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왜 극렬 저항하나? - 엘리트 집단과 망가진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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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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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떠나자 병원이 멈췄다.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 계획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병원을 찾다 숨지고, 머리에 종양이 생긴 아이는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전공과목을 아직 배우고 있는 전공의들이 빠지자 생긴 의료공백, 저렴한 전공의와 간호사들로 유지해 온 한국 의료의 민낯이다.
빈자리는 차출된 공중보건의, 군의관 그리고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과 박봉을 호소했던 전공의들은 일을 나눌 동료가 늘어나는 걸 반대한다.
의사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왜일까?
■ 필수의료 위기, 의사 늘리면 해결될까.
필수 의료의 위기, 의사들은 수가를 대폭 늘려 보상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배분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라는데 그러면서도 필수 의료 쪽에 몰아주기보단 모든 수가를 올려달라고 한다.
정부는 일단 의사 수를 늘리자고 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2.1명(한의사 포함시 2.6명)으로, OECD 평균인 인구 1천명 당 3.7명보다 적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는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명 이상 부족할 거란 연구 결과도 여러 건 있다.
그렇다면 2천 명 증원은 적정한 규모일까. 교육환경, 의료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점진적 증원이 전문가들 사이 제안됐지만 정부와 의사단체는 토론 없이 강대강 대치 중이다.
쏟아진 필수 의료 대책에서 공공성 강화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지방에선 의사가 계속 부족할 거란 전망이다.
치료가 필요한 한국 의료를 진단 한다.

“이러다가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 와야 할 판….” 한국에 의사(정확히는 필수과 진료 의사)가 부족하다는 건 이제 전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아플 때 치료해줄 의사가 없어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문제는 당장 부족한 의사를 1~2년 만에 뚝딱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푸념 섞인 경고로만 여겨진 ‘외국 의사 수입(輸入)’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의사가 진료하는 한국 병원. 물론 갈 길이 구만리고, 첩첩산중이다.
◇복지부 기준 충족한 외국인, 국내 의사 시험 응시 가능
현행법상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의 인정을 받은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한국에서도 의사고시 응시가 가능하다.
한국 의사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해당 외국 의대를 졸업한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역시 포함된다.
현재까지 보건복지부 인정을 받은 외국 의대는 미국 26개, 필리핀 18개, 독일·일본 각 15개 등 총 38개국 159개 대학으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409명이 국내 의사고시를 봤으며, 이 중 247명이 합격했다.
(정춘숙 의원실·신현영 의원실)실제 일부 외국인이 이 같은 경로로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들 외국 의사가 현재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외국인 역시 기준을 충족하면 국내 의사고시 응시가 가능하다”며 “외국인이 시험에 합격한 사례가 있으나 현황까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의사는 안 오는데… 동남아? 한국인 정서상 쉽지 않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국 병원에 외국 의사가 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의사 중 20%가 외국 의사며, 유럽은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의사들을 적극 동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또한 외국 의사에게 문은 열려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외국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 유럽 의사들이 한국에 오면 자국에서 일할 때보다 더 적게 벌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언어장벽과 문화 차이는 덤이다.
반대로 미국, 유럽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데다, 처우 역시 대부분 국가에 비해 좋다.
실제 미국, 유럽에서 일하는 외국 의사 중에는 자국 의료 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다 떠나온 이들이 많다.
언어나 문화야 배우고 적응하면 된다고 쳐도, 급여까지 낮춰가며 낯선 한국 땅에서 일할 의사는 많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외과 전문의는 “선진국 의사들이 오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된다고 해도 조건이 맞지 않을 텐데 과연 오겠나”라며 “설령 온다고 해도, 그로 인해 의료비가 오르면 데려오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처우가 문제라면 우리나라에 비해 경제규모가 작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국가까지 선택지를 넓혀볼 수 있다.
실제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국내 의사 고시 응시가 가능한 의과대학들이 있으며, 합격자들도 배출됐다.
그러나 이들 국가 출신 의사가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라는 큰 산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한국인 정서상 당장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의사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에게 치료를 맡길 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경제·교육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뢰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건 한국 의사 고시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당장 의료 공백 메워야” vs “장기적 대안일지 의문”
여러 제약이 있음에도 외국 의사 수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 필수 진료과는 이미 의사가 없어 환자를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대 정원 확대, 의료인 처우 개선, 의료 수가 인상 등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수년째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정책이 개선·시행돼도 이후 의대에서 의사를 육성해 현장에 투입하기까지 10~15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외국 의사 수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외국 의사를 수입하는 것도 의료 인력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라며 “부족한 실력이 문제라면 국내에서 추가로 수련 과정을 거친 후 근무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50년 전 미국에서는 왜 우리나라 의사들을 데려와 썼겠나”라며 “수련 과정을 거친 동남아, 중앙아시아 의사들을 산부인과, 외과 등 국내 의료진이 부족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외국 의사 국내 수입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앞서 언급한 의사소통, 처우, 인식 개선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법안 또한 재정비·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이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외국에서 의사를 데려와 10~15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는 것인데, 이 때문에 법을 고치고 진료 시스템까지 새로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20~30등 의사 원하겠나", "급하면 의사 수입

