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친다”에 권한 위임론까지 …中 매체, 연이어 시진핑 비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 Lintao Zhang/Getty Images

 

“나라 망친다”에 권한 위임론까지 …中 매체,
연이어 시진핑 비판

경제 침체,
권력 독점에 경제매체 중심으로 ‘경고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대한 중국 매체들의 비판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시진핑이 ‘나라를 망친다(誤國)’는 논조의 사설을 게재한 데 이어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권한 위임(放權)’에 관한 사설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제일재경은 ‘최고의 약속은 권한을 (하부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은 먼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수요 위축,
공급 충격,
전망 약세,
통화 완화,
긴축 신용 등의 문제가 여전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민영경제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많이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의 관건은 권한의 경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가는 자율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는 점을 권력이 인지하고 행동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또 “45년간의 개혁개방은 중국 경제 도약의 역사가 정부의 권한 위임과 자주권 확대의 역사임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사설은 이어 “각 산업의 생생한 사례는 권한 위임이 가장 철저한 산업이 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산업이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자유롭게 행사되는 분야가 가치 창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제일재경의 이 사설은 게재되자 곧 화제가 됐다.
상하이 화동정법대 퉁즈웨이(童之偉) 교수는 웨이보에 “‘최고의 약속은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며 “권력에서 한발 물러서고,
큰 걸음으로 물러서고,
지속적으로 물러서는 것이 과업 성공의 열쇠다.
개혁개방의 성공이 이를 웅변적으로 증명한다”고 했다.

해당 사설을 공유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민간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세수의 70% 이상,
고용의 80% 이상을 기여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것은 사회 발전의 법칙에 위배되며 반드시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당국의 통제가 오히려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매체인 차이신망도 최근 베이징 당국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실었다.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흘째인 지난해 11월 6일,
‘차이신주간’은 ‘개혁은 새로운 돌파구가 시급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글은 “창장(長江)과 황허(黃河)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리커창의 생전 어록을 인용해 “일부 관료들”이 개혁개방에 역행하며 시장에 지나치게 관여한다고 비판했다.

차이신은 최근 당내 반(反)시진핑 진영의 목소리를 자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차이신 주간은 지난해 12월 25일 마오쩌둥 출생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사상노선을 되새기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실사구시는 덩샤오핑의 대표적 사상이자,
마오쩌둥이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라는 반성과 비판의 의미가 담겼다.

이 사설은 덩샤오핑의 발언을 인용해 “개혁개방의 성공은 책이 아니라 실천에 의존해야 하며,
실사구시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사구시를 거스르면 당과 국가를 망칠 수 있다”는 시진핑의 말까지 인용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 사설이 마오쩌둥의 길을 따르고 있는 시진핑을 비판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사설은 바로 다음 날 오전 차이신 웹사이트와 앱,
웨이보 공식계정에서 삭제됐다.

또한 이날 차이신의 편집장인 후수리(胡舒立)의 웨이보 게시글도 모두 삭제돼 분분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차이신 미디어의 설립자 후수리는 공산당 내 친개혁파 언론인으로,
상대적으로 과감한 발언을 해왔다.
2021년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격화할 때 후수리는 웨이보에 ‘돼지머리(豬頭)’와 관련된 차이신의 기사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웨이보에 “돼지머리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념과 큰 관련이 있다.
이런 오명을 쓴 사람을 누가 식탁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의 ‘돼지머리’는 시진핑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재미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시진핑이 마오쩌둥 노선을 걷기로 결심했고,
차이신이 이 시점에 이런 사설을 실은 것은 당내 두 노선 간의 투쟁이 치열하고 노골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지난해 中 노동자 시위 2배 증가…“정권 몰락 가능성 높아져” 

제조업 중심지 광둥성,
최다 시위…부동산 사기 항의집회도 급증

2023년 중국에서 벌어진 노동자 시위가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분석 전문가들은 이런 시위의 증가가 중국공산당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 인권단체 ‘중국노동통신(CLB)’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2023년 12월 31일 기준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노동자 시위 1779건이 발생했다.
이는 대규모 해고,
임금 삭감,
사업장 폐쇄 등과 관련된 단체행동”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전직 중국 변호사이자 시사평론가인 라이젠핑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시위 발생은 중국 경제위기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련의 시위가 중국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인 노동자 시위

중국 경제는 엄격한 봉쇄조치 해제 후에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CLB는 보고서에서 해외 바이어의 주문 감소,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중국 제조업체들이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해고하거나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해고 등에 항의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런 시위는 중국 전역에서 일어났다.

시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중국의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으로 2023년 한 해에만 시위 510건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 많은 시위(108건)가 발생한 지역은 산둥성이었으며,
허난성과 산시성이 각각 10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베이징 33건,
상하이 47건,
충칭 35건,
톈진 25건으로 집계됐다.

기타 시위

일본의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중국에서 부동산 관련 시위가 1777건 발생했다.

매체는 “이는 대부분 프로젝트 지연,
계약 위반,
사기 혐의 등과 관련한 주택 구매자와 소유자들의 시위”라며 “건설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시위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2023년 7월 21일에는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학부모 수천 명이 한데 모여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정보 통제 및 은폐로 인해 이 시위의 실제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못했다.

2023년 6월 7일,
중국 장쑤성 쿤산에 있는 한 공장 밖에서 노동자 약 2000명이 파업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AFP/Getty Images

생존을 위한 투쟁

라이젠핑은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인권옹호 운동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격렬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의 많은 이들이 극심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들은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호주를 오가며 활동하는 중국 문제 전문가인 리위안화 전 베이징수도사범대 교수는 “중국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시위는 ‘생존에 대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공산당 내 특권층은 사회적 자산을 약탈해 왔고,
이에 따라 중국 노동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게 됐다.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이들이 필사적으로 저항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며,
노동자 계급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결국 그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권 몰락 가능성

리위안화 전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반체제 인사들과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투쟁하기 때문에,
중국공산당의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이게 바로 중국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젠핑은 “중국공산당이 시위 탄압에 총력을 다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전국적인 시위 운동을 모두 진압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현재 광범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전역에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고,
사회 혼란도 심화하고 있다”며 “결국 중국공산당이 이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은 중국공산당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 정권의 몰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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