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고맙다가 딱 1번 서운한 일만 기억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친구나 연인 사이에 갈등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쓸데 없이 갈등을 더 키우는 습관이 있다.
바로 선택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작은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일로만 다투는 게 아니라 생각해보니 이 때도 그 때도 이런저런 서운한 일이 있었다며 과거의 모든 서운함을 한꺼번에 끌어모을 때가 있다.
보통 이럴 때는 상대방이 해준 것들 중에 고마웠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오로지 서운했던 일만 선택해서 기억하곤 한다.
열 번 부탁했을 때 상대방이 아홉번 들어주고 딱 한 번 안 해줬을 뿐이지만 그 한 번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고서는 “그 때 내 부탁 안 들어줬잖아!”라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타인이 나에게 한 행동은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걸 더 강하게 기억하는 반면 내가 남에게 하는 행동을 기억할 때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내가 타인에게 잘못했거나 상처줬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잘 해줬던 일은 선택적으로 강하게 기억한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받기보다 주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다면 준 사람도 많아야 계산이 맞지만) 다수가 자신은 상처를 주기보다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98%에 달하는 사람들이 “나는 대부분 사람들보다 훨씬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네가 더 잘못이 많다’는 태도로 세상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은 갈등도 서로 남 탓만 하며 심하게 격화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일대의 심리힉자 라이언 칼선 등의 연구에 의하면 특히 “이기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이런 선택적 기억 왜곡을 심하게 보이며 자신의 선행과 희생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배려나 도움을 받은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주고 또 다른 참가자와 함께 공평하게 얼마를 나눠 가지라고 했다.
나중에 이들에게 다시 아까 얼마를 나눠줬냐고 물었다.

실제 나눈 금액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면 추가적인 보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평소 나누기에 인색하고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확하게 기억해서 보상을 타내겠다는 동기가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 욕심이 많고 인색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나눠준 금액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적일수록 조금 나누고서도 실제보다 많이 나눈 것으로 왜곡해서 기억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주고 파트너와 얼마씩 나눠야 공평할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역시 다른 참가자에게 돈을 나눠주도록 한다.
이후 사람들에게 다시 돈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눈 것 같냐고 묻는다.

그러자 본인의 기준에서도 불공평한 적은 돈을 나눈 사람들이 공정하게 나눈 사람들에 비해 더 자신의 공정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정하지 못하게 타인의 몫을 가로챈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자신은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함으로써 이기적인 행동을 지속할 뿐 아니라 무의식적 수준에서 자신의 행동을 실제보다 덜 이기적인 것으로 왜곡해서 기억함으로써,
자신은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믿음 하에 계속해서 죄책감 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손해보고 가장 많이 베푼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실제로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욕심이 많고 이기심이 강해서 내가 배푼 것만 보이고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것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착취당하기만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으므로 빨리 끊어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혹시 내가 잘 한 것과 상대방이 못한 것만 쏙쏙 집어 편파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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