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 ‘확증편향’, 증오사회 부추겨



‘믿고 싶은 정보’ 선택해 생각 굳히고‘배후설’ ‘자작극’ 등 허위정보 쏟아내정치 분열-좌우 극단 사회로 내몰아“극우-극좌 유튜버 돈벌이에 악용… 개인계좌 후원 차단-처벌 강화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습격의) 정치적 배후를 밝혀야 한다.
”(좌파 성향 유튜버)“(흉기가)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이다.
”(우파 성향 커뮤니티 게시 글)2일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로 좌우 양극단에서 쏟아진 ‘배후설’과 ‘자작설’의 일부 내용이다.
경찰이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 씨(67)가 사용한 흉기가 칼이라고 확인했고,
배후 유무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음모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믿고 싶은 정보만 찾으면서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회 심리 현상이라는 학계의 진단이 나왔다.
정치권 분열의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확증편향이 올 4월 총선까지 이어지는 걸 막으려면,
확증편향이 돈벌이로 연결되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실무근’ 밝혀져도 끊이지 않는 음모론

4일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는 ‘2024년 한국 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사회 심리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최종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지난해 12월 심리학과 교수와 범죄심리사 등 사회심리학 전문가로 이뤄진 회원들에게
△확증편향
△사회적 고립
△자기불구화(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등 5개 후보를 제시하고 설문했다.
그 결과 참여 회원 74명 가운데 가장 많은 24명이 확증편향을 꼽았다.
학회는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예로 정치·사회 현안을 바라볼 때 자신의 성향에 맞는 뉴스만 취사 선택해 소비하고,
반대되는 뉴스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을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 사망 사건이다.
당시 배후에 여야 중진급 의원이 개입됐다는 허위 정보가 급속도로 퍼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지만,
이후로도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회는 “확증편향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인지적으로 수많은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친숙한 정보,
즉 ‘지름길’을 찾는다는 것. 짧은 동영상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볼 때 이런 현상이 쉽게 일어난다.

● “허위정보 유포자에 대한 후원 막아야”

특히 유튜브와 SNS에서 개별 사용자의 시청 기록 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이런 경향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편향성’ 논문에 따르면 주요 진보,
보수 유튜브 채널을 3개씩 총 6개 채널을 선정해 시청자 123만8632명을 추적한 결과 확증편향적으로 한쪽 진영 안에서만 시청하는 이들은 22만9840명이었다.
양쪽 진영 모두를 시청하는 4만8951명보다 5배가량 많았다.

전문가들은 확증편향을 부추기는 콘텐츠가 일종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등장 이후 슈퍼챗(후원 시스템)이나 개인 계좌 등을 통한 후원이 활성화되면서 근거 없는 정보를 적극 퍼뜨리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 교수는 “일명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극우·극좌 성향의 유튜버들은 왜곡된 정보를 확산해 돈을 벌고 있다”며 “허위 정보 유포자의 슈퍼챗이나 개인 계좌를 통한 후원을 막고 형사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확증편향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상반된 정보를 함께 찾아보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어릴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을 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한동훈 “극단적 혐오 언행하는 분,우리 당에 자리없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B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극단적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에게는 이번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 “다소 극단적 생각과 주장을 가진 분들도 넓은 당의 틀 안에서 함께 갈 수 있지만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그러한 언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발 빠른 대응에 대해 “우리 당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국민들께 확실히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극단적 갈등과 혐오의 정서는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세 퍼질 것이고 주류가 될 것”이라며 “그건 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극단적 주장들이 주류가 돼 버리면 수십 년간 내려온 합리적 생각들을 밀어낸다”며 “주류가 돼 버린 소위 ‘개딸 전체주의’ 같은 것은 우리 국민의힘은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장내에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앞서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소행 등으로 왜곡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인천시의회에 돌린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그가 배포한 특정 언론사 신문에는 ‘5·18은 北이 주도한 내란’ 등 5·18 왜곡·폄훼 내용이 담겼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이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당은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신입당직자에게 선물받은 운동화를 들어보이고 있다.<B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신입당직자에게 선물받은 운동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증오 조장-막말 정치인 與野 공천서 배제하라

국회의사당역사 관계자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로 올라가는 방향 통로 벽면에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이해하기 힘든 낙서를 지우고 있다.<BR> 사진=뉴스1

