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고맙다가 딱 1번 서운한 일만 기억하는 사람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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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연인 사이에 갈등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쓸데 없이 갈등을 더 키우는 습관이 있다.
바로 선택적 기억이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작은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일로만 다투는 게 아니라 생각해보니 이 때도 그 때도 이런저런 서운한 일이 있었다며 과거의 모든 서운함을 한꺼번에 끌어모을 때가 있다.

보통 이럴 때는 상대방이 해준 것들 중에 고마웠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오로지 서운했던 일만 선택해서 기억하곤 한다.
열 번 부탁했을 때 상대방이 아홉번 들어주고 딱 한 번 안 해줬을 뿐이지만 그 한 번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고서는 “그 때 내 부탁 안 들어줬잖아!”라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타인이 나에게 한 행동은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걸 더 강하게 기억하는 반면 내가 남에게 하는 행동을 기억할 때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내가 타인에게 잘못했거나 상처줬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잘 해줬던 일은 선택적으로 강하게 기억한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받기보다 주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다면 준 사람도 많아야 계산이 맞지만) 다수가 자신은 상처를 주기보다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98%에 달하는 사람들이 “나는 대부분 사람들보다 훨씬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네가 더 잘못이 많다’는 태도로 세상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은 갈등도 서로 남 탓만 하며 심하게 격화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일대의 심리힉자 라이언 칼선 등의 연구에 의하면 특히 “이기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이런 선택적 기억 왜곡을 심하게 보이며 자신의 선행과 희생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배려나 도움을 받은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주고 또 다른 참가자와 함께 공평하게 얼마를 나눠 가지라고 했다.
나중에 이들에게 다시 아까 얼마를 나눠줬냐고 물었다.

실제 나눈 금액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면 추가적인 보상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평소 나누기에 인색하고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확하게 기억해서 보상을 타내겠다는 동기가 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 욕심이 많고 인색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나눠준 금액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서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적일수록 조금 나누고서도 실제보다 많이 나눈 것으로 왜곡해서 기억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주고 파트너와 얼마씩 나눠야 공평할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역시 다른 참가자에게 돈을 나눠주도록 한다.
이후 사람들에게 다시 돈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눈 것 같냐고 묻는다.

그러자 본인의 기준에서도 불공평한 적은 돈을 나눈 사람들이 공정하게 나눈 사람들에 비해 더 자신의 공정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정하지 못하게 타인의 몫을 가로챈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자신은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연구자들은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함으로써 이기적인 행동을 지속할 뿐 아니라 무의식적 수준에서 자신의 행동을 실제보다 덜 이기적인 것으로 왜곡해서 기억함으로써, 자신은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는 믿음 하에 계속해서 죄책감 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손해보고 가장 많이 베푼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실제로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욕심이 많고 이기심이 강해서 내가 배푼 것만 보이고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것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착취당하기만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으므로 빨리 끊어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혹시 내가 잘 한 것과 상대방이 못한 것만 쏙쏙 집어 편파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도 좋겠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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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몇 해 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병문안을 온 친구에게 번거롭게 먼 길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냥 으레 아니라고 괜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친구의 반응은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는 듯 “내가 오고 싶어서 내 발로 왔는데 왜 네가 미안해 해?”였다.

작은 희생에도 ‘내가 너를 위해 이런저런 희생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고마워해라’ 모드가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지 않은 친구가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타인을 위하는 행동을 하고서도 되돌려 받길 기대하고 그게 안 될 경우 금방 서운해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 차이는 뭘까.

암스테르담 자유대(Vrije Universiteit Amsterdam)의 심리학자 프란체스카 리게티(Francesca Righetti)는 약 130쌍의 커플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매일매일 두시간마다 한번씩 지금의 기분 상태, 파트너를 위해 희생적인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을 얼마나 후회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방을 위한 작은 희생에도 금방 후회하고 이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서도 기분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렇게 파트너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고 금방 후회하는 경향은 1년 후 삶의 만족도와도 관련을 보이기도 했다.
사랑과 관심을 주고 금새 후회해 버릇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1년 후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발적으로 일상적인 수준의 작은 도움을 준 것으로도 쉽게 후회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싶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들이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남달리 많은 노력을 쏟는다.
이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좋아할지이렇게 하면 나를 싫어하진 않을지 계속해서 신경 쓰고 딱히 상대방이 요구하지 않아도 뭔가 하려고 하는 등 과한 노력을 쏟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실제’ 도움 행동이나 희생적인 행동에 있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잘 보이려고 많은 애를 쓰지만 그만큼 그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 것에 대한 ‘걱정’과 ‘망설임’이 크기 때문이다.
속으로만 치열하게 고민할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들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노력이 과한만큼 기대 또한 크다.
(속으로) 많은 애를 썼으므로 상대방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기대하지만 노력이 상대에게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잘 전달되기 어렵거니와 애초에 수준이 과해서 그만큼의 보답을 받기란 쉽지 않다.

