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주간뉴스레터 147호 | 2024.3.28
국회의원 선거가 딱 13일 남았어. 이미행복벗은 누굴 찍을지 정했어? 2호😍가 사는 동네엔 3선의 진보당 여성 의원이 있었는데, 이번엔 안 나와. 민주당 남성 후보로 단일화가 됐거든. 여성 후보에게 더 마음이 갔었는데, 아쉬운 거 있지.

우리 동네만이 아녔어. 이번 총선에 눈에 띄는 여성 후보들이 없더라고. 예전엔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후보들도 있었는데…. 남성 후보를 누르고 공천 받은 여성 후보도 있긴 한데, 여성의 정체성을 앞세운 후보는 잘 안 보여. 혜성 같이 등장했다가 성범죄자 변호 이력 때문에 사퇴한 여성 후보만 있을 뿐.

페미니스트 후보도 없는데, 젠더 정책이 있을 리 없겠지. 넘쳐나는 여성혐오, 젠더폭력, 불평등에 어떻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정당이 거의 없어.   

뽑고 싶은 후보도, 정당도 없는데 꼭 투표해야 하는 걸까? 예전에도 이 정도였나? 왜 이번 총선엔 페미니즘이 뜨지 못한 거지? 정치비평을 해온 페미니스트와 함께 답을 찾아가보자.🤟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 페미니스트 후보도, 정책도 없다 
  2. 한 번 물어봤다: 정당이 여성에 공천 안 주는 이유
  3. 휘클리 심화반: 5강_백래시와 허들링 
  4.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5. 휘클러 say!: 독자 피드백 
연합뉴스
📂페미니스트 후보도, 정책도 없다 

여성 후보는 14.2%

  • 4·10 총선에 등록한 전체 국회의원 후보는 699명. 이 중 여성은 99명으로 14.2%를 차지해. 공직선거법 권고사항(30%)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
  • 국회의원 여성 후보 비율은 2012년(6.9%), 2016년(10.5%), 2020년(19.1%)로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 이번엔 훅 떨어진 거야.  
  • 여성이 당선되는 비율도 높지 않아. 21대 여성 의원은 전체 300명 중 57명으로 19%에 불과해. 2012년 47명(15.7%), 20016년(17%)보다 조금 늘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8.8%)을 크게 밑돌아. 
  • 젠더💡 이슈를 내건 인물👩도 보이지 않아. ‘낙태죄 보안 입법’을 비롯해 여성 인권을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권인숙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어. n번방을 추적한 박지현 활동가도. 

    민주당의 ‘백래시 공천’
    • 민주당이 밀어준 여성 후보도 있긴 해. 조수진 변호사. 막말 논란으로 후보직을 사퇴한 정봉주 전 의원을 대신해 서울 강북을에 공천됐어. 경선에서 여성·신인가점💡(25%)을 받아 박용진 의원을 이긴 거지. 하지만 사흘 만에 사퇴했어.  
    • 민변💡 출신인 조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변호해온 이력이 드러난 거야. 여고생을 성추행한 학교 강사, 초등학생 제자를 성폭행한 태권도장 사범, 여성 200여명을 불법촬영한 가해자까지.😡
    • 성범죄자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조 변호사는 변론 과정에서 선을 넘었단 비판이 쏟아졌어. 상식에 어긋난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거든. 
    • 민주당이 문제야. 변호사가 성범죄자를 대리하는 건 자유지만, 민주당이 그를 전략적으로 그 지역 경선에 내보냈잖아. 페미니즘에 반하는 백래시💡공천이란 비판을 수밖에 없지. 
    • 국민의힘에선 경기 수원정에 공천받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문제적 인물이야. 여성 범죄 해결에 목소리를 내서 국민의힘에 영입됐는데, 정작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었다”는 말을 했었거든. “성평등지수가 자살률만큼 심각한 지표는 아니다”라고도 했고.

