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기원합니다

 


지난 1년 사이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를 한 번쯤은 접해보신 분이 많을 것 같아요.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여러 시민이 행사 유치를 위한 활동을 펼쳤죠. 세계적 인기 가수 방탄소년단(BTS)부터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어요.


그리고내일(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국이 발표돼요.
경쟁국들을 제치고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이에요.


엑스포가 어떤 행사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걸까요?
오늘은 어쩌면 우리나라 부산에서 2030년에 개최될지도 모를 ‘세계 박람회’에 관해 알아봤어요.


엑스포가 뭐야?

보통 ‘엑스포(Expo)’로 불리는 세계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의 줄임말이에요.
이름 그대로 세계 각국이 모여서 뭔가를 전시하는 대형 박람회죠.축구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힐 만큼 규모와 명성이 대단해요.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올림픽은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주관하는 것처럼 엑스포도 국제박람회기구(BIE)라는 담당 기구가 있어요.


엑스포는 1851년 런던에서 시작됐을 만큼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예요.
전시 주제는 그때그때 달라져요.
주로 세계 각국이 공업,
농수산업,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다양한 전시를 하는데,
사실상 ‘아무거나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은 것들을 전시한다’고 보면 돼요.
엑스포가 열릴 때마다 나름의 주제를 정해서 구경할 만한 것들을 풍성하게 준비해요.

한국에서 엑스포 열린 적 있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1993년 ‘대전 엑스포’가 열렸고,
2012년에는 ‘여수 엑스포’
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요.
이 엑스포들은 이번에 유치하려고 하는 부산 엑스포와는 조금 달라요.
공식 엑스포는 ‘등록 박람회’와 ‘인정 박람회’로 나뉘는데,
부산시가 개최하려는 엑스포는 등록 박람회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등록 박람회가 열린 적은 없어요.


등록 박람회는 5년마다 한 번씩만 열리고,
최장 6개월 동안 규모 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어요.
주제 선정에도 큰 제약이 없고,
포괄적인 주제의 전시를 할 수 있죠. 엑스포 중 가장 권위가 있는 행사예요.


반면 개최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인정 박람회(대전·여수 엑스포)’는 규모가 작고 기간도 3개월로 짧아요.
엑스포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제약도 있어요.

엑스포 개최지,
어떻게 정하는데?

국제박람회기구(BIE)에 가입된 회원국은 182개예요.
이 나라들이 익명 투표를 통해 엑스포 개최지를 정하죠.
2030년 엑스포 개최 후보지는대한민국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예요.
한국 시각으로 내일 9시 30분쯤 후보 도시들이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에 투표를 할 거라고 해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도시가 나오지 않으면,
3등을 빼고 2차 투표에 돌입해요.
2차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으면 개최지로 선정돼요.
투표 결과는 밤 11시(한국 시각)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대요.


지구 400바퀴 돌며 펼친 유치전
이렇게 여러 국가의 투표로 정하다 보니,
개최지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우리 도시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해요.
사실 산유국인 사우디가 초반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우며 한국은 조금 뒤처졌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런 점 때문인지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정말 공격적으로 세계 각국에 표를 얻으러 다녔어요.


정부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집계를 해봤더니 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대통령 특사,
그리고 13개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총 1640만km를 넘겼어요.
지구 400바퀴가 넘는 거리예요.
개최지 투표의 변수로 꼽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평소 외교적 발길이 잘 닿지 않는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까지 방문해 투표를 부탁했다고 해요.
총 180여 개 나라에서 2700여 명을 만났대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구 곳곳을 돌아다닌 거죠.

엑스포 개최하면 그렇게 좋아?

축구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개최하면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국가적 경제 효과가 발생하듯,
엑스포도 대규모 경제 효과를 기대할 만한 행사예요.
스포츠 대회인 월드컵·올림픽보다 화제성은 덜해도 개최 기간이 훨씬 길고,
세계 각국의 자금 유입 효과도 누릴 수 있어요.
등록 박람회의 경우 참가국들이 각자 비용을 들여 전시를 준비하거든요.
전시에 쓸 건물도 직접 짓죠. 거의 모든 것을 개최국이 준비해야 하는 올림픽·월드컵과 다른 점이에요.


공공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부산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총 61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약 50만 명을 위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대요.
6개월 동안 세계 200여 개 나라가 박람회에 참여하고 5050만 명의 관람객이 엑스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고요.


다소 낙관적인 추정치일 수는 있지만,
기분 좋은 숫자임은 틀림없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가 17조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효과는 29조원으로 분석된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도 정말 큰 숫자예요.

*2020 두바이 엑스포와 2030 부산 엑스포는 추정치. /자료=2030부산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라는 명성을 얻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기회라는 점 또한 중요해요.
성공적 개최로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 위상을 홍보할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죠. 수도권이 아닌 부산에서 개최해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한 효과예요.


구도는 2강 1약,
막판 역전 통할까?

이번 투표는 대체로 ‘2강 1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예요.
사우디 리야드와 한국 부산이 조금 우세하고,
이탈리아 로마는 조금 뒤처지는 모양새죠.
빈 살만 왕세자 등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회원국을 공략한 사우디는 초반부터 줄곧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앞서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이 ‘한류’의 힘과 막판 총력전으로 사우디를 맹추격했고,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에 불리한 요인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2차 투표까지 갈 땐 혹시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어요.
1차 투표에서 2위 안에 들어 이탈리아 로마가 탈락하면,
로마를 지지한 표가 부산과 리야드로 갈리며 승부가 뒤집힐 수 있으니까요.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였어요.
사진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을 지나고 있는 LG전자의 광고 버스/사진=LG전자

최근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중동 국가인 사우디에게 불리할 수 있어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이죠.정치적 탄압과 여성 차별,
사형 집행 등 여러 인권 문제로 사우디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점도 변수예요.
투표를 앞두고 일부 인권단체들은 투표권이 있는 회원국들에게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어요.


여기에사우디가 얼마 전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점 또한 변수로 꼽혀요.
2027년 축구 아시안컵,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29년 여자 축구 아시안컵,
2034년 하계아시안게임에 이어 2034년 축구 월드컵까지 이미 웬만한 대형 국제 행사를 휩쓴 사우디에 ‘엑스포까지 몰아주지는 말자’는 분위기가 작용할 수 있어요.


여전히 사우디가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비밀 투표인 만큼 접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내일 밤 결정될 2030년 세계박람회의 개최지는 과연 어디일까요?

3줄 요약

1 지난 2년간 정부와 부산시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나섰음. 엑스포 개최국은내일(28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원국 투표를 거쳐 발표됨.

2 2030 엑스포는 국내에서 열린 적 없는 ‘등록 박람회’로,
정부는 막대한 파급력을 기대하고 있음.
개최에 따른 경제 효과가 6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옴.

3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사우디의 리야드. 하지만 최근 불안한 중동 정세와 사우디를 둘러싼 인권 탄압 논란 등으로 마지막까지 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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