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신 수도권 베이비부머 440만명, 비수도권 메가시티로 옮기면 서울 집값도 해법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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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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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팀

“지방 출신 수도권 베이비부머 440만명, 비수도권 메가시티로 옮기면 서울 집값도 해법 나와”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2018년부터 ‘비수도권 메가시티’론 외쳐온 마강래 중앙대 교수

작년 11월 여당발(發)로 김포, 고양, 구리 등을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거대 도시) 구상인 ‘메가 서울’이 회자됐다. 비슷한 때 충남·충북·대전·세종이 충청권 메가시티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2022년엔 부울경(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대구·경북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 등이 나왔었다. 광주·전남에도 메가시티 논의가 있다. 그런데 말잔치만 무성하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청사진은 눈에 띄지 않는다. 2018년부터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비수도권 메가시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를 18일 만나 메가시티 전략은 어떻게 방향을 잡는 게 좋을지 얘기해 봤다. 해외에선 영국의 제2 도시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광역 연합, 일본의 오사카·교토 등을 묶은 간사이 광역 연합 등이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비수도권 메가시티라고 할 수 있다.

◇ 메가시티가 왜 필요한가

- 메가시티란 뭔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권을 가리킨다. 그런데 메가시티 얘기를 하면 거대한 도시 한 곳을 새로 만든다거나, 농촌이나 중소 도시에 대비되는 굉장히 강력한 도시를 만든다고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메가시티는 도시 사이 연계가 강화된 초광역권이다. 연계가 강화되면 재해 방지, 환경, 의료, 교육 등 기능이 하나의 도시처럼 작동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간의 뼈대가 되는 교통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메가시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사람이 모이고 신산업과 일자리가 생긴다.”

- 메가시티는 왜 필요한가.

“산업 구조 변화 때문이다. 농업 시대엔 농지가 분산돼 흩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산업혁명 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다. 이후 교통 발달로 도시는 외곽으로 확산됐다. 최근 산업 변화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융복합 산업이 뜨는 것이다. IT(정보기술)와 의료가 만나 의료 IT, 바이오와 식품이 접목해 기능성 식품 산업이 나오는 식으로 신산업이 탄생한다. 최근 전 세계 추세를 보면 수도와 대도시 중심으로 융복합 산업이 더 많이 생긴다. 거대 도시는 여러 기능이 있다 보니 경쟁력을 갖게 되고, 신산업을 만들어내는 용광로와 같은 공간적 틀이 생긴다.”

- 인구만 많으면 도시 경쟁력이 있나.

“인구 많은 게 경쟁력을 갖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1000만명에 가깝기 때문에 이미 메가시티라 볼 수 있다. 수도권은 인구 2600만명에 여러 도시가 포함돼 있어 수퍼 메가시티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은 인구가 쏠리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이에 대응해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에 서울보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지었다. 그 결과 경기도 아파트에서 서울 직장으로 장시간 출퇴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더구나 김포 등 인근 도시들과 서울이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하지 않고 행정구역이 달라 따로 행동하다 보니 불협화음과 비효율이 생겼다. ‘메가 서울’은 이런 비효율을 풀어 보자는 논의로 이해할 수 있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23] 균열에 대한 체험

2007년 10월 9일,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콜롬비아 미술가 도리스 살세도(Doris Salcedo·1958~)의 ‘십볼렛’을 공개했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아니면 대지진이 강타한 듯, 금이 가서 쩍 벌어진 건물 바닥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발을 들인 관람객이라면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쩍 벌린 채 멈춰 섰을 것이다.

이 건물은 원래 화력발전소였는데, 미술관으로 개축하면서 터빈이 있던 공간을 그대로 비워 높이 35미터, 길이 155미터, 폭 2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전시실, ‘터빈홀’로 만들었다. 살세도는 미술관 입구이기도 한 터빈홀 입구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다 두 갈래로 갈라져 전시장 끝까지 이어진 길고 큰 균열을 만들었다. 처음에 가늘었던 틈은 전시장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지고 깊어져 끝에서는 다리 한 짝이 쑥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벌어졌다. 실제로 관람객 중 발이 빠져 다친 이들이 있었고, 다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큰 틈새가 건물 전체 안전을 위협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어디든 갈라지고 벌어진 틈은 아무리 미세하더라도 언제든 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협이 되지 않는가.

‘십볼렛’이라는 제목은 구약성서에서 유래했다. 같은 민족의 다른 지파(支派)끼리 전쟁을 한 뒤, 이긴 자들이 패잔병을 구별하기 위해 ‘십볼렛’을 발음해보라 하고, 자기들과 다르게 발음하면 모두 죽였는데 그렇게 학살한 이의 숫자가 4만이 넘었다는 것. 콜롬비아 출신으로 유럽에서 차별과 고립을 경험했던 살세도는 런던 한복판에 금을 긋고 ‘균열’이라는 게 얼마나 두렵고 불길한가를 체험케 했다. 수개월의 전시가 끝난 뒤 ‘십볼렛’의 틈은 콘크리트로 다시 메워졌지만, 아직도 흔적은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6] 얼굴 표정으로 소통하는 법