    안 보이는 성평등 공약
    • 젠더 정책도 사라졌어. 이번 총선엔 역대 가장 많은 비례대표 정당(38개)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젠더 공약💡을 앞세운 정당은 별로 없어.  
    •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10대 공약엔 ‘성차별’이나 ‘성평등’과 같은 키워드가 없어. 저출생 공약을 쏟아내긴 했지만 대부분 육아 부담을 덜어주거나 인센티브를 주겠단 거고. 
    • 녹색정의당이 성평등한 헌법 개정을 약속했지만 지지율이 낮아 의석을 못 얻을 수도 있어. 원내 진입할 걸로 보이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젠더 폭력 피해자 지원을 내건 정도.
    • 성평등 대신 ‘성별 갈라치기’를 시도한 정당도 있어.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여성공무원 병역 의무화’💡 공약으로 20~30대 남성의 표심을 자극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어.
      💡  하이라이트
    젠더: 여자다움, 남자다움 같은 생물학적 성(sex)이 아닌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성정체성
    여성·신인가점: 선거 공천과정에서 득표수의 일부를 가산점으로 부여하는 제도 중 하나. 민주당은 정치 신인(10~20%)과 여성에게(최대 25%) 가점을 줌  
    민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권·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법률가단체
    2차 가해: 성범죄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배척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현상
    백래시: backlash.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을 이르는 말
    젠더 공약: 성평등, 성폭력 예방 등 젠더와 관련된 공약을 통칭해 이르는 말
    여성 공무원 병역의무화: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려는 여성에게 병역을 의무화 하는 제도

    4년 전엔 달랐는데

    • 2020년 21대 총선은 달랐어. 정당들이 젠더 정책을 고민했거든. 민주당(비동의 간음죄 도입 검토), 녹색당(차별·폭력·혐오에 맞서는 페미니즘), 민중당(차별·혐오없는 성평등 사회), 정의당(성평등사회 실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선거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젠더 의제는 비교적 활발하게 논의됐었지. 
    • ‘여성’이란 단어를 이름에 넣은 정당도 있었어. 총선 한 달 전인 여성의날(3월8일)에 창당한 여성의당💡. 선거 운동을 짧게 했는데도 약 21만표(0.74%)를 얻었고. 
    •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아예 ‘젠더 선거’로 불렸어. 12명 후보 중 5명이 페미니스트를 정체성으로 내세웠어. 성추행 의혹을 받았던 고 박원순 전 시장의 공백으로 치러진 선거였거든.  
    • 2022년 3월 대선 때도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심상정·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당내 경선을 벌였어. 같은 해 5월 청주시의원 선거에선 페미니스트 활동가 3명이 후보로 나와 관심을 모았지. 


    젠더 정치는 어디로

      • 여성 정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어. 공직선거법(제47조 4항)은 지역구 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30% 추천하도록 권고해. 20년 전부터. 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정당들이 지키지를 않아.  
      • 여성추천보조금제도💡도 있긴 해. 근데 여성 후보 비율이 10%만 돼도 보조금을 줘. 정당이 여성 후보를 더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거야. 원래는 보조금 지급 기준이 ‘여성 후보 비율 30%’였는데 2022년에 법 개정으로 후퇴했거든. 
      • 남성 중심인 한국 정당 문화가 근본 원인이란 분석도 나와. 선거 때만 되면 여성 표심을 공락하려고 ‘페미니즘 후보’를 데려오는 식이니까. 2022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캠프에 영입한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그랬어. 결국 당내 2030대 남성 지지자의 공격을 받고서 2주 만에 사퇴했지만.
      • 지금 정치 지형에선 젠더 뿐 아니라 기후위기, 불평등 같은 이슈 띄우기가 불가능하단 분석도 나와. ‘윤석열’과 ‘반윤석열’로 나뉜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지지자들을 최대한 결집시키고 있으니.
          💡  하이라이트
          여성의당: 디지털 성범죄 법안 등 여성 정책을 최우선으로 내건 정당. 21대 총선 때 창당.
          여성추천보조금제도: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 후보로 추천한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 
          연합뉴스
          🎙️왜 여성 국회의원 후보가 많이 안 보일까요?
          💬여성 후보 비율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는 건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된 덕분이라는 점은 평가하고 싶어요. 그런 추세에서 왜 이번엔 위축됐는가 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의제를 끌고 가지 못하는 이유가 크겠죠. 국민의힘에는 기대할 수 있는 게 없고요.

