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에서 자퇴하겠다고 한 백강현군 이야기

 

주간뉴스레터 122호 I 2023.8.24
이미행복벗, 안녕. 하하몬🤠이야. 다들 학교 다닐 때 한 반에 꼭 한 명씩 있지 않았어? 머리 좋은 걔. 특히 “수학이 너무 재미있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던 그 아이 말야.

요즘 서울과학고에서 자퇴하겠다고 한 백강현군 이야기로 시끌시끌해🔥. 생후 41개월에 2차 방정식 문제를 풀고, 11살에 서울과학고에 조기입학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그 아이가 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주 휘클리에선 강현군의 자퇴 사건과 함께 영재학교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해. 영재학교는 정말 영재를 발굴해 키워내는 데 맞는 곳일까에 대한 의문까지 말야. 이런 복잡한 ‘킬러문항’엔 휘클리가 등장해야겠지?

조금씩 다가오는 상쾌한 가을 기운을 느끼면서, 이번주도 휘클리와 상쾌하게 궁금증을 날려버리자고. 자, 출발!🚎
📂 h_weekly, 빠르게 

  1. 한 번 물어봤다: 영재교육 잘 되고 있을까 + 이벤트 알림
  2. 안 읽으면 손해다: 우리 매장은 ‘NO탕후루존’ 外
  3. 톡톡 휘클러: 독자 피드백 + 당첨자 발표
백강현 인스타그램
📂영재 못 품은 영재학교

✔️ 똑똑한 아이가 왜 자퇴를?

  • 백강현(11)군은 2012년생이야. 생후 41개월인 2016년 SBS ‘영재발굴단’ 방송에 출연했어. 여기서 2차 방정식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박에 화제가 됐지. 그 뒤로 3년 만에 초등학교를, 1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지난 3월엔 서울과학고에 조기입학했어.
  • 그러던 강현군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지난 18일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어. 이어 강현군의 아버지는 유튜브에 강현군이 학교 폭력을 당해왔다고 밝혔어.
  • 지난 5월부터 강현군이 수차례 형과 누나인 학생들로부터 “너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는 말을 들었단 거야.
  • 조별 과제를 할 때 강현군은 발언권도, 과제도 나눠받지 못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 고문받는 시간 같았다”고 전했어. “강현이가 있는 조는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조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해. 강현군이 “조별과제가 있는 날이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강현군을 욕하는 게시글이 올라온 적도 있었다고 해. 강현군 아버지는 이 일로 학교의 학교폭력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도 없이 학폭위도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고 전했어.
  • 결국 강현군의 아버지가 학교에 조별이 아닌 개인으로 발표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해. 이 요청이 거절당하자 강현군이 자퇴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아버지도 그 뜻에 따랐단 거지.
  • 교육청 조사가 시작됐으니 지켜봐야겠지만, 강현군이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인 듯해. 입학한 뒤로 몸무게가 27kg에서 22kg까지 빠질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 서울과학고는 과학고도 고교도 아니다

  • 서울과학고는 어떤 학교일까. 사실 서울과학고는 ‘과학고’가 아니야. 서울과학고는 1989년 개교 당시엔 과학고였는데, 2009년 ‘영재학교’로 전환됐거든. 영재학교는 전국에 단 8곳 있어. 다니는 학생은 모두 7만2천명(2022년 기준) 정도.
  • 근데 서울과학고는 고등학교도 아니야. 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영재교육 진흥법을 따르지. 물론 졸업하면 고교 학력으로 인정해주지만. 다른 학교와 달리, 알아서 자유롭게 운영하고 가르치란 특권을 준 거야.
  • 일반학교는 국가에서 내려보낸 공통 교육과정을 따라야 해. 이 틀 안에서 가르치란 거지. 하지만 영재학교는 이를 따르지 않아도 돼. 일반 고교 과정을 뛰어넘어, 대학교에서 보는 영어 원서를 가지고 수업할 정도.
  •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듣고 학점을 따는 학점이수제를 시행하고 있고. 평가 방식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해. 웬만한 대학보다 더 대학 같지? 이 모두가 일반적이지 않은 재능을 잘 키워서, 국가에 이바지할 인재가 되라는 되란 거지.
백강현군이 지난해 8월 서울과학고 앞에서 진학 소식을 알리며 올린 사진. 백강현 인스타그램
✔️과학 영재도 피하기 힘든 ‘의대 유혹’
  • 이렇게 예외적인 지위의 서울과학고도 피하기 어려운 게 있어. 바로 의대를 정점으로 한 고교 서열화의 영향력이야. 영재학교를 의대나 ‘명문대’를 가는 통로로서 생각하고 진학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지.
  • 2019~2021년 졸업생의 12.9%가 의대에 지원했어(270명 지원, 178명 합격). 실력에 비해 별로 많지 않다고? 이들이 일단 이공계열에 입학한 뒤에 수능을 보고 의대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야.
  • 또, 이 수치가 작지 않은 건 학교가 주는 불이익에도 지원했기 때문이지. 의대 진학 현상이 심각해서 2년 전 전국 영재학교들은 아예 공동 제재 방안을 도입하기도 했거든. 의대를 지원하면 나랏돈으로 준 장학금과 교육비(3년간 1500만원)를 환수하겠단 거야.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영재학교 활동을 싹 지워서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주고.
  • 하지만 의대 진학 자체를 막는 건 쉽지 않아. 이정도 불이익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고소득층 자녀들이 많으니까. 실제로 지난해에도 영재학교 졸업생 중 9.1%(73명)가 의약학 계열 대학으로 진학했어.