오진송 기자

오진송 기자기자 페이지

TV 토론서 '지역인재전형 확대' 비판하다가 발언

반에서 20~30등이면 '최하위권'…입시업계 "의대 증원해도 여전히 의대 가기 어려워"

"성적 따지기보다, 사명감 있는 의사 만들어야" 목소리

"2억8천만원이 비난받을 정도 연봉이냐"·"의사는 매맞는 아내" 등 발언도 도마 위

수요 반차 휴진 투쟁 참석으로 비어있는 진료실

수요 반차 휴진 투쟁 참석으로 비어있는 진료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경기도의사회 제15차 수요 반차 휴진 투쟁'이 진행되는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의원 진료실에 오후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2.21 xanadu@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서혜림 오진송 기자 = 의대 증원·의사 집단행동을 주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료계 인사 발언이 나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비판하는 취지이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인 데다, 의사의 덕목을 성적 위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급하면 의사 수입하라" 등 의사들의 도 넘은 발언은 연일 이어져 여론은 갈수록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의사 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국민들이 최상의 진료를 받고 싶은데, 정부가 '양'(量·의대 증원)으로 때우려 한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의 질이 떨어지리라는 것은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지적이다.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발언하는 일은 잘 없지만, '반에서 ○등하는 학생도 의사 되겠다'는 식의 얘기는 사적인 자리에서 의대 증원이 대화의 주제가 되면 종종 나왔다고 한다.

의대생 집단 휴학 예고, 학사 차질 가능성

의대생 집단 휴학 예고, 학사 차질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하지만 입시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 발표대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더라도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가기 어렵다.

작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의 수는 2천379개인데,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해도 7천명을 넘는다.

의대 정원을 정부 발표대로 5천58명까지 늘려도, 전교 3등까지는 해야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저출산으로 요즘 한 반의 학생 수가 20∼30명가량에 불과해 20~30등이면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는 의대 신입생을 특정 지역 출신으로 뽑는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을 4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인데, 이 경우에도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의대 진학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정원 2천명 확대로 합격선 하락은 크게 없을 것이며, 지역인재전형 확대도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8년도에는 문·이과 통합수능이 돼 문과에도 (의대) 문호가 열릴 텐데 그때는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며 "'전교 1~2등 가던 것이 3등도 간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환자 안내하는 응급실 의료진

환자 안내하는 응급실 의료진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1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안내하고 있다.
2024.2.21 psik@yna.co.kr

이 회장의 '반 20-30등' 발언을 두고는 의사들이 가진 '엘리트 의식'이 TV 토론회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교육, 좋은 실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정립돼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수천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환자 곁을 떠난 것에 대해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을 강조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박 차관은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지역인재전형 비중 확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타고난 능력을 가진 인재의 선발보다는, 육성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적 좋은' 의사의 선발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공적인 의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명감 있는 의사의 육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는 "사실 의사가 부족한 분야는 꼭 수술과 진료의 난이도가 높은 과목만이 아니기도 하다"며 "일반의도 부족하고, 보건소도 의사가 없어서 공중보건의로 대체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브리핑 하는 주수호 의협 홍보위원장

브리핑 하는 주수호 의협 홍보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2.22 utzza@yna.co.kr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를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으로 묘사했다가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대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인턴, 레지던트, 펠로 과정을 마치고 40세 정도 돼서 개원한 의사들의 2억8천만원이라는 수입이 비난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은 연봉이냐"는 발언도 해 온라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가장 손쉽고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데, 이거 놔두고 10여년 걸려 증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사 부족이) 아주 급하면 외국 의사를 수입하든가 하라"고 비꼬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의대 증원을 비판하면서 "지방에 부족한 건 민도"라고 적었다가 지방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를 뜻하는 단어다.
주 전 회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SNS에 입장문을 올려 "지역민을 비하하고자 한 글이 절대로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의사 집회에서도 한 전공의가 "제(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발언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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