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다이어트, 의지력만으로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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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통제에 성공하는 사람은
의지력을 사용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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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다
의지력이야.”

수년 째 다이어트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지인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자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지력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 특성상 각종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나가기만 하면 음식과 술, 안주 등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모두 거나하게 즐기고 온다.
이런 모임을 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많은 것이 개선될 것 같은데 거대한 문제 요소를 놔두고 애꿎은
의지력 탓만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지력만 탓하는 일이 반복 되면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방치하게 되어 목표 달성과 더욱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캐나다 칼턴대의 심리학자 애너마리 잰나라(Anamarie Gennara)와 동료들은 실제로
의지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력 신화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자기 통제 전략들(유혹을 일으키는 자극 자체를 멀리하기, 좋은 습관 만들기 등)을 쓰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조사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자기통제 전략보다는
의지력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을 보였다.
또한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의지력을 추앙하는 반면 행동 전략들을 과소평가하는 믿음은 충분히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예측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다
의지력!
의지력 하나면 된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정작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환경개선이나 행동 전략들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편이었다.
반대로 목표 달성에도 똑똑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략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전략을 적극 활용할 의사를 보였다.

기존의 연구들에서도 자기통제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항상
의지력을 사용하는 사람이기보다는 ‘
의지력을 사용할 상황을 가급적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발견이 있었다.

의지력이라는 것은 고등한 인지 기능을 요하는 일종의 필살기이기 때문에 매번 쓸 수 없고 자주 쓰는 만큼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물론 살다보면
의지력을 꼭 꺼내들어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다이어트 중인데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든가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친구가 놀자고 전화를 한다든가).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자기통제의 세계에서 피할 수 있는 싸움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약 자신의
의지력만을 탓해왔다면 정말
의지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도때도 없이
의지력에만 기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환경적, 심리적 요소에는 무엇이 있는지 쭉 적어보고 각각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가능한 방안’을 적어보자. 주변 사람들의 협조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다.
작은 문제해결 팁과 경험들이 모여 목표 달성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Gennara, A., Peetz, J., & Milyavskaya, M. (2023). When more is less: Self-control strategies are seen as less indicative of self-control than just willpower.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06, 104457.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할 수 있는 '작은 성취'로 자신감 키우기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은 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피로도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BR>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은 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피로도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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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지치고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것같고 의욕도 없을 때 다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면 “할 수 있는 작은 성취”를 해내는 것이다.

예컨대 빵을 구워보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화분을 키워보거나 혹은 하루치 운동량을 설정하고 달성해 보는 등 보상이 비교적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아실현 멋있는 삶을 살기 같은 큰 목표들은 가는 길도 복잡하고 수십년은 내다봐야 겨우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등 노력과 그 결실 사이의 간극이 매우 긴 편이다.

보상이 즉각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명이 발달하고 인간의 삶이 복잡해진 탓에 대부분의 중요한 목표들은 그 달성까지의 시간이 매우 길어져 버렸다.
사냥과 채집을 통해 그 때 그 때 허기를 채우는 것에서 나아가 365일을 내다봐야 하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사람들은 학교만 20~30년씩 다니게 되었고 직업을 갖는 것이나 가정을 꾸리는 것, 노후 준비 모두 죽을 때 까지 애써야 하는 목표들을 짊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불확실성과 불안, 존재론적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다.

보상의 지연이 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만성적인 불안과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면 반대로 보상이 즉각적인 쉽고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

최근 힐데스하임대의 심리학자 말레 로스워그(Malte Roswag) 등에 의하면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 전 운동을 하는 것이 자신감을 높이고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직장인 269명을 대상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하기 전 가벼운 운동을 하게 했더니 자신감이 높아지고 업무를 피해야 하는 ‘위협’으로 바라보기보다 해볼만 한 ‘도전’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은 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피로도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운동 그 자체에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있겠지만, 하루를 작은 목표 달성으로 시작하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 향상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몸을 가볍게 움직여서 오늘 하루를 바람직하게 출발했다는 데에서 오는 고양감이 있을 것 같다.
미라클 모닝 또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져다주는 자신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무기력한 상황이라면 일찍 일어나는 것이든 운동이든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이든 하루를 작은 성취와 함께 시작해보는 것이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Roswag, M., Abdel Hadi, S., Häusser, J. A., & Mojzisch, A. (2023). Running toward my challenges: Day-level effects of physical activity before work on appraisal of the upcoming workday and employee well-being.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37/ocp0000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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