성들의 증오와 원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도 가짜 짜깁기 뉴스로 말이다.
나는 슬프고, 무섭고, 참담하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학생 M이 떠오른다.
존경하는 인물
2021년 12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서 여성혐오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 신남성연대 주최로 페미니즘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10년 전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중학생 M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성재기'를 써냈다.
그때 처음 들어봤다.
성재기,
이름을 검색해보니, '남성연대'의 대표였다.
학생 M은 존경하는 이유로 "남자답다"와 "멋있다"를 꼽았다.
"배울 것이 많은 우리 시대의 참된 성인"이라고 썼다.
군 가산점 부활에 앞장서고, 여성가족부와 여성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다 "한국 남성 인권의 현주소를 고발하며 투신하겠다"고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일베'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우연히 M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게시물 전체가 '전두환 찬양'과 '페미척결'로 도배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M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일베'를 권하고 포르노 영상과 극우 게시물을 남학생들 단체 채팅방으로 끊임없이 실어 날랐다고 했다.
인생 처음으로 맞닥뜨린 실물 일베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나는 M이 졸업할 때까지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공부를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공부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슬프고, 무섭고, 참담했다.
학생 M과 여러 차례 상담과 공개 토론도 하며 다양한 방법들로 M을 극우 혐오 이데올로기로부터 구출하려 시도했지만 그는 매번 "재미로 하는 건데 뭐 어때요"라는 대답으로만 응수하다 졸업했다.
슬프고, 무섭고, 참담했다.
지금 20대 중반이 되었을 M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난입한
폭도 중 하나가 아니었기를 바라며 얼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봤다.
내란에서 내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난입해 불법 폭력 사태를 일으킨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현판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이번 사법부 테러에서 2030 남성들이 대오 전면에 드러났을 때 놀라우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집게손 모양을 한 페미를 사냥하러
다니던 극우 청년들이 판사 사냥에 나선 건 놀라우면서 놀랍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전은 수행되고 있었다.
열광과 복수를 주성분으로 하는 조직을 갖춘 신남성 돌격대는 온라인에서 테러를 벌이고, 여론을 조작하고, 온갖 혐오폭력을 수행해 왔다.
국가와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하는 사이 군사화된 극우 청년들이 쇠 파이프를 들고 법원에 난입했을 때 '내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실존적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계엄 할 만했다'는 주장에서 '계엄은 정당했다'로
선동이
점차 증식하면서 사회적 내전의 긴장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내전, 대중혐오, 법치'(피에르 소베트르 외)라는 책은 내전을 이렇게 정의한다.
"연합한 과두지배자들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라고. 이 전쟁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평등에 맞선 신자유주의 내전이라고. 이 내전은 "내부의 적, 성가신 소수자들,
지배적인 정체성이나 전통적인 위계질서를 위협하는 집단들에 대한 적대로 유도"한다고. 적대화된 "사회에 대한 억압과 폭력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오늘날 벌어지는 일들은 실제로 내전이다"라고 콕 집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기 위해선 "평등과 민주적 가치의 회복이 해법"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평등을 우선으로 하는 모든 요구를 결집시키는 것"이라고. "오직 평등을 위한 사회적 투쟁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등 체제 전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일대에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응원봉이 반짝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평등한 세계로 향하는 체제 전환 운동은 이미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존엄한 삶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반민주주의 체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야당은 20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응원봉 광장에 응답해야 한다.
페미니스트의 구호와 노조의 구호가 교차되고, 성소수자들의 구호와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가 교차되는 응원봉 광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준비가 된 진보 정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
오직 평등을 향한 체제 전환 운동이 신자유주의를, 자본주의를, 가부장제를, 비장애중심주의를, 이성애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민주주의로 분출될 것이다.
2월에 먹어야 할 황후의 디저트 [休·味·樂(휴·미·락)]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딸기롤 ⓒ이주현새빨갛고 탐스러운 외관. 추운 겨울부터 따듯한 봄까지 제철을 맞는 과일. 지금은 한창 딸기의 계절이다.
딸기는 여러 음식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덕분에 외식업계는 이 시기만 되면 딸기를 활용한 음식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베이커리는 물론 각종 디저트류,
식사류에도 딸기가 거침없이 등장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봄소식을 알리며 상큼 발랄한 주인공 역할을 맡는 딸기. 요즘은 상업적인 과일로 단단히 자리를 굳혔지만, 과거에는 조금 더 묵직하고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딸기처럼 얇은 껍질, 풍부한 과즙, 작은 종자를 가진 과일을 장과류로 분류한다.
장과류에는 석류, 포도, 무화과, 다래 등이 속한다.
과연 이 작고 앙증맞은 과일들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었을까.
작은 씨가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이 딸기와 흡사한 과일이 있다.
장과류에 속하는 석류이다.
석류의 무수히 많은 씨들은 자손을 번창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덕분에 축하연이나 시집가는 딸의 혼수품에서 수놓아진 석류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석류는 딸기와 달리 꽃과 열매, 속에 든 씨껍질까지 모두
붉은색이다.
과거 우리 민족은 이 붉은 기운을 신성하게 여겨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집 안에 석류나무를 심기도 했으며, 문갑이나 장롱에도 석류 그림을 새기곤 했다.
석류는 집 안의 중요한 대소사를 무탈하게 준비하기 위한 필수 음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과류에 속하는 다른 과일은 어떨까. 앙증맞은 모양새의 포도는 병을
낫게 한 과일이었다.
과거에 포도는 무척 귀했다.
그만큼 왕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포도를 무척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목이 마를 때마다 포도를 아껴서 한두 알씩 먹곤 했다.
달콤한 포도 과즙이 몸에 활력을 주었던 걸까. 포도를 먹자 태조가 앓던 질환이 나았고 신하에게 상으로 쌀 10섬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세종 역시 포도를 먹고 병이 나았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의 포도는 단순히 과일을 넘어서 건강을 지켜주는 약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주렁주렁 알이 매달린 포도 역시 석류와 마찬가지로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백자에는 포도 문양이 자주 발견된다.
주목할 점은 포도알 뿐만 아니라 덩굴도 함께 그려져 있다는 것. 덩굴을 의미하는 '만대(蔓帶)'는 '만대(萬代)'와 음이 같다.
이런 이유로 대대로 자손이 번성하기 바라는 염원을 담아 포도와 덩굴을 꼭 같이 그렸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장과류 과일은 약으로 쓰이곤 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딸기를 '황후의 과일'이라고 불렀다.
상류층이 약용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딸기는 90%가 수분이지만 단백질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이 들어있다.
종합영양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 계절 우리가 딸기를 꼭 챙겨먹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딸기롤 ⓒ이주현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딸기지만, 몇 번의 간단한 손길만 거치면 완성되는 근사한 홈디저트를 소개한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딸기롤'이다.
먼저 식빵을 밀대로 납작하게 밀고 가장자리를 자른다.
그 후 한쪽 면에 크림치즈를 골고루 바른다.
식빵 끝에 딸기를 나란히 한
줄로 놓고 돌돌 말아준다.
마지막으로 비닐랩으로 꽁꽁 싸서 냉장고에 10분간 보관하면 빈 틈 없이 재료끼리 잘 밀착된다.
손에 힘을 빼고 한 입 크기로 썰면 마음까지 화사해지는 딸기롤이 완성된다.
입으로 먹기 전 눈으로 한 번 더 즐거운 요리이다.
게다가 우리 집의 나쁜 운을 막아주며 약을 먹는 것처럼 건강에도 이로울테니,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과일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