          🎙️왜 민주당이 더 소극적이 된 거죠?
          💬지난 몇 년간 페미니즘과 민주당이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맺어왔달까요? 저는 두 가지 사건에 주목하는데요. 먼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홍준표 후보와 나왔던 방송토론회 기억나시죠?

          🎙️기억나요. 방송토론회가 재미있었어요. 
          💬당시 문재인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청했어요. 근데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냐’는 홍준표 후보 질문에 “그럼요”라고 답하거든요. 이후 문 후보가 참석한 행사에서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입장을 물어요. 문 후보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미뤄요. 문 후보 지지자들은 “나중에”를 따라 외쳤고요.

          🎙️“나중에”가 무슨 뜻이에요?
          💬“퀴어인, 당신들 얘기는 나중에 이야기하라”는 거죠. 페미니즘도 안에 다양한 층위가 있지만 이때 성소수자 인권을 말하는 페미니스트 지지자들이 실망했어요. “어? 문재인 후보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뭐지? 그냥 액세서리인가?”하면서 민주당과 페미니스트 사이에 갈등 전선이 생겼다고 봐요. 그 뒤 민주당 안에서도 페미니즘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건 리스크가 있겠다는 경험이 자리잡겠고요. 

          🎙️나머지 하나는요?
          💬결정적으로는 역시 #미투죠.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민주당에선 차기 유력 대권후보였단 말이죠.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중요한 플레이어였고요. 근데 미투로 인해 그 역할을 못하게 됐잖아요. 이후 민주당이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에게 자리를 뺏기기도 했고요.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선 페미니스트들이 민주당을 망친 상황이 된 거죠.

          🎙️강성 지지자 눈치를 본 민주당이 이번에 페미니스트 후보를 안 냈다?
          💬그렇죠. 내부적으로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와중에 지지자들이 페미니즘을 싫어한단 판단을 내린 건데요. 사실 잘못된 생각이에요. 일종의 역사 수정주의죠.

          🎙️역사 수정주의요?
          💬사실을 부정하거나 수정하려고 하는 건데요. 선거 패배 탓을 페미니스트들에 돌리는 거죠. 페미니스트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식으로요.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이나 그들의 표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정당들은 ‘공천할 여성이 없다’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해요. 
          💬일부 맞는 말이라고 봐요. 다만 여성 개인의 역량 탓보단 여성 정치인을 길러낼 토양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맞죠. 여성 정치인은 너무 많은 대표성을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한 번의 실패가 여성 정치 전반의 실패처럼 이야기되는 것처럼요. 거대 양당에서 모험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원인이죠. 

          🎙️왜 모험을 안 하려고 할까요?
          💬문 대통령 당선 후 2018년 지방선거가 있었잖아요. 당시 지자체장 후보 중 여자 후보가 있던가요? 반드시 당선이 되는 선거일수록 여성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거죠. 영남이나 호남 같은 거대 양당에 유리한 지역도 마찬가지고요. 여성 정치인을 함께 갈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전략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판을 당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페라로 효과’라는 게 있어요.

          🎙️무슨 효과인가요? 
          💬실패 원인을 여성 정치인한테 돌리고, 그 부담감 때문에 여성들이 정계에 나서는 걸 꺼리게 되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1984년 월터 먼데일 대통령 후보는 부통령 후보로 여성 페라로를 파격 지명하는데요. 당시 상대는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조지 부시 부통령이었어요. 레이거노믹스로 공화당의 지지율이 높을 때 구원투수로 페라로를 내세운 건데요. 페라로가 레즈비언이었다, 낙태를 했다는 등 각종 스캔들이 터지면서 공격을 받게 돼요. 결과는 참패.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요. 

