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 방어편

 

저번에 대하구이를 먹은 이후,
앞으로 제철 음식을 챙겨 먹기로 결심했다.

이번 편은 방어다.
방어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다.
이맘때 기름기가 포동포동 올라오기 때문이다.

방어를 처음 먹었을 때,
항정살이 떠올랐다.
항정살은 돼지고기지만,
부드럽게 녹아서 놀라웠다.
방어도 비슷했다.
연어처럼 감칠맛이 있지만,
참치 뱃살처럼 꾸덕꾸덕했다.

특유의 기름기 때문에 방어는 "잘" 먹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제주도. 방어에 눈뜬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택시 기사님이 시장에서 방어를 싸게,
많이 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이었다.
여자 둘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요령 없이 먹어서 더 물렸다.
한동안 방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반면,
도시에서 사 먹는 방어는 정말 비싸다.
제주도 시장이랑은 비교도 안된다.
회 한 첨이 소중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비싼 방어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첫 한 입은 방어 고유한 맛을 즐기길 추천한다.
기름장에 콕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함
이 퍼진다.
이제
짭조름한 맛이 필요하다.
김 위에 방어를 펼치고 고추냉이 한 꼬집을 얹는다. 바로 먹어도 되고,
간장을 조금 묻혀도 된다.
알싸한 고추냉이가 혀에 남은 느끼함을 가져간다.

다음은 깨끗하게 씻은 묵은지 차례다.
이파리를 너르게 펼쳐 방어를 감싼다.
그대로 입에 넣어보자. 단언컨대,
한국인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감칠맛 끝판왕이다.

슬슬 탄수화물이 땡긴다.
간간하게 양념한 초밥이 필요하다.
평소 먹던 스시용 초밥 4분의 1 정도면 충분하다.
귀한 방어를 내버려 두고,
밥으로 배를 채우기 아깝기 때문이다.
밥 위에 양껏 고추냉이를 올리고,
큼지막한 방어를 덮는다.
초생강에 간장을 적셔,
골고루 붓질을 한다.
이제,
한입 가득 초밥을 즐겨보자.
장인이 만든 스시가 부럽지 않다.

방어 뱃살. 방어 중에서도 특히 기름진 부위다.
자칫 너무 느끼해서,
목구멍이 그대로 닫힐 수 있다.
이때 어울리는 양념장은 쌈장,
초장이다.
특히
된장이 많이 들어간 쌈장을 추천한다.
짭짤한 매콤함이 꾸덕한 뱃살 맛을 더 잘 잡아준다.

방어는 술이 참 잘 어울린다.
알쓰지만,
개인적으로
증류주를 추천한다.
많이 배부르지 않으면서,
텁텁한 혀를 씻어내기에 좋다.
소주에서 나는 화학 냄새를 싫어해서,
보통 회를 먹을 땐
청하를 골랐다.

이번에는 청하를 못 먹는 친구 덕분에 한라토닉을 마셨다.
한라토닉은 제주산 소주 한라산에 토닉워터,
얼음,
레몬을 넣어 직접 만드는 술이다.
상큼한 생레몬이 풍미를 살려준다.
덕분에 방어를 끝까지 맛있게 즐겼다.

미나리 전도 시켰다.
방어를 더 주문하자니,
통장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물파전은 먹어봤지만,
미나리 전은 처음이었다.
파전보다 훨씬 향긋해서 계속 손이 갔다.
바삭하게 튀기듯 구워진 미나리가 방어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달랬다.

좀 더 특별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방어 한 마리에 술 한잔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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