국회의사당역사 관계자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로 올라가는 방향 통로 벽면에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이해하기 힘든 낙서를 지우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이후 정치권에 구체적인 자성(自省)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공천 희망자의 과거 막말이나 증오 발언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공천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당도 국민 분열적 발언 여부를 공천 기준의 하나로 삼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팬덤 정치에 기댄 오염된 정치 언동이 흉기 테러의 뿌리였음을 인정하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언어를 바꾸는 노력에 여야가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품격 있고 절제된 언어로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치적 증오를 조장하고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게서 미래 비전이나 사회 통합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은가. 반복된 저질 발언에는 그럴 만한 동인(動因)이 있다.
언동이 자극적일수록 온라인 공간에서 더 주목받는 반면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국회 윤리위에 상대 당 의원들을 수없이 회부시키지만 그때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윤리위에서 막말 징계는 1차례도 없었다.
제도만 그럴듯할 뿐 서로 눈감아주는 문화가 국회를 지배했다.
어른이 사라진 정치권에서 자기 진영을 향한 질책이나 반성도 사라졌다.
그 결과가 알고리즘이 골라 주는 비슷비슷한 정치싸움 동영상에 과몰입한 경계인의 야당 대표 테러다.
이제 정치인들은 ‘막말하면 진짜 손해’라는 걸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누구에게 미룰 일이 아니다.
한동훈,
이재명 등 두 정당 책임자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증오의 언어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일은 여야 합의도,
법률 제정도 필요치 않다.
뜻만 있다면 누구든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다.
여야는 곪을 대로 곪은 당내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정치 개혁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추상적 혁신을 늘어놓는 것보다 막말에 대한 공천 배제 원칙이야말로 손에 잡히는 혁신이다.
막말의 강도에 따라 공천 배제와 경선 불이익 등 기준을 마련하고 이행하길 바란다.
또 그 결과를 선거 1개월 전에 발표하고 유권자 평가를 받으면 더 좋다.

[사설]“올 성장률 2.2%”… 구조개혁 안 서둘면 이마저도 빈말 될 것

공천 배제,
경선 불이익 등 과하다 싶은 조치가 불가피하다.
고강도 처방이 안 나오면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왜 정치를 하는지 이해 못 할 정치인들의 분탕 때문에 공론의 장이 망가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유권자의 눈높이에 못 미치는 선출직 공직자는 유권자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與野 “증오언어 쓰면 총선 공천 페널티 추진”

“공천 배제-국회 퇴출” 목소리 커져한동훈 “증오발언 제재 당연히 고려”정성호 “선출직 박탈 신사협정 필요”증오정치 쇄신 경쟁,총선 변수 부상

여야 지도부가 4월 총선 공천 때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언어를 사용한 정치인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증오 정치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공천 과정에서부터 극단적인 증오 발언을 쏟아낸 정치인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여야 모두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정치 확산에 정치권이 큰 책임이 있는 만큼 극단적 언어,
막말을 한 정치인은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22대 국회에서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의 증오 정치 쇄신 경쟁이 97일 남은 총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후 충북 청주에서 ‘공천 과정에서 증오 정치 발언을 제재할 생각이 있느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충분히,
당연히 고려한다”며 “증오를 유발하는 방식의 발언이나 정치는 대한민국 시민 수준에 맞지 않는다.
우리 정치가 동료 시민 수준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극단적 대립과 정치 혐오를 가져오는 막말에 대해선 여야를 불문하고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한다.
증오 정치 문제에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증오 정치 언어나 막말 여부를 실효성 있게 검증하기 위해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증오 정치를 조장하는 언어나 막말을 사용한 후보에 대한 페널티를 공천 과정에 반영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증오 언어 발언 여부를 총선 출마 후보의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반영하는 안을 논의해 보겠다”며 “증오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증오 정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극단적 발언을 하는 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관련 공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총선 출마 예비 후보자 검증 기준에 막말 여부를 포함한 민주당이 증오 언어 사용 여부도 공천 검증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증오 정치를 부추기는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과 함께 국회에서 아예 이를 금지,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어 이런 정치인을 국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4선의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극단적 증오 발언을 한 사람은 선출직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오정치 바이러스’ 더 독해졌다

이재명 피습 이후 진영 대립 격화… 유튜브-SNS 타고 극단 현상 확산욕설-비난 퍼붓고 허위정보 퍼뜨려… “李습격범,평소 정치유튜브 즐겨봐”