✔️그 많던 영재들은 어디로 갔을까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들부터 영재 교육을 고쳐야 한다고 하고 있어. 영재교육 진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의미 없이 많은 영재학교·과학고도 줄이자는 거지.
  •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수요가 많은 영재학교와 영재학급을 더 만들겠다는 방침이야. 인공지능 같은 수식어를 붙여서.
  • 영재교육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영재학교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거야.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알지? 지난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잖아.
  • 허준이 교수는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버거웠을 정도였다고 알려졌지. 중학교 3학년 때는 과학고를 가볼까 생각했지만, 준비하기엔 이미 늦어 포기했다고 하고. 일반고를 다니다 대학교 4학년 때에야 순수 수학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
  • 그래서 오히려 영재학교를 다니지 않은 게 도움이 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어. 허 교수가 시를 좋아하고, 과학기자를 꿈꾸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아니냐며.

👉자, 그럼 백강현군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무엇이었을까? 영재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더 알아보자.

필즈상 수상식에 참여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연합뉴스
💬 한 번 물어봤다


지난 20여년 영재교육 연구에 참가하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을 이끌었던 영재교육 전문가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어.


휘클리: 백강현군 자퇴 논란 어떻게 보셨어요?

송 교수: 안타까웠죠. 많은 전문가들이 비슷한 생각일 텐데, 저는 애초에 강현군이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휘클리: 왜죠?

송 교수: 강현군이 자퇴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직접 쓴 글에서 이런 대목이 있어요.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습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됩니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 이걸 보면 강현군이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휘클리: 강현군 쪽에선 공부를 잘 따라가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송 교수: 서울과학고 학생이 수학 공식을 외우는 걸 힘들게 느낀다? 이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수학 개념 적용은 훈련을 통한 숙성이 필요해요.
축구선수 메시가 기술을 외워 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기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면서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잖아요.
 수학도 마찬가지에요.
높은 수준의 수학적 사고력도 일정한 시간과 고된 노력이 필요해요.
그게 강현이에겐 아직 부족했던 거 같고요.


휘클리: 서울과학고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을까요?

송 교수: 그런 걸로 보입니다.
자기가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간다”고 썼잖아요.
제게 그 말은 형, 누나들은 문제 푸는 기계처럼 보였다는 말로 읽혀요.
하지만 서울과학고 학생들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성적만 봐도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수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휘클리: 넘사벽이죠. 기출 문제 엄청나게 풀어서 대비해야 할 거 같은.

송 교수: 다들 수능이 익숙하니까 그렇게들 생각하죠. 하지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는 웬만한 대학교 수학과 교수도 못 푸는 문제들이 나와요.
고도의 창의력과 집중력을 가진 수학 천재들도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죠. 뛰어난 창의력과 사고력 없인 수상권에 들지 못합니다.
지난 7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표단인 서울과학고 학생 6명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땄어요.
국가 종합 3위의 높은 성적이었죠. 이런 선배·학우들을 보고 자신은 넘지 못할 벽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겁니다.


휘클리: 강현군은 영재는 맞지 않나요? 입학시험도 통과했고요.

