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임혜인 해녀 "바다의 가르침은…욕심부리지 말래요"

 [다다를 인터뷰] 최연소 해녀 "바다의 가르침은…욕심부리지 말래요"


[앵커]
섬 속의 섬,
제주도 우도에서 우리나라 '최연소 해녀'가 나왔습니다.

만 22살,
임혜인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20대 초반의 '초보 해녀'가 바다로부터 얻은 가르침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다를 인터뷰에서 박현우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임혜인 / 해녀> "안녕하세요. 저는 우도 해녀 24살(만 22세) 임혜인입니다.
한 달에 16일 정도 작업하는데 물질 안가면 엄마가 민박하고 있는데 거기 청소도 도와주고 오빠 가게 알바 다니고 있어요. 물질 안가면 안가는대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Q. 제주도에서 쭉 나고 자라신 건가요?
우도는 아니고 서귀포 남원 쪽에 살다가 2019년도에 엄마 먼저 (우도에) 정착을 하고 저도 따라 들어왔어요.

Q. 최연소 해녀로 알려지면서 최근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아직 얼떨떨해요. 최연소 해녀,
최연소 해녀 해주시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당황스러워요 진짜 너무 많이 전화도 많이오고 정신이 없어요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되게 많으시고,
대단하다,
멋지다 (그런데) 최연소 해녀는 또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요.

Q. 원래는 다른 일을 하고 계셨다고 들었어요.

저는 피부 미용쪽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따신거예요?) 고등학교가 미용학교여가지고 국가 자격증 3개,
민간 자격증 2개를 따고 바로 취업을 했는데 3개월…아주 짧게 해봤는데 제 길이 아닌 것 같아가지고…

Q. 어떤 점이?

인간관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서비스 하는 부분도 그렇고 힘들었어요,
그냥 저랑 안맞았던 것 같아요
무작정 일 그만두고 여기 들어와가지고 너무 방황하던 시기였거든요. 엄마랑 물 빠지면 내려와서 잠수복도 안입고 돌 뒤집으면서 보말 잡다가,
이거다,
바닷소리도 좋고 저만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때부터 무작정 해녀 해야되겠다 엄마한테 새벽에 찾아갔어요,
엄마,
나 해녀할게. 그 때부터 엄마가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첫 물질 갈 때 못잡아도 좋으니까 마음껏 놀다와라,
마음껏 구경하다와,
부담을 안주셨어요.

Q. 해녀 문화 진입장벽이 되게 높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힘드신 점은 없으셨어요?
많이 높아요. 힘들었어요,
진짜 힘들었어요. 저희 동네 기준으로는 집 짓고 2년 후에… 자기 집이 있어야 가능하고 2년을 또 기다려야 돼요 동 가입,
마을 가입하고 이 때부터 해녀분들이 그래 너 해녀해도 된다 그러면 어촌계 가입도 해야되고,
수협 조합원 가입해야되고 어업경영체 다 해야돼요,
이 세 가지 가입하는데도 1년 걸렸고요. 판매실적도 채워야 돼요,
1년에 120만원 이게 작아보이는데 초보 해녀로서는 채우기 쉽지 않아요. 제 소라 받아주는데가 잘 없었어요 작아가지고. 다 끝나면 동사무소 가서 해녀증 또 발급해야돼요.

Q. 해녀학교도 있다고 들었는데.
5월 입학하고 8월 졸업인데 생각보다 젊은 해녀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되게 많아요. 직업반만 한 20명,
입문반은 30명 총 50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해녀학교 나오면 자격이 생기나요?
해녀학교 졸업해도,
자기가 할 지역에 가서 만장일치로 해녀분들이 찬성을 해주셔야 돼요. 해녀 학교는 배우러 가는거죠. 아까 말했듯이 그 과정(이 힘드니까…) 저는 엄마 없었으면 못했을 정도로 진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저는 그냥 젊은 해녀들 많이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젊은 해녀랑 같이하면 좋잖아요. 지금 할머니분들이랑 이모들도 좋긴한데…저도 제 또래랑 얘기하면서…힘든거 얘기하면서… (할 수 있게)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 해녀분들 입장에서는 받아주면 하다가 가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진입장벽을 높게 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쉽게 생각해서 한다고 하는 건 저도 좀 별로인데…진짜 생각보다 더 힘들고… (대신) 진짜로 하고 싶어하는 분은…집 없어도 할 수 있게끔 좀 많이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외지인 취급 받았죠. 보말 잡으러 갔을 때,
그 때는 그 분들이 저를 모르니까…진짜 나올 때까지 소리지르고 나오라고… (해녀분들이) 네.