부모가 아기와 소통할 때와 반려견과 소통할 때 목소리 및 얼굴 표정에 차이가 있을지를 살펴본 해외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다. 반려견과 어린 아기를 둔 부모를 모집해 ‘동요 읽어 주기’ 같은 숙제를 주고 이야기할 때 부모의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을 분석했다. 결론은 부모의 목소리 톤은 아기와 반려견에게 동요를 읽어 줄 때 동일하게 높은 톤으로 과장된 경향이 있었다. 반면 얼굴 표정엔 차이가 있었다. 아기에게는 극적인 얼굴 움직임을 보인 반면 반려견에게는 상대적으로 근육 움직임이 적은 중립적인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왜 자신도 모르게 소통할 때 차이가 나는 걸까. 연구자의 주장은 소리 주파수는 동물계 전반에서 유사한 의미를 갖는 반면 얼굴 표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짖는 소리나 행복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 내는 높은 음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낮추게 하는 친근함을 나타낸다. 반면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 표정은 사람들에게는 친근함의 표시이지만 늑대나 개에게 이빨을 보여주면 이건 친근함보단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오랜 세월 반려견과 함께 지내면서 얼굴 표정은 중립적으로 유지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는 설명이다.

조직 환경에 있어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가 핵심 키워드로 강조되고 있고 여러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양성을 수용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저항과 갈등도 더 커진 상황이다. 정치 양극화에서 분쟁과 전쟁에 이르기까지, 나와 다른 타인의 갈등은 피로와 공포를 주고 있다.


[김대중 칼럼] 뽑았으면 일할 수 있게 해줘야

노태우부터 윤석열까지/대통령 6인 여소야대로 출발/그중 5명이 중간 선거서 與大 회복/놀라운 균형 감각·권력 배분//남은 3년 뜻 펼치게 해주자/그래도 일 제대로 못 하면/3년 후 정권 바꾸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민주적 총선이 시작된 것은 88년 노태우 대통령 때다. 노 대통령은 취임 후 2개월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의정 사상 첫 여소야대(與小野大)를 기록했다.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박근혜 때만 제외하고는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6명 모두 여소야대로 출발했다. 흥미로운 것은 6명 중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5명 모두 중간 선거에서 여대(與大)를 회복,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정을 유지했다는 것이다(박근혜는 취임 당시에는 여대였으나 중간 선거에서 여소야대로 추락했고 결국 탄핵의 비극을 맞았다).

이런 자료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여소야대로 출발했거나 승계한 정권에 정권의 좌우 성향 관계없이 다수를 만들어 줬고, 여대로 출발한 정권에는 여소를 안겨줬다. 참으로 신기한 균형 감각이고 어찌 보면 절묘한 권력 배분이다. 이번 4·10 총선 역시 과거의 추세를 이어가 압도적 여소야대를 인계받은 윤석열 정권에 앞으로 3년이나마 여대를 만들어줄지, 아니면 “뜻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할 것인지”(한동훈의 말) 그것이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윤 대통령을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런 기대 없이,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공짜(?)로 대통령이 된 정치 행운아라고 말한다. 사실 정치라는 것이 극도로 괴물화돼 버린 한국적 현실에서 전혀 준비 없이 별다른 노력 없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일이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신데렐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는 달랑 대통령이라는 자리만 얻었지 기반이 없었다. 인적(人的) 풀도 없었고 대통령학(學)도 터득한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직면한 것은 17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었다. 그것도 그가 선거에서 간신히 이긴, 한국이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전과자 또는 사법 리스크의 달인인 이재명 대표가 거머쥔 야당이었다. 그 후 2년을 그는 야당에 참 많이 시달렸다.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52] 인공 자궁

정지돈 작가의 단편 소설 ‘가족의 방문’에는 모든 국민이 정자와 난자를 국가에 제공하고, 생명자원교육부가 인공 자궁을 이용해서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통일 한국의 미래가 그려진다. 가족의 인연은 사라지지만, 소설 속의 한국 사회는 연 30만명의 신생아 출생을 기록하게 된다. 이렇게 최근 SF 소설, 영화, 연극에서 인공 자궁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의 초저출생이라는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인공 자궁은 SF에 등장하는 미래 기술만이 아니다. 실제 여러 나라의 연구기관에서 인공 자궁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5세 미만의 사망률 중 10%를 차지하는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조산아 건강을 위한 것이다. 조산아를 위한 인큐베이터는 자궁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며, 특히 폐가 만들어지기 전에 태어난 조산아에게는 인큐베이터가 무용지물이다. 최근에 쥐나 양을 이용한 인공 자궁 실험은 조산 상태에 있는 동물을 정상 출산까지 길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팬데믹 이후 조산율의 증가를 우려한 미국 식품의약국은 작년 9월에 인간에 대해 인공 자궁을 사용할 때의 여러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첫 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인공 자궁을 통한 미래의 출산에 대해 여성주의 학자들의 입장은 나뉜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출산 기술을 연구한 선구자 지나 코리아(G. Corea)는 인공 자궁 기술이 여성의 자궁을 위험한 곳으로 간주하면서 이를 기계로 대체하려고 하는 남성 의학 연구자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반면 급진 페미니스트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 Firestone)은 인공 자궁이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제약에서 해방시켜 진정한 남녀평등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공론장에서의 논의를 봐도 이런 두 가지 갈림이 뚜렷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도 인공 자궁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 자궁을 도입한 첫 나라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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