송 교수: 강현군이 최고의 영재인 것은 맞을 겁니다.
다만 최고의 영재도 어느 단계에선, 어떤 상대에 비해선 뒤쳐질 수 있단 것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휘클리: 그럼 강현군은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다른 영재학교로 전학을 가야할까요?

송 교수: 저는 초등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휘클리: 초등학교요? 초등학교는 3년만에 졸업했는데요.

송 교수: 행정적으론 돌아가는 게 어렵겠죠. 원래부터 그게 맞는 길이었단 이야기입니다.
강현군과 같은 연령에선 최대한 일반교육에 머무는 게 낫다고 봅니다.
실제로 제 오랜 경험으로 보면 어린 영재들도 뛰어난 지적 능력을 빼고 다른 건 그 나이대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자기가 잘 하는 걸 드러내 자랑하는 걸 좋아하고, 지는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요.


휘클리: 당연히 그럴 거 같아요.

송 교수: 그렇죠. 그러니 이미 이런 어린아이의 모습을 많이 벗고 성인에 가까운 고등학생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은 건 너무 당연합니다.
저는 월반과 조기 진학에 부정적인 쪽이에요.
정말 특출하다면 월반도 할 수 있겠지만, 3년 이상을 건너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재능 개발만이 아니거든요.
 인성, 사회성, 신체 발달 모두 필요하죠. 초등학교 교사들이야말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니까요.

게티이미지뱅크

휘클리: 그래도 재능을 썩히는 건 좀 아깝지 않나요.

송 교수: 재능을 썩히라는 게 아니죠. 혼자 재미있어서 공부하는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요.
다만 수학이나 과학을 가지고 경쟁 상황에 놓이게 하는 건 피하자는 거죠. 게다가 수학자나 과학자가 필요한 재능은 학문에 대한 지식과 숙달만은 아닙니다.


휘클리: 그럼 뭐가 중요한 가요?

송 교수: 중요한 건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는 힘이에요.
과학자들이야말로 전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의 협업, 정보 교환이 중요합니다.
수학과 과학 연구 자체가 혼자서 골방에 틀어 막혀서 모든 난제를 해결해내는 영웅의 시대가 아니에요.


휘클리: 서울과학고를 포함한 영재학교는 그럼 어떻게 가야한다고 보시는지요.

송 교수: 저는 이 사건 때문에 영재학교 자체를 흔들 필요는 없다고 봐요.
안에서 보면 영재교육진흥법 설립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운영되고 있고요.
다만 영재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다른 대책이 뒤따라야하겠죠. 


휘클리: 정부의 영재교육 방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송 교수: 최근 흐름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바이오, 소프트웨어 중심의 영재학교를 두 곳이나 더 세운다는 건데. 여전히 양적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죠. 현재 영재학교 안에서 그 과목을 소화해도 충분하거든요.
저는 영재학교 말고 과학고까지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요.
괜히 과학고에 들어가려는 경쟁만 심해지고요.


휘클리: 정부 계획에선 강현군 같은 영재 발굴을 더 강화해야 하는 쪽이더라고요.

송 교수: ‘고도영재’를 발굴하겠단 건데요.
IQ 145 이상의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거나, 10살 이하의 아동이 특정 분야에서 성인 전문가 수준의 수행 능력을 보이는 경우 따로 선발해서 교육하겠단 거죠. 현실적으로 가르칠 교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거라 걱정입니다.


휘클리: 강현 군같은 영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송 교수: 이런 때일 수록 조급함을 버려야 해요.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이 아이는 특수하니까 뭔가 특별하고 효율적인 교육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쓸수록 애는 망가지기 쉬워요.
그 아이가 남들보다 좀 더 똑똑하고 학습 의욕이 좋은 한 명의 사람일뿐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특별한 생명체는 아니거든요.
고백하자면, 저도 예전에는 10살 전후의 영재들을 모아서 제대로 가르치면 뭔가 엄청난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영재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니 그게 허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정부든 누구든 이런 허상이 있다면 빨리 버려야 합니다.


📢이벤트 알림
이번주 나눔은 연필이야. 수학 문제가 재밌다고 쓱쓱 풀어대는 영재들 말고, 수포자냐, 아니냐 실존적 갈림길에 섰던 보통 사람들에게 연필은 여러모로 구원이었지. 우주의 기운이 따라주길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연필을 굴렸던 수학시험, 그 시절로 다시 가 볼테야? 존 레논, 헤밍웨이가 즐겨 썼다는 조금은 사치스러운 팔로미노 블랙윙으로 나눔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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