결국 같은 수준의 희생을 해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쁨보다 서운함이 더 크다.
관계를 좋게 만들겠다고 애쓴 결과가 행복이 아니라 서운함과 후회, 상처받은 마음이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또한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잘 신뢰하지 못하기도 한다.
타인이 사랑과 감사 등 보답의 신호를 보내도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할리가 없다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을거라는 둥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까 타인이 보답을 해와도 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바람에 보답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정리하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과하게 애쓰는 바람에 그만큼 보답받지 못하거나 보답을 받아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서운함만 커진다는 것이다.

혹시 관계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만큼 애쓰지 않아도 사실 나의 파트너는 나를 꽤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닌지, 파트너를 향한 나의 신뢰가 낮은 게 문제는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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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른 의미 없는 타인의 언행에 쉽게 ‘나를 무시했다’며 화를 내거나 딱히 삶에서 크게 성취한 것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존경이나 ‘특별한 대접’을 받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자격 의식(sense of entitlement)’이 심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이들은 흔히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더라도 자기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도 자주 보인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라도 돈과 명예,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요소들을 수집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은 남들보다 특별하며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이렇게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과하게 부풀려진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여러가지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타인을 악의적으로 질투하는 것이다.

암스테르담대의 심리학자 옌스 랭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자격의식(“솔직히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주변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고 우러러보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통제하게 내러려두기보단 내가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악의적인 질투심(“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이 망했으면 좋겠다”)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자격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이 높고 악의적인 질투심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한 그룹(자격의식 조건)의 사람들에게

① 왜 나는 삶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일들을 바랄 자격이 있는지② 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③ 왜 내 삶은 내가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야 하는지

위 3가지를 떠올려 보게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왜 1, 2, 3을 누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떠올려보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사회적 지위를 향한 욕망과 악의적인 질투심을 측정했을 때 자격의식을 높인 조건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지위를 향한 갈망과 자신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향한 악의적인 질투를 더 심하게 보이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향한 그들의 열망과는 별개로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 이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는 자격의식이 높은 이들은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서려는 지배욕구는 높으나 실제로 그럴 만큼 실력이나 인간성이 좋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에 대해 갈망하며 스스로 자신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과 다르게 주변으로부터 딱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질투가 심하고 이기적이며 비윤리적이기까지 한 사람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굳이 타인을 깎아내리고 이기적·비윤리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딱히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이들은 현실과 다르게 자의식만 높아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편법을 써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애쓰기보다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길을 걷는 걷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일 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상종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한 가지 특성에 있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더 좋은 대접과 특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기억하자. 사람들은 모두 수천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중 한 두개 정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날 수 있으나 또 다른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절대적으로 특출나고 중요한 인간이란 없는 법이다.

몇 가지 특성이 남들보다 낫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불행해야 한다는 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왜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못난 것 같은데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냐며 남들과 비교하고 질투하면서 점점 더 고립되고 불행해져 갈 뿐이다.
추상적인 관념 또는 허상에 불과한 나의 이미지 나라는 사람의 중요성 등에 집중할 시간에 내 눈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에 집중하며 실제로 밀도 있는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일은 진전 안되고 피곤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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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뭔가를 하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은 불안감과 공허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주로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아니면 소위 딴 짓을 많이 하며 주의력을 허비했을 때 이런 느낌을 받곤 한다.
분명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일은 진전이 없는 듯한 소모적인 상태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흔히 자신이 일을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진짜 집중해서 필요한 것들을 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귀찮은 마음과 일이 복잡하고 양이 많아 보이는 데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감, 초조함 등에 빠져 이들 감정을 다스리느라 잠깐 인터넷 좀 하고, 이메일 좀 체크 하고, 책상 정리 좀 하고 하자며 샛길로 빠진다.

드디어 마음을 잡고 시작하더라도 자꾸 핸드폰을 체크하고 싶어진다.
잠깐 누구랑 얘기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은 의외로 빨리 흘러서 몸과 마음은 피곤함을 느끼고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온다.
이런 식으로 뭔가를 끊임없이 했지만 정작 꼭 해야 하는 일은 별로 해내지 못한 날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이 점점 미뤄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서 더더욱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하다가 막혀서 예상보다 진행이 느려지는 일도 반드시 생긴다.
이런 경우 천천히 돌아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다른 덜 중요한 일에 주의를 빼앗기거나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느라 빼앗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면 같은 시간 안에도 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뽀모도로 테크닉 이라는 것이 있다.
프란체스코 시릴로라는 사람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들에 의해서도 조금씩 주목받고 있는 시간 관리법이다.
일하는 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25분 동안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과 멀어져 일에만 집중하고 5분을 쉬는 식으로 4번을 반복하는 기법이다.
네 번을 채우고 나면 15분 정도의 휴식을 갖는다.
그리고 또 다시 25분 일 하고 5분 쉬는 싸이클을 반복한다.