          🎙️뭔가요?
          💬참패의 원인을 페라로에게 돌린 거죠. 여성을 후보로 내서 선거에 졌다는 거예요. 근데 설문조사를 해보니 페라로 때문에 먼데일을 안 찍었단 비율이 굉장히 낮게 나왔어요. 그래도 여성들 입장에선 괜히 나섰다가 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만신창이가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실제 페라로 이후 여성의 공직 진출 비율이 떨어졌단 분석도 있어요. 

          🎙️한국 정치에도 페라로 효과가 나타난 적이 있어요? 
          💬페미니스트를 정체성으로 내건 후보의 끝을 보면 알 수 있죠. 신지예 전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선 페미니즘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8만표 이상을 받았잖아요. 그러다 돌연 윤석열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들어간단 말이죠. 그리고 2030 남성 표심 이탈로 인한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떠안고 사퇴해요. 물론 저는 신 전 대표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지만, 페미니스트를 내세운 점이 이용의 대상이 된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개혁신당에 들어간 류호정 전 의원은요?
          💬우선 저는 류 전 의원은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는 등 그의 정치적 퍼포먼스 중 페미니스트로서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있긴 했죠.

          🎙️근데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류 전 의원은 노동운동가 대표성을 가지고 정의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잖아요. 이후 넥슨 집게손 논란에서 ‘남성 조롱을 담은 행위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말한 건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이준석 대표가 있는 개혁신당으로 간 것도 노동정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보여요.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현실 정치에서 어느 정도 타협과 협상은 필요하겠죠. 다만 좀 조급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들만의 문제라기보단 청년 여성 정치인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한국의 정치적 토양이 문제예요.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고 생각이 지금 한국사회 생존주의 거든요. 젊은 여성에게 시간이 충분하다는 믿음을 유권자들과 동료들이 줬다면 어땠을까요. 

          🎙️조수진 변호사 공천도 문제가 있지 않나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요. 이재명 대표 눈 밖에 난 박용진 의원을 끌어내리려다가 생긴 일이잖아요. 조수진 변호사 전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도 민주당 입장에서 성비위는 괜찮지만 군 장병을 건드리는 건 안된다고 판단한 점이 드러난 사례란 점에서, 젠더 문제라고 봐요. 
          정춘숙(왼쪽)·권인숙 의원. 연합뉴스
          🎙️젠더 공약은 왜 안 보일까요?
          💬그런 공약을 내세울 후보들이 다 배제됐잖아요. 정춘숙 의원이나 권인숙 의원은 꾸준히 여성 인권, 페미니즘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정치인인데 당내 공천에서 탈락했어요. 두 의원의 낙마를 두고 민주당 일부에서 나온 “페미(니스트) 선수는 쉬어도 된다” “페미대장들 굿바이”란 발언만 봐도 젠더 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죠. 그리고 엄연히 따지면 젠더 공약만 없는 게 아니에요. 

          🎙️다른 공약도 없단 건가요?
          💬공약이라고 할 만한 정책이 있나요? 저쪽이 싫어서 이쪽을 찍는 정치. 그러니까 양당 정치 안에서 진영 논리만 살아있어요. 지지율이 치솟고 있는 조국혁신당만 봐도 그래요. 홈페이지 들어가 보셨나요? 

          🎙️문제가 있어요?
          💬유권자와 시민을 위한 정책 없이 팬덤·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만 늘어놓은 쇼핑몰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검찰개혁, 김건희 특별검사, 윤석열 탄핵. 원하시는 거 판매합니다. 이런 느낌이요. 조국 대표는 심지어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젠더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 대표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요?  
          💬지금 공직선거법이 권고하는 후보자 할당 비율 30%는 여성에게 ‘먹고 떨어져’란 느낌이 들게 해요. 50% 대 50%, 남녀 비율을 똑같이 해야 해요. 일부 남성들 주장처럼 정말 남녀가 평당하다면 남녀 동수의 정치인이 나오는 게 맞죠. 인구 비율 만큼 대표자성을 주면 역차별이란 논란도 사라지는 거 아닐까요? 