서울대병원 앞에 몰린 유튜버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BR> 병원 앞에는 유튜버와 이 대표 지지자 수십 명이 몰렸다.<BR>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서울대병원 앞에 몰린 유튜버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병원 앞에는 유튜버와 이 대표 지지자 수십 명이 몰렸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 다음 날인 3일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증오 발언이 쏟아졌다.
총선 정국에서 강성 지지층끼리 똘똘 뭉쳐 여야 상대 진영은 물론이고 같은 진영 내에서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고 허위 정보를 확산한 것. 이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 김모 씨(67)가 평소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고 과거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단적 내용의 정치 유튜브와 SNS 문화가 만들어낸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개인보다 집단의 의사결정이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화와 타협을 포기한 채 상대를 적으로 돌리는 진영 정치의 극대화가 부른 ‘증오정치’ 문화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대로면 98일 남은 총선도 국민을 대표할 후보와 공약을 검증하지 못한 채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기반으로 한 ‘분노 투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졌다.
3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여권 정치인들을 겨냥한 저주성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당원들을 향해 “제가 습격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혐오성 발언 자제를 부탁한 것에 대해서조차 “너도 습격해 줄게” “꼭 다음엔 네가 부메랑 처맞아라” 등 노골적인 비난이 나왔다.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을 겨냥한 욕설과 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에서는 이 대표를 겨냥한 각종 루머와 비난이 쏟아졌다.
유튜브와 연동된 실시간 채팅방에선 “세계인을 상대로 한 사기극” “또 연극했다.
사형시켜야 한다”는 주장부터 “그 정도 칼로 찔렸는데 피가 그렇게 적게 나온 것이 말이 안 된다” “(장난감) ‘당근칼’로 찔렀냐”는 조롱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입원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병상 침대에 눕혀서라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보다 ‘맹목적 집단화’가 쉬운 유튜브와 SNS를 토대로 극단적인 주장을 맹신하고,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은 거부하는 증오정치 문화가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별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성향의 사람들도 온라인에서 모여 집단을 이루게 되면 극단적 보수 또는 진보로 변하는 일종의 집단극화 현상”이라며 “네 편,
내 편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양극화가 유튜브와 SNS를 거치면서 더 달아오르는 양상”이라고 했다.

“극단적 유튜브에 매몰돼 저주-분노 쏟아내… ‘증오 총선’ 우려”

[이재명 대표 피습]‘증오정치 바이러스’SNS-인터넷 ‘李대표 피습’ 양극 갈려…“대패로 밀어야” “습격해 줄게” 막말“탈진실 시대… 믿고싶은 것만 믿어여야 ‘증오없는 선거’ 신사협정을”

“(칼날이)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쉽다.
(아예) 골로 보냈어야 하는데.” “민주당 전체를 대패로 밀어야.”(극우 성향 유튜브 댓글)“(한동훈) 배××(배를 속되게 이르는 말)에 칼 꽂고 애국가 부르고 싶다.
” “한 씨 죽어버려라.”(이재명 대표 팬카페 댓글)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게시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양극단으로 갈라졌다.
이 대표 지지층은 여권 인사들을 향한 극단적인 분노를 쏟아냈고,
심지어 같은 당내 인사들을 향해서도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여권 강성 지지층은 피해자인 이 대표를 겨냥해 “차라리 죽지 그랬냐”고 주장했다.
같은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또는 비명(비이재명) 성향 지지자들도 ‘이재명 자작극’설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SNS라는 무기를 사람들이 손에 쥐면서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만 늘어났다”고 했다.
이들을 앞세운 ‘증오정치’를 이용했던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대 총선이 코로나바이러스 속에 치러졌다면,
22대 총선은 증오바이러스가 창궐한 가운데 치러질 것”이라며 “여야가 ‘증오 없는 선거를 치르자’는 신사협정이나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탄 ‘증오정치’