마스트리히트대의 필리서터스 바이워 연구팀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알아서 하고 싶은 만큼 오래 공부를 하고 알아서 쉬게 하거나 또는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역시 정해진 시간만큼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알아서 공부와 휴식 시간을 조절한 조건에서는 원하는 타이밍에 ‘휴식’ 버튼을 누르도록 했고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공부하고 휴식을 취한 조건에서는 공부 시작 시간과 끝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도록 했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 본인이 알아서 시간을 조절하게 했을 때보다 25분이든 12분이든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이후 5분이든 3분이든 역시 미리 정해진 시간 동안 쉬게 했을 때 더 집중이 잘 되고 일을 시작하려고 시동 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았으며, 피로도 또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깐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했을 때도 정해진 짧은 시간 동안 정신 없이 몸을 움직이고 정해진 시간 동안 쉬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나니 나같은 저질 체력도 평소라면 엄두도 못 냈을 어마어마한 양의 운동을 해내서 놀라웠던 적이 있다.
어차피 인간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길고 느슨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방법이 더 실천 가능하고 효율도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매번 최대 출력으로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이므로 더 이상 질질 끌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 해야 하는데 할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있을 때 이러한 기법을 써보면 좋을 것 같다.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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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몇 년 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길에 한정되었던 것이 차도로 넘어오더니 근처 길을 전부 갈아 엎기 시작했고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분명 처음에는 1년 안에 끝날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수 년 째 진행중이다.

모든 일에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라는 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처음의 계획이 틀어지고 일이 점점 길어지는 현상은 흔히 관찰된다.
몇 시간 정도면 집안 일을 다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거나 시간 맞춰서 과제를 제출하는 사소한 일부터 다리를 만들고 빌딩을 세우는 큰 일까지 인간이 하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처음의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 과소평가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계획 오류라 부른다.

우리가 늘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마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 가지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일을 처음 계획할 때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특히 새 해 맞이 결심처럼) 처음 계획 할 때는 원대한 포부와 열정, 기대감 같은 감정들이 끼어들곤 한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할 때 반복해서 실패하고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과거의 나’는 미래의 나와 완전히 단절된 존재인 것 마냥 다 잘 될 거라는 장밋빛 예상을 하고 만다.

12월 31일에서 하루 지났을 뿐인데 새 해의 나는 갑자기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가 되어 모든 일을 어떤 유혹이나 방해, 어려움, 미루기, 피로, 실수도 없이 착착 해낼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과거의 경험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착오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나는 올해에도 유혹에 약하고 방해를 받을 것이며 여러 어려움을 겪고 가끔은 미루기도 할 것이다.
피로와 실수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일을 이미 해 본 적이 있다면 이전에 겪었던 어려움을 이번에도 그대로, 또는 더 심하게 겪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번에도 분명 쉽지 않을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현실적인 시각을 갖기 어렵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내 동생이나 친구 또는 직장 동료가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졌다고 생각해보고 그 사람이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지 현실적으로 얼마나 걸리겠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흔히 미래의 타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래의 새로운 나’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장밋빛이기 때문이다.
(내 동생이나 친구, 직장 동료는 새 해가 되더라도 생활 습관 등에 있어 꽤 큰 관성을 유지할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예외일 것 같지만 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목표와 각 목표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최대한 세분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막연히 독서하기, 운동하기 같은 목표를 갖는 것보다 달력에 날짜와 시간을 명시해서 이 날 몇 시부터 무슨 책을 무슨 운동을 할 것인지 적어 두는 것이 좋다.
꾸준히 시간을 써야 하는 일을 할 때 ‘두 달 후 완성’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단계를 나눠서 데드라인을 여러 개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하루는 24시간임을 기억하자. 열정에 휘말려 지나치게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달성하려고 덤비는 경우 마치 하루가 48시간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일상의 상당히 많은 시간이 ‘현상 유지’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은 많아야 서너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개를 다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제대로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자.

어떤 날의 나는 피로에 발목을 붙잡힐 것이고 따라서 가급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는 시간 또한 분명히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자. 최소한의 정신 건강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시간들까지 전부 써버리겠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리해서 해내더라도 이후 몸과 마음에 청구되는 비용이 더 클 수도 있다.
꼭 이루고 싶은 작은 목표 하나를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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