          🎙️여성 후보 말고 여성 의원 비율도 강제해야 할까요?
          💬강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실제 비율이 지켜지려면 그 밑에 촘촘한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하겠죠. 여성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거나, 여성 정치인 네트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것처럼요. 

          🎙️요즘 여성이 예전보다 위축된 거 같아요. 느낌 탓일까요? 
          💬10년 전쯤엔 페미니즘에 관심 있고,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았는데요.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요. 페미니스트란 이유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실제 폭력을 당하는 시기를 겪은 10대 여성이 지금 대학생이 된 거니까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 때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물론 그때처럼 강렬하진 않죠. 다만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가 ‘우리의 정치는 10년 후의 가치를 만드는 일’이란 동료의 말을 전하더라고요. 그런 믿음을 가지고 해나가는 게 페미니즘, 젠더 정치인 것 같아요. 두 걸음 나아갈 때도 있고 한 걸음 물러설 때도 있잖아요. 그런 작은 변화가 쌓여서 진보하는 거고요. 

          🎙️페미니즘이 가라앉은 건 아니다?
          💬2016년 강남역 사건 땐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이 빠르게 퍼졌던 때잖아요. 각성은 큰 결집으로 이어지지만,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지칠 수밖에 없겠죠. 각성을 잉크에 비유해보면, 맹물에 검정 잉크를 떨어트리면 처음에 진했다가 금세 사라지잖아요? 하지만 그 물은 전과 같진 않거든요. 그렇게 한방울씩 쌓이다가 색이 변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저는 지금이 그런 상태라고 봐요.

          🎙️젠더 이슈를 띄울 여성 의원들이 없으면, 어떡하죠? 
          💬더 나빠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더 척박한 상황 속에서 페미니즘은 많은 변화를 만들어 왔거든요. 백래시란 개념도 여성의 변화 에너지가 있을 때 그에 저항하는 탄성이잖아요. 여성이 가만히 있는데 백래시 위협이 커지는 게 아니란 말이죠. 여성들이 잘 싸웠을 때, 탄성도 커지죠.

          🎙️여성 유권자는 뭘 해야 할까요? 
          💬이번 총선부터 잘 찍어야죠. 믿음을 가지고 길게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건 꾸준히 유권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죠. ‘n번방 방지법’이나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만들어진 건 여성이 청원에 참여하고, 계속 목소리를 낸 결과거든요. 이런 움직임이 여성 정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뽑을 페미니스트 후보와 정당이 없는데요? 
          💬투표할 때 저의 지론이 ‘사표는 없다’는 거예요. 내 표가 사표가 된다고 해도 젠더 정책을 내건 소수 정당이 있다면, 그런 후보에 투표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이 파이브
          1. 22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 비율이 14%. 4년 전 총선보다 떨어졌어. 
          2. 페미니스트 후보도, 젠더 공약도 눈에 띄게 적어.
          3. 정당들이 남성 지지자 이탈을 우려해 페미니스트 공천을 꺼리는 거야.  
          4. 여성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져.
          5. 성평등한 입법을 위해 이번 총선부터 잘 투표하자! 
          이미행복벗은 “남자를 싫어하냐”는 질문 받은 적 있어? 대놓고 “페미니스트냐”라고 물은 사람은? 요즘 공적, 사적 자리에서 ‘페미 사상 검증’에 시달리는 여성이 그렇게 많대. 

          특히 어떤 회사에선 남성이 여성 동료에게 ‘페미는 패버려야 한다’ ‘페미는 잘라야 한다’며 공격한대. 사상과 가치관이 맞지 않단 이유로 여성 노동자를 해고하는 회사도 있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성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가 무척 심각한 상황인 거지.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한 윤석열 정부도, 젠더 이슈에 관심 없는 정치권도 백래시의 동조자일 뿐이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페미니즘이 재부상(리부트)한 지 8년. 이제 페미니즘 물결이 잦아든 걸까? 거센 백래시 때문에? 더 강력해진 여성혐오에 맞서 뭘 해야 하지? 팀휘클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휘클리 심화반으로 와줘. 함께 공부하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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