이날 카카오톡 등 SNS에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를 습격한 범인과 김건희 여사 간 관련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범인 김모 씨가 충남 아산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김 여사와 가족들이 인근 지역에서 땅투기를 했다”는 논리다.
야권 관계자는 “너무 멀리 나간 지라시(사설 정보지) 같다”고 했다.
이들은 같은 민주당 내 인사들을 향해서도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이원욱 의원을 향해 “이원욱 이 씨×××를 ‘아웃’시키자” “사이코패스로 의심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최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했다는 뉴스에도 “이 ××가 진짜 악질” 등 욕설이 난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악마” “탈당하라”는 악플이 달렸다.
이날 여권 지지층은 극우 성향 유튜브 댓글과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고작 6바늘 꿰매고 1인실을 꿰찼냐” “응급 헬기 타고 응급실 한 칸 먹고 (할 일이냐)”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양 진영 지지층이 SNS에 갇혀 ‘괴물’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술 발달로 인한) 탈진실 시대”라며 “진실이 무엇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고 했다.
SNS상의 일방적 동조가 극단적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특히 한 번 시청한 내용과 비슷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이 강성 지지층이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는 확증 편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유사한 성향의 콘텐츠가) 계속 뜨기 때문에 더 극단으로 간다”고 했다.

● “정치인-유튜버 ‘전략적 공생관계’”

증오정치 문화는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자기 진영 안에 들어온 사람들의 표만 지키면 1,
2표 차로도 이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맹종하는 지지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조진만 교수도 “환호하는 관중만 바라보려는 일부 정치인들이 극우 극좌 유튜버들과 ‘전략적 공생 관계’를 맺은 탓”이라고 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용기를 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정치인들도 언제 칼 맞을지 모르는 상태가 됐는데 더 이상 눈치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증오정치 문화 증폭이 계속되면 이번 총선이 ‘정치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인뿐 아니라 지지층까지도 서로 대화를 거부한 채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

경찰 “이재명 습격범 신상공개 검토…범행 전날 가덕도 방문”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정치꾼들의 후벼파는 폭력적 언사가 테러 조장한다

3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유튜버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BR> 사진=이한결 기자

3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유튜버들이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테러 이후 일부 극렬 지지층의 증오 분출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극단적 유튜버들은 이 대표의 피습 순간과 건강 상태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퍼 날랐다.
또 친명 커뮤니티에선 한동훈 이낙연 등 상대방을 겨냥한 저주의 글이 잇따라 올랐다.
테러의 책임을 여권에 돌리는 정치인의 발언도 있었다.

이번 정치테러는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증오를 부추기는 식의 정치 저질화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적잖은 정치인들이 패거리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후벼 파는 언사(言辭)를 쏟아내고,
반대급부로 극렬한 지지를 얻는 나쁜 공생이 뿌리내렸다.
정도의 차이일 뿐 여야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이 정치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난 10년간 이런 현실은 더 굳어졌다.
정당의 아침 최고위원회의,
TV와 라디오 출연,
대중 강연,
SNS 활동 등 정치는 말로 채워진다.
즉석에서 나온 저질 발언도 심각하지만 준비한 원고를 읽어가며 막말하거나 SNS에 쓴 글에서조차 증오를 확산하는 일이 퍼져 갔다.
“지나쳤다”는 사과의 말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뚤어진 정치의식을 가진 주변인이 흉기 테러에 나섰다.
이제 국회의원들이 “구토가 난다”거나 “(당신들은) 범죄 정당”이라는 식으로 내놓는 밑바닥 언어는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
언어의 타락은 국회의 상생과 협치 기능까지 앗아갔다.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을 시작해야 할 때다.

오염된 정치 언어는 그 자극성 때문에 건강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반복되는 자극은 정치 과몰입층에 더 강한 무언가를 찾게 만들고,
극단적으로는 이번 테러처럼 이성을 마비시킨다.
일방적이고 과격한 SNS 콘텐츠가 1차적 문제지만,
근원은 정치인들의 평소 수준에서 찾아야 한다.

[사설]증오 조장-막말 정치인 與野 공천서 배제하라

정치 공론장을 주도하는 정치인이 나서야 할 때다.
여야 지도부가 막말 중단을 선언하고,
절제된 언어를 쓰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이를 당 혁신의 핵심 과제로 약속하고,
4월 총선 때 평가받아야 한다.
부족한 민주주의 소양과 실력을 공격성으로 채워 온 정치인을 솎아내겠다고 선언하길 바란다.
국회의원들은 표현의 자유만큼 절제의 의무도 지켜야 한다.
유권자가 표의 심판에 나서 퇴출시키기 전에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바로 서고,
비이성적 테러가 자랄 토양도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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