지금은 또 해녀증 나오기 전에도 원래 해녀분들이 자기가 물질하는 곳을 잘 안알려 주거든요. 그런데 같이 일하시는 이모가 이리로 와라,
여기서 해라,
제 테왁에 물건도 넣어주시고 텃세 없이… 저는 없는 것 같아요. 다른데는 모르겠지만 저는 엄청 잘 챙겨주세요.
아침에 늦잠 잘 때 혜인아~ 오늘 물에 가는 날 이렇게 하면 물에 가멘? 혜인아 물에 안올꽈? (그러면 뭐라고 해요?) 이모 저 내려갈게여~~ (사투리로 하면) 내려감수다 저는 그렇게는 안하고…

Q. 드라마에선 어른들을 삼춘이라고 하던데…
그 삼춘도 봐가면서 해야지. 기분 나쁠 수도 있어요. 저는 그냥 다 할머니,
할머니,
이모,
이모하고 삼춘이라고는 안해요.

Q. 바로 위에 선배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54? (30살 차이네요) 네.

Q. 그러면 한 달 수입은 어느 정도? 현재로서는 해녀일로 올리는 수입이랑 (알바수입 중) 어느게 더 많아요?
알바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아직은 초보 해녀라서? 네 해녀가 상군 중군,
하군이 있는데 저는 하군. 일단 성게로 치면은 진짜 잘하시는 분들은 3~4kg도 해오시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진짜 50만 원 하루에 56 만원 이렇게 버시는 분들도 많아요"

Q. 해녀증을 받고 나서도 실제로 물질을 하실 때 신체적으로도 많이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내려가면서 이제 이퀄라이징이라고 압력,
귀를 이렇게 풀어줘야 되는데 그게 안 돼서 고생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맨날 들어갈 때마다 코 풀면 코피 섞여 있고 코피가 맨날 나요. 그래서 저는 너무 아파서 약 먹고 들어가요. 할머니들이 걱정하는데 지금 아프는 것보다는 지금 어쨌든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1년 동안 하면서 터득했어요. '코 뚫는 방법'을…

Q. 해녀 일의 가장 큰 매력이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그냥 바닷속 들어가는 거 자체가 저는 그냥 너무 좋아요. 생각이 복잡할 때나 이럴 때 들어가면 진짜 아무 생각 안 들거든요. 저만 있고. 오로지 바닷속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저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물고기도 많고 예뻐요. 바다가… 물건 잡아오면 뿌듯하고 바닷속에서 까먹기도 해요.

Q. 해녀 선배님들한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동기부여가 됐던 말이 있었을까요?

일단 제일 강조하시는 말씀은 욕심 부리지 마라. 명심해야 될 말은 욕심 안 부리는 거. 사고 날까 봐… 욕심 부렸다가 제 숨만큼만 해야 되는데 더 욕심 부려서 참으면 큰일 나니까 계속 생각해요. 이 소라한테 내 목숨을 줄 수 없다.
(소라가 바닷속에서) 안 나오는 거예요. 나올 듯 안 나오면 그게 욕심이거든요. 놓고 나올 줄도 알아야 되는데…

Q. 해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대상군 (상군보다 그 위에가) 네,
대상군.

Q. 스스로의 삶이 다른 20대들과 비교했을 때 평범하시다고 생각하세요?

네,
남들 직장생활하는 것처럼 저도 일하는 거니까 똑같이 일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똑같아요. 다른 20대 초반들이랑 저도 똑같이 지내고 있어요.

Q. 최연소 해녀,
24살 임혜인이 꿈꾸는 세상은?
물질뿐만이 아니고 모든 일에 욕심 부리지 않는 세상 (그래도 어느 정도 욕심은 부려야 되지 않나요?) 적당히,
적당히…많이 말고…
언론에 갑자기 비춰져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제가 대상군 되는 그날까지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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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뛰어든 22살 최연소 해녀…“조들지마라” 한목소리 낸 삼춘들

 

60대 이상이 전체 91% 넘는 상황에서
임혜인씨,
1년 수습 거쳐 ‘해녀증’ 발급
“하나도 못 잡던 소라 이젠 20㎏ 채취”
해녀 182명 남은 우도면 ‘경사 분위기’

임혜인 해녀

 

물질을 마치고 육상으로 나오는 임혜인 해녀.[자료=본인 제공]

“아가야,
조들지(서두르지) 말라.”

제주에서 2000년생 최연소 해녀가 탄생했다.
섬 속의 섬 우도에서다.

21일 제주시 우도면(면장 김재종)에 따르면 지난 18일 우도면 조일리 어촌계에 정식 해녀로 가입한 임혜인씨(22)에게 ‘해녀증’을 발급했다.

서귀포시 남원읍이 고향인 임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19년 어머니와 함께 우도로 이주했다.

