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복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르떼 에디터 김보라 입니다.
오늘은 이 구역의 '씨네필'을 위한 편지입니다.
첫번째 질문. 요즘 영화 뭘로 보시나요? X플릭스? 디X니 플러스? 왓X? 애XTV? 이 중 하나엔 답이 들어있겠죠? 네. 그렇습니다. 영화 한편 볼 가격의 '반값'이면 한달 내내 무제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 언제 어디서나 내가 편할 때 재생할 수 있고, 마음에 안들거나 졸리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그 마법같은 것!
두번째 질문. 1년간 OTT로 본 영화(혹은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건 뭐였나요? 혹시 이렇게 답하진 않았나요?
"어, 그거, 걔 나오는 거. 아 그거 있잖아...제목 뭐더라?"
이 두 가지 질문엔 '우리가 다시 극장에 가야 할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암흑의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감정들을 나누며, 철저하게 다른 것들과 분리되는 쾌감! 아무리 재미없고, 아무리 잠이 쏟아져도 (웬만하면) 끝까지 봐야하는 반강제적인 몰입의 공간이 바로 극장이니까요. 물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인체맞춤형' 장소라는 것도 포함해서...^^;;
집중력을 도둑맞은 시대, '극장의 위기'라는 말조차 식상해진 요즘. 모처럼 반가운 개봉작들이 줄줄이 스크린에 걸렸습니다. 만들 때마다 놀라운 놀란 감독의 역작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한국 영화 빅4가 여러분을 기다린답니다.
특히 네 편의 한국영화는 그 소재와 주제, 재미가 모두 다 제각각이라 더 반갑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테마로 시니컬한 생각에 빠지게 만들죠. [밀수]는 류승완표 액션과 레트로 감성이 더해져 한바탕 웃고 싶은 이들에게, [비공식작전]은 외교관 구출작전이라는 실화를 배경으로 결코 어둡지 않은 탄탄한 드라마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한국형 SF의 또다른 도전작인 [더 문]은 그 시도 자체로 박수 받을 만합니다.
OTT를 한덩어리의 그림처럼 생각해 보세요. 극장가는 몇 년간 코로나와 OTT에 밀려 (OTT... 진짜 이렇게) 철푸덕 고개를 숙인 채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것을.. 그런데도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올여름 여러분과 제가 '인생영화'를 한편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적어도 올 연말에 '올해의 영화' 중 하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거에요. 지금 극장으로 간다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