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의 '느리게 나이드는 비결'



편집자주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이자 노화생물학자인 정희원 교수는 말한다.
지금 같은 생활 습관이라면 평균수명은 늘어도 고통스러운 노년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있다.
'당장은 편하지만 덜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당장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평온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택할 것인가.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의학,
과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인문학,
종교를 넘나들며 정 교수가 구축한 4M 건강법을 소개한다.
바로 신체 기능을 되돌려주는 '이동성(Mobility)',
인지기능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마음건강(Mentation)',
건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아주는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이다.
글자 수 929자.


만성질환은 대개 평생 동안 축적된 노화의 결과다.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만성질환이나 통증의 패턴을 만들고 건강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노년내과 의사로서 질환 너머 환자의 삶 자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몸과 마음에는 탄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균형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히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치우쳐서 생긴 긴장과 비틀림을 20년,
30년,
40년 유지하면 그대로 굳어버린다.
드넓은 사막에서 미세하게 틀어진 방향으로 걷다 보면 처음에는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나중에는 목적지와 한참 멀어지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건강과 벌어진 간극을 좁히려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불편을 약이나 건강식품,
마사지 등으로 손쉽게 덮으려 할 뿐이다.
그럴수록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큰 불편으로 달음질친다.

나의 주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편안하지만 비뚤어진 자세로 앉아 책을 보는 아이에게 바르게 앉는 방법을 알려주면 바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힘이 들어요,
그냥 편하게 앉을래요." 하지만 당장 편한 자세를 유지하면 미래에는 제대로 앉을 수 없게 될뿐더러 오랫동안 온몸의 통증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중략)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 단위로 관찰했을 때 불편하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신체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방증하는 복부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쫓다가 화난 중년이 된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


정희원의 '느리게 나이드는 비결'<2>

편집자주인간의 몸은 애초에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는데도 우리는 가까운 거리조차 엘리베이터나 택시,
자가용 등을 애용한다.
소모열량은 낮아지는데 클릭 한 번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주문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끊임없는 알람과 새로운 콘텐츠의 자극이 더해져 뇌는 과부하에 걸리고 더 많은 자극을 좇는다.
체형뿐 아니라 보상체계와 인지기능이 망가져가는 것이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제안하는 다소 불편하고 따분하기도 한 건강법을 따라해보자. 정 교수는 "3개월 이상 실천하면 삶에서 쾌락을 주는 자극을 대부분 털어내도 일상의 즐거움이 지속되고,
스트레스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내면의 긴장이 풀린다"고 말한다.
글자 수 876자.


삶에서 어떤 자극원이 지금 도파민을 분비시키는지 알고,
해롭고 강력한 것들로부터 덜어내는 식으로 '도파민 리모델링' 일지를 적어보자. 예를 들어 단것이나 술이 당긴다면 언제 당기는지,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냥 목이 말랐던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당이 든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는 대신 물 두 컵을 마시고 나니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록해본다.
같은 방식으로 잠들기 전에 유튜브 대신 책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지하철에서 구부정하게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바르게 앉거나 서서 호흡에 집중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등을 매일매일 간략하게 기록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포털사이트나 쇼핑앱을 열고 이유없이 스크롤을 시작할 때 잠깐 멈추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된다.
'아,
내가 지금 무언가 결핍감을 느끼고 있구나. 왜 그럴까? 배가 고픈 걸까 마음이 힘든 걸까?' 인지행동치료(CBT)와 비슷한데,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억누르는 것보다 이렇게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억누르기만 하면 스프링을 누르고 있다가 잘못하면 튕겨나가는 것처럼 더 큰 반작용을 만들게 된다.

도파민 리모델링을 하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며칠 내에 악순환의 고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2~3주면 일상에 변화가 꽤 생기며,
2~3개월이면 인지와 정서,
체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생긴다.
적절한 약물 처방과 인지행동치료로 우울증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는 시간과 비슷하다.
과도한 자극이 결국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만들고 심지어는 대사와 심혈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삶의 요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두 가지 요인만 개선해도 삶의 여러 측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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