이후 임씨는 우도 해녀들과 함께 1년 동안 해산물을 채취하는 수습 기간을 수료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조일리 어촌계에 정식 해녀로 등록돼 본격적인 물질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도면 관내 현직해녀는 2021년 201명에서 2023년 182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며,
최고령 해녀는 87세다.

2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 나선 임씨는 “해녀 수습 초반 잠수는 물론 이퀄라이징(입수 후 수압에 의한 귀의 아픔을 해소하는 방법)도 어려워 고생을 했다”면서도 “해녀 삼춘들이 저를 ‘아가야’라고 부르며 잠수 기술과 명당 자리를 알려준 덕분에 이제는 안정적으로 조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처음엔 하나도 잡지 못한 소라와 성게를 이제는 각각 최대 20㎏,
1㎏까지 수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춘은 제주에서 성별 불문,
어른을 부를 때 통용되는 호칭이다.

이어 “어렸을 때 자맥질을 하는 해녀를 보며 꿈을 키우게 됐다”며 “아직 아가야라고 불리지만,
삼춘들 말대로 조들리지 않겠다.
앞으로 사라져 가는 제주 해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해녀증

 

지난 18일 제주시 우도면이 임혜인 해녀(사진 가운데)에게 해녀증을 발급했다.
[자료=우도면]

김재종 면장은 “최연소 해녀를 배출해 주민 모두가 큰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임씨가 물질 능력이 가장 우수한 상군 해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에 등재된 제주 해녀는 현재 고령화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970년대 1만4000명에 달했던 해녀의 수가 2019년 3820명,
2021년 3437명,
지난해 3226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 해녀를 연령별로 보면 30대 미만 4명,
30대 24명,
40대 63명,
50대는 175명에 머물고 있다.
반면 60대 이상은 2960명으로,
전체의 91.8%에 달하는 상황이다.
범위를 70대 이상 고령 해녀로 보면 2090명(64.8%)에 이른다.

최연소 해녀 "코피나고 약 먹지만 물질하는 이유는…"

 

[다다를 인터뷰] 최연소 해녀 "코피나고 약 먹지만 물질하는 이유는…"
섬 속의 섬,
제주도 우도에서 우리나라 '최연소 해녀'가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만 22살 임혜인씨인데요,
매번 물에 들어갈 때면 코피가 나고,
또 몸이 아파 약도 먹어야 한다는데 그럼에도 당당히 '해녀증'을 받아 즐겁게 '물질'을 하고 있는 최연소 해녀 임혜인씨를 박현우 기자가 이번주 다다를 인터뷰에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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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꽃의 전설',
두 제주 해녀는 '물꽃'을 찾았을까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 메가폰
94세와 30대 해녀의 삶과 우정
담담하게 풀어낸 웰메이드 다큐

영화 '물꽃의 전설',<BR> 두 제주 해녀는 '물꽃'을 찾았을까

87년. 제주 서귀포시 삼달리에 사는 현순직 할머니(97)가 해녀로 물질한 기간이다.
만 일곱 살에 시작해 94세 때인 2020년에 은퇴한 최고령 해녀다.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현 할머니(촬영 당시 89~94세)가 거주하는 삼달리 해녀촌을 비춘다.
해녀들의 일상을 현 할머니와 삼달리 최연소 해녀 채지애(34~39세)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그렸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이 ‘물숨’(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현 할머니는 해녀들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고래 상군’이던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바다에 나섰다.
‘모전여전’이라고 했던가. 물질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16세에 베테랑 해녀를 의미하는 ‘상군 해녀’가 됐다.

그는 독도 강화도 완도 등 전국 바다를 헤치면서 세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테왁(해녀가 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이 뜨게 하는 공 모양 기구)과 그물망을 짊어지고 바다에 나선다.

현 할머니는 후배 해녀들과 제작진에게 젊을 때 자주 갔다는 들물여의 ‘물꽃’(분홍색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을 전설처럼 들려준다.
삼달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데다 조류 변화도 심해 물질에 능한 자신만 갈 수 있었다고 현 할머니는 말한다.
그곳에는 물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전복 소라 등 해산물이 넘쳐났다고 했다.

채지애는 해녀인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육지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하지만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바닷소리로 들릴 만큼 향수병이 심해지자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 반대를 무릅쓰고 해녀가 됐다.
촬영을 시작할 무렵 그는 물질을 시작한 지 1년8개월밖에 안 된 ‘아기 해녀’였다.
촬영이 끝날 무렵인 2021년에는 능숙한 상군 해녀가 됐다.

현 할머니는 “저 아이가 제일 마음씨가 곱다”며 채지애에게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들물여의 물꽃을 찾아가기로 의기투합한다.
두 해녀의 여정은 영화가 끝나기 20분 전부터 시작된다.
들물여 인근까지는 현 할머니와 채지애가 같이 가지만 바다에는 채지애만 들어간다.
그는 현 할머니가 그 옛날 봤던 물꽃을 만날 수 있을까.
잘 만든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제주 바다와 풍광을 담은 영상과 두 해녀의 인터뷰,
사람 간 대화로 구성된다.
해설하는 투의 내레이션은 없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인생을 생각해볼 틈을 준다.

제주 해녀는 ‘달의 시간’으로 산다고 한다.
물때를 따라 움직이는 해녀들은 달의 모습을 보고,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작을 때 바다로 나간다.
고 감독은 그래서 바다 위 달의 모습을 카메라에 자주 담았다고 했다.
영화는 달빛이 비치는 제주 바다로 시작해 현 할머니가 달이 뜬 바다를 바라보는 광경으로 끝난다.
이런 말과 함께.
“달은 기울었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차는데 사람은 한번 다하면 그만인가. (…) 부모가 그만큼 물려줄까. 저 바다가 잘도 고맙지. 부모보다 더 고마워.”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3세 최연소 해녀 탄생… 제주서 푸른 꿈 키운다

우도서 해녀증 받은 임혜인씨

 

“최연소 해녀라는 타이틀은 안 주셔도 돼요. 더 어리고,
더 오래 바다에 남을 수 있는 해녀 후배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제주도 우도면에서 2000년생 해녀가 나왔다.
우도면 조일리 어촌계에서 1년 인턴 해녀 과정을 마치고 제주도 해녀로 등록한 임혜인(23)씨다.
임씨는 정식 해녀증을 받고 직업으로 해녀를 하는 사람 중 최연소라고 한다.

그는 해녀가 되기 위해 3년을 준비했다.
3년 전까지 제주도 서귀포에서 피부 미용 관리사로 일했던 임씨는 “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해녀를 결심했다.
작년 5월 제주한수풀해녀학교에서 이론과 실기 수업을 듣고,
인턴 해녀 1년까지 마쳤다.
임씨는 “해녀 선배들을 찾아가 ‘저를 받아달라’고 했다”고 했다.
한 70대 해녀는 그에게 “내 죽으면 이 바다는 전부 네 것이니,
정식 해녀가 돼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해녀증을 받으려면 지역 수협과 어촌계에 가입해야 한다.
그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수산업발전법에 따라 ‘연간 60일 이상 조업,
120만원 이상 판매’를 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주변 우려에도 임씨는 까다로운 조건을 다 충족해 지난달 27일 제주도청에서 해녀증을 받았다.

전국 최연소로 해녀증을 발급받은 임혜인씨가 작년 5월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서 잠수를 하고 있다.<BR> 3년간 준비 과정을 거친 임씨는 지난달 27일 정식 해녀가 됐다.<BR> /임혜인씨 제공

 

전국 최연소로 해녀증을 발급받은 임혜인씨가 작년 5월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서 잠수를 하고 있다.
3년간 준비 과정을 거친 임씨는 지난달 27일 정식 해녀가 됐다.
/임혜인씨 제공

가족들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3년 전 가족 모두가 우도로 이사와 민박집을 열었고,
임씨의 해녀 입문을 도왔다.
어머니 박종희(53)씨는 “많이 못 잡아도 되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바닷속 구경 맘껏 하고 와” 하는 최고의 지원군이다.

7~8월은 해녀들이 어업을 쉬는 금채(禁採)기. 임씨는 10월부터 4월까지 소라를 잡고,
4월부터 7월까지 성게를 잡는다.
또 틈틈이 전복류인 오분자기와 문어를 잡고 우뭇가사리도 채취한다.
임씨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성게를 30㎏쯤 잡았다.
1㎏당 14만원쯤 하니까 400만원 정도 번 셈이다.
처음이라 많지 않지만,
오빠 임진형(29)씨는 “돈 벌 걱정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다 해봐. 나머지는 오빠가 다 지켜줄게” 하고 응원한다.

다들 관심은 많지만 임씨처럼 어린 나이에 해녀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제주와 경남 거제에 해녀 학교가 생기면서 20~30대 중 해녀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한수풀해녀학교 강성요 교감은 “해녀 일은 위험하기도 하고,
휴일 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해녀가 되는 20~30대는 극소수”라며 “20~30대는 1년에 30여 명 정도 입학하는데 실제로 해녀가 되는 사람은 1~2명뿐”이라고 했다.

해녀들에겐 ‘코를 뚫는다’는 통과 의례가 있다.
깊은 수심까지 빨리 내려가다 보면 수압 때문에 코피가 나는 것을 말하는데,
임씨도 여러 번 코피가 났다고 한다.
임씨는 “이제 겨우 1년 했을 뿐 아직 바다를 잘 모르기 때문에 선배 해녀를 보고 많이 따라 해야 한다”며 “훗날 더 어린 후배들에게도 내 모습이 본보기가 되도록 더